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의 큰 나무인 최동호 선생이 지난달 20일,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한국문학의 미래에 관한 뜻깊은 강연을 했다. 주제는 ‘디지털 전환기 한국 현대시의 지향점과 시노래의 문화적 가치’였다. 이 강연은 MIT의 인간통찰 협력연구 프로그램인 MITIC(MIT Human Insight Collaborative)가 주관하는, ‘마스터 클래스 시리즈’의 초빙 강사 자격으로 이루어졌다. 선생은 여기서 해당 주제에 대해 심도 있는 견해를 제시했고, 현지 청중에게 깊은 감명을 남겼다. 한국문학이 주요한 세계 무대에서 그 의의와 보람을 증명한 ‘사건’이자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주제론적 접근이었고, 한국문학으로서는 새 강역(疆域)의 개척이었다.
한국문학의 세계화는, 안방에 앉아 구두선(口頭禪)으로 내놓는 주장에서 말미암지 않는다. 새로운 아이템을 들고 그 현장을 찾아가며, 활달한 소통으로 현지 문화예술인들의 공명(共鳴)을 자아내는 기량과 노고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한국의 문학계나 문화정책 당국에서는 이와 같은 구체적 사례를 부양(浮揚)하는 데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기에 그렇다. 선생은 미국, 러시아, 이탈리아, 스페인, 헝가리, 루마니아, 몽골, 몰드바 등의 나라에서 시집이 출판되었고 1921년 미국 ‘제니마문학상’, 몰도바공화국 ‘작가연맹문학상’, 2024년 이탈리아 코모시의 국제시축제 ‘올해의 최고시인상’, 그리고 2025년 루마니아 잘라우시작가연맹 ‘그랑프리상’의 수상자다.
한국 시인으로서는 이제까지 없던 이력이요 수상 경력이다. 한국문학 세계화의 최전방 첨단 세력으로 선생을 주목하는 이유다. 그런가 하면 국내에서는 1996년 현대불교문학상을 시작으로 대산문학상, 박두진문학상, 만해대상, 정지용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2004년 한국시학회 회장을 시작으로 한국 문학평론가협회 회장, 한국시인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2019년 대한민국예술원 문학분과 회원이 되었으며, 2025년 3월 ‘문학의집서울’ 이사장이 되었다. 1980년 전후부터 30년 넘게 비평가로 활동하면서 동양 시학을 천착하여 ‘서정시의 삼각형이론’, ‘디지털 사행시’ 등의 이론을 정립하여 한국 시학 이론에 중요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필자가 선생을 처음 만난 것은 대학 4학년 때였다. 당시 선생은 경남대에서 경희대로 이적(移籍)했고, 필자는 언론사 지망생에서 대학원 진학으로 갓 생애의 진로를 바꾼 시기였다. 그 젊은 나이에 문학평론가의 길로 접어든 어간(於間)에 선명한 푯대로 선생이 계셨다. 그의 정신주의와 생명사상은 그 무렵에 벌써 찬연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돌이켜 보면 언제나 존경의 아름이면서 동시에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서 있는 분이었다. 그는 강단에서 말로만 가르치는 교수가 아니었으며 근본과 실용을 포괄하는, 눈이 높고 국량(局量)이 넓은 스승이었다. 또한 가장 많은 제자를 문단에 내보낸 명조련사이기도 했다. 선생과 더불어 선인선과(善因善果)의 미덕을 쌓아가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 상대방의 문제다. 당연히 필자도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