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북천 /임동확 더 이상 거슬러 가지 못해 밑으로만 뻗어가는 강바닥 알고 보면 모두들 낱낱일 뿐인 모래알들이, 자갈들이, 갈대들이 별다른 회의도 없이 저마다 군락群落을 이룬 채 뒤엉켜 있다 그렇게 집단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얼어붙은 겨울 북천 몸통 잘려나간 채 머리만 남은 명태들이 겨우내 말라가고, 방한防寒의 옷가지라곤 날카론 촉수의 가시뿐인 호랑가시나무 한그루 오래 춥고 굶주릴수록 더욱 사나운 야성野性의 한겨울을 홀로 견디고 있다 -시집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 /솔 압록강 지류의 북천인지 경북 경주 토함산을 발원으로 하는 북천인지 알 수 없으나 형산강으로 흘러드는 경북의 북천은 우기 외에는 물이 흐르지 않는 하천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이유로 겨울 북천은 메말라 있을 것이다. 북천으로 모여든 모든 것들도 덩달아 메말라있을 것이다. 푸른 잎 무성했던 나무가 여름내 걸쳤던 잎들을 서서히 버리듯이 수분을 버리는 일은 저마다 한겨울 야성의 추위를 꼿꼿이 견디는 방식이다. ‘몸통 잘려나간 명태들’도 ‘가시뿐인 호랑가시나무 한그루’도 수분을 몸에서 다 빼내는 방식으로 한때를 견뎌내고 있다. ‘알고 보면 모
원로시인 김지하가 39년 만에 무죄판결을 받았다. 유신시절 대표적 저항시인으로 정치인, 장군, 재벌 등을 풍자한 ‘오적(五賊)’을 발표하고 민청학련사건에 연루돼 사형선고까지 받은 그였다. 70년대 말부터 80년대에 대학에 다니던 이들은 딱히 운동권이 아니더라도 김지하를 안다. 당시 김지하라는 이름은 금기어이자 불온한 이름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각 대학에서는 김지하의 저항시를 등사기로 복사해 읽으며 그의 시대정신에 몰입하는 ‘지하의 밤’ 행사가 줄 이었다. 김지하의 시는 시원했다. 똥을 똥이라고 하고, 된장을 된장이라고 말했다. 숱한 고초를 겪으며 그의 시는 날 선 저항의식을 넘어 시대의 아픔과 희망을 노래하는 상징이 됐다. 우리사회가 민주화의 길로 들어서면서 김지하의 이름은 서서히 잊혀 갔다. 간혹 생명사상에 심취한 그의 글이 언론에 비치기는 했지만 대중적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그랬던 그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인을 지지했다. 박 당선인을 지지한 것이 잘못은 아니다. 이제 선거도 끝났으니 색안경을 통해 보는 이들이 없으리라는 안도감에 이야기하건만 김지하의 박근혜 지지는 당혹스러웠다. 건강한 보수와 유능한 진보를 원하는 중립지대의 백면서생이 보더라도 이상
‘100% 대한민국’은 100% 가짜다. 순금 순도도 99.9%가 최고다. 하물며 복잡다단한 인간사에서 100%라니…. 소가 웃을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의 언어란 참 매력 있다. ‘100% 대한민국’에 공명하는 국민이 절반 넘는다. ‘멘붕’에 빠졌다는 나머지 48%도 사실 저 슬로건의 매력을 완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완전 감동이든 조금 감동이든, 감동이 있는 이유는 그것이 원대한 비전이기 때문이다. 건국 이래, 아니 단군 이래 그 비전은 끊임없이 다른 버전으로 새로 태어나지 않았던가? 알면서도 속고, 몰라서 속는 게 정치의 언어이고, 정치의 비전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그 마음을 콕 찍는 데 일단 성공했다. 박 당선인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도 굳혔다. ‘100% 대한민국’이라는 엄청난 약속을 그가 제대로 지키고 싶어 하리라는 걸 굳이 부정할 이유는 없다. 그도 정치인이므로 완벽한 100%는 불가능이라는 걸 모를 리 없다. 단지 100%에 가깝게, 100%를 향하여 확고히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그렇게 표현한 것일
지난달 동생이 이은미의 송별 콘서트에 갔다. 눈이 내리는 토요일. 이화여대 대강당 넓은 홀이 가득 찼다. 그 많은 사람들을 녹여내는 이은미의 열창! 노래 한 곡을 불러도 온 힘을 다해, 다음 곡을 어떻게 부르려나 걱정이 들 정도로 가슴이 터지게 노래한다. 이런 뜨거움, 이런 진정성이 이은미 팬을 만드는 것이겠지. 이은미의 <너는 아름답다>를 들으며 머리에 맴도는 것이 있었다. 내 자신이 정치인(의원을 정치인이 아니라 하는 것은 정치를 폄하하는 의식 때문이다)이기에 그 ‘치열함’을 자신에게 대비해보게 되었다. 현실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에 대해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당당히 맞서야하는 것, 그것도 ‘치열’하게 맞서는 것이야말로 정치인의 자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화려한 조명이 흔들릴 때마다 떠올려졌다. 지난 2년 반 동안의 의정활동을 하며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아껴주고 격려해주었다. 또 많은 사람들이 나를 비판하고, 미워하기도 했다. 그 기간 동안 내게 쏟아진 공통적인 표현은 이것이다.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야” “왜 혼자 욕먹어.” 그렇다. 욕도 많이
이번 겨울은 갑작스러운 폭설과 한파로 지난 12월 한 달 동안 주요 손해보험사에 접수된 긴급 출동은 평소보다 25% 이상 늘어난 200만여 건이었다고 한다. 최근 안산시 대부도의 한 식당에서도 50대 후반의 남성이 식사하고 나오던 중 빙판길에 뒤로 넘어져 머리를 부딪치면서 의식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빠른 신고와 출동으로 응급조치 후 병원으로 옮겨 큰 문제는 없었지만 조금만 늦게 발견했다면 자칫 큰일이 날 수도 있었다. 요즘 날씨는 매서운 추위 속에 눈이 많이 내려 도로와 골목마다 빙판길이라 비상이다. 때문에 일기예보에서 눈이 내린다고 하면 좋은 추억과 감성보다는 걱정부터 된다. 주요 도로는 신속한 제설작업으로 대부분 눈이 치워졌지만 주택가나 골목길, 시골길은 사정이 그렇지 못해 쌓인 눈이 얼어붙어 빙판길이 되어 있다. 빙판길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져 다치는 시민이 속출하고 있고, 구급 출동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큰 도로는 통행에 지장은 없지만 골목길에서는 구급차 운행에도 진땀이 난다. 신속한 출동이 생명인 소방공무원으로서 전력을 기울인다고 하지만 서행할 수밖에 없다. 빙판길 낙상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몇 가지 당부 드린다. 먼저 최대한 몸의
지난 연말 특이한 모임에 초청을 받았다. 수원시 주민참여예산위원회의 1년 평가를 하는 모임이었다. 장안구, 권선구, 팔달구, 영통구의 지역 회의와 시 위원회의 1년간 활동을 결산하고 내년도 발전 계획을 발표하는 축제의 마당이었다. 여기에 청소년위원회 소속 고등학생들이 참여하여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야간 수업하지 않고 나와도 되느냐는 한 학부모의 농담에 ‘나랏일에 참여하라고 보내어 주었다’는 대답부터 심상찮은 분위기를 조성하더니 개그 콘서트를 흉내 내면서 즐거운 분위기를 고조시켜 주었다. 무엇보다 이날 행사는 철저히 주민 위주로 이루어졌고, 시 공무원은 지원하는 역할 분담으로 이루어진 것은 의미 있었다. 연말 결산의 모임에 자발적으로 100여명이 모였고, 스스로 자기 평가를 위해 자료를 모으고 발표를 위한 ppt 자료도 만들고 함께 토론하는 모습을 보였다. 행사가 끝나고 담당 과장이 혼자말로 하는 말이 또한 의미 있었다. “아무런 대가 없이 지역 사회를 위해 저렇게 열심히 하시는 여러분의 열정에 감동을 받습니다.” 이날 행사를 보면서 우리 사회에 주민참여예산의 1기가 끝나고 2기로 접어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
“(전략)…그대 지금/타국을 떠돌며 삶의 무게를 느끼고 있지만/생각해보면/나라가 없었던 시대/바다 건너 강 건너 산 건너 남의 땅//칭얼대는 아이와 식솔들 이끌고 보따리 짊어지고/만주벌판과 연해주, 오사카를 떠돌던 전생도 있었네//그대들 바리바리 짐 싸들고 배 위에 올라 바라보던 산천/점점 더 멀어지고/소주 한 병 마시고 뱃전에서 피우는 담배/연기로 흩어지는 회한//그래, 생각해 보면/우리 보따리 인생 아닌 적 있었겠는가?…(후략)” 인용한 시는 경기도 평택항 소무역연합회 사무실에 걸려 있는 시다. 이 단체는 쉽게 말해서 평택항을 이용해 한·중 간에 소무역 활동을 하는 ‘보따리상’, 일명 ‘다이궁(代公 帶工)’들의 연합체다. ‘다이궁’은 중국어로 ‘물건을 대리 전달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보따리상들은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면세품, 농산물 등을 소규모로 거래한다. 우리나라의 공산품들을 중국에 보내고, 중국의 농산품을 국내로 들여온다. 금액만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로서는 이익이다. 원단, 전자제품 부속품, 화장품, 커피, 과자, 사탕 등 농산물보다 훨씬 값나가는 것들이다. 이들이 휴대하고 들어올 수 있는 세관 한도는 술 1병, 담배 1보루, 농산품 50㎏(한 품목
성남시 자치권력 간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지방자치사상 처음으로 준예산 체제에 들어간 것도 모자라는지 해결 노력은커녕 원색적 상호 비방전에 돌입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통해 “새누리당 고위당직자가 개입한 증거가 있다”며 행정마비와 시민피해를 가져온 것은 다수당의 직무유기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맞서 새누리당협의회도 맞불 기자회견을 열고 “이 시장과 민주통합당이 시민예산을 볼모로 공작정치를 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인신공격도 퍼부었다. 정작 분통을 터뜨려야 할 사람이 누구인데 자기들끼리 말싸움을 벌이는지 심히 유감이다. 준예산에 따른 피해는 지금 고스란히 서민의 고통으로 돌아가고 있다. 공공근로사업이 중단되고, 임대아파트 공동전기료 지원이 끊겼다. 어려울수록 가장 먼저 돌아봐야 하는 저소득층이 당장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경로당 난방비와 양식 지원비도 중단됐다. 30여 년만의 추위라는 엄동설한에 노인들이 경로당 불도 못 때고 밥 한 끼 해결도 못하게 하는 게 말이 되는가. 장애인단체 보조금, 청소년수련관의 인건비와 운영비도 중단됐고, 택시 버스 마을버스 유류세 보조금도 어렵게 됐다. 서민 전체가 볼모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의
나뭇잎 하나에 눈이 가려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는 의미로, 눈앞의 사소한 것에 현혹되어 안목이 좁아진 것을 비유한 말이다. 고전에 무릇 귀는 듣는 것을 주관하고, 눈은 보는 것을 주관한다. 나뭇잎 하나가 눈을 가리면 태산이 보이지 않고 콩 두 알이 귀를 막으면 세찬 천둥소리도 들리지 않는다(夫耳之主聽 目之主明 一葉蔽目 不見泰山 兩豆塞耳 不聞雷霆)는 말이 있다. 사람이 코앞의 이익에 빠지게 되면 다른 그 무엇도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管中窺豹 可見一斑)란 말이 있다. 이 말은 대나무 통 구멍을 통해 표범을 보면 표범 전체가 보이지 않고 표범의 반점만 보인다는 것. 원효대사는 백가(百家)의 설(說)이 옳지 않음이 없고 팔만법문(八萬法門)이 모두 이치에 맞는다. 그런데 견문이 적은 사람은 좁은 소견으로 자기의 견해에 찬동하는 자는 옳고, 견해를 달리하는 자는 그르다 하니 이것은 마치 갈대 구멍으로 하늘을 본 사람이 그 갈대 구멍으로 하늘을 보지 않은 사람들을 보고 모두 하늘을 보지 못한 자라 함과 같다는 논리에 근거한 말을 했다. 그리고 또 일체에 걸림이 없는 사람은 단번에 생사를 벗어난다(一切無寐人 一道出生死)라고도 했다. 원효는 이 같은 말로 당시 왕실의 어리석은
각각 다른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며 14년간 헤어져있던 형제가 경찰의 도움으로 감동의 상봉을 이뤘다. 포천경찰서(서장 최영덕) 생활안전과 여성·청소년계 김태형 순경은 관내 보호시설 일제수색기간 중 장기 무연고자 이모(19)군을 알게 됐다. 김 순경은 이군의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주민등록 조회 등 탐문활동을 펼쳐 지난달 30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 소재 복지관에 거주하는 형 이모(22)군을 찾아 형제의 만남을 도왔다. 형제는 지난 1998년 11월쯤 수원역 앞 노상에서 발견된 후 안양시에 위치한 경기남부아동일시보호소에 보호조치됐다. 이후 포천시에 위치한 아동보호시설에 옮겨졌고, 지적장애 3급인 형은 장애시설로, 동생은 일반 아동보호시설로 가게 되면서 헤어지게 됐다. 동생 이군은 “당시 어렸기 때문에 형에 대한 정확한 기억이 없었는데 이렇게 만나보니 기억이 난다”며 “오랜기간 떨어져 잊고 살았던 내 가족을 찾게 해줘 고맙다”고 전했다. 형 이군의 보호시설 담당교사 김모(51·여)씨는 “가족의 존재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경찰의 적극적이고 세심한 노력으로 찾을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