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의 5%는 등록장애인이다. 20명 가운데 1명꼴이다. 미등록 장애인을 더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가장 기회를 얻지 못하는 사람들은 장애인이다. 우리사회의 시스템은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동의 권리, 일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 등에서 차별을 받는다는 얘기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발표한 ‘2022 장애인통계연보’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7.3%였다. 이는 전체인구 경제활동참가율(63.7%)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장애인의 사회참여와 경제활동은 넘기 힘든 벽이다. 사회적 인식도 선진국답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많은 장애인들이 차별과 혐오 속에 살아가고 있다.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하지만 장애인 단체들은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이라고 부르..
아내 단양 이씨는 일제의 가혹한 고문으로 철창 안에서 목숨을 버렸다. 17살 소년인 아들은 아비의 의병부대에서 함께 싸우다 아비 앞에서 전사했다. 홍범도는 일지에 적었다. “정평 바맥이에서 500명 일본군과 싸움하여 107명 살상하고 의병은 6명이 죽고 중상자가 8명이 되었다. 그때 양순이는 중대장이었다. 5월18일 12시에 내 아들 양순이 죽었다.” 온 가족을 잃으면서도 평생을 일제에 맞서 무장투쟁을 벌여온 홍범도 장군, 일제마저 “날아다니는 홍범도”라 칭하며 두려워하던 독립운동가는 끝내 해방조국을 보지 못하고 카자흐스탄에서 눈을 감았다. 유해는 78년이 지난 2021년에야 고국땅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난데없이 육사에 전시된 장군의 흉상을 들어낼 것이란다. 불패의 전사로 빛나던 독립군대장의 흉상을 걷어내고 그 자리에 관동군에서 독립군 때려잡던 백선엽의 흉상을 놓을 것이라 한다. 나라가 정녕 미치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봉오동, 청산리 대첩 직후 일제 관동군은 간도 조선인들을 대상으로 참혹한 초토화 작전을 전개한다. 일명 간도 경신참변이다. 박은식은 기록했다. "일본군들은 조선의 민간인들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죽였다. 총으로 쏴 죽이고, 칼로 찔러 죽이고, 몽둥이로 때려 죽이고, 도끼로 찍어 죽이고, 산 채로 땅에 묻고, 솥에 삶고, 가죽을 벗기고, 허리를 자르고, 팔다리를 자르고, 사지에 못을 박았다. 인간이라면 차마 할 수 없는 짓을 오락으로 삼았다." 그 관동군의 졸개 흉상이 육사에 선다. 흉상철거논란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차마 할 수 없는 짓’을 이념이라는 노리개로 부관참시하는 패악질이다. 일찍이 40년을 홍범도장군 관련 연구에 바친 시인 이동순은 '홍범도 장군의 절규'라는 시로 피를 토했다. “...야 이놈들아/내가 언제 내 동상 세워달라 했었나/왜 너희들 마음대로 세워놓고/또 그걸 철거한다고 이 난리인가/내가 오지 말았어야 할 곳을 왔네/나, 지금 당장 보내주게/원래 묻혔던 곳으로 돌려보내 주게/나, 어서 되돌아가고 싶네...” 시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며 퍼져나갔다. 그러자 어느날 시인의 담벼락에서 시가 사라졌다. 페이스북이 혐오표현을 빌미로 게시물을 삭제하고 계정경고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에 항의하는 다수의 게시물도 똑같이 없애버렸다. 일찍이 페이스북이 편향된 기준으로 이용자의 계시물에 함부로 만행을 부린다는 이야기는 종종 접했지만 시인의 창작물을 마음대로 삭제하다니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MBC,KBS 경영진 교체를 위해 저지르고 있는 폭거와 다를 바가 없다. 어디 이뿐인가? 박은식의 표현을 빌자면 현 정권은 뉴스타파를 상대로 “고소고발로 쏴 죽이고, 압수수색으로 찍어 죽이고, 행정조치로 팔다리를 자르고, 조중동이 땅에 묻는” 마녀사냥 형국이다. 이렇게 정권이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페이스북은 개인 표현의 자유마저 틀어막는다면 이런 세상이 일제식민지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생전에 DJ는 이런 참담한 현실에 직면하면 담벼락에 소리라도 질러라고 했다. 그래서 외친다. ‘우리가 홍범도이고 우리가 이동순이다’ 그러므로 시인의 詩 ‘후레자식’ 일부를 옮긴다. “한 집안 망하는 것도/한나라 거덜나는 것도/모두 순식간의 일이라 하는데/우리는 어찌 팔짱만 끼고/저 망.나.니의 미친 칼.춤.보고만 있는가/대체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해서 정치를 한다고 말한다. 이 말의 진정성을 점수로 매긴다면 몇 점일까. 지난 8월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질의에서 택시비가 얼마냐는 질문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천원쯤 되지 않았나요”라고 답변했다. 1000원은 1994년 기본요금이고 지금은 4800원이다. 택시를 타지 않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있는 질문이겠지만, 국민의 삶을 책임져야 할 국무총리라면 적어도 현재 기본적인 생활물가 정보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야 한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3월 30일, 정무직·1급 이상 고위공무원·지자체장·광역의회의원·교육감·국립대 총장 등 재산 공개대상자 2,037명의 정기 재산 변동사항을 공개했는데, 신고재산 평균액은 19억4625만 원이다. 윤석열 정부의 고위공직자들의 평균 재산이 문재인 정부 때보다 20% 가량 더 많다..
지속되는 출산율 저하 현상과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경영난을 못 견딘 폐업이 속출하면서 최근 5년 사이 경기지역에서 산후조리원이 16%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 사이 폐업 속도가 줄며 감소세가 다소 주춤한 상태이지만 지역 내 산후조리원 부족 현상은 진행 중이다. 인구절벽, 출산 기피 현상으로 골머리를 앓는 나라에서 이런 현상을 방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공공산후조리원을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확충하는 것이 급선무다. 통계청 인구 동향자료를 보면, 경기지역 올해 상반기(1~6월) 출생아 수는 3만6천153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2천631명(6.8%) 감소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0.06명 감소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6월 기준 도내 산후조리원 수는 공공산후조리원 2곳을 포..
사회적 경제는 지역사회에 필요한 다양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추구하며, 사회적기업(고용노동부) 뿐만 아니라 협동조합(기획재정부), 마을기업(행정안전부), 자활기업(보건복지부), 소셜벤처(중소벤처기업부) 등으로 조직 형태와 주무 부처가 다양하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제4차 사회적기업 기본계획(’23~‘27)’을 발표하였다. 정부 지원이 종료된 후에도 고용 유지가 안 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인건비 중심의 직접지원을 줄이고 사회적가치와 성과가 미흡한 기업은 지원대상에서 제외한다. 사회적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획일적 육성에서 자생력 제고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며, 일률적인 지원에서 벗어나 사회적가치와 경제적성과 등 ‘사회적가치 지표(SVI, Social Value Index)를 활용한 평가를 통해 공공구매, 세제 혜택 등 정부 지원을 차등화..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치권이 가장 신경 쓰는 명절 중의 하나가 곧 다가오는 것이다. 더구나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의 추석이기 때문에, 각 정당은 더욱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각 정당들은, 추석 민심을 잡기 위해 자신에게 유리한 이슈가 여론의 관심을 받기를 바랄 것은 분명하다. 현재의 시점에서 보자면, 민주당은 여권의 역사 이념 논쟁이 여론의 뜨거운 관심사가 되기를 바랄 것이다. 또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도 여론의 지속적 관심사가 되기를 희망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재명 대표의 단식도, 여론과 공감대를 형성하기를 바랄 것은 당연하다. 지난 8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9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은 14.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
지난해 화성시가 도입한 ‘자살 예방 핫라인’의 성과가 예상을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나 이 시스템의 확대 시행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갖가지 이유로 생존이 버거워진 국민이 누르기만 하면 암담한 현실을 벗어날 길을 전문가들이 함께 모색해주는 성능 좋은 ‘비상벨’은 국가사회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안전망 장치다. 어둠 속 생사의 갈림길에 선 이웃을 구하는 일에 머뭇거릴 이유란 없다. 자치단체들의 ‘자살 예방 핫라인’ 대폭 원용을 추천한다. 화성시가 지난해 7월 전국 처음으로 ‘자살 예방 핫라인’을 도입한 뒤 1년 동안 269명의 극단적 선택을 막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이후 화성시의 인구는 급격히 증가해 100만 명에 육박한다. 이 같은 인구급증 추세를 따라 극단적 선택 사망자 수도 2017년 131명에서 2019년 188명, 2021년 202명으로..
어깨병변 중 팔을 들고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4개의 근육인 회전근개는 나이가 들거나 격렬한 운동을 즐기는 경우 쉽게 파열될 수 있다. 특히 파열된 회전근개를 방치하다가 어깨 관절염까지 생기는 ‘회전근개 관절병증’은 치료가 쉽지 않다. 치료시기가 늦어진 회전근개는 힘줄과 근육이 이미 지방으로 변성되고 퇴화해 봉합을 하더라도 재파열 위험이 높아진다. 이러한 회전근개 관절병증의 치료법으로 컴퓨터 내비게이션을 이용한 역행성 인공관절치환술이 주목받고 있다. 역행성 인공관절치환술은 어깨관절을 해부학적 구조와 반대로 인공관절로 대체하여 회전근개를 봉합하지 않고도 팔의 기능을 복원하는 것이다. 역행성 인공관절치환술은 회전근개 관절병증 외에도 류마티스관절염으로 골 손실이 큰 경우, 관절의 물리적 손상이나 마모가 심한 경우 등 고난..
얼굴색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은 다양한 질병의 신호일 수 있다. 특히 소화기암인 췌장암, 담관암의 신호일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지방의 소화작용을 돕는 담즙은 간에서 만들어져서 담낭(쓸개)에 저장됐다가 식사를 하게 되면 담관을 통해 소장으로 이동해 소화를 도와준다. 이러한 담즙이 정상적으로 배출되지 못하면 담즙 내에 있는 빌리루빈 색소가 몸에 과다하게 쌓여서 황달을 일으킨다. 황달의 원인은 다양한데 용혈성 빈혈과 같이 지나치게 빌리루빈이 형성되는 경우와 간 손상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빌리루빈을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췌장암, 담관암과 같은 종양이 발생한 경우에도 담즙이 흐르지 못해 황달이 생길 수 있다. 황달이 있는 상태에서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받을 경우 이미 몸의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여서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
유네스코 세계유산 수원화성 안의 한옥이 급속하게 감소하고 있다. 이는 수원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단법인 화성연구회(이사장 최호운)가 실시한 성내 한옥 전수조사 결과 드러난 것이다. (사)화성연구회는 지난 8월 중순 기존 한옥의 보존을 위해 성내 모든 한옥을 대상으로 현장 방문 모니터링을 실시한 바 있다. 회원들이 조를 짜서 행정동인 행궁동 내의 법정동 마을인 장안동·북수동·매향동·신풍동·남창동·팔달로1·2가·남수동 등 성안 전 지역을 샅샅이 살펴본 결과 상당수의 한옥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수원시 화성사업소는 2009년 수원화성 내 한옥 현황조사를 실시, 보고서를 발행한 바 있다. 당시 현황조사에는 화성 성안에 총 66채의 한옥(양호상태 21채)이 있었다. 그러나 14년이 흐른 2023년 8월 현재는 총 43채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무려 23채, 35%가 사라졌다. 그나마 ‘양호한 상태’의 건물은 13채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한옥들이 철거된 이유는 ‘공공시설을 만들기 위해서’, ‘현대식 일반 건물로 재건축하기 위해서’, ‘헐고 신한옥으로 다시 짓기 위해서’ 등 다양하다. 현재 남아 있는 기존 한옥의 경우 일부는 리모델링해 지속 사용하는 예도 있었다. 그러나 남창동 19번지 한옥의 경우 보존가치가 우수해 수리해 활용할 수 있는데도 빈집으로 방치돼 있어 조사에 참여한 회원들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모니터링에 참여한 한 회원은 성안 한옥이 사라지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수원화성은 대형건축을 규제하는 법령인 사적(史蹟)으로 지정, 아파트와 대형건물이 없는 역사 도시로 남을 수 있게 됐지만 건물이 노화됨에 따라 새롭게 건물을 짓는 경우 한옥이 아닌 현대 일반건축이 많이 건립됐다”는 것이다. 수원시는 2010년대 ‘한옥지원 조례’를 만들고 수원화성 내에 한옥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수원화성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한옥 건축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의도다. 수원화성 지구단위계획구역 내 ‘한옥 촉진 지역’인 신풍동·장안동 일원에 한옥을 신축하거나 기존 한옥을 고쳐 짓는 시민에게 공사비용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이곳에 한옥을 신축하거나 개축하면 건축 연면적에 따라 공사비용의 50% 내에서 최대 1억5000만원을, 한옥 수선(리모델링)은 공사비용 50% 내에서 최대 1억1000만원을 지원해준다. 수원화성 지구단위계획구역 내에서 이루어지는 신·개축은 최대 8000만원, 리모델링은 최대 60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건축주들은 수원시의 지원이 원하는 만큼 크지 않은데다가 한옥보다는 임대 수익을 많이 올릴 수 있는 연립주택을 더 선호하고 있다고 회원들은 분석한다. 화성연구회 최호운 이사장은 “기존 한옥은 노후로 인해 점차 사라져 가고 있고 앞으로 그 속도가 점점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에 기존 한옥 보존을 위해 ‘한옥지원조례’를 개정, 더 많은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한옥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라져 가는 옛 한옥을 보존하는 것이 우선”이며 “성안 한옥들을 보존한다면 수원화성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이들의 주장에 공감한다. 수원시와 경기도, 국가가 적극 나서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