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동사무소 앞에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라는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그 플래카드를 볼 때마다, 6·25 전쟁과 그동안 북한의 도발로 희생된 분들을 생각하며 마음이 아프고, 전쟁의 위협이 없는 땅에서 살고 싶은 바람이 간절해진다. 나는 개인적으로 전쟁을 겪어 본 사람도 아니고, 가족 중에 전쟁으로 희생된 사람도 없지만,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에 나고 자라면서 받은 간접적인 피해는 참으로 많았던 것 같다. 아직도 기억나는 내 인생 최초의 악몽은 일곱 살 때쯤 꾼 간첩 꿈이었다. 우리 집에 간첩이 들어 왔는데, 바들바들 떨며 숨을 곳을 찾던 공포감이 생생하다. 만나 본 적도 없는 누군가를 뿔 달린 도깨비라 못 박고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교육받은 어린 시절이었다. 탈북자 연구를 하며 만난 북한사람들은 뿔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랑 비슷한 게 많았다. 어린아이에게 단지 어떤 배경 때문에 누군가를 무조건 배척하라는 것은 좋은 교육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적대감을 가르치지 않아도 되는 것, 내가 통일 세상을 꿈꾸는 이유이다. 분단국가에 살면서 피해를 본 사람들을 크면서 많이 보았다. 월북
독일 바이에른 주의 수도인 뮌헨에서 서남쪽으로 1시간 정도 가면 독일에서 가장 높은 산이 있는 독일 알프스가 시작됩니다. 한 여름에도 정상에 눈이 쌓여있고 큰 호수가 있어 휴양지로 잘 알려진 아주 작은 툿칭이라는 시골마을이 있습니다. 여기에 독일 개신교 아카데미라는 작은 회의장이 있는데 이곳에서 지난 5월 말, 한신대학교 ‘평화와 공공성 센터’와 미국의 시라큐스 대학, 독일의 ‘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등이 공동으로 주최한 동북아시아 평화와 한반도문제에 대한 두 번째 국제학술모임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모임은 작년 4월 뉴욕에서 열렸고, 남과 북,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대표들이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두 번째 모임에는 유감스럽게도 북한에서 아무도 올 수 없었습니다. 박근혜 정부 후 남북관계가 이전보다 전향적으로 진전되리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개성공단 폐쇄 이후, 그나마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된 남북당국 간 회담도 준비단계에서 결렬되었습니다. 이른바 격(格)이 문제된 것이지요. 바로잡을 ‘격’은 사전적으로 ‘주위 환경이나 형편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수나 품위’를 의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조국의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후략-’ 이 노래를 아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될까? 아직도 끝나지 않았으나 잊혀가는 전쟁, 6·25로 수백만명이 죽었고 1천만 이상의 이산가족이 생겼다. 남·북한은 물론 중국동포까지 무사한 가정이 없었다. 우리가족도 이 전쟁에서 막내삼촌을 잃었다. 1950년, 중학교 3학년이던 삼촌은 학도병으로 참전하셨다. 평소와 다름없이 책가방을 들고 집을 나선 후 그 길로 영영 돌아오지 못하고 말았다. 그해 여름, 먼 메아리처럼 쿵… 쿵 하는 소리와, 보퉁이를 이고 진 사람들이 신작로를 따라 줄지어 가고 있었다. 우리들의 놀이터였던 당산나무 아래에도 낯선 사람들이 빼곡 차, 누워 있거나 밥을 지어 먹던, 바랜 흑백사진 같은 유년의 토막기억들이 남아있다. 삼촌은 입대 후 한 번의 연락도 없었다. 막내를 전쟁터에 보낸 할머니의 눈물은 마를 날이 없었다. 장맛비가 내리고 두꺼비가 엉금엉금 마당으로 기어 나오던 날, ‘홍두야’ 삼촌을 부르며 통곡하시던 모습이 선하다. 문풍지가 파르르 우는 한겨울, 화롯불 앞에서는 ‘이놈
신 모나리자 /이명 세월이 흐르자 모나리자의 눈꺼풀이 쳐졌다 얼굴에는 거뭇거뭇 점들이 생겨났다 다빈치의 노트북에는 구면球面에 비친 상을 평면平面에 옮기면 같은 길이의 대상이라도 각도에 따라 각각 다른 길이로 투사된다는데 눈꺼풀이 쳐지는 바람에 그녀의 소실축도 아래로 내려왔다 내 기억 속의 그녀는 티없이 맑은 인상이었다 안쪽으로 무한히 감겨들어가는 황금분할의 직사각형에 따라 이목구비가 갖춰진 얼굴 그녀의 얼굴을 되살리는 작업은 내 기억 속의 그녀를 온전히 불러내어 실물과 대조하는 일뿐인데 미숙련공 다빈치가 레이저와 해부용 칼을 도구로 사용하는 바람에 모나리자, 미소가 사라졌다. -이명 시집 <앵무새학당>에서- 아름다움은 본래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제일이다. 그런데 세상이 변하고 또한 사람들의 마음도 간사하게 변하여 예전의 아름다움보다 더 아름다운 얼굴이 되고 싶어 안달이다. 본래의 아름다움에 반했던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지극히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세월의 때가 묻으면 이겨낼 재간이 없다. 세월의 때조차도 아름다움의 한 부분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이겨내기가 힘들 것이다. 새로운 문명이 제아무리 대단한 레이저와 해부용 칼을 휘두른다 해도 신의 오묘한 재주
1969년 8월 15일 미국 뉴욕 북부 베델 근처 화이트 레이크의 한 농장에서 열린 「우드스탁」 페스티벌은 지금도 록페스티벌의 상징이자 전설로 불린다. 당시 히피, 반전이라는 이유로 당국이 개최를 제재했지만 50여만명의 젊은이들이 몰려들어 진흙 펄을 구르며 ‘사랑’과 ‘평화’를 외쳤다. 기타의 신 지미 핸드릭스, 포크의 여왕 존 바이즈, 그룹 산타나 등 당대 최고의 뮤지션들이 무대에 섰고 거의 모든 장르의 록 음악이 연주된 한바탕의 잔치였다. 당시 록페스티벌은 음악 공연이라기보다 하나의 문화현상이었다. 그리고 젊은이들에겐 반전과 평화를 노래하고, 기존 체제에 대한 반감을 마음껏 표출하는 해방구였다. 「우드스탁」이 1960년대 카운터컬처와 반전운동을 상징하는, 20세기의 가장 큰 문화적 사건으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 있다. 1970년대 이후 록페스티벌의 중심은 영국으로 이동했다. 영국에서 개최되는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은 유럽을 대표하는 꿈의 무대고 일본에서 열리는 ‘후지록’과 ‘서머소닉 페스티벌’은 아시아의 대표적인 록페스티벌로 꼽힌다. 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4대 록페스티벌 중 하나로 불린다. 매년 여름에 열리는 이 축제는 1999년
<난, 화환, 화분> ▲(사)한국미술협회 화성지부장 이상근 ▲갤러리아백화점 ▲경기경찰청 청장 이만희 ▲경기남부주류도매업협회 회장 오정석 ▲경기도관광협회 회장 신유철 ▲광주하남교육지원청 교육장 김규성 ▲경기도농업기술원 원장 임재욱 ▲경기도문화원연합회장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 손혜리 ▲경기도문화재단 대표이사 엄기영 ▲경기도상공회의소연합회 회장 백남홍 ▲경기도생활체육회 사무처장 한규택 ▲경기도의회 보건복지공보위원회 ▲경기도의회 새누리당 대표의원실 ▲경기도장애인체육회 ▲경기도체육회 사무처장 이태영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최신원 ▲경기신문 수원지사장 이원균 ▲경기신문편집자문위원회 ▲경기신문편집자문위원회 기획분과위원장 오성웅 ▲경기신문편집자문위원회 회장 신상길 ▲경기평생교육진흥원 원장 이성 ▲경기평택항만공사 사장 최홍철 ▲고양 덕양구청 구청장 ▲고양시의회 ▲광주시의회 ▲광명경찰서 서장 김종섭 ▲광명교육지원청 김환기 ▲광명소방서 서장 안충진 ▲광명시청 ▲광주시청 ▲광주지방공사 사장 이영우 ▲구리도시공사 사장 양영모 ▲구리시청 ▲구리시청 부시장 김태한 ▲구리시청 주민생활지원국장 김승환 ▲국민은행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정정택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요즘 문화체육관광부는 외국계 자본이 인천 영종도에 설립 신청한 카지노 심사를 놓고 매우 고민하는 모습이다. 영종도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호텔 등 복합리조트 조성을 추진 중인 리포-시저스는 지난 1월 문광부에 카지노 설립 사전심사를 청구했다. 일본계 유니버설엔터테인먼트도 인천국제공항 국제업무단지에 카지노호텔을 포함한 복합리조트를 짓기 위해 지난 2월 사전심사를 청구했다. 문광부의 고민은 이러한 신청에 대해 이달 안에 가부(可否)를 결정해야 하는 부담이다. 속사정은 다르지만, 외국자본 유치에 사활을 걸다시피 한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도 고민에 휩싸이긴 마찬가지다. 허가 여부에 따라 그동안 추진해온 경제자유구역 내 초대형 개발프로젝트가 탄력을 받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경전(?)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5월 말 일부 언론이 “영종도 카지노는 미국의 리포-시저스사로 사실상 확정됐다”는 보도를 했다. 그러자 문광부는 곧바로 자료를 내고 “보도 내용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의 일방적 주장이다. 최종 결과는 6월에 열리는 사전심사위원회의 결과를 토대로 결정될 것”이라며 반박했다. 뿐만 아니다. 서
아마 우리들 중에 상처 없는 사람 없을 것이며, 그 상처 중 진실로 아픈 것들은 분명히 사람 때문에 생긴 것이리라. 그래서 사람들은 동물을 키우고 식물을 키우며 위안을 받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이미 천만을 넘어선 지 오래라고 하니 한마디로 정말 어마어마한 숫자다. 아마도 이 사람들은 배신을 모르고 모든 걸 내어놓고 충성하는 강아지를 키우면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사람을 따르던 강아지 중 상당수가 사람의 배신으로 길거리로 내던져지고 있으니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전국 유기견 보호소로 접수되는 유기견 수를 따져보면 대략 8만 마리. 전문가들은 10만 마리가 넘는 유기견이 한 해에 발생된다고 추정하는데, 고작 10%만이 새 주인을 만나고 2만 마리는 공식적인 안락사로 삶을 마감하며, 나머지는 보신탕집에 팔려가거나 거리를 배회하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고 한다. 언젠가 한 TV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광경을 잊을 수가 없다. 사람들이 버리고 가서 섬에 남겨진 강아지들, 도저히 주인이 자신을 버렸다고 믿지 못하는 강아지들은 주인의 마지막 모습을 잊지 못해 배가 들어올 때마다 항구에 나가 주인이
사람꽃/고형렬 복숭아 꽃빛이 너무 아름답기로서니 사람꽃 아이만큼은 아름답지 않다네 모란꽃이 그토록 아름답다고는 해도 사람꽃 처녀만큼은 아름답지가 못하네 모두 할아버지들이 되어서 바라보게, 저 사람꽃만큼 아름다운 것이 있는가 뭇 나비가 아무리 아름답다고 하여도 잉어가 아름답다고 암만 쳐다보아도 아무런들 사람만큼은 되지 않는다네 사람만큼은 갖고 싶어지진 않는다네 나도 갖고 싶다. 그것도 사람을 사람꽃을, 사람이 아니면 안 되는 꽃을 갖고 싶다는 시인의 말이 나는 복숭아꽃보다도 모란꽃보다도 연못을 유유히 헤엄치는 금빛잉어의 눈부심보다도 더욱 갖고 싶다. 사람에 부대끼고 미워하고 몸 떨다가도 사람은 끝내 사람인 것이다. 갖고 싶다. 나비처럼 날지는 못할지라도 사람꽃에 뜨거운 숨결로 내려앉아 긴 주둥이 들이밀고서 속삭이고 싶다. /조길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