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올스타를 독식했다. 팬 투표 결과 선발투수, 구원투수에서 지명타자까지 11자리를 싹 쓸었다. 열성팬들이 56일간 출근부 도장 찍듯 투표에 참여한 결과다. 팀의 영광이므로 LG 구단은 축제 분위기여야 한다. 하지만 선발된 선수들마저 많이 당황한 모습이다. 지난해엔 롯데 자이언츠가 딱 그 짝이었다. 올스타 투표 독식이 반드시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초호화 멤버를 끌어 모은 프로 팀이라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문제는 과연 지난해 롯데나 올해 LG ‘올스타’들이 전부 최고의 선수냐 하는 점이다. 실력과 인기를 모두 갖춘 선수, 실력은 떨어지나 인기는 높은 선수, 실력도 인기도 별로이나 묻지마 투표로 선발된 선수가 뒤섞여 있다는 건 선수들 본인이 더 잘 안다. 인기는 실력과 무관하다. 실력은 인기투표로 검증될 수 없다. 싹쓸이 뒷맛이 씁쓸한 첫 번째 이유다. 진정한 프로야구 팬이라면 응원하는 팀과 잘 하는 선수를 가려볼 줄 아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프로야구와 상관없는 영역이지만, 선거 때마다 특정 지역은 특정 정당이 독식하는 한국 선거문화가 떠오른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라면 막대기라도 찍는다. 한국 정치가 후진성을 벗어나지
남덕유산을 오른다. 맘껏 푸르러진 7월의 수목을 비집고 풀벌레 울음이 청량감을 더해준다. 적당히 흘러내리는 계곡물과 계곡을 타고 오르는 바람이 땀으로 흥건해진 몸을 씻어준다. 덕이 많아 지어진 이름이 덕유산이라 했던가. 사람의 발길이 뜸한 곳이라 그런지 산나물이 풍성했다. 코끝에 스미는 향을 따라가다 보면 더덕이 나무를 감아 올라서고 산마늘이며 둥굴레 등 반갑고 익숙한 이름의 풋것들에 눈길을 주다보니 이대로 산사람이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얼마간 오르막을 올라도 탐방로가 나타나지 않았다. 길이 없어 풀과 나무를 헤집으며 걸었다. 길을 잃은 것이다. 지도를 펴 놓고 위치를 파악했지만 종잡을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하늘이 보이는 곳을 향해 걸었지만 불안감이 엄습했다. 산이 깊어서인지 아니면 길을 잘못 들어서인지 우리 말고는 누구도 없었다. 두려움과 공포도 밀려왔다. 땀이 흘러 옷은 흠뻑 젖었고 산안개가 시야를 좁혔다. 힘차게 울어대던 풀벌레 소리마저도 뚝 끊긴 산은 적막하고 고요했다. 산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이 이토록 두렵고 무서운지 새삼 느꼈다. 도적떼가 들끓었다는 육십령 고개의 전설이 떠올랐고 주변의 작은 기척만으로도 신경이 곤두서고 혹여 산짐승을 만나
애월 혹은/서안나 애월(涯月)에선 취한 밤도 문장이다 팽나무 아래서 당신과 백 년 동안 술잔을 기울이고 싶었다 서쪽을 보는 당신의 먼 눈 울음이라는 것 느리게 걸어보는 것 나는 썩은 귀 당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애월에서 사랑은 비루해진다 애월이라 처음 소리 내어 부른 사람, 물가에 달을 끌어와 젖은 달빛 건져 올리고 소매가 젖었을 것이다 그가 빛나는 이마를 대던 계절은 높고 환했으리라 달빛과 달빛이 겹쳐지는 어금니같이 아려 오는 검은 문장, 애월 나는 물가에 앉아 짐승처럼 달의 문장을 빠져나가는 중이다 서안나 시집, 립스틱의 발달사/ 천년의 시작/2013 아무 상관도 없던 한 지명(地名)이 선뜻 다가와 한 생을 거기서 나서 사랑하고 늙어죽은 것처럼 사무칠 때가 있다. 시인에게 애월은 어느 날 문득 그렇게 왔을 것, ‘사랑하는 이와 백 년 동안 술잔을 기울이고 싶은’ 그러나 풍경은 살아있는 것이어서 이미 취한 이를 한 정점에 오래 세워두지 않는다. 비로소 ‘당신의 먼 눈 울음이라는 것’ 귀가 무디어지고 ‘사랑은 비루해진다’. 다시 최초의 애월에게로 ‘젖은 달빛 건져 올려 소매가 젖
지난 5월 세계 최대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이 국내에 본격 진출했다. 인천과 미국 댈러스를 연결하는 직항노선에 취항한 것이다. 주 7회 운항으로 가격도 국내항공사 보다 20만∼30만원 정도 싸다. 독점노선을 갖고 있던 대한항공은 바짝 긴장했고, 직접 경쟁자는 아니지만 아시아나항공도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아메리카항공의 진출로 국내 항공사가 긴장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아메리카항공이 세계3대 항공 동맹체인 ‘원월드 얼라이언스’를 창립한 항공사이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항공업계는 크게 3개의 항공동맹체로 나눠져 있다. ‘원월드’를 비롯 대한항공이 창립멤버인 ‘스카이팀’, 아시아나항공이 속해 있는 ‘스타 얼라이언스’ 등이다. 항공사들이 항공동맹체를 만들거나 그곳에 가입하는 것은 항공사들 간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기 위함이다. 이럴 경우 같은 동맹체에 속한 항공사들은 서로의 노선에 대해 코드쉐어(좌석 공유)를 통해 네트워크를 넓힐 수 있다. 또 항공유를 공동구매하고 공항시설을 함께 사용하는 등 공동 마케팅을 통해 비용도 아낀다. 승객들도 같은 항공동맹 소속 항공사를 이용할 경우 마일리지 적립이 가능해 항공편을 무료로 이용하거나 좌석을 업그레이드하는 혜택을
2012년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청소년 정직지수가 초·중·고등학생 각각 85점, 72점, 67점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등학생의 44%가 ‘10억 원이 생긴다면 1년간 감옥행도 무릅쓰겠다.’고 응답한 것은 큰 충격을 주었다. 또한 최근 한국투명성기구의 ‘청렴성 조사’에서도 ‘부자가 되는 것과 정직하게 사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15∼30세의 40.1%가 부자를 택했고, ‘거짓말하거나 부패한 사람과 그러지 않는 사람 중 인생에서 더 성공할 사람은?’이라는 질문에 15∼30세의 51.9%가 거짓말하거나 부패한 사람을 꼽았다. 학년이 높을수록 정직지수가 낮아지고 부자를 선호하며, 거짓말하거나 부패한 사람이 오히려 성공가능성이 더 높다고 믿고 있는 것은 그 동안 우리교육이 ‘우선 정직하라’고 가르치기보다 ‘무조건 유능하라’고 가르친 결과가 아닐까? 그러나 정직성이 없는 유능을 어디에 쓸 것인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정직은 사전에 ‘마음에 거짓이나 꾸밈
본보 12일자 23면 보도에 따르면 성매매를 일삼는 신·변종 불법 성매매업소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특히 수원시 인계동의 경우 수십개의 업소가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성업 중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상가 사무실 오피스텔 바 마사지업소로 위장해 법망을 피해가면서 영업을 하고 있다. 10여개의 원룸을 얻어 대대적인 성매매업을 하는 ‘키스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소간 경쟁이 벌어지면서 불법의 수위도 높아지고 있고, 예약을 하려는 자가 많아 예약조차 힘들 지경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속기관인 경찰은 현장 접근조차 쉽지 않다며 단속에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니 딱하다. 경찰의 해명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수원 인계동을 비롯해 여러 도시의 유명한 유흥가에 가 보면 일반인들도 신·변종 성매매업소를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지역사회의 특성상 오피스텔 등에 들어선 업소들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서 못 찾는 것이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밝혀낼 수 있다. 물론 불법현장을 포착하지 못하는 한 단속에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경찰이 정보망을 가동하기만 하면 포착되지 않을 리가 만무하다. 그러므로 사실 확인조차 어
지난 8일 오후 9시께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한 모텔에서 10대 소녀를 성폭행한 뒤 목을 졸라 죽이고 시신을 끔찍하게 훼손해 유기한 심모군의 사건이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심군의 살인사건이 회자되고 있는 것은 그가 최근 장기매매와 관련된 글에 댓글을 남겼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한 인터넷 매체에 따르면 한 네티즌이 살인사건 휴대전화 번호를 검색해보니 심군이 지난 3월 9일 ‘콩팥 삽니다’라는 글에 댓글을 달았다는 것이다. 해당 이미지에는 휴대전화 번호와 함께 ‘이제 20살입니다. 그전부터 이쪽 세상 알아왔고, 저보다 어린 엘리트들도 많이 봤습니다. 연락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심군이 시신을 훼손하던 도중(9일 오전 1시41분∼3시34분) 친구에게 문자메시지를 16차례 보낸 사실이 경찰조사결과 추가로 밝혀져 충격을 준다. 특히 모텔 화장실에서 잔혹하게 훼손한 시신 사진을 두 차례에 걸쳐 한 장씩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또 SNS를 통해 “마지막 순간까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본 당신 용기 높게 삽니다. 고맙네요. 그 눈빛이 두렵지 않다는 걸 확인하게 해줘서”라는 등 피해자를 조롱하는 듯한 글을 올린 것으로 드러나
공포영화에 나오는 유체이탈이란 말이 언젠가부터 유행이다. 무언가를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자신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듯이 객관적인 제3자처럼 말하는 것을 빗대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일컫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 고수였으며, 박근혜 대통령의 내공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라고 평가받는다. 최근 박 대통령은 국정원의 조직적인 대선 개입에 대해 “이번 기회에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고 지시했다.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국정원에 대해 스스로 개혁방안을 마련하도록 ‘셀프 개혁’을 주문한 셈이다. 대통령이 국정원 개혁을 말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마치 이번 논란이 자신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듯이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는 청와대의 그릇된 인식에는 실망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경위야 어찌됐든 대통령께서는 후보 시절에 “그 불쌍한 여직원, 결국 무죄인데도 민주당은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며 국정원 댓글 여직원이 ‘인권침해의 희생양’으로 비치도록 진실을 호도한 바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검찰 수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