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황금은 도덕이 빛을 잃었을 때에 가장 빛이 난다’고 했다.
세계적으로 금값은 내리고 있으나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황금이 빛을 발하고 있다. 도덕성을 잃어버린 부유층의 모럴 해저드가 황금을 빛나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시중에서 때아닌 골드(Gold Bar)바 러시가 일고 있다. 골드바는 1Kg, 100g, 10g짜리 등이 있지만 주로 1Kg짜리 막대 모양 금괴를 가리키는 말이다. 가로 5㎝, 세로 11㎝, 두께 0.8㎝로 스마트폰 크기다. 가격은 개당 6천370여만원으로 7천만원 이상이던 1년 전보다 10% 이상 내려갔다. 참고로 100g짜리는 명함 3분의 2 크기로 부가세·수수료를 합치면 640여만원이다. 10g짜리는 초콜릿 한 조각 크기 정도다.
얼마 전 신한은행 프라이빗뱅킹(PB, 10억원 이상 자산가 자산관리 서비스)센터 직원들이 하루 종일 이런 골드바를 구하느라 진땀을 흘렸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 노신사가 찾아와 100억원어치를 사겠다고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전 재산을 금으로 바꿔 세상을 떠날 때 자녀에게 세금 부담 없이 상속하겠다”며 골드바를 사갔다고 한다. 손도 크지만 진취적(?)인 생각이 혀를 차게 한다.
그런가 하면 금융종합소득 세무조사 강화 소식에 놀란 일부 가진 자들이 재산을 미리 숨겨 놓기 위해 골드바를 사 모으느라 야단법석이다. 특히 새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발표 이후 더욱 심화되고 있다. 때문에 시중에서는 현금이 있어도 골드바를 당장 구하지 못하는 품귀현상까지 빚고 있다. 은행에서조차 물량이 부족해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을 기다려야 살 수 있다니 골드바의 귀하신 몸값을 실감케 한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권에서만 총 1천500억원어치 이상의 골드바가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금거래소의 골드바 판매량도 지난해 1월 4억원에서 12월 25억원으로 5배 이상 늘었다.
이에 편승, 골드바를 넣는 금고도 덩달아 인기다. 그것도 내화금고보다 5배나 비싼 특수 강력 금고가 백화점마다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불황으로 장롱 속 금붙이마저 생활비로 내다 팔아야할 처지인 서민들로서는 상상이 안 되는 그저 가슴 답답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