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신문을 읽으며 /윤석산 토요일 아침, 조간신문 토요 섹션을 본다. 신문 첫 면에는 한쪽 팔이 없는 부인과 한쪽 다리를 못 쓰는 남편이 서로 손을 잡고 환하게 웃고 서 있다. 신문을 넘기고 넘겨 맨 마지막 면에 이르면, 팔십 세 소년이 팔십 세 소녀 부인의 손을 잡고 빙긋이 웃고 있다. 손을 잡으면, 누구나 웃는구나 손을 잡으면 누구나 마음이 환해지는구나 팔이 한쪽 없어도, 한쪽 다리가 불편해도 나이가 팔순이 넘어도 손을 잡으면 누구나 세상을 향해 웃을 수 있구나 그래서 세상의 앞면과 뒷면 모두를 장식하는구나. 토요일 싱그러운 아침을 열며 한쪽 팔이 없는 사람이 한쪽 다리를 못 쓰는 사람의 손을 잡고 활짝 웃으며 걸어 나온다. 팔순이 훨씬 지나도 스물같이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 계면쩍음도 없이 서로 손 꼭 잡고 한 장 한 장 또 한 장 세상 넘기고 계신다. 출처 - 윤석산 시집 『나는 지금 운전중』- 2013년 푸른사상 형식적인 인사치레이기 십상인 악수와 달리, 둘이 나란히 손을 잡는 행위는 ‘열린 마음’ ‘동행’의 의미가 짙다. 친구나 형제자매, 부부, 부모 자식 간이 아니면 선뜻 나올 수 없는 포즈다.
미국 방문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타고 간 전용기 내부가 공개됐다고 해서 작은 화제다. 공개된 내부가 여느 여객기와 똑같은 그야말로 ‘비행기속’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과연 대통령이 타는 비행기는 어떻게 생겼을까, 또 무언가 특별한 게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상상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보안상 이유로 가려져 왔던 비밀의 공간을 일부나마 눈으로 확인했다는 자족감이 화제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화제에 비해 내용은 빈약하다. 기내에 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것과 박 대통령과 수행원들이 회의하는, 좌석이 개조된 장소가 전부여서 그렇다. 사실 대통령 전용기에 대한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높이는 데는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이 한몫 했다. 나는 백악관, 위성통신, 미사일 방어 시스템 등을 갖춘 하늘의 요새, 공중급유기능이 있어 원하는 만큼 비행할 수 있는 전천후비행기 등등 붙는 수식어만도 수십 가지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대통령 전용기 하면 모두 이와 같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우리나라 대통령 전용기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전용기는 에어포스원과는 태생부터 다르다. 에어포스원은 연간 유지비가 2억 달러를 넘는 전용기인 반면, 우리의 비행기는
중국과 일본을 방문할 때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재미는 ‘간판’이다. 의미는 분명히 같지만, 한자 모양은 엄연히 다르다. 우리나라의 한자와는 같음과 다름을 명확히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한국, 중국, 일본, 북한은 한자문화권에 속한다. 여기에 대만과 홍콩의 경우도 포함되고 더 나아가 베트남, 싱가포르까지도 확대된다. 한자는 이미 중국에서만 통용되는 언어가 아니다. 중세시대 이래 공동문자로 우리 고유의 자산이다. ‘한자’와 ‘한문’의 차이를 혼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한자’가 모여 문장이 된 것을 ‘한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통적 한자의 교수법은 ‘글자’에서 ‘어구’로 학습하고 이를 ‘문장’으로 완성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지금도 외래의 학문을 비롯한 여러 새로운 학술어를 받아들이는 경우, 흔히 두세 자의 한자로 번역한다.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좀처럼 없어질 것 같지는 않다. 결국 고유어는 일상어나 감탄어에 국한되고, 한자어는 관념어와 학술어로 확장된다. 단적인 예로 우리말 70% 이상이
인간이 가장 인간다울 때는 울고 웃을 때이다. 영화 ‘송포유(Song for You)’를 보면 우리는 마음껏 울고 웃을 수 있다. 영화 송포유는 입소문을 타고 무서운 뒷심을 발휘해,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결과에 따르면 송포유는 누적 관객수 박스오피스 4위를 기록했다. 이는 박스오피스 순위가 무려 3계단이나 상승한 것이다. 송포유는 아내의 마지막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합창 오디션에 도전하는 남편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한 남자의 아내이자 자녀들의 엄마이기도 한 메리언과 그녀에게 서툴지만 진심을 담은 노래로 사랑을 고백하는 아서의 모습은 자연스레 우리들의 부모님을 떠올리게 하며 관객들의 가슴을 뜨겁게 적시게 한다. 마치 한국사회의 흔한 아버지와 아들 관계를 보는 듯 무뚝뚝한 성격 탓에 애정표현이 어색한 아서와 제임스의 부자 관계는 흔히 느껴봤음직한 부모-자녀 간 소통의 부재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어 관객들에게 더욱 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영화 송포유는 가정의 달인 5월에 어울리는 영화로 등극했다. 이 영화를 부모님과 함께 보고 싶은 관객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송포유의 주인공
그럴 줄 알았다. 6일 열린 국회 정치쇄신특별위원회 과제심사소위원회에서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방안을 논의했다. 그런데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게 대두되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보도를 보면서 혀를 찰 수밖에 없다. 물론 예상 못한 것이 아니다. 국민들은 이미 우리나라 국회의원들 상당수가 반대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비공개로 열린 소위에서는 많은 수의 의원들이 무작정 폐지에 반대한다면서 ‘신중론’ ‘속도조절’ ‘시기상조’를 주장했다고 한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가 물 건너가는 건가? 말이 좋아 ‘신중론’이지 하지 말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야가 따로 없었다. 진보세력도 마찬가지였다. ‘정당공천제 폐지는 여성의원 비율 확보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폐지 논의에 앞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민주당 김태년 의원) ‘정당공천 폐지보다 비례대표 확대를 통해 정치적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 ‘신중히 결정할 수 있도록 의원들의 의견수렴 등을 위한 속도조절 필요성’(새누리당 김재원 의원) 등 의견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쯤 되면 지난 대선 때의 공약은 이미 무의미해졌다고 봐도 된다. 다시 한번 확인하자면 기초단위 선거
여야가 공정거래 관련 법률 2건의 처리를 6월 임시국회로 넘겼다. 엊그제 본회의 상정이 점쳐졌던 일명 ‘프렌차이즈법’ 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금융정보 관련법과 연계되면서 다음 회기로 미뤄진 것이다. 공정거래 관련 두 법안, 특히 ‘프렌차이즈법’은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고 있는 ‘갑의 횡포’로부터 ‘을의 눈물’을 닦아줄 최소한의 법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현금거래정보를 금융정보분석원이 국세청과 공유하도록 한 법률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그럼에도 여야는 이들 법률을 묶어 연기하자는 데 합의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6월 임시국회에서 이들 법안을 우선 처리하겠다고 밝혔으나, 서민의 고통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결정이다. 법안 처리 연기는 시간 끌기 꼼수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도 있다. 이른바 ‘라면상무’, ‘빵회장’으로 촉발된 ‘갑의 행태’에 대한 비판여론은 현재 남양유업의 대리점 횡포로 곪아터진 상황이다.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명절 떡값을 강요했다는 본보의 보도도 사실로 드러났다. ‘갑의 횡포’는 유제품 업계만이 아니라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고질적인 관행이라는 고발도 나왔다. 당초 ‘프랜차이즈법’ 개정을 발의케 한 편의점들만이 아니라 갑
한국부동산개발협회는 오는 1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 2층 중회의실에서 ‘새정부의 부동산정책 방향 및 개발사례 발표회’를 개최한다고 8일 밝혔다. 이번 발표회는 새정부의 부동산정책 방향과 부동산개발사례 분석 등을 통해 지난 2008년 금융위기와 유럽의 재정위기 이후 침체된 국내 부동산시장 활성화 방안을 모색한다. 이날 행상는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실장의 특강과 참여기관들의 사례발표 등으로 진행되며 업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권혁민기자 joyful-tg@
연둣빛 이파리를 달고 반짝이는 신록의 숲길에 들었습니다. 숲은 저마다 다른 채도로 반짝이는 새 잎으로 온통 초록의 바다를 이루고 있습니다. 신발을 벗어 손에 들었습니다.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흙은 포근합니다. 솔향을 듬뿍 머금은 바람이 얼굴을 스쳐지나갑니다. 떨어진 솔잎이 발바닥을 간질입니다. 걸음은 한결 더 기운차고 숲은 싱그럽습니다. 눈을 감고 땅의 기운을 느껴봅니다. 온 몸으로 신록의 물줄기가 쏟아집니다. 샤워를 한듯 정신이 맑아집니다. 어느새 몸은 물론이고 마음까지도 초록으로 물들었습니다. 春마곡, 秋갑사(봄에는 마곡사가, 가을에는 갑사가 최고로 아름답다)라 했던가. 무르익은 봄날, 충남 공주 마곡사는 갖가지 꽃과 여리디 여린 잎들이 꾸며놓은 신록의 바다다. 마곡사를 찾았다. 제일 좋은 시절에 절을 찾은 셈이니 과연 춘마곡(春麻谷)이란 감탄사가 절로 날만하다. 마곡사는 주차장 입구에서 절까지 1㎞ 정도 걸어야 한다. 처음 가는 사람들은 볼멘소리를 하지만 바위 하나, 나무 한 그루에 눈길을 주며 곰곰이 뜯어볼 수 있어 좋다. 경내를 흐르는 맑은 계곡은 새 잎 돋아나는 나뭇가지를 그대로 투영해 낸다. 마곡사는 640년 백제 무왕 때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가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그 대표적인 증세가 지구온난화와 사막화다. 사막화의 중심에 몽골이 있다. 지난해까지 몽골이 기후변화로 인해 2.1℃가 오르면서 호수 1천181개와 강 852개가 사라졌다는 보고는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민감한 일부 정부기구와 지자체, NGO만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질 뿐 대부분 사람들은 ‘소 닭 보듯’ 하고 있다. 최소한의 관심은 조직을 만들고 그 조직은 결국 피폐해지는 지구를 구한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 좋은 예다. 여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의 판단으로 지구의 사막화를 막으려는 사람이 있다. ‘한국판 우공’인 최중한 ㈔휴먼몽골사업단 이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무엇이 사막화의 진원지 몽골로 ‘최공’을 이끌었는지, 그리고 이 문제에 올인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들어본다. 몽골의 사막화는 곧 대한민국 사막화? - 몽골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2005년 로타리클럽 100주년 기념 때 몽골에 나무심기 사업을 전개했다. 그때 학술세미나와 전문가 토론 등을 통해 몽골의 사막화 진행속도가 빨라지는 이유가 나무 부족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뿐만 아니
누구에게나 따뜻한 울타리가 필요하다. 개인이든, 가정이든, 단체든, 사회든 예외일 수 없다. 복지 전령사인 사회복지사도 마찬가지다. 근무환경이나 처우, 지위, 신분이 보장돼야 진정한 복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부당한 처우를 바로잡고, 자존감과 자긍심을 심어주어 양질의 복지서비스를 이끌어내는 울타리 같은 존재가 있다. 조승철 경기도사회복지사협회(경사협) 회장이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해 전국 최초로 치러진 직접 선거에서 당당히 합격점수를 받았다. 그것도 사회복지사의 ‘강한 울타리론’을 들고 나왔다. 제9회 경기도사회복지사대회를 앞두고, 그동안 현장에서 겪은 사회복지사로서의 진솔한 얘기를 들어봤다. “경기도 시·군을 순회하면서 대회를 치르고 있습니다. 그래야 지회 위상이 올라가죠. 올해부터는 사회복지대상도 만들었어요. 시·군을 직접 평가하여 대상을 수여함으로써 협회 위상을 제고했습니다. 내년에는 시·군의 관심이 조금 더 높아질 것으로 봅니다.” 조승철 회장이 성대한(?) 경사협 대회를 고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31개 시·군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