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장묘문화만큼 보수적이면서 완고한 제도도 드물다. 인간은 누구를 막론하고 생로병사(生老病死)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매장하거나 화장하게 마련인데 우리 민족은 유독 화장을 기피하고 땅에 묻히기를 선호한다.
이 경우 죽음을 예감하는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이 유가족 대다수가 시신을 불태워 재로 만드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하지만 순식간에 형태가 없어지는 것 때문에 아쉬워하는 경향이 많다. 결국 매장 선호는 좁은 국토를 무덤 투성이로 만든데 그치지 않고 환경오염까지 불러와 국가문제화 되고 말았다.
이를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일부 식자층과 사회원로들 사이에서 매장을 화장으로 바꾸는 운동이 일기 시작했고, 마침내 생존에 화장서약서를 내는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참으로 지식인다운 결단이고, 사회지도층 인사다운 솔선수범이다.
그런데 지난 주말에는 남궁원, 태현실씨 등 원로 배우 80여명이 안성에 있는 유토피아 추모관에서 화장서약서를 쓴데 더해 장기 기증서까지 바치는 뜻깊은 모임을 가졌다. 이날 모임은 한국영화배우복지회와 한국참전예술인연합회가 공동으로 주관하고,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가 함께 참여한 것으로 되어 있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는 이름 그대로 사업목적이 명확하므로 논외로 하더라도, 영화배우복지회와 참전예술인연합회가 모임을 같이 하고, 화장과 장기 기증서약식을 가진 것은 색다르기도 하지만 의외라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그것은 이들 연예인들이 보여 준 용기와 결단이다. 미뤄 짐작하건대 이날 서약서를 쓴 배우들 가운데는 서약을 결심하기까지 고민한 사람이 한둘 아니었을 것 같고, 이 일을 두고 가족 간에 이견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장기기증이나 화장서약은 쉬워 보일 뿐 쉽지 않은 것인데 원로 배우들은 우리 모두에게 참으로 훌륭한 모범을 보여 주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 나라를 대표한다는 정·재계 인사들 조차 실천하지 못하는 일을 연예인들이 해냈으니, 이는 단순히 장묘문화에 변화를 준데 그치지 않고, 애국의 차원에서도 찬사를 받을만한 일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다른 분야의 동참에 기폭제가 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