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오는 2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세 번째 연속 동결할 전망이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2억 원으로 줄이는 ‘10·15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하가 자칫 집값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는 이번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2.50%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지난 5월 경기 둔화 우려를 이유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했으나, 7월과 8월에는 부동산 시장 과열과 가계부채 급증을 우려해 연속 동결했다.
증권가에선 10월에도 같은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본다. 6·27 대출 규제와 9·7 공급대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가 지난달부터 다시 확대된 데다, 최근 발표된 세 번째 부동산 대책(10·15)의 효과를 지켜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주택 안정화 대책이 막 시행된 만큼 한은이 최소 1~2개월은 시장 반응을 지켜볼 것”이라며 “이번 금통위에선 기준금리를 2.5%로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허문종 우리금융연구소 경영전략연구실장도 “경기 둔화 우려는 있지만, 수도권 집값 안정이 우선 과제인 만큼 한은이 정책 공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변수는 환율 급등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돌파하며 1년 6개월 만에 정부와 한은이 공동 구두개입에 나섰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재점화되고, 미국의 대규모 대미투자 요구가 이어지면서 외환시장 불안이 커진 영향이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원화는 글로벌 무역 환경과 미국의 투자 요구에 따른 자본 유출입에 민감하다”며 “교역 환경 변화와 무역 협상 등 불확실 요인이 산적해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환율 상승과 경기 회복 지연이 한은의 금리 인하 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시장금리 하락세도 점차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연내 마지막 금통위가 열리는 11월에 금리 인하가 재개될 가능성을 거론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0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를 내릴 경우, 한은도 이에 발맞춰 추가 완화로 선회할 수 있다는 기대다. 다만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와 환율 불안이 진정되지 않으면 인하 시점은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내년 성장률이 한은 전망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다”며 “GDP 갭을 고려하면 내년 중 2~3차례 추가 인하로 최종 금리는 1.75~2.0% 수준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공혜린 수습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