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입안의 비린내를 헹궈내고 달이 솟아오르는 창가 그의 옆에 앉는다 이미 궁기는 감춰두었건만 손을 핥고 연신 등을 부벼대는 이 마음의 비린내를 어쩐다? 나는 처마 끝 달의 찬장을 열고 맑게 씻은 접시 하나 꺼낸다 오늘 저녁엔 내어줄 게 아무것도 없구나 여기 희고 둥근 것이나 핥아보렴 - 송찬호 시집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2009년/문학과지성사 실제로 고양이를 키울 수도 있겠으나 시집 전체에서 보이듯 사물의 의인화로 가득한 시집이라는 점에서도 고양이는 퇴근하는 시인의 모습이거나 종일토록 드리우고 다니던 그림자이며, 나아가 시인 마음속의 깊은 그늘이 아닐까. 또는 우리들 모두의 그늘이며 문명의 그늘이 아닐까. 그래서 허기로 가득한 자신에게 우리 모두에게 달의 꿈 옥토끼와 함께 방아를 찧는 꿈을 나누자는 이야기가 아닐까. /조길성 시인
소설가 오정희씨가 쓴 ‘중국인 거리’라는 작품이 있다. 6.25 도중에 인천으로 이주해 와 중국인 거리 속에 살게 된 한 소녀의 눈을 통해 본 전쟁의 비극상을 그리고 있다. 중국인거리를 비롯한 외국인거리는 인천 차이나타운 말고도 여러 곳에 존재한다. 인천 차이나타운은 아예 관광객을 노린 관광지로 육성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외국인 거리는 해당 지자체에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안산의 경우 원곡본동에 형성된 다문화거리는 중국 등 60여 개국 6만여 외국인의 생활공간으로, 2009년 안산시로부터 다문화마을특구로 지정됐지만 문제점이 많다. 일명 ‘국경 없는 마을’로도 불리는 안산 다문화거리는 외국인들이 어우러진 이색 공간으로, 외국인들이 80%가량 자체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아시아권의 100개가 넘는 다양하고 별난 음식을 맛볼 수 있지만 외국인 범죄도 그만큼 많이 일어난다. 안산 단원경찰서에 접수된 외국인 범죄는 2007년 408건, 2009년 790건, 2011년 863건 등으로 매년 증가추세를 보인다. 특히 밤의 안산 다문화거리는 '무법천지'라고 이곳에 사는 내국인 주민들이 탄식하고 있을 정도다. 안산만 그런 것이 아니다. 수원역 일대에도 중국인
대형마트가 편한 것은 몇가지 있다. 주차장이 넓어 주차고민을 덜 수 있고 갖가지 공산품과 농산품 등이 질서정연하게 매대를 채우고 있어 필요한 물건을 손쉽게 고를 수 있다. 정해진 가격을 지불하기만 하면 일사분란하게 쇼핑이 이뤄진다. 이런점에 비해 전통시장은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주차장도 그렇고 물건을 골고루 사기 위해서는 이곳저곳 상점을 기웃거려야 한다. 물건에 정가표가 매겨져 있다고는 하지만 적정가격인지 의구심이 들때가가 간혹 있기도 하다. 그 옛부터 추석절 하면 우리 어머니들은 전통시장에서 추석 차례상에 필요한 물품들을 사오곤 했다. 또 명절빔 이라고 해서 멋들어지지는 않았지만 새옷을 사다 아이들을 입혔다. 그렇게 기다리던 추석절에 어미니를 따라 전통시장에 갈라치면 그곳은 천국이었다. 먹고 싶은것, 입고 싶은것, 또 갖가지 볼거리들이 신기하리만치 즐비했다. 하루종일도 힘들지 않았다. 우리의 최대 명절 추석절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에도 많은 사람들은 대형마트에 들러 갖가지 물건들을 구입할 것이다. 한번쯤 옛 정취를 기억하며 전통시장에 가보자. 시장 입구에서부터 자기 물건이 최고라며 목청을 높이는 상인들의 목소리에 잔뜩 힘이 들어간다. 추석명절 분
최근 우리 사회에는 청년 일자리와 함께 장년세대의 일자리 보장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글로벌 경쟁과 기술발전으로 인해 고용 없는 성장이 일상화된 현실에서 어느 계층이건 일자리를 얻고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부당해고나 비정규직 차별시정 등을 주업무로 담당하고 있는 노동위원회에서 관련된 사건을 처리하면서 산업현장의 생생한 모습들을 보고 있다. 판례와 관련 사례가 축적돼 있는 징계나 정리해고 사건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2007년 이후에는 새로운 유형의 부당해고나 차별사건들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정년을 전후한 장년 근로자들의 일자리 문제, 그 중에서도 장년근로자들이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업장에서 나타나는 혼선과 갈등으로 인해 접수되는 사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정년 후 재취업 관련 갈등 증가 사례를 보면, 먼저 노동조합이 회사와 합의해 퇴직자를 계약직으로 재고용했지만 이들 근로자가 정규직에 비해 임금과 근로조건에서 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경우다. 이 사례에서는 노조 위원장이 재고용을 위한 노조의 노력을 설명하면서 근로자들을 설득하는 모습도 있었다. 또 공기업에서 정년을 마친 후 단순노무 업무에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장년 근로자가 회사 내 갈등으
‘축제의 계절’ 가을을 맞아 도내 각 지역에서 볼거리 풍성한 축제의 향연이 펼쳐진다. 가평군은 20일 ‘예술(藝術)- 또 다른 만남’이란 주제로 지역 예술인들의 축제인 ‘가평 예술제’의 막을 올렸다. 3일간 일정으로 펼쳐지는 예술제는 ㈔한국예총 가평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회장 피부호)가 주관하고 군 미술·국악·음악·문인협회가 주최한다. 특히 올해 신규로 창립한 가평사진작가협회의 도자기 사진전시회가 눈길을 끈다. 예술제는 이날 가평생활체육공원 특설무대에서 펼쳐진 축하퍼레이드를 시작으로 각 협회별 풍물경연, 전통 연 만들기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폐막식에는 해바라기 등 7080 통기타 포크송의 주역들이 대거 출연, 주옥같은 히트송을 선보일 예정이다. 안양시는 오는 22일부터 3일간 시민들을 과거로의 시간여행에 초대한다. 평촌중앙공원에서 ‘만안교 다리쌓기’ 재현으로 시작되는 ‘안양시민축제 추억페스티벌’은 중앙공원, 삼덕공원 일대에 60~90년대 안양의 생활사를 체험할 수 있는 6개 테마 추억로를 설치, 관객들을 추억속으로 끌어들일 예정이다. 평촌공원 향수의 추억로는 60년대 안양역과 만안로 일대 구멍가게, 만화방을 재현했고, 삼덕공원 영화의 추억로는
△조경희(전 성남시 정보문화센터 소장)·정복순씨의 장녀 효진양과 정재균·권순선씨의 차남 호진군= 10월3일(수) 낮 12시30분,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13-5 하우스 본 오스티엄(구 컨벤션H) ☎(02)512-1636
고요한 여자는 잠이 들어 깨어나지 않고 새소리를 잡아먹으며 눈이 내리고 세 개의 발가락은 얼음을 가두고 숲 속에는 누가 사나 검은 발톱 바람 흘러내리는 시간은 시계에 잊어버리는 표정은 벽지에 고독한 여자는 잠이 들어 깨어나지 않고 윤곽을 지우며 고양이의 눈은 내리고 여자는 잠에서, 고요한 고독에서 그리고 ‘슬픔’에서 언제 깨어날까요? 어느 행에도 슬프다고 쓰지 않았지만, 행간은 여자의 잠이 슬픔으로부터 비롯됐으며, 슬픔으로부터 탈출하려는 안간힘이라고 간절히 일러주는 듯합니다. 눈은, 소리를 잡아먹으며, 윤곽을 지우며, 슬픈데도 슬프다고 가까운 이에게조차 고백하지 못한 채 홀로 찾아든 어느 머나먼 민박집에서 시간도 표정도 잊고 하염없이 빠져든 여자의 잠처럼, 역시 하염없이 내릴 것 같은데. 여자의 잠이 혹 영원한 잠이 아니기를, 찐득한 슬픔이 말개지도록 자고 난 후에 크게 기지개 켜며 일어난 여자가 온통 흰빛인 바깥으로 걸어 나와 눈 위에 노루처럼 깨끗한 발자국을 남기기를 바래봅니다. /이진희 시인
2012 경기정원문화박람회(이하 정원박람회)가 약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도와 수원시가 주최하는 정원박람회는 오는 10월 12일부터 14일까지 수원 청소년문화공원에서 펼쳐진다. 당초엔 개최 장소를 서호공원으로 준비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이 문화재구역이라는 이유로 박람회 개최 뒤 시설을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여러 차례 협의 끝에 시설 존치가 가능한 인계동 청소년문화공원으로 변경했다. 사실 이 행사는 서호공원이나 만석공원에서 하는 것이 어울린다. 왜냐하면 이번 정원박람회 주제가 ‘공원, 도시농업을 품다’이기 때문이다. 서호나 만석거는 조선조 22대 정조대왕이 만든 농업용 인공저수지이다. 이 농업시설로 인해 당시 가뭄에서도 만족할 만한 소출을 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역사적인 의의로 보나 ‘도시농업의 재조명’이라는 면에서나 잘 어울리는 장소이다. 그러나 문화재구역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행사 뒤 해체하는 기존 박람회와 달리 정원박람회의 모델정원 등 시설은 공원 전시공간으로 보존해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의 요구로 장소를 변경할 수밖에 없지만 수원시민들이 정원박람회에 거는 기대는 크다. 이 행사는 도시 정원문화의 새로운 패러다
대통령 선거 분위기가 후끈 달아 오르고 있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박근혜, 민주통합당 후보로 문재인이 선정된데 이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대학원장이 19일 대권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나온다 안온다, 할거냐 말거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안 원장의 대권 거취표명으로 일단 3자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이번 대선의 특이한 점은 정당 후보보다는 일반 후보자의 인기가 더 크다는데 있다. 그렇다고 범 야권 유력주자로 일컬어지는 안 원장이 대선에 성공한다면 우리나라 정당정치의 고질병이 해소될 것이라고 보는 국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 현실정치의 한계라는 인식이 많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새누리당 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후보는 깨끗한 정치를 표방하며 큰폭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정당후보로 선출되고도 여의도 정치의 탈피를 표방하는 등 거리를 두는 표정이 역력하다. 이는 안 원장과의 후보 단일화를 의식한 선거전략으로 보인다. 이제 대선은 9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의 특징은 ‘여성대 남성’의 성(性) 대결구도에 기존 정당정치와 안철수식 새로운 정치형태의 대립 양상도 띠고 있어 역대 어느 선거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시선을
대법원이 불심검문 기준을 판결문에 기재해 치안 현장에서 경찰의 올바른 공무집행 보장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재확인했다. 이외수 작가는 “불심검문, 기분 더럽다”라고 트윗을 날렸다. 날로 흉포화·잔혹화되는 범죄에 경찰이 ‘방범비상령’을 선포하고 성폭력·강력범죄 총력 대응 흉기소지 등 확인을 위한 불심검문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 말 같다. 미국의 불심검문은 형사상의 정식 수사절차가 진행되기 이전에 현장에서 혐의가 있는 자에 대해 정지시켜 신체수색과 질문을 하는 것을 총칭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경찰관이 개인의 비정상적인 행동이 범죄행동의 진행과 관련이 있다고 합리적으로 의심되며, 이러한 의심을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이고 명백한 사실을 적시할 수 있는 경우에 행인을 영장 없이 정지시키고 신체외부에 대한 몸수색을 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영국은 ‘경찰 및 형사증거법’, ‘형사사법 및 공공질서법’, ‘테러리즘법’ 등 의심의 합리적 근거를 요하는 정지 및 수색권한과 함께 의심할 만한 근거가 없는 경우에는 정지 및 수색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