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相思) /정한아 기다리면서 열매는 달아간다 숲 그늘에서 아가리를 벌린 그대의 목젖은 타들어가지 햇빛과 함께 밤과 함께 쏟아지는 스콜과 함께 붕붕거리는 벌 떼와 다른 열매들과 제 과육을 뚫고 나갈 수 없는 씨앗들과 육식의 심성을 지닌 초식동물, 그대 아가리의 경련과 함께 한 열매가 기다리며 닳아간다 - 시집 ‘어른스런 입맞춤’ 기다리는 날들은 무겁고 멀다. 현기증이 인다. 가슴에서 잿빛 먼지들이 흩날린다. 나라는 존재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접고 또 접으면서 서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온전하게 가슴을 다 열어젖히고 맞이할 것 같다. 숨겨두었던 단맛을 터트릴 수 있을 것 같다. 아껴두었던 다른 씨앗들을 발아시킬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 그대여 혹 오시려거든 달에서 오는 빛인 것처럼 살그머니 오세요. 바람이 흔드는 숲의 그늘은 거두어내고 오세요. 정말로 오신다면 백년인 것 같은 오늘은 천년인 것 같은 어제는 나무아래 떨어뜨려 놓겠어요. 그리고 당신이라는 내일로 기꺼이 당도하겠어요. 그런데 당신, 밤의 정적을 깨고 흘러들어가는 단물 소리 들리기는 하는 겁니까? 깜깜한 숲 속의 날들입니다. /김유미 시인
10년의 미국 뉴욕생활을 접고 5년전 한국으로 돌아온 후배가 있다. 모 기업 주재원으로 있었던 그는 만날 때 마다 뉴요커들의 음악과 예술사랑 이야기를 자주 한다. 그러면서 하루하루 치열한 일상을 살면서도 어떻게 그런 마음이 생기는지 상상이 가질 않는 다며 부러움과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전공자는 아니지만 클래식 음악 애호가인 그가 한번은 이런 이야기도 했다. 우연한 기회에 비즈니스 파트너인 뉴요커와 함께 현지 사업가의 집에 초대를 받았다고 한다. 가기 전에 몇몇 음악가들을 초청. 공연을 곁들인 사교 자리라는 설명을 들었지만 와인과 저녁을 먹는 그저 그런 ‘파티’려니 예상 했다고 한다. 그러나 참석 후 예상을 곧 깨졌고. 낯선 환경에 당황까지 했었다고 한다. 그리 넓지 않은 리빙룸에 미니객석처럼 의자가 배치되어 있고 그 앞에 피아니스트를 비롯 바이올리니스트와 첼리스트가 공연준비를 하고 있어서였다는 것이다. 곧 객석이 차고, 연주가 시작되면서 두 번 놀랐다고 한다. 하우스 호스트가 아티스트들을 소개 했는데 경력과 이력이 쟁쟁한 멤버들이었고 연주 또한 수준 높은 감동 그 자체여서 그랬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주위에서도 다양하게 열리고 있는 &
칫솔질 후 잘 되었는지 확인하며 거울을 보았을 때, 치아 주위의 핑크빛 잇몸을 본 적이 있는가? 잇몸은 치아 머리 아래에 있는 뿌리와 뿌리가 박혀있는 잇몸뼈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치아 주위에 날마다 쌓이는 세균들의 침입에도 항상 방어를 하여 잇몸 뼈까지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치아 주위를 단단히 보호하고 있다. 이에 잇몸과 관련해 종종 듣는 질문들에 대해 정리해봤다. 잇몸이 건강한데 앞니에서만 내려가서 뿌리가 보여요. 잇몸은 잇몸뼈의 보호를 위해 단단하게 조직화되어있긴 하지만 만성적인 자극에는 조금씩 밀려나게 된다. 잘못된 칫솔질이 몇 년에 걸쳐서 잇몸을 자극하게 되면 미세하게 상처입고 다시 낫고 하는 과정에서 뿌리가 노출되게 되기도 하고 세균이 쌓이게 된다. 결국 정확한 칫솔질이나 전문적인 스케일링에 의하여 세균이 어느 정도 없어지지 않는다면 잇몸이 빨갛게 변하게 되고 단단했던 잇몸이 점차 말랑해지고 녹아 없어지게 된다. 잇몸이 내려가서 뿌리가 노출된 곳을 원래 모양대로 하고 싶어요. 치아 한 개에 한하여 뿌리가 노출된 것이라면 노출된 길이에 따라 틀려지지만 잇몸 이식을 통하여 단단한 핑크빛 잇몸을 재생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두 개 이상에 걸쳐져 있는
▲김건중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경영관리본부장 <신임 인사차>
서울 용산 전쟁 기념관에는 누구나 한번쯤은 보았을 유명한 ‘형제의 상’이 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한 박규철·박용철 형제를 나타내는 듯한 이 조형물은 국군장교와 인민군 병사가 갈라진 돔의 양단을 딛고 서서 포옹하고 있는 군인 조각상이 한 덩어리가 돼 서로를 안고 있다. 이들의 모습은 화해와 사랑, 용서의 정신이 응축된 평화의 분신이자 형제에게 총을 겨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싸워야 했던 전쟁의 아픔이었던 비극의 분신이기도 하다. 한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어야 했던, 급작스런 북한의 도발이 우리 남한에 미친 상처는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엄청났다. 어린아이까지 전쟁을 경험하게 되며 미군들이 키가 너무 작아서 총을 땅에 질질 끌고 다니는 우리 학도의용군들에게 ‘베이비솔져’라고 불렀다는 일화는 당시 우리의 안타까운 상황의 단면을 보여준다. 전쟁 중 200만 명 가량의 국민이 희생됐으며 전쟁으로 가족을 잃어야했던 남은 이들은 지워지지 않는 흉터처럼 깊이 남아있다. 6·25 전쟁은 올해로 제67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가장 가슴 아픈 역사인 이 전쟁은 아직 끝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1조는 ‘이 법은 적법한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으로써 집회 및 시위의 권리 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우리 경찰은 우선 인권친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집회현장에 차벽·살수차를 원칙적으로 배치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중에 있다. 과격·불법시위에 대비해 경력은 최소한 배치하고, 물리적 진압장비는 예외적으로만 사용해,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서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헌법 재판소, 대통령 관저, 국무총리·국회의장·대법원장·헌재소장 공관, 주한 외국 대사관 등 외교기관과 외교공관 경계지점 100m이내에서는 집회나 시위를 할 수 없다. 이들 시설 주변 100m를 넘어서는 범위에서도 교통이나 안전에 문제가 생길 우려, 불법·폭력시위 변질 가능성 등을 이유로 사전에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경우가 많아 종종 기본권 침해 논란이 발생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전향적 자세로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이나 가축을 막론하고 잊을 만하면 감염병이 발생한다. 그로인한 피해도 어마어마하다. 조류인플루엔자(AI)나 구제역 등 동물 전염병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신종플루 등이 들어와 확산될 때마다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 특히 지난 2015년 5월 처음으로 확진 환자가 발생해 전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은 메르스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첫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온 이후 같은 해 12월23일까지 총 186명의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38명이 사망했다. 이로 인한 피해는 외국관광객 급감, 지역·서민경제 위축 등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2003년 세계 18개국에서 3천여 명이 감염되고 111명이 사망하는 등 공포를 준 사스는 우리나라에서 맥을 추지 못했다. 사망자는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발효식품인 김치가 효능이 있다는 등의 설이 나돌았기도 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노무현 정부의 강력한 방역대책이 효과를 거둔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발생한 메르스 사태에서는 방역행정이 무력했다. 메르스 유언비어를 처벌한다며 국민을 협박했다. 정부가 초기대응을 안이하게 함으로써 사태를
여야가 26일부터 인사청문회를 재개했다. 이날 한승희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시작으로 28일 김영록 농림수산식품부장관 후보자와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자, 그리고 29일에는 김상곤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 후보자와 조명균 통일부장관 후보자, 30일엔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줄줄이 열린다. 그러나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던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임명강행 등으로 야당이 인사청문절차를 중단시켰던 사례로 볼 때 이번 청문회에서도 여야의 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주 인사청문회에 등장할 몇몇 후보자들의 경우 국민과 국회가 납득하지 못할 만한 흠결들이 이미 지적되고 있어 야당의 공세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야당이 낙마를 벼르고 있는 사람은 김상곤 송영무 조대엽 후보자 등 세 명이다. 이들을 ‘부적격 3인방’으로 규정한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지명철회를 요구하는 한편 후보자들에게는 자진사퇴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이번 청문회가 여야 대치정국이 이어지느냐, 정상화를 이루느냐의 분수령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야권은 오는 28일 한미정상회담 차 출국하는 문 대통령에게 미국에 가기 전에 경색된 정국의 해법을 내
사 랑 /김수영 어둠 속에서도 불빛 속에서도 변치 않는 사랑을 배웠다 너로 해서 그러나 너의 얼굴은 어둠에서 불빛으로 넘어가는 그 찰나에 꺼졌다 살아났다 너의 얼굴은 그만큼 불안하다 번개처럼 번개처럼 금이 간 너의 얼굴은 - 김수영 시선집 ‘사랑의 변주곡’ / 창작과비평사·1990년 1961년에 쓰인 시다. 4·19와 5·16이 있던 격변기다. 어둠 속에서도 불빛 속에서도 변치 않는 사랑=조국. 그러나 조국은 여전히 불안한 얼굴을 보여준다. 조국은 늘 불안하다. 어둡고 금 간 조국이다. “어둠에서 불빛으로 넘어가는 그 찰나에 꺼졌다 살아났다… 그만큼 불안”한데, 그러나, “사랑이 이어져가는 밤을 안다 그리고 이 사랑을 만드는 기술을 안다 눈을 떴다 감는 기술- 불란서혁명의 기술, 최근 우리들이 4·19에서 배운 기술- 한번은 이렇게 사랑에 미쳐 날뛸 날이 올 거다! 그리고 그것은 아버지같은 잘못된 시간의 그릇된 명상이 아닐 거다”라고 ‘사랑의 변주곡’으로 시인은 다시 입을 연다. /김은옥 시인
고구마의 원산지는 중앙아메리카다. 15세기 후반 유럽에 전해졌고, 동남아시아와 중국, 오키나와를 거쳐 일본으로 건너왔다. 우리나라에는 1763년 통신사로 일본에 간 ‘조엄’이 고구마 종자를 얻어 온 것이 재배의 시초다. 당시 조엄은 일본에서 고구마의 보관 및 저장 재배법을 배워 돌아올 때 고구마 종자를 갖고 와서 동래와 제주도 지방에 시험 삼아 심게 했다. 동래부사 강필리는 자신의 저서 감저보(甘藷譜)에 조엄이 가져온 고구마 종자를 직접 재배, 성공했다는 내용을 상세히 기록해 놓고 있다. 감저란 ‘달콤한 마’라는 뜻의 조선시대 고구마 별칭이다. 보통 고구마하면 한겨울 추위를 녹여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계절과 상관없이 사랑받는 채소다. 또 특유의 달콤·담백한 맛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 세계 어디서나 각광받고 있다. 삶든 튀기든 굽든 어떻게 요리해도 맛을 잃지 않아서다. 게다가 당질과 비타민C가 풍부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가 높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고구마가 심장보호, 혈당 제어, 스트레스 감소, 면역력 증강, 피부와 머릿결 보호, 항암 예방효과가 뛰어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말 ‘고구마’는 어디서 유래했을까? 고구마를 뜻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