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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뛰쳐나올듯한 생동감 넘쳐"

흔히 말을 타고 전쟁에 벌이는 사극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가슴 한복판이 뜨거워져 옴을 느낀다.
우리가 기마민족의 후예로 몸 속 DNA 어딘가에 광활한 들판을 달리는 호연지기가 그 오랜 세월에도 불구, 잠재돼 있기 때문은 혹시 아닐까.
경마장을 찾는 부류가 모두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땅을 박차고 거칠 것 없이 내달리는 말과 기수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려는 경마팬도 많다는 사실이 증명해주고 있다.
예전엔 전쟁과 농경을 위해 현대는 경마를 통해 항시 우리 민족 겉을 떠나지 않는 말의 지나간 흔적과 자취는 그래서 궁금하다.
멀게는 가야,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말의 장신구는 어떤 것이 있었으며 당시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살펴보려고 안달이 난 사람들은 지금 주저 없이 마사박물관으로 떠나보자.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국내 유일의 마사박물관은 과천시 주암동 서울경마장내 한적한 곳에 위치해 있다.
지하철 4호선 경마공원역에서 내리나 자가용을 이용하나 지척이라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되는 말에 대한 모든 것을 다 보여주겠다고 작심한 이 곳은 지난 1988년 문을 열어 연간 5만명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17년 간에 걸쳐 기증이나 자체적으로 수집한 250점이 120평의 전시장에 가지런히 진열돼 있다.
지난 5월 리모텔링을 마친데 이어 시대별로 전시했던 체제를 말갖춤(馬具)별로 바꿔 관람객들의 이해를 높인 점이 돋보인다.
입구에 들어서면 200호 대형그림인 이왈종의 ‘중도의 세계’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온갖 꽃들을 배경으로 웅비하는 듯한 흑마의 기상이 우렁차다.
왼쪽으로 몸을 돌려 몇 걸음 옮기면 온갖 마구를 다 갖춘 말을 접한다.
비록 모형이나 경주마와 체격이 비슷하고 화려하게 장식된 마구가 눈길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당장이라도 유리벽을 깨부수고 뛰쳐나올 것 같은 생동감이 느껴진다.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된 말갖춤 일습과 금령총 출토 기마인물형토기 및 고구려 고분벽화의 기마인물도 등에 표현된 마구를 토대로 복원했다는 안내원의 말을 뒤로 본격적인 유적과 유물 사냥에 나선다.
말을 길들여 부리기에 필수적인 장구인 신라시대 재갈은 부식상태가 심하나 천년 이상의 세월 훌쩍 건너 뛰어 우리들 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고 무관의 관직에 따라 재질과 모양을 달리한 말방울은 선조들의 장인정신이 물씬 풍겨 나온다.
말굽에 부착하는 편자는 칡에서부터 철까지 변천사를 보여주고 이름도 생소한 말띠꾸미개, 말때드리개, 띠고리는 그림을 봐야 어디에 사용했는지를 알 수 있으나 하나같이 모양이 재미나다.
안장은 그 자체가 예술품이다.
언뜻 보면 왕관 같기도 한 가야와 고려시대 안장가리개는 현대인도 도저히 따라 잡지 못할 공예기술이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특히 주목받는 안장은 영친왕 이은 공이 사용했던 기린문안장으로 조선시대 제왕의 적자만이 사용했던 기린문을 고종의 일곱째 아들이 이 문양을 넣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발거리는 외양보다는 은상감, 금상감으로 당초문이나 용문과 발등을 덮는 호등의 화려한 문양과 장식 기법을 세밀히 관찰하는 재미에 빠져드는 편이 좋다.
자, 이쯤에서 등나무 그늘이 시원한 박물관 바로 앞 벤치에 앉아 지금까지 본 것들을 다시 음미하며 잠시 휴식을 취해 봄도 좋겠다.
주말과는 달리 평일엔 고요 속에 잠긴 주변 풍광들이 의외로 오랜만의 편안함과 여유를 안겨준다.
유물만 하도 봐 다소 지루하다면 그림과 책 쪽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그림은 단연 근대화단의 대표적 화가였던 안중식의 ‘유하신마도’가 압권이다.
신 화백이 세상을 뜨기 1년 전인 1918년에 그린 이 그림은 대목인 수양버들 앞을 힘차게 달리는 신마를 소재로 잡았다.
당시 일제치하 암울했던 시대에 신마란 간접적인 표현기법을 빌려 독립을 염원했다는 학예사의 해설에 귀는 열어놓고 눈으로 본다면 작가의 구국정신이 가슴 한구석 용솟음친다.
근대 화단을 이끌었던 지운영의 ‘준마도’, (사)한민족 전통무예 격구협회가 보고 복원, 10년째 경마공원에서 재현해 온 ‘격구도’, 작가 미상이나 조선 후기 작품으로 추정되는 ‘호렵도 병풍’, 조선 무인으로 말을 그 누구보다 사랑했다는 이석구의 ‘애마송병풍’역시 필견이다.
1900년 전후 전국 12도에 분포한 마필과 당나귀, 노새의 두수현황을 점의 크기와 밀도로 표시한 ‘각필마필분포도’는 그림자체는 밋밋하나 당시 말이 사회에 미친 영향이 대단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이번엔 토기로 보는 마문화쪽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성곽부근이나 무덤에서 나온 토기들은 말의 존재가 우리 민족의 삶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걸작부터 소개한다면 가야‘마형토기뿔잔’으로 2단 원형의 가야식 기대 위에 올려진 말 안장위에 우각형 뿔잔을 비스듬히 얹어놓았다.
조형적 아름다움이 빼어나 한국미술 5천년전 기획 일환으로 3년간 미국 등 외국순회 전시되기도 했다.
부장품 중 귀족층에서 나온 옥석과 자기제품은 세련된 반면 서민들 부장품은 투박하나 소박하고 귀여워 어린이 관람객이 깔깔대고 재잘거리는 소리에 조용하던 박물관이 한때 물결이 인다.
전쟁에 나서는 무관에게, 먼 길 떠나는 사신에게 임금이 술을 담아 하사했다는 고려 조선시대 ‘마상배’는 대체적으로 아랫부분이 팽이처럼 뾰족하다.
재미난 것은 고급 술집에서 ‘원샷’으로 이 형태를 본 딴 술잔을 사용하고 있어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마사박물관은 이외 마패, 행낭, 낙인, 궁시, 갑옷, 기치 등 볼거리가 무궁무진하다.
또 꼬마 고객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준비. 지루하지 않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
박물관 구경만으로 성에 차지 않는 나들이 객은 주말을 이용한다면 코앞에서 열리는 경마를 볼 수 있는 보너스가 기다린다.
또 인근엔 서울대공원과 서울랜드가 있어 하루를 가족과 함께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다.
마사박물관은 연중 무휴 운영하고 입장료와 각종 소개책자는 모두모두 공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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