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가 들리면 개가 침을 흘린다. 러시아의 심리학자 이반 파블로프(Ivan Pavlov)의 실험으로 잘 알려져 있는 조건반사에 관한 이야기이다. 개에게 먹이를 줄 때 종을 치는 패턴을 계속하자, 어느 순간 개는 종소리가 들리면 먹이의 유무와 상관없이 침을 흘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소리를 통한 자극이 주는 조건반사가 만들어낸 생리적 습관이었다. 소리 그리고 음악이 행동을 부른다. 나의 경우를 예를 들면 록밴드 페이스 노 모어(Faith No More)의 ‘이지(Easy)’라는 곡을 들으면, 산과 바다로 캠핑이나 서핑을 떠나고 싶어진다. 일요일의 아침처럼 여유 있게 맞이하게 되는 이 곡의 가사처럼, 그 어떤 부정적인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원곡은 라이오넬 리치(Lionel Richie)가 솔로로 활동하기 전..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개봉해서 한창 SNS에서 이슈가 될 때였다. 페이스북에서 한 대학선배가 영화를 본 소감을 써 놓았는데 김지영의 병이 너무 맥락이 없이 구조와 환경 때문이라고 해석해 버리면서 해결방식에도 스스로 자각이 사라졌다고 하였다. 자주 들어가지 않는 페북이지만 그날따라 그 글이 눈에 들어와 댓글까지 보게 되었다. 페미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등 중동지역 여자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면 한국여자들은 호강에 겹다고 분노할거라고 하는 글들이 있었다. 그것들을 보는 순간 불쾌감이 확 올라왔다. 그 글이 만약 모르는 사람이 쓴 글이라면 신경쓰지 않았을 텐데 이 선배는 대학교 때부터 20년동안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과 공론의 장에서 뚜렷한 의견개진을 하며 박학함을 드러내었던 한때 우러르는 눈길로 바라봤던 분이었다. 그래서 이 선배가 이렇게 이야기하는거면 영화가 표현하는 수준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다 싶었다. 선배를 비롯해 이런저런 페북의 남성들의 댓글들을 보면서 영화가 좀 엉성하게 만들어졌겠거니 생각했다. 선배 정도의 지성은 정말 여성들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면 사회가 나아지기를 바라는 분들은 당연히 공감을 할 거라고 하는 기대치가 있었다. 영화는 이런저런 일로 개봉시기가 좀 지나서 스마트폰으로 다운받아 보게 되었다. 웬걸, 작은 화면 속의 김지영이지만 나는 공감이 많이 되었다. 좋은 남편이라고 다들 이야기하지만 시댁과 김지영 사이에서 남편은 김지영의 방패가 되어주지 못한다. 어느 명절을 맞이하여 시어머니는 김지영이 하고 있는 설거지를 남편이 도와주려하니까 김지영에게 뭐라고 하고 김지영은 남편이 도와주려하는걸 하지말라고 하면서 ‘집에서는 제가 다해요 어머니’라고 하지만 더 불편해 진다. 정작 김지영은 그렇게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 자아성취에 대해 열망이 채워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 답답해하면서 집안일과 애를 키우는것까지 다 도맡으면서도 집에서 쉬는 사람취급을 받고 있었는데 말이다. 불현듯 알게 되었다. 정말 여성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모르는구나. 적어도 50대 초반의 그 선배와 선배의 동료들은 그랬다. 여성에 대해서 결혼해서 임신해서 출산하고는 집에서 애 키우는 것이 편하고 좋다고 쉽게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심지어 대부분 이런 출산과 육아로 주부로 지내는 것을 집에서 논다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다. 출산과 육아라는 것이 얼마나 나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 과정인지 경험해보지 않고는 아마 모를 것이다. 한의사면허를 따고 수련의 생활을 하고 페이닥터를 하고 그 수많은 공부를 하며 익혀왔던 일을 힘들면 쉬면서 애 키우라고 하면서 선심쓰듯이 이야기했던 일들이 스쳐지나간다. 그도 몰랐으리라. 아마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나도 김지영처럼 정신줄을 놓았을 것 같은 경험도 하였기에 82년생 김지영의 빙의설정도 과하다는 생각이 안들었다. 영화를 열심히 봤고 글도 썼으나 보고난 감상을 페북에 감히 올리지를 못했다. 당신이 틀렸노라고 진보니 사회변화니 약자에 대한 이해를 외치던 당신에게 실망했다는 말을 올리지 못햇다. 몇번 이고 썼다가 지웠다. 당최 받아들여질 것 같지 않았다. A.C(After Corona 19)시대가 되니 많은 이들이 변화를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연대를 이야기한다. 용기를 내 가슴을 열어 한줌 이야기를 꺼낸다.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 지난달 26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철인3종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가 어머니에게 보낸 문자다. 22살 청춘의 푸릇푸릇한 감성 대신 두려움과 고통이 전해진다. 최 선수는 경주시청 시절 가혹 행위를 호소하다가 세상을 등졌다. 숨지기 하루 전까지 최선수 가족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제기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소속팀의 가해 사실을 알리려고 노력한 것이다. 선수들에 대한 가혹행위는 체육계의 고질적 병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원인에 따르면 최 선수는 식사 자리에서 콜라를 시켰다는 이유로 20만원어치 빵을 먹도록 강요당했고 체중 감량을 이유로 3일씩 굶는 가혹 행위를 당하기기도 했으며 슬리퍼로 뺨을 맞기도 했다고 한다. 국군체육부대(상무)내에서도 선임병들이 후임병들을 상대로 가..
코로나19쇼크(C쇼크)가 몰고 온 하늘길 봉쇄 현상으로 날개가 꺾인 항공업계의 위기가 심각하다. 지난 5월 기준 국제선 여객 실적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98.2% 줄었다니 거의 폭망 수준이다, 그런 가운데 부도 직전에 몰린 이스타항공을 둘러싼 물의의 파장이 확대되면서 창업자인 민주당 이상직 의원의 책임논란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정부·여당은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의 살길을 어떻게든 열어줘야 한다. 제주항공이 지난 1일 이스타항공에 보낸 ‘10일(10영업일) 이내에 선결 조건을 다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취지의 공문에 대해 업계에서는 계약파기 수순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제주항공의 요구에 따라 이스타항공이 기한 내에 해결해야 하는 금액이 800억∼1천억 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돈줄이 막힌 이스타..
일본의 망언망동(妄言妄動)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행태를 보면 “저들을 이웃이라고 해도 되나?”하는 의문마저 든다. 역사 왜곡, 독도 소유권 주장, 무역 분쟁에 더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확대해 한국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미국의 구상에도 반대하고 나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청와대가 “이웃 나라에 해를 끼치는 데 익숙한 일본” “몰염치 수준이 전 세계 최상위권”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고 한다.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비난에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지난해 7월1일부터 시작된 무역 분쟁으로 인해 국민들이 반일정서는 크게 악화됐다. 일본 제품 불매, 일본여행 자제 등 국민 스스로 일본의 횡포에 맞섰다. 그 세월이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우리의 주력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핵심소재를 겨냥한 일본의 일방적 수출 규제..
국회 예산결산특위에 출석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부동산가격 불안정에 대한 의원의 질의에 “정책이 작동하고 있다”고 답변한 일이 민심에 불을 지르고 있다. 시민단체까지 나서서 부동산 정책실패를 비판하고, 네티즌들의 송곳 비난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주무장관의 답변이 무책임하고 생뚱맞다는 지적인 것이다. 김 장관은 민심을 더 깊이 살피고 해법을 신속히 찾아내야 할 것이다. 김 장관은 국회 예결특위에서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정부의 각종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지금까지 정책은 다 종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또 “정책 중 어떤 것들은 시행된 게 있고 어떤 것들은 아직 시행되지 않은 상태”라며 “모든 정책은 종합적으로 작동되는 결과를 추후에 봐야 한다”고 답변했다. 김 장관의 발언은 백약..
지금의 사오십 대가 새로운 도전을 하고 그것을 즐길 만큼 한가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물론 쓸 데 없는 일에 에너지를 소모하거나 결과 없는 일에 기력을 탕진하며 건강과 시간과 돈을 낭비해서도 안 된다. 예전과 같은 산업 시대의 사오십 대라면 그동안 확보하고 축적한 모든 것들을 보전하고 지키는 것이 최상위 과제고 최고의 미덕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음을 빨리 인식하고 더불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필자가 직장생활과 교육컨설팅 사업체를 운영한지 27여년이 되었다. 변화의 흐름을 인식하고 다가오는 미래를 대응하자고 강조를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무엇인가를 확보하거나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의지만 있다고 성취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변함없이 주장하는 것은 사회환경이 어렵고, 원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더라도 사오십 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열정을 갖는 일이다. 지금 도래하고 있는 ‘고령화 사회’, ‘100세 사회’ 에서 사오십 대는 경륜이 무르익은 장년기에 해당하며,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는 도전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을 빨리 인식해야만 한다. 그렇게 해야 남은 인생인 후반기를 준비할 수 있다. 인생의 딱 중간에 왔을 뿐인데, 벌써부터 겁만 먹고 현상유지의 매너리즘에 빠져서 혹자의 말대로 철도 들기 전에 망령 난 세대가 되고 말 것인가? 그건 분명히 아닐 것이다.20년 가까이 건설회사 전략기획 부서에서 일을 해오고 있던 사람이 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매일 시계추처럼 회사와 집, 집과 회사를 왔다 갔다 하는 일상을 반복했다. 그러다 어느 날 불현듯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평생을 운동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했지만 곧바로 마라톤 동호회에 가입해서 달리기의 기초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작년에 그를 다시 만났는데 그는 얼마 전에 마라톤의 42.195킬로미터나 되는 풀코스를 완주했으며, 몇 주 뒤에 또 마라톤이 있다는 등 올해 있을 마라톤 경기 일정에 대해 눈을 반짝이며 설명하기에 바빴다. 그는 ‘마라톤’ 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자신의 인생관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이야기했다. 매사에 의욕이 넘치고 반복적인 직장 업무도 이젠 활기가 넘치며 젊은 직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만큼 도전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며, 필자에게도 마라톤을 권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처럼 평생 동안 해보지 않았던 특별한 체험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마라톤도 좋고, 스킨스쿠버, 이종격투기, 산악자전거, 암벽등반, 카레이싱 등 그 동안 생각해 보지 못했던 모험을 해 보는 것이다. 단순히 모험을 하고 스트레스를 푸는 차원에서 그런 일을 해 보라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들이 ‘특별한 체험'이 됨으로써, 모든 일에 ‘도전'과 ‘성취’라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고, 인생관이 바뀔 정도로 자신 안에 잠재된 에너지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쯤 해보고 싶었지만 일을 위해, 혹은 가족을 위해 포기했던 것들을 1번부터 10번까지 정리해서 기록해 보자. 그리고 그 중에 한 가지를 골라 바로 도전해 보자. 팬데믹(세계적인 전염병 유행)으로 발전한 코로나19 역시 우리 경제 및 사회를 크게 바꿔놓고 있다. 이미 시작된 언택트 경제의 영역 확장으로 새로운 질서가 도래하였고 바뀌어 가는 직장의 근무환경과 생활은 위기의 시기이다. 위기는 각자의 삶에 있어서 또 하나의 기회다. 변화 속에서 오히려 그 변화를 즐겨보자. 그것 또한 인행 후반기의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며, 인생후반을 의미 있게 준비하는 첫 단추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그것을 위해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 돈 등의 몇 백 곱절이 우리의 삶에 ‘열정’과 ‘자신감’ 이라는 자산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전수해야 할 정보이해능력이고,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의 차이를 식별하며, 수많은 정보 조각들을 조합해서 세상에 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이라고 유발 하라리는 말했다. 또 중요한 것은 변화에 대처하고, 새로운 것을 학습하며, 낯선 상황에서 정신적인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하와이 카우아이섬에서 1955년에 태어난 아이 833명을 대상으로 30세 성인이 될 때까지 관찰연구를 했다. 그 아이 중에서도 환경이 열악한 201명을 분류해 보니, 범죄자, 알코올중독자 등 사회 부적응자로 자란 비율이 훨씬 높았으나 나머지는 훌륭한 어른으로 자랐다. 심리학자 메리 워너 교수는 훌륭한 어른으로 자란 비결을 분석해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발견했다. 첫째, 아이들을 지지하는 한 사람 이상의 사람들이 있었다. 할머니든, 동네 아주머니든, 믿고 지지하며 조건 없이 사랑을 주는 사람이 한 사람 이상 있었다. 둘째,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태도, 즉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었다. 셋째,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소통 능력이 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주며 원활한 대인관계를 맺는 특성을 갖고 있었다. 어려운 환경에도 자신을 지지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회복탄력성은 높아진다. 회복탄력성이란 고난이나 시련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힘이며, 어려운 역경을 이겨내는 능력이다. 즉, 마음의 근력, 마음이 회복하는 힘이다. 요즈음 문제를 일으키는 많은 학생들이 현장의 선생님들과 부모들을 애타게 한다. 또 어려움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학생들도 많아 안타깝다. 어찌 보면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도 결국은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들어 달라는 호소일 수도 있다. 아이들이 힘들어할 때 아이들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면 좋겠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이때 제3의 시선으로 새롭게 문제를 접근하고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낯선 상황에서 정신적인 균형을 유지해 가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 용기, 칭찬, 격려를 주는 사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사람들이 있을 때, 아이들은 긍정적이고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의 상황을 만들어낸 회복탄력성을 삶으로 보여준 학자는 스티븐 호킹박사이다. 블랙홀과 관련한 우주 이론을 주장한 유명한 영국의 물리학자로 21세에 전신 근육이 마비되는 루게릭병을 앓았고, 5년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76세로 2018년에 생을 마감한 스티븐 호킹 박사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우주는 그리 대단한 곳이 아닐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아이들의 회복탄력성이 사랑에서 온다는 말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과대학 케네스 긴스버그 교수는 회복탄력성의 핵심 요소를 능력, 자신감, 유대, 성품, 공헌, 대처기술, 자기 통제력 7가지로 꼽았다. ‘능력’은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기술이고, 자신감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며, ‘유대’는 가족, 친구, 학교 등 공동체와 맺는 친밀한 관계이다. ‘성품’은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는 감각이고, ‘공헌’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기여이며, ‘대처기술’은 스트레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법이며, ‘자기통제력’은 자기 결정과 행동의 결과를 통제할 수 있다는 인식이라고 했다. 아이들과 교사들은 물론 교육공동체 모두가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불확실성의 미래사회에서 아이들이 인생을 잘 헤쳐 나가려면 정신적으로 강한 회복탄력성과 풍부한 감정적 균형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이 일상의 삶에서 배움의 즐거움과 희망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도록 회복탄력성을 키워줄 때가 바로 지금이다.
실업자의 생활안정과 구직활동을 돕기 위해 마련된 실업급여제도가 정책취지와는 달리 청년들의 노동의식을 오히려 망가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도의 빈틈을 노리는 일부 구직자들이 ‘실업급여 중독’에 빠져서 근로의욕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놀고먹는’ 잔꾀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가 빚어내고 있는 실업자 양산 사태를 맞아 실업급여제도는 좀 더 정교하게 업그레이드돼야 마땅할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업급여 재정 소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수급자는 184만 명, 실업급여 지급 총액은 12조6천억 원으로 추산돼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이 전액 소진될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지난 3일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에 실업급여 신청 급증으로 고용보험기금 기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됨에 따..
남북관계가 답보, 퇴보 상태다. 2019년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합의결렬 이후 경색국면은 대북 삐라 살포를 외피로 한 김여정의 독설과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 공세 강화로 인해 대립 국면은 증폭 되었고, 김정은 위원장의 개입으로 갈등이 봉합된 모양새다. 경기도의 발 빠른 삐라 대응책은 상황을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은 적절한 조치였다는 긍정 평가를 받았지만, 제재를 넘어 평화와 교류를 강조했던 세력에게는 지나친 낙관론에 빠져 북한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비난도 이어져 정치적 위기 국면이다. 북한은 협상 테이블에서나 대남 선전 전략에서 특유의 패턴을 반복해 왔다. 스코트 스나이더는 ‘벼랑 끝 협상 (Negotiation on the Edge)’이라는 저서에서 KEDO 협상과정에서의 북한의 전략을 분석했다. ‘벼랑 끝 전술’은 협상 상대로부터 최대한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위협이나 허세, 공갈 등의 방식을 이용한다. 또한 협상 상대방의 이득에 대해 위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자신의 약점을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는 독특함이 있다고 부연했다. 때가 되면 반복되는 ‘서울불바다’ 발언이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다. 처음 ‘서울불바다’ 발언이 나왔을 때 수도권 주민들은 생필품 사재기 등 과민대응 했으나, 이제는 우리 국민들은 담담하게 일상을 유지함으로써 그들은 ‘늑대소년’이 되어간다. 일각에서는 안보정신의 해이라는 우려도 있으나, 늘 국민은 현명하다. 평화가 쉽게 오리라는 생각은 환상이다. “독일 통일의 키는 모스크바가 쥐고 있다”는 독일 정치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한반도 화해와 평화, 그리고 통일의 키를 쥐고 있는 쪽은 워싱턴과 베이징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누군가 묘수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세계무대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맥락에서 달성해야 하는 것이다. 이 복잡한 미로와 난마처럼 얽힌 실타래를 국론을 모아 함께 차근차근 풀어가야 한다. 답답한 심정을 누르고 “다시, 평화”를 외칠 수 밖에 없다. /심흥식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