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5일 광복절 기념식이 서울 용산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다. 용산이 내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과 9월 평양에서의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상징적인 장소였기 때문이다. 용산은 일제강점기 일본의 군사기지였으며 광복 후에는 미군기지가 들어선 착취와 분단의 상징이었다. 광복절 기념식이 이곳에서 열린 것은 역사의 질곡에서 벗어나, 대륙으로 향하는 기점으로 삼고자 하는 이 정부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된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조치를 한다면 올해 안에 철도 연결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경의선과 경원선의 출발지였던 용산에서 동북아 6개국(남한·북한·중국·일본·러시아·몽골)과 미국이 함께 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했다. 이 제안이 성사된다면 “우리의 경제지평은 북방대륙까지 넓히고 동북아 상생번영의 대동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4·27판문점 선언에도 남북 철도와 도로들의 연결 등 10·4선언 합의 사업의 이행이 명시됐다. 경원선은 과거 서울~원산을 이었던 철도였지만 현재는 용산~신탄리 까지만 운행된다. 경의선은 서울~개성~평양, 신의주 등 우리나라 서북부의 대도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주축으로 하는 대북 특별사절단의 방북(5일)이 다가왔다. 4·27 판문점 선언, 6·12 북미정상회담으로 순항하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논의가 북미 간 뿌리 깊은 불신 속에 다시 교착에 빠진 현 상태에서 이번 특사단 방북의 의미는 각별하다. 북한이 특사단에 내놓을 메시지는 가깝게는 이달 중 있을 3차 남북정상회담의 성공 여부를 점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한반도 정세의 향배를 알려줄 방향타 역할을 할 것이다. 객관적 환경이 지난 3월 대북 특사단의 방북 때보다 더 녹록하지 않은 엄중한 상황에서 특사단의 어깨에 놓인 짐은 더 무거워졌다. 그리고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관계를 견인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성과도 있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 날짜 확정 및 의제 논의, 남북관계 발전방안 논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체제 논의 등 특사단이 논의할 의제들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비핵화 문제의 실질적 진전이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의 입장 변화 여부를 주목하고자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특사단과 만나 ‘선(先) 종전선언-후(後) 비핵화’라는 기조에 유연성을 보이면서 핵 신고, 핵물질 생산시설
대가족사회에서 핵가족화 그리고 1인 가구시대로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곁을 지켰던 동물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커졌다. 예전에는 사람과 같이 생활하는 동물을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기르는 동물이라는 뜻으로 ‘애완동물’이라고 불렀지만 요즘에는 동물이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며 안정감과 친밀감을 주는 친구, 가족과 같은 존재라는 뜻에서 ‘반려동물’이라고 부르고 있다. 순찰 중이던 어느 여름날, 운전자석 창문 밖으로 고개를 쑥 내민 강아지 모습을 보고 차량을 정차시켰다. 운전자에게 위반사항에 대하여 설명했지만 “다른 사람들도 다 이렇게 운전하는데 뭐가 문제입니까”라며 반발하였고, 이에 범칙금 4만원을 부과하였다. 현재 반려동물 인구 1천만명 시대에 돌입하면서 도로 위에서 동물을 태우고 차량을 운전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들 중 일부는 “설마 단속하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동물을 품에 안고 운전을 한다. 도로교통법 제39조 5항은 운전자의 운전상태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모든 차의 운전자는 영유아나 동물을 안고서 운전장치를 조작하는 등 안전에 지장을
지구대에 근무하다 보면 종종 장애인 관련 신고를 받는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절도 우려와 통로의 위험한 물건과 관련된 신고를 하며, 청각장애인은 곤란한 상황 속에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느껴 부득이 지구대로 방문했던 경우가 더러 있다. 우리나라 장애인은 약 251만 명(국가통계포털 2016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이미 우리 사회의 하나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은 장애인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편견’으로 대하는 우리의 태도다. ‘다름’을 ‘차별’로 느끼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와 관심이 필요한 시점에서 장애인을 대하는 올바른 에티켓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 시각장애인은 목소리로 사람을 구분하기 때문에 먼저 인사를 건네고 자신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 함께 걸을 때는 반보 앞에 서서 팔꿈치 위를 잡아줘야 하며, 안내견을 쓰다듬거나 먹이를 주면 집중력이 떨어지므로 삼가야 한다. 청각장애인이라고 수화로만 대화하는 것은 아니다. 구화, 필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정면에서 입모양이 보일 수 있도록 차근차근 말해야 하며, 중요한 정보는 글로 전
수원화성의 시설 중 가장 멋진 것을 꼽으라고 하면 누구든지 공심돈을 가장 먼저 생각할 것이다. 당시에는 수평적인 건물이 많았는데 그와 달리 공심돈은 높아서 어디에서든지 볼 수 있어 랜드마크 역할을 하였다. 특히 서북공심돈 입면은 다른 공심돈에 비해 더 세장(細長)하여 멋있었다. 남공심돈의 입면은 하부 치성(雉城)과 분절되어 높이감은 없고, 한 칸의 작은 평면은 팔달문과 대비되어 웅장함보다는 소박한 느낌이 앞선다. 동북공심돈은 성곽 내부에 위치하여 치성과 연결되지 않고 평면이 커서 수직적인 맛보다는 오히려 수평적인 면이 보인다. 서북공심돈이 세장하게 보이는 것은 공심돈과 하부 치성이 일치되어 외관상 한 몸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서북공심돈의 위치는 화서문의 동측으로 화서문의 보호와 그 주변을 방어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높이 제도는 치성과 공심돈을 하나로 만든 일체형으로 높이는 치성 15척과 공심돈 18척이고 상부에 와가(瓦家) 높이까지 더하면 총 40자(12.32m)가 된다. 내부 공간은 3층이며 수직동선은 동북공심돈의 계단이 아닌 남공심돈과 같은 사다리가 설치되었다. 주공격 무기인 불랑기포(佛朗機砲)를 발사할 수 있게 층별로 20개의 포혈(砲穴)을 뚫었다.
공자는 말년에 다음과 같이 술회했다. 그에 나이 70대 때다. 첫 회고는 육십이이순(六十而耳順) 즉 ‘내 나이 육십에 귀가 순해졌다’고 한 것이다. 이 말은 60세가 되니 거슬리는 남의 말도 이해되고 용서되어 편안하게 들을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공자의 말처럼 후대에 많은 사람들은 “우리인생에 있어서 산전수전의 인생사를 겪으며 살아온 60대는 세상사와 사람에 대한 너그러움과 여유가 생긴다”고 한다. 또 역지사지(易地思之)하여 상대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불쾌한 말을 들었어도 젊을 때처럼 조급하게 화를 내거나 서운해 하지 않고 이해하게 된다는 고백도 한다. 그러면서도 점점 귀를 틀어막고 완고해지고 자기고집만 내세우는 마음이 있는 것도 감추지 않는다. 현자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노욕(老慾), 노여움, 노파심(老婆心)의 ‘3노’를 삼가라고 했지만 말이다. 공자는 나이 70에 대해서도 언급 했다. 칠십이종심소욕불유구(七十而從心所慾不踰矩). “내 나이 칠십이 되니 마음이 하자는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라고 술회한 것이 그것이다. 70세를 종심(從心)이라고도 했다. 나이 70이 되면 어떤 행동을 하거나 결정을 해도 실수가 없다는 의미인데, 그만큼 산전
참빗살나무 /김윤숙 참빗처럼 나뭇잎을 파고드는 저 햇살에 한라 능선 차오르는 치렁치렁 그 머릿결 언젠가 마주친 소녀 빛나던 이유 알겠다 어머니 나를 눕혀 서캐를 고르시던 그 손길 설핏 든 잠, 홀로 깨어 서러운 날 땀 냄새 절은 머리칼 참빗살나무 근처다 몇 번을 멈칫대다 끝내 찾지 않은 집 수직의 돌계단 산정 아래 이르러 푸르름 순명으로 받드나 붉게 익는 열매들 햇살이 빗살무늬로 내비칠 때 김윤숙 시인은 ‘참빗살나무’ 작품을 착안하였을 것 같다. 일렁이는 햇살이 한라산의 능선으로 연결되고 다시 반짝이는 소녀의 머릿결로 이어지는 첫수에서 생명력이 느껴진다. ‘어머니 나를 눕혀 서캐를 고르시던’ ‘그 손길’에서는 그리움이 실감난다. 그러다가 ‘홀로 깨어’ 엄마가 없을 때 그 눈물 나는 심정이란, 어린 시절 한 번쯤 겪어보거나 공감할 대목이다. ‘끝내 찾지 않은 집’은 내면의 상처를 앓으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감지된다. 참빗살나무는 어린 순을 나물로 먹기도 하고 약재로 쓰이기도 하며 빨간 열매가 열린다. 이렇게 붉은 열매로 일생을 거두기까지 참빗살나무를 시적
최근 대입제도 개편과정에서 ‘결정장애’라는 얘기를 들은 것은 교육부 실정의 단면일 뿐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장관교체 카드를 꺼냈지만 인물을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특히 대학에 관해서는 근본 철학을 바꾸지 않고는 누가 장관이라도 같을 것이다. 유치원부터 대학원, 학원과 평생교육까지 업무가 많기도 하지만, 모든 교육업무를 결정하고 집행하는 것이 문제다. 대학정책만 해도 주먹구구이거나 정치편향적이라 할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대학강사의 처우를 개선하라는 2010년의 강사법(고등교육법 일부조항)은 아직 시행도 못하는 대표적 탁상행정이다. 강사들도 강사법을 반대해 왔다. 이 법 때문에 실제로는 강사들의 일자리만 줄어들었다. 대학 탓이 아니다. 처우개선에 필요한 예산의 부족뿐 아니라, 한 학기만 개설되는 과목도 많은데 매학기 강의를 맡기려 무리하는 대신 그 과목을 없애는 것이다. 비교육적 결과다. 또 학문적 다양성을 위해 교수채용 시 한 대학 출신이 3분의 2를 넘지 못한다는 규정도 있다. 그런데 그 기준이 학부다. 학부는 달라도 같은 대학원을 나오면 학문적 성향이 비슷하고, 같은 학부출신이라도 다른 데서 학위를 하면 달라
어느 봄날 자주 연락을 하고 지내는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동창 중에 암에 걸려 수술을 하고 병원에 입원을 하였다며 문병을 가자는 친구의 의견이었다. 야학으로 고등학교를 다닌 우리는 남다른 우정으로 뭉쳐서 지냈으나 세월이 많이 흐르다 보니 그것마저도 퇴색이 되고 연락이 안 되는 친구도 더러 있다. 그런 친구 중에 한 친구가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친구이며 슬픈 이야기다. 피치 못할 예기치 않은 일이 있어서 아침 일찍 서둘러 약속 장소에 가서 기다리는데 전화가가 띵동 하고 울린다. 낯익은 이름의 부고다. 가슴이 철렁한다. 이 친구 병문안 갔을 때 경과가 좋다고 했는데 부고가 날라 오다니 하늘이 노래진다. 열정이 유난히 많았던 10대 후반에 야학을 통해 만난 친구들, 열심히 노력한 결과 모두 잘 성장해서 나름 각자에 분야에서 잘 살아왔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현업에서는 물러나는 것은 물론이고 몸이 병들어 병마와 싸우는 친구들도 더러 있다. 이 친구 역시 나름 잘 나가던 친구로 연봉이 억대가 넘는 친구라 잘 나가던 시절에는 바쁘다는 이유로 잘 어울리지도 않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받은 연락으로 소식을 알게 되니 말 그대로 참담하다. 처남이 하는 사업에 보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