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문준호 교수 연구팀(공동 제1저자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정석송 교수, 교신저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 김원 교수)은 20·30대 지방간질환 환자가 50세 이전에 암이 발생할 위험이 일반인보다 약 20% 높아, 이들을 새로운 ‘조기 암 고위험군’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23일 밝혔다.
지방간질환(Steatotic Liver Disease)은 간세포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되는 질환으로, 음주뿐 아니라 비만·당뇨·고지혈증 등 대사질환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이 질환은 지방간염과 간경화를 거쳐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최근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 등의 영향으로 젊은 층에서 지방간질환의 유병률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지방간연구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20·30대의 지방간질환 유병률은 2017년 기준 34.3%에 달했다.
문제는 젊은 층 지방간질환이 간 이외의 전신 장기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한 연구가 아직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편 최근 전 세계적으로 50세 미만에서 발생하는 ‘조기 발병암(Early Onset Cancer)’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비만 증가 △음주 증가 △신체 활동 감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지방간질환 역시 암 발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검증에 나섰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활용해 2013~2014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20·30대 청년층 287만7,245명을 대상으로 소화기·비뇨생식기·호흡기·내분비 등 전신에 걸친 23개 암의 발병률을 최대 10년간 추적 관찰하는 대규모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지방간질환이 있는 젊은 환자는 일반인보다 조기 발병암 발생 위험이 전체적으로 약 20% 높았으며, 모든 유형의 지방간질환에서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대사이상성 지방간(19% 증가) △대사 및 알코올 복합성 지방간(12% 증가) △알코올성 지방간(21% 증가)에서 발병률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암종별 분석에서는 비만과 관련된 암(Obesity-related Cancer)의 위험이 특히 증가했다. 대장암은 지방간 환자에서 최대 1.32배, 신장암은 최대 1.53배, 갑상선암은 최대 1.36배, 자궁내막암은 최대 3.78배 높게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최근 청년층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비만과 지방간질환이 50세 미만 암 발생의 주요 위험 요인임을 보여주며, 이에 따라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조기 암 진단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문준호 교수는 “50세 이전에 발생하는 암은 진행이 빠르고 공격성이 강해 조기 진단과 치료 여부가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비만과 지방간질환은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방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젊은층의 진단율을 높이고 암 발생 모니터링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통합적인 검진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소화기 분야의 저명 국제학술지 ‘Clinical Gastroenterology and Hepatology’(IF 12.0)에 게재됐다.
[ 경기신문 = 이양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