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교학점제 개선안을 두고 교육부의 발표가 늦어지면서 학교에서는 무리한 정책 추진과 늑장대응으로 인한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경기신문 취재에 따르면 지난 19일 교육부의 고교학점제 브리핑이 돌연 취소돼 학교 현장의 혼란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2학기가 시작한 지 한 달 가까이 됐는데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아 교사들이 수업 준비와 학생 지도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학점을 취득해 졸업하는 제도로 올해 전면 시행됐다. 다만 현장에서는 입시 부담이 늘어나고 수업에 차질이 생긴다는 등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부정적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장 혼란은 이어지고 있다. 학생은 등급을 높이기 위해 진로와 상관없이 수강생 수가 많은 과목을 선택하고, 한 명의 교사가 40명 이상의 학생을 한꺼번에 맡는 포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학생이 돌연 진로를 바꿨을 때 입시에 불이익을 얻을까봐 선택과목을 바꾸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경기교사노조에 따르면 실제 화성의 한 고등학생은 진로 희망 분야가 1학년 인문 계열에서 2학년 의료 계열로 바뀌었는데, 학교생활기록부가 단절되는 것을 우려해 과목을 바꾸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도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이 자퇴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고교학점제에서는 출석률 3분의 2 이상 및 학업성취도 40% 이상을 달성해 학점을 취득해야 하는데, 여러 개 과목의 학점을 따지 못한 학생이 스스로를 '실패자'라고 규정하고 학교를 떠나는 것이다.
경기교사노조에 따르면 포천의 한 교사는 1학기에만 4명의 자퇴원을, 도내 한 교사는 6명의 자퇴원을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사의 업무 부담도 여전하다. 고교학점제 시행 이후로 1명의 교사가 담당하는 과목이 기존 1과목에서 2~3과목으로 늘어 수업의 질이 하락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경기교사노조와 전교조 경기지부는 줄곧 '고교학점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김희정 경기교사노조 대변인은 "2학기가 시작하기 전 이미 개선안이 나왔어야 했는데 아직까지도 안 나오고 있다"며 "제도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 대거로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허원희 전교조 경기지부 정책실장은 "지금 제도를 고쳐쓰는 정도로는 안 되고 아예 새로운 제도적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 날 12시에 고교학점제 개선안을 빌표 할 예정이다.
[ 경기신문 = 안규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