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민주화 이후 지금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됐던 정당은 113개, 평균 존속기간은 44개월에 불과하다. 이 중 선거 때 국회의원을 배출한 정당은 40개밖에 안 된다.지금까지 살아남은 정당도 창당 당시의 당명을 갖고 있는 경우는 없다. 박근혜 정권을 창출했다며 정통 보수여당이라 자처하는 자유한국당만 하더라도 그렇다. 뿌리를 살펴보면 지난 1990년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 공화당의 3당 합당으로 이뤄진 민주자유당이 모태다. 자유한국당은 2004년 한나라당 시절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당 지도부 전원이 천막당사로 들어갔다. 반성하고 자숙한다는 의미에서였다. 그 후 8년만인 2012년에는 2011년 10·26 재보선에서 패하자 대선을 준비하기 위해 박근혜 비대위를 출범, 약 15년간 써왔던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꿨다. 명칭뿐 아니라 당 상징색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꾸면서 체질을 완전히 개혁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서였을까? 한동안 보수층을 대변하며 두 명의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그러다 2017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입지가 좁아지면서 새누리당은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변경, 반성과 개혁의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출발도 해보지 못하고
피안 /조유리 파지, 상한 달걀, 시든 파뿌리 고맙다 한 덩어리 노독을 얻어 삶이 아닌 것들 삶이 되게 구기고 깨뜨려 뒷모습 다 퍼내고 오늘 나는 먼 곳에 마음을 둔다 살아서는 지펴보지 못한 눈빛들, 저물녘 궁리포구에 널어둔다 썩은 냄새 풍기는 저것들 참 고맙다 - 조유리의 시집 ‘흰 그늘 속 검은 잠’ 중에서 막다른 포구에 다다는 것처럼 가던 길을 갈 수도, 안 갈 수도 없는 속수무책의 사태에 직면할 때가 있다. 노독(路毒)의 덩어리가 나를 가위처럼 짓눌러 꼼짝을 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럴 때에는 비록 바라왔던 삶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지금 살아 있다.’에만, ‘살아 있기에’ 이런 가위눌림도 당할 수 있다고만 생각해보자. 그러면 나의 ‘삶’을 위해 죽어야만 했던, 지펴지지 못했던 것들이 떠오를 것이다. 파지나 상한 달걀이나 시든 파뿌리처럼 버려졌던 나의 뒷모습들, 나의 신념과 나의 의미와 나의 사랑들. 사실, ‘나’는 저것들을 딛고 간신히라도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썩은 냄새 풍기는 저것들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저것들 속에서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내용보다 제목이 주는 메시지가 강렬하다. 우리는 옆집 아이 공부 잘하는 것이 샘나서 우리 애도 억지로 공부시켜 명문학교에 보내야 직성이 풀린다. 이를 악물고 일해서 나도 남들처럼 부자가 돼야 한다. “배 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참을 수 없다”고 한다. 이런 시기와 질투는 우리나라를 세계 10위권의 부강한 나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우리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해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훨씬 빠르다고 한다. 남들이 바꾸면 나도 산다고 하는 유행에 민감한 성향은 우리 스마트폰을 비롯한 가전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여 주었다. 인구가 5천만 명밖에 안되지만 새로운 제품을 계속 시도할 수 있어서다. 강남일대가 화장품이나 핸드백 등 명품들의 세계적 시제품 시장이란 이야기도 있다. ‘유행공화국’이란 말이 어울린다. 그런데 이런 성향은 장점이자 곧 약점일 수 있다. 최근 세계적 추세가 대량생산 대량소비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의 개성시대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단순히 다른 기업을 따라가는 기업은 곧 도태되고 만다. 우리는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창의적
6월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끝나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 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끝 무렵에 우리나라 기자에게 마지막 질문할 기회를 주었다. 1시간 이상 외신기자들의 질문공세 속에서도 한국기자들이 그때까지 질문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제서야 2명의 한국기자가 질문에 나섰다.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문제에 대해 한국기자들이 소극적 자세를 보인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2010년 11월 G20 서울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 때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기자에게 질문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나서는 한국기자가 없어 결국 중국기자가 질문했던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것은 우리가 질문하는 습관을 몸에 익히지 못한 것이고,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 학자나 의사들도 훌륭한 내용의 논문을 국제학회에서 발표해 놓고는 정작 질의응답은 피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질문내용을 잘 알아듣지 못해 엉뚱한 대답을 할까봐 걱정되어서란다. 국제사회에서 우리 주장을 통해 이익을 관철하고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소극적 태도는 지양해야 하고, 특히 어릴 적 교육에서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가 배워
▲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소화전은 화재 발생 시 소방펌프차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도 소화전 주변에 주차된 차량을 가끔 볼 수가 있다. 화재발생 시 소화전 주위에 주차된 차량이 있을 경우 무한정 공급되는 소방용수를 제때 공급받을 수 없어 지속적으로 다른 지역의 소방차로부터 급수지원을 받아야 된다. 그리고 이로 인하여 주변교통은 혼잡해질 뿐만 아니라 급수지원을 위해 소방차가 출동한 지역에서 만일 화재라도 발생할 경우 지연출동으로 초기출동이 늦어져 대형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화재현장에 소방대원이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하는 작업 중에 하나가 화재진압을 위한 소화전 확보라면 평소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소화전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 주변을 보더라도 소화전 주변에 주차되어 있는 차량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되고, 간혹 주택밀집지역 소화전 주변에는 가정에서 배출한 쓰레기봉투가 소화전을 가려 육안으로 소화전을 확인 할 수 없는 경우도 보게 된다. 현재 현행법 상 소화전 주변 5m 이내는 주차금지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위반 시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하지만 오는 8월 10일부터는 도로교통법 제32
곽상욱 오산시장이 압도적인 지지율로 3선 고지에 올랐다. 수도권 당선자 중 최고인 72.3%의 득표율은 곽 시장이 민선 7기 시정운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무려 50%p가 넘는 2위와의 격차를 만들어 준 유권자들의 선택을 공무원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그간 지역 정가나 공무원 사회에서는 ‘사장 위에 회장’이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시청 실·국장, 과장이 국회의원 사무실에 수시로 불려다니며 시정을 논의하고 업무를 협의하고 지시받는 일들이 빈번했다는 얘기다. 엄연히 시장이라는 결재권자가 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이 같은 모양새는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다. 시의회도 한 수 거든다. 집행부 간부들은 시의원들의 호출에도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시정 감시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한 수단일지라도 시의원들의 고압적이고 안하무인 식의 행태는 공직자들의 푸념을 자아낸다. 이처럼 견제를 넘어 ‘몽니’에 휘둘리는 공무원들의 볼멘소리는 자신들의 수장인 곽 시장을 향한 것일 수도 있다. 공무원들에겐 그릇된 풍조를 바로잡고 바람막이가 되어
서옹성은 화서문 앞에서 성문을 보호하는 방어시설이며 화성 서북쪽 지역의 출입을 통제하는 곳이다. 이곳의 지리적 측면을 보면 다른 대문(大門)과 달리 산을 끼고 있어 방어 측면에서 매우 유리하다. 또 옹성의 동쪽으로 서북공심돈이라는 강력한 공격시설이 있어 방어력을 높이고 있다. 서옹성의 특징을 다른 옹성과 비교해가면서 살펴보자. 옹성제도는 동·서옹성이 같고 남·북옹성이 같다. 동·서옹성은 옹성문이 없고 옹성 내부의 재료가 벽돌이 아닌 돌로 되어 있는 점이 남·북옹성과 가장 다른 점이다. 동·서옹성의 제도는 같으나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부분이 많이 보인다. 창건 시기 건축설계도는 지금처럼 분화되어 있지 않고 한 장의 간가도(間架圖, 평면도)만 있어 감독관이 현장에서 결정해야 하는 항목이 많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외부에서 미관상으로 보면 현안(懸眼, 성곽 외벽에 수직으로 구멍을 뚫어 성벽 아래에 있는 적을 뜨거운 물이나 기름으로 공격하는 시설)과 타구(여장에서 타와 타 사이에 열린 부분)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곳 화성의 옹성을 제외한 다른 곳에는 현안이 없어 현안과 타구의 위치에 고심이 필
어제 본란 ‘민주당 일색, 道·市의회, 집행부 견제 제대로 하라’ 제하의 사설에서 더불어민주당 일색으로 구성된 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표하면서 ‘거수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했다. 왜냐하면 의회의 기능은 감시와 견제, 감시, 비판, 대안제시인데 의회가 사실상 민주당 독주체제로 운영되면 이게 어렵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수도권 광역 지방의회는 참패한 야당이 교섭단체도 꾸릴 수 없는 형편이다. 물론 그동안의 실정에 대한 자성 대신 한반도의 평화와 세계의 안정을 위한 남북정상 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정치쇼로 규정해 비난하고 현 정부 정책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온 자유한국당 등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라는 점에서 선거 결과는 매우 당연한 것이다. 토를 달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분명히 밝히자. 지방선거는 지역을 위해 일할 능력이 되는 일꾼을 뽑자는 것이다. 물론 지방선거 정당공천제가 좋은 점도 있긴 하다. 대통령과 정부, 정당, 지방정부가 소통하면서 일관성 있는 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이 조성된다는 점은 장점이다. 지방정부도 지방의회의 협조를 얻어
어느 선거든지 선거가 끝나면 으레 각 정당은 내홍에 휩싸이게 된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참패한 야당의 경우 더욱 그렇다. 선거 패배의 원인과 책임, 수습 방안 등을 놓고 거센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당을 떠나는 사람들의 막말과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의 독설 그리고 감정싸움 등 낯뜨겁고 유치한 공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앞서 자유한국당 초선의원들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실패에 책임이 있는 중진들은 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재선 모임에서도 이런 얘기는 나왔다. 결국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은 18일 6·13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수습 방안으로 중앙당을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행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부로 한국당은 중앙당 해체를 선언하고 지금 이 순간부터 곧바로 중앙당 해체 작업에 돌입하겠다”면서 “권한대행인 제가 직접 중앙당 청산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청산과 해체 작업을 진두지휘하겠다”고 말했다. 집권당 시절 방대한 조직 구조를 걷어내고 원내중심 정당, 정책중심 정당으로 다시 세워가겠다는 것이다. 이어 비상대책위원장의 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