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남부경찰서 매산지구대 모영심 지구대장(36)이 직원들에게 대리운전비를 넣을 수 있는 주머니를 배포하는 등 '음주운전 예방전도사'로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모 지구대장은 8일 자체 제작한 1만원 권 두 장을 접어 넣을 수 있는 가로 8cm, 세로 6cm 주머니 64장을 직원에게 배포했다.
겉면에 "음주운전은 나와 가족 그리고 조직을 파멸시키는 범죄입니다"라는 문구를 새겼다.
직원들은 주머니에 2만원을 넣어 지갑 속에 챙기고 다닌다. 대부분이 수원, 화성, 안산 등 인근에 거주하는데 2만원이면 수원 내에서 음주 후 대리 운전비용으로 적당한 액수.
모 지구대장이 불시검사를해서 한 번 쓰면 바로 채워 놓는 것이 지구대 직원들사이에 철칙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모 지구대장은 "최근 경찰관의 음주사건이 자주 터지고 그 정도가 심각하다"며 "시민들의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경찰이 떳떳해야 한다는 생각에 대리운전비 주머니를 나눠주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2001년 8월 도내 한 경찰서에서는 형사과 폭력반장이 면허취소기준이 넘는 혈중알콜농도 0.112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같은 경찰서 의경에게 적발당하자 집에서 쉬고 있던 같은 반 소속 직원의 피를 뽑아 처벌을 면했다가 문제가 돼 직위해제를 당하고 경찰서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사과하기도 했다.
지구대 김기춘 순경(31)은 "주머니의 문구를 보면 음주로 인한 파면이나 직위해제 당한 사례가 떠올라 음주운전은 금물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모 경감의 제안은 간단하지만 조직과 개인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되는 사려깊은 발상"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수원 금곡동에서 열린 지구대 직원의 집들이에 모인 15명의 직원들은 술을 마신 뒤 모두 주머니에 든 돈으로 대리운전사를 불러 귀가했다.
수원남부서도 이같은 발상에 착안해 매주 금요일 아침이 되면 '오늘 저녁 술 생각나시죠. 술은 마셔도 음주 운전은 하지 마세요. 청문 감사과'등위 내용으로 전 직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지구대 전병윤 소장(49)은 "주머니 배포 이후, 직원들의 음주운전을 삼가하고 음주횟수도 크게 줄었다"며 "일반 가정에서도 가족간에 하나씩 만들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모 지구대장은 "최근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직원들은 물론 직원 가족이나 친지사이에서도 주머니를 달라는 요청이 들어온다"며 "도내 모든 관공서 직원들과 도민들에게도 적극 권장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