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5일, 전국 법원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국회가 개정을 추진하는 ‘사법개혁 3법’에 대해 집단적인 우려를 표명했다.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 이들의 주된 논리다. 하지만 국민의 시각에서 볼 때, 이번 법원장 회의의 모습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특권의식이 그 배경이고, 작금의 사법 불신을 자초한 과오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결여된 적반하장식 행보로 비춰질 뿐이다.
사법부가 ‘독립’이라는 가치를 내세우기 전에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하나다. 과연 우리 법원이 국민의 상식과 법 감정에 부합하는 정의를 실현해 왔는가 하는 점이다. 지난 해 대선국면에서 보여준 대법원의 대선 개입 논란은 사법부의 독립성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겼다. 특히 국민적 공분을 샀던 ‘윤석열 내란수괴 구속취소’와 같은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들은 사법부가 법리가 아닌 정치를 하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양심껏 심판해야 할 법관들이 오히려 권력의 눈치를 보거나 특정 진영의 방패막이 역할을 자처해온 것은 아닌지 뼈저린 성찰이 선행되어야 했다.
이번 법원장 회의에서 나온 발언들을 살펴보면 실망감은 더욱 커진다. 이들은 사법개혁 3법이 법관의 독립성을 해치고 사법 행정의 효율성을 저해한다고 강변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법왜곡죄에 대해선 범죄 구성요건이 추상적이어서 심대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다.” “재판소원은 재판 확벙 지연으로 국민 피해가 우려된다.” “대법관 증원은 4명만 증원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사법개혁 논의가 이 지경에 이른 근본적인 원인은 사법부 스스로가 개혁의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이다. 재판 지연으로 인한 국민적 고통은 외면한 채, 법관의 처우 개선과 권한 강화에만 몰두해온 사법부가 이제 와서 입법부의 사법개혁 논의를 비난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다. 국민이 부여한 신뢰를 스스로 저버린 사법부에 대해 주권자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당연한 작동 원리다.
사법부는 국회에서 만들어진 법에 따라 판정을 하는 기관이지, 법을 만드는 기관이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40조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를 거쳐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것은 입법부 본연의 권한이자 의무다. 만약 해당 법률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통해 가려질 영역이다. 법원의 수장들이 입법 단계에서부터 집단적으로 실력 행사에 나서는 것은 삼권분립의 경계를 허무는 위험한 발상이다. 이는 마치 자신들이 입법부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초법적 존재인 양 착각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현재 사법부가 직면한 위기는 외부의 공격 때문이 아니라 내부의 자정시스템 붕괴에서 비롯된 것이다. 공정성을 잃은 판결, 제 식구 감싸기식 징계, 관료화된 사법 행정이 국민의 신뢰를 갉아먹었다. 법원장들은 입장문을 내기 전에, 왜 국민이 사법부의 판결보다 정치권의 개혁안에 더 귀를 기울이는지부터 자문해야 한다. 국민은 정치하는 판사가 아니라, 법과 원칙에 충실한 판사를 원한다.
어제부터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고 있는 ‘사법개혁 3법’에 대해 여러 비판과 사회적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논란의 해소는 국회라는 공론의 장에서 국민 의견을 수렴하면서 이뤄져야 하고, 최종적으로는 헌법재판소에서 결정하면 된다. 이것이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민주주의 원리이고 정신이다.
사법부는 이제라도 본연의 임무인 '공정한 재판'을 위한 내부 제도정비와 개혁에 나서야 한다. 재판 지연과 널뛰기 판결로 피해보는 국민이 없도록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사법부 독립의 방패와 사법부의 존엄한 권위는 법원장들의 성명이 아니라,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판결에서 나온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국민의 개혁 요구를 겸허히 수용하고, 스스로를 도려내는 고통을 감내해야 할 시점이다. 반성 없는 사법부에 돌아갈 국민의 신뢰는 단 한 뼘도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