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착한기업’ 이미지로 알려진 오뚜기가 미국에서는 2000만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렸다.
뉴저지 연방지방법원에 제출된 소장에 따르면, OTG New York, Inc.는 지난 17년간 구축한 미 동부 영업망을 오뚜기 본사가 일방적으로 빼앗았다고 주장했다.
오뚜기 아메리카(OTTOGI America, Inc.)는 최근 미 동부 판매망 확대를 위해 인근 산업용 부지를 매입하며 공격적 행보를 보여왔지만, 이번 소송은 본사와 총판 간 신뢰 관계가 얼마나 쉽게 균열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소장에 따르면 오뚜기 아메리카는 지난해 초 OTG 뉴욕에 “대금 지급 조건 위반”을 이유로 사전 통보 없이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후 본사는 거래처들에 “모든 미수금을 오뚜기 아메리카로 직접 송금하라”는 공문을 발송하며 OTG 뉴욕의 유통망을 사실상 차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OTG 뉴욕 측은 또한 오뚜기 아메리카가 ▲아마존 플랫폼에서 가격을 조정해 자사보다 높은 가격으로 OTG 제품이 판매되도록 유도하고 ▲본사 제품은 낮은 가격에 공급해 유통망을 탈취했으며 ▲자사 직원들을 대거 스카우트해 내부 정보와 고객 네트워크를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OTG 뉴욕은 1987년 한국 오뚜기에 입사해 2005년부터 오뚜기 아메리카 영업 책임자로 일한 인물이 설립한 법인이다. 이후 미 동부와 캐나다 동부까지 유통망을 확장해 왔지만, 최근 공급가 인상과 물류 지연 등으로 경영 압박이 가중됐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착한기업’ 이미지를 유지해온 오뚜기가, 해외에서는 파트너사와 전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글로벌 윤리의 이중성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뚜기 아메리카는 소송 초기에 관할지를 캘리포니아로 이전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또한 소송 자체를 기각해 달라는 본사의 신청도 지난 3월 31일 기각됐다.
OTG 뉴욕이 제기한 소송에는 뉴저지 프랜차이즈 보호법(NJFPA), 계약 불이행, 영업 방해 등 다수의 법적 근거가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오뚜기 관계자는 “미국 동부 지역 관리를 하던 OTG 뉴욕과 양상간 계약에 의해 적법하게 계약을 해지한 것”이라며 “OTG 뉴욕의 주장처럼 계약해지 사유 등 부적절한 바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이 단순한 손해배상 분쟁을 넘어 ▲계약 공정성 ▲브랜드 윤리 ▲글로벌 경영 책임 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본다. 특히 국내에서 쌓아온 ‘착한기업’ 이미지만으로는 해외 시장에서의 신뢰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오뚜기처럼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본사와 유통 파트너 간 힘의 균형이 중요하다”며 “이번 분쟁은 해외 시장에서 본사가 가진 우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