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도 중순을 훌쩍 지나치고 있다. 신년에 계획했던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지 한번쯤은 점검해 볼 때다. 어떤 가수는 공영방송서 금연을 하겠다고 단호한 약속을 했다. 국민을 상대로 한 약속이니 꼭 지킬 거라 믿는다. 아니 지켜야 한다.
금연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 것인지는 남편의 금연과정을 지켜보면서 알았다. 두어 번 실패 끝에 지금은 금연한 지 5년이 지났으니 성공했다고 믿어도 되겠다. 검은 빛이 돌던 피부도 말갛게 되고, 환절기만 되면 앓던 기관지도 편안해졌다. 무엇보다 간접흡연에 시달리던 가족과 주변사람들이 좋아한다. 하지만 문제는 아들 녀석이다.
아이의 고3때 일이다. 담임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이가 담배를 소지하다 걸렸으니 금일 중으로 학교로 와달라는 전화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늘이 노랗다는 표현이 맞을까.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남편과 함께 학교를 방문했다. 아이가 담배에 노출된 원인이 남편 때문이라는 야속함과 원망이 컸기 때문이다. 아빠가 담배를 피우다보니 아이가 담배를 쉽사리 접할 수 있고 피워보고 싶은 호기심도 작용했을 것이다.
흡연을 하다 걸린 것이 아니고 두께가 있는 소설책 중간에 담뱃갑 크기만큼 책을 파내고 그 안에 담뱃갑을 넣어 책상 밑 서랍에 넣어두었는데 시험관계로 책상을 바꿔 앉는 과정에서 다른 친구가 책을 열어보게 되었고, 선생님께 말씀을 드리면서 발각된 것이다. 학교에서는 아이에 대한 처벌로 교내 봉사활동을 명령했다. 수능을 얼마 앞둔 터라 속도 많이 상하고 걱정도 컸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찾아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이를 앞세워 어느 상점에서 담배를 구입했는지 찾아 나섰다. 어처구니없게도 아이가 담배를 구입한 곳이 경찰서 지구대 앞에 있는 구멍가게였다. 처음에는 절대 미성년자에게는 담배를 팔지 않는다고 발뺌을 하던 주인이 아이를 들이밀자 미안하다며 한번만 봐 달라고 용서를 구한다.
야속함만으로 따진다면 당장 그 가게를 고발하고 싶었지만 죄는 내 자식이 저질렀는데 괜한 사람까지 피해를 준다싶어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당부를 하고 돌아섰다.
그날 밤 나는 아이와 함께 반성문을 썼다. 물론 학교에서 부모에게 반성문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를 잘못 가르치고 잘못 키운 어미의 심정을 담아 장문의 반성문을 썼다.
아이의 봉사활동이 수능 직전에 끝나서 나는 아이를 감독하고 살피는 일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금연하라고 남편에게 재촉을 하며 최대한 아이가 담배에 노출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대학이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정해지다 보니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었고 관리가 안 되다 보니 어쩔 수가 없었고 아이의 흡연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새해가 되면 금연을 하겠다고 다짐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그만큼 금연이 어어려운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흡연인구가 많은 이유도 있다. 갈수록 흡연자의 입지가 좁아들고 있다. 본인의 건강과 가족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라고 금연을 계획한 사람들은 꼭 성공하길 바란다. 금연하겠다고 전 국민 앞에서 당당하게 발표한 가수에게도 찬사를 보낸다. 국민이 감독관이고 응원자이기 때문에 꼭 성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