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다음의 언론사 진입과 퇴출을 전담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지난 13일 전체회의를 열어 수원일보 등 34개 언론사를 퇴출시켰다. 저널리즘 가치를 훼손하고 뉴스품질을 떨어뜨려 이용자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기사를 위장한 광고행위로 부당한 이익을 추구했다는게 이들의 표면적 퇴출 이유다. 지난해 퇴출 언론사가 9개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 34개에 달하는 역대급 규모는 감히 ‘언론 대학살’로 불려질 만큼 중대사안인 만큼 도대체 그 배경은 무엇이며 어떠한 ‘게임의 룰’이 적용됐는지 자뭇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제4부(府)로 지칭되는 언론의 기능을 무력화하는 사형선고가 내려지는 판에 최후변론의 기회는커녕 아예 참석 자체가 불허되고, 해당재판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열리는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뿐더러 관련 회의록이나 발언록조차 공개되지 않는 비(非)민주주적이고도 폐쇄적인 징계절차와 방식은 오해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뉴스 어뷰징 문제가 불거지면서 법적 근거도 없이 불쑥 설립된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사단법인도 아닌 임의단체로 그동안 대한민국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결정을 해오면서 정작 어떠한 견제도 받지 않는 ‘초법적 단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 코로나19 이후 얼어붙었던 수출이 차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정작 물건을 실어 나를 선박을 제때 구하지 못해 국내 기업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달말 한국무역협회와 한국선주협회가 개최한 ‘선주·화주 간담회’에서 국내 유수의 기업들은 “늘어난 물량을 소화할 배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상황”이라며 ‘선박 품귀’와 함께 지난해 10월 대비 최고 3배까지 치솟은 컨테이너 운임으로 인한 이중고를 호소하면서 정부와 해운업계에 쓴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운송 서비스 수출은 지난 2010년 세계 5위에서 지난해 11위로 크게 하락했다. 이는 운송 서비스 수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해운업 수출비중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무역업과 해운업간의 엇박자는 이미 ‘예고된 재앙’으로 박근혜 정권시절 불과 3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자행된 한진해운 파산의 후유증 탓이라는 지적이 주류를 이룬다. 지난 1949년 12월 대한해운공사로 창립된 뒤 1980년 대한선주(주)와 1988년 (주)대한상선을 거쳐 출범한 한진해운은 파산전 국내 1위, 세계 7위의 글로벌 해운기업이었다. 한진해운은 장기적 세계 해운 불황속에
코로나19 이후 하염없이 추락했던 주가가 최근 역대 최대폭으로 반등하면서 주식투자 인구와 자금, 거래규모 등에서 각종 신기록을 수립하며 주식대박의 무용담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지난 3월 19일 장중 1439로 무너졌던 코스피 지수는 6개월만에 1천포인트 가까이 상승하며 2400선을 넘었고, 코스닥도 100% 이상 뛰어오르며 900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증시흐름을 주도하는 주체가 ‘기관과 외국인’에서 ‘개인’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면서 외국인과 기관이 팔아치운 물량을 개인이 고스란히 받아내며 지수를 방어한 것을 빗대어 ‘동학 개미 운동’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 무렵 증시로 유입된 개인투자자 자금은 무려 70조 원으로 여기에 선물옵션 자금까지 더하면 8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정부가 코로나19 위기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대대적인 ‘돈 풀기’에 나서면서 결국 시중에 넘치는 유동자금이 부동산을 대체할 투자처를 찾아 하루 평균 약 6천억원씩 증시로 몰린 탓으로 풀이된다. 특히 2030세대의 경우 ‘비대면 경제’가 보편화되고 안정적 일자리
최근 대한의사협회가 의대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지난 13일 하루 집단 휴진에 들어간데 이어 21일부터 대한전공의협의회 소속 전공의들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특히 이들 전공의들은 앞으로 병원 사직서 제출에 이어 전문의시험 거부 등에 나설 계획이어서 향후 일반 중증 및 응급환자들의 치료환경 악화는 물론 자칫 의료 시스템 전반을 위태롭게 할 것으로 우려된다. 설상가상격으로 대한의사협회도 오는 26~28일에 제2차 전국의사 총파업을 예고함으로써 신종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의료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국민 안전을 돌봐야 하는 정부, 그리고 환자의 생명을 마지막까지 지켜내야 하는 의료계 모두 사회적 책임과 국민적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현재 3058명인 의과대학 정원을 2022년부터 10년 동안 한 해 최대 400명씩을 늘려가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의사 단체들은 자신들과 아무런 협의없이 무리하게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게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자료를 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인구 대비 병상 수와 입원 환자 수, 입원 기간 등은 평균치보다 두 배 이상 많고 길지만 정작 이들을 진료하고
“싸워도 죽고 싸우지 않아도 죽는다. 차라리 한번 싸워 사생을 결단해야 한다”는 서애 유성룡의 말처럼 지도층은 죽음 앞에서도 품격을 갖추어야 했다. 그러나 왜군의 선단이 나타나자 경상 좌수사 박홍, 우수사 원균은 화살 한 발 쏘지 않고 도망쳤다. 동래부사 송상현 같은 관리가 있어 그나마 적의 진격을 하루라도 늦출 수 있었다. 전국에서 처음 의병을 일으킨 홍의장군 곽재우는 적과 싸우지 않고 도망친 경상감사 김수 처단을 자신의 첫째 임무로 삼았다. “네가 조금이라도 신하된 자로서 의리를 안다면 너의 군관으로 하여금 너의 머리를 베게 하여 천하 후세에 사죄해야 마땅하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장차 너의 머리를 베어 신인(神人)의 분노를 씻겠다.” 이 말을 들은 김수가 ‘역적 곽재우’라고 하면서 곽재우가 순수한 충정으로 의병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는 장계를 조정에 올렸다. 학봉(鶴峯) 김성일(1538~1593)은 통신사 부사로 일본에 가서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직접 만나본 조선 고위관료였다. 그는 정사 황윤길과 달리 일본은 침략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쟁 준비에 반대했던 커다란 죄를 지었다. 김성일과 함께 전장을 누볐던 송암(松庵) 김면(1541~1593)은 조정
요즘 신문과 방송을 보노라면 이재명 경기도지사 무죄판결과 징벌적 과세, 그린벨트 해제 등 온통 이분법적 사회이슈의 홍수시대를 맞고 있는 듯하다. 가뜩이나 내년말까지 지속되리라 예견되는 ‘위드(with) 코로나’ 상황으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와중에 그야말로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뒤숭숭한 뉴스들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보다 심리적(?) 거리두기가 오히려 더 불편할 지경이다. 심지어 일부 언론들의 경우 우리사회에 오랫동안 자리잡아온 전통 윤리마저 저버린 채 금도(禁道)를 넘어선 편향적 보도로 민의를 또다시 흩트리는가 하면 숱한 가짜뉴스와 유언비어로 계속 꼬리를 물게 하면서 끊임없는 시비(是非)를 양산시키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한국사회에 큰 족적을 남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과 백선엽 장군의 죽음에 대한 보도행태는 마치 조선시대의 부관참시(剖棺斬屍)를 보는 듯한 섬뜩함을 지울수가 없다. 조선시대 왕권에 맞서다가 혹은 당파싸움으로 무참히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던 수많은 대역죄인(?)들도 세월이 흐르고 나면 다시 그의 죽음이 재평가되면서 신원(伸?)을 풀게 되거나 만고의 충신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굳이 과거 역사를 돌이켜보지 않더라도 불과 수십 년 전 군부독재
요즘 흔히들 차를 탔을때의 안락한 승차감보다 내릴때 주위의 부러움섞인 시선에서 뿌듯함을 느끼는 하차감을 더 중시하는 시대라고 한다. ‘차보다 집’이 ‘인생 1순위’였던 기성세대들 입장에선 이들의 비현실적이고 실속없는 경제행태가 그야말로 치기어린 시행착오 혹은 무모함으로 치부되겠지만 하차감 못지않게 ‘신분상승의 발로(發露)’로 집에 집착하는 요즘 기성세대들 역시 ‘속물’(?)이라는 비판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듯하다. 빈부격차가 극심해지면서 경제적 수준에 따라 사람을 차별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예전의 ‘집없는 설움’보다 오늘날 강남아파트에 살지못하는 무능함과 비애감에 더 절망하면서 자조섞인 탄식을 쏟아내고 있는게 요즘 풍속도다. 삶의 공간인 집이 본연의 존재 이유를 벗어나 가장 효과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되고, 나아가 인생성공의 척도로까지 자리매김하는 등 ‘가치 왜곡’이 당연시되는 시대를 결코 제대로 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이런 와중에 최근 문재인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6·17 부동산대책을 놓고 세간에선 설왕설래와 일희일비가 계속 엇갈리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주택시장 안정관리 방안’을 들여다보면 서울집값 상승에 따른 풍선
요즘 정부와 지자체에서 뿌린 약 13조원의 긴급재난지원금 덕분에 소고기도 사먹고 아내의 안경도 맞춰줬다는 재난지원카드 미담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아울러 지난 3월 1400선으로 내려가 향후 1100선까지 곤두박질칠 것이라던 국내 코스피 지수는 최근 두달 만에 2000선을 찍는 놀라운 회복력을 발휘하면서 실물경제가 다시 살아난 것 같은 안도감을 주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5월 자영업자의 가계수입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77로, 지난 4월보다 무려 10포인트나 올랐다. 3개월 연속 하락곡선을 그리던 가계수입 전망지수가 10포인트 이상 상승한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향후 살림살이가 반드시 나아질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을 잘 반영하고 있다. 위축된 소비심리가 다시 살아나고 경기가 활성화된다니 분명 반가운 일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한정된 금액과 사용기간을 지닌 소멸성 재난지원금이 결코 만병통치약은 아니며 일시적 긴급수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간과한듯해 씁쓰레한 뒷맛 또한 감출수가 없다. 지난 4월 취업자 수는 2천656만 2천명으로 1년 전보다 무려 47만 6천명이 줄어들어 지난 1999년 2월 (-65만
사람들은 평화를 원하지만 전쟁이 끊이지 않는다.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비롯하여 세계의 명저 중에는 전쟁사가 여럿 들어있다. 전쟁사의 명저에는 ‘사실에 토대를 두고 진리를 탐구하는’ 실사구시의 정신이 살아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쟁사는 어떤 책일까? 조선 무인들의 필독서가 바로 <동국병감(東國兵鑑)>이다. <중종실록>에 “(<동국병감>은) 우리나라의 형세와 병가(兵家)의 승패가 기록되지 않은 것이 없어 무사들이 마땅히 배워야 하는 책”이라 했다. 이런 <동국병감>은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어김없이 호출되었다. 삼포왜란(1510년)이 일어난 직후, 임진왜란 전후에도 이 책이 널리 읽혀졌다. 경술국치(1910) 이후 우리나라 고전을 보존하고 보급하기 위해 설립한 조선광문회에서도 이 책을 가장 먼저 출판했다. 세종은 왜 전쟁사에 관심을 가졌을까? <동국병감>은 우리나라의 전쟁사를 국가 차원에서 편찬한 역사책이다. 동국은 우리나라를 가리키는 말이고, 병감은 ‘전쟁의 거울’이란 뜻이다. 세종은 집현전 학사들에게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전쟁
부하들의 존경과 사랑도 함께 받아 조선은 문인의 나라였다. 따라서 무인의 졸기(卒記)가 ‘실록’에 실리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그러나 이완의 경우는 달랐다. ‘실록’에 그의 졸기가 죽기 전에 올린 상소문과 함께 실려 있다. 그가 훈련대장을 거쳐 우의정까지 역임했기 때문이다. “삼가 살피건대, 이완은 쇠퇴한 세상에 불쑥 솟아오른 하나의 인재였다. 인조 때부터 군사를 잘 처리한다고 이름이 났었다. 효종 초기에 구인후를 대신해 훈련대장이 되었는데 사나운 병사들이 굴복하여 두려워하면서도 사랑하였다.” -우의정 이완 졸기 중에서 “이날 도성의 모든 백성들과 각 병영의 군교들이 모두 달려와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 자가 없었다.” -류혁연의 행장 중에서 경신환국(1680)으로 역모에 몰려 류혁연이 사약을 받았을 때의 모습이다. 류혁연은 10년 뒤 복권되어 영의정에 추증되었다. 이처럼 이완과 류혁연 모두 부하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은 장수였다. 그렇다면 장수로서의 이완과 류혁연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실록’과 ‘승정원일기’를 살펴보면 두 사람 모두 병법에 해박하고 기사(騎射)를 비롯한 무예 실력이 탁월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완은 자신이 타는 말의 먹이를 손수 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