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이 강산이 산산이 부서지고 피로 물든 날, 사슬에 묶여 가신 우리 님이여, 내 님이시여, 어느 북녘 하늘아래 님은 계실까, 님은 계실까, 어느 북녘 산마루에 묻히셨을까, 묻히셨을까, 겨레여- 이제는 이별의 슬픔을 떨쳐 버리고 하나로 손잡고 만남의 노래를 부르자” 6·25전쟁 납북인사 가족협의회 노래인 ‘만나야 하리’ 가사 중 일부다.
오늘(28일)이 ‘6·25전쟁 납북 희생자 기억의 날’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매년 행사도 열리지만 번번이 그들만의 추모식으로 끝나기 일쑤다. 하지만 희생자 가족들은 오늘도 이 노래를 부른다. 가슴깊이 묻어놓은 슬픔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애끊는 심정으로….
납북희생자란 6·25전쟁 당시 본인의 의사에 반해 북한에 의하여 강제로 납북돼 억류 또는 거주하게 된 사람을 의미한다. 여기에 군인은 포함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정부가 공식 인정한 6·25전쟁 납북자는 2천265명이다. 서울이 847명으로 가장 많고, 경기가 476명, 충북 263명, 강원 243명 등이다. 하지만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가 2002년 정부 자료와 증언 등을 토대로 작성한 납북자 명단은 9만4천700여명이다. 아직도 규명해야할 진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도 된다.
올해가 정전 60주년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납북 피해자에 대한 실태 조사는 미미하기 이를 데 없다. 2010년에야 관련 법률이 제정됐을 정도다. 때문에 가족들은 6·25전쟁이 일어난 지 63년이 지났고 정전된 지도 6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기나긴 고통의 시간 속에 갇혀 힘들어 하고 있다.
‘날 잊지 마세요.’ 물망초의 꽃말이다. 지난해 이런 의미의 물망초를 본떠 만든 하늘색 꽃 모양 배지달기가 각 부처 장관을 비롯 국회의원, 시민들까지 확산된 적이 있다. 납북인사 가족협의회가 납북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생사 확인과 송환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자는 의미에서 벌인 배지달기 캠페인 덕분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그나마도 시들해져 쓸쓸함을 더한다. 납북 피해 진상 규명 및 명예회복은 사실을 잊지 않는 행동이 동반될 때 가능하다. 늦었지만 이 같은 행동이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가 감당해야 할 역사적 책무가 아닌지 자성(自省)해 본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