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1 (목)

  • 흐림동두천 4.1℃
  • 흐림강릉 8.7℃
  • 천둥번개서울 5.2℃
  • 대전 4.8℃
  • 흐림대구 4.7℃
  • 구름조금울산 8.9℃
  • 광주 6.9℃
  • 맑음부산 9.2℃
  • 구름많음고창 9.5℃
  • 제주 13.1℃
  • 구름많음강화 5.2℃
  • 흐림보은 2.1℃
  • 흐림금산 4.9℃
  • 흐림강진군 6.6℃
  • 구름조금경주시 1.2℃
  • 흐림거제 6.6℃
기상청 제공

[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 전사도, 시민군도 안전한 한해가 되기를… 

  • 최영
  • 등록 2025.12.11 06:00:00
  • 13면

 

이십여년 전 필자가 철도노조에서 전임자로 일할 때였다. 그 당시만 해도 거대한 중량물이 고속으로 내달리는 철도현장은 한 해에 20~30명의 순직자가 발생하던 살벌한 현장이었다. 철도노조 산업안전국장을 역임한 2002년 석달 남짓 동안 나는 순직조합원 장례식에 8번이나 찾아가야 했다. 처절했다. 선로를 보수하던 조합원이 열차에 치이고, 열차를 떼고 붙이던 조합원은 끼이고, 고압전류에 감전되어 숨지는 사고가 잇따랐다. 철도노조를 100년만에 민주노조로 바꾸고 의욕에 넘쳐 밤낮없이 일하던 시절이었으니 가만 있었을리 없다. 서울역사를 검은 천으로 뒤덮고 “죽지않고 일할 권리”를 요구했다. 그때 철도노조에서 함께 싸웠던 동료가 현재 고용노동부를 맡고 있는 김영훈장관이다. 우리는 절절한 심정으로 순직사고에 매달렸던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 그런만치 김영훈장관이 취임 초기부터 산업재해 현장을 찾으며 산재예방에 전력을 다하는 것을 박수를 보낸다. 그가 산업재해 사망사고 만큼은 뚜렷이 감소시켰다는 족적을 남기기를 응원하는 마음이 크다. 

 

그러나 참 안타깝게도 갖은 대책을 수립하고 감독을 강화하는데도 산업재해 사망자 숫자는 최근 다시 늘어나고 있다. 더구나 얼마전 청도역 인근에서 작업 중인 노동자가 열차에 치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벌어져 철도기관사 출신인 장관의 입장이 오죽 난감했을까 싶다. 최근 산업재해 통계 추이를 보면 전체 사망자수는 2025.9월말 현재 1,73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8명(10.7%) 증가했고 사고사망자수도 67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명(9.4%) 늘어났다. 올해 유난히 노동자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노동부장관은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서 산업재해 근절을 위해 절박하게 뛰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역주행하고 있는 통계추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대한민국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

 

올해 산업현장의 전체 사망자는 2000명을 넘길 것이 확실하다. 이 정도면 재해가 아니고 전쟁이다. 선언적 의미가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국제정치학에 미국 미시간대학의 ‘COW(Correlates of War)프로젝트’라고 유명한 데이터가 있다. 전쟁의 원인을 규명하려는 COW프로젝트는 전쟁이란 ‘조작적 정의(추상적 개념을 관찰·측정·실험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으로 바꿔 놓은 정의)’에 입각해 1816년부터 일어난 국제전의 통계를 모아 만든 자료이다. 모든 군사적 충돌과 분쟁을 전쟁으로 정의할 경우 너무 많은 전쟁사례로 인해 외려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이들이 만든 ‘전쟁의 조작적 정의’에 의하면 ‘연 평균 전투요원 사망자가 1000명을 넘을 때’ 전쟁으로 정의한다. (COW에 의하면 인류는 1816년부터 2007년까지 총 92회의 전쟁을 치렀다.) 이를 원용하면 대한민국의 산업현장은 매년 전쟁을 두 번이나 치르는 격렬한 전장이다.

 

우리는 전쟁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산업전사’라 부른다. 내란정국에서 내란범들은 시체를 임시적으로 처리하는 영현백을 수천개나 특별주문 했음이 드러났다. 정치적 반대자를 적군으로 간주하고 제거하려 했던 내란범들을 국회 앞에서 막아선 사람들을 나는 ‘민주시민군’이라 부른다. 2025년 대한민국은 이들 전사와 시민군이 지켜내었다. 2026년에는 산업전사도, 시민군도 모두 안전하게 귀가하는 한 해가 되기를 나는 소망한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