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세대 이상의 기성세대에게 흔히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세대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하면 요즘 젊은이들은 참 당돌하고, 예의가 없다고 답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대로 젊은 세대에게 기성세대에 대해 질문하면 소통이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기원전 1700년경 만들어진 수메르 점토판에도 이집트 피라미드 내벽에도 적혀있고,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젊은이들은 버릇없다는 말을 남겼다고 하니, 세대 간 갈등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빚어지는 현상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커리어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2천236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세대 차이’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5.9%가 세대 차이를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게다가 이 조사에 따르면 젊은 세대인 M세대와 Z세대 역시 세대 차이를 느낀다고 하니 세대 간 자연스러운 소통문화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MZ세대는 인터넷과 모바일의 세대로, 아날로그가 기본이었던 기성세대와는 다른 형태의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각기 다른 개성과 삶의 형식이라도 삶의 흐름과 경험은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젊은 세대를 상담하면서 느낀 바로는 삶을 살면서 부딪히는 문제는 X세대인 내가 그 나이에 겪었던 상황과 그리 다르지 않다. 그런 만큼 서로 간의 이해가 동반된다면 소통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고도성장기를 함께 해온 기성세대는 삶의 역량과 축적된 지혜를 가지고 있다. 젊은 세대는 디지털과 AI시대의 감각과 지식을 지니고 있다. 서로 간의 이해와 포용, 존경과 인정이 함께 한다면 좋은 시너지가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세대 간 대화 방법을 소개한다. 첫째, 서로의 좋은 점을 보고 다가가야 한다. 마음의 문을 열고 소통의 의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를 보는 시야에 한계가 있다면 대화의 즐거움은 사라진다. 둘째, 진정성 있는 자세로 서로에게 묻고 답하는 대화를 해야 한다. 20대들과 대화를 하고 나면 진심으로 대화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매번 듣는다. 20대들은 매우 솔직하다. 세대 간 대화의 키워드는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대화 내용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한자어를 배우며 자란 기성세대와 인터넷용어를 보며 자란 젊은 세대는 사용하는 단어를 비롯하여 의식의 차이가 있다. 서로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그렇기에 구체적으로 눈에 그려지듯 대화해야 한다. 넷째, 잦은 대화는 세대 간의 벽을 허문다. 서로 간의 빈번한 대화를 통해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섯째, 서로 수평적 시선에서 존중해야 한다. 기성세대는 일명 ‘꼰대’소리에 대화를 피하지 않았으면 한다.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도움이 될 말이 있다면 솔직하면서도 간결하게 전하는 것이 좋다. 기성세대 역시 같은 어려움을 겪고 살아왔기에 수평적 시선으로 젊은 세대에게 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전하고, 지지와 격려까지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젊은 세대 또한 기성세대의 경험과 지혜를 존중해 주길 바란다. 분명 그 경험과 지혜에서 배울 것이 있을 것이다. 서로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다면 세대 간 대화는 정말 쉽게 이어질 수 있다. 우리 모두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함께 하는 의식이 필요하다.
지난 24일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에 위치한 이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로 23명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김동연 경기도 지사와 정명근 화성시장은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현장으로 달려가 머물면서 노동자 수색, 현장 수습, 피해 지원 등을 일일이 독려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저녁 현장을 찾아 화재 수습 상황을 보고받고 소방청장에게 화재의 원인을 철저하게 정밀 감식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도 고용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 행안부·소방청·환경부 등 관계기관과 노동자 수색, 현장 수습, 피해 지원 등을 총괄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화성시도 즉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리고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희생자의 장례부터 발인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화성시대책..
태백 장성광업소가 오는 7월 1일부로 폐광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장성광업소는 일제 강점기인 1936년부터 가동된 우리나라 최대 탄광이다. 개광 이래 87년간 석탄 9천400만 톤을 생산하며 서민들의 연료인 연탄 수급을 안정적으로 이루어왔다. 약 50년 전만해도 우리나라 대부분 가정의 난방 연료는 연탄이었다. 연탄을 때워 아랫목 구들장이 뜨뜻해지면 깔아놓은 이불을 나눠 덮고 그렇게 한겨울을 보냈다. 아직 연탄을 때는 가구들이 꽤 있지만 머지않아 연탄을 비롯한 석탄 사용량은 현격히 줄어들 전망이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며, 환경오염의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탈석탄 정책으로 2036년까지 현재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총 59기 중 절반가량을 줄일 것이라고 한다. 태백시는 폐광..
내가 몸 담고 있는 화성시에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 화성시의 서쪽에 위치한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22명이 생을 달리했다. 먼저, 고인들과 유가족에게 절절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20명에 달하는 대다수의 희생자가 외국국적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가족과 고향을 떠나 돈을 벌기 위해 이주를 감행한 이주노동자는 당장 죽음을 애도 할 가족도 곁에 없다. 우리 사회의 이주노동자 관련 이슈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수 십년 동안 한국사회의 주변부 이슈로 상존해 있었다. 이주노동자는 ‘부정하고 싶지만 부정 할 수 없는’ 그런 존재이다. 정부에서는 이민청을 설립하여 체계적인 이주민 정책을 추진하고자 했다. 하지만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나 단기 미숙련 이주노동자에 대한 미래지향적 정책..
8·18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민주당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 전폭적 지지로 171석 거대야당이 된 지 불과 두 달만이다. 민주당의 중진 정치인들은 물론 친명계 내부에서조차 위기의식이 표출되고 있다. 여의도 정가의 많은 사람들은 민주당이 현재 ‘경계’에 서 있다는 진단을 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수권정당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런 지적의 핵심은 당내 민주주의 위축과 다양성의 실종에 있다. 민주당은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무위원회 권한을 위임받아 전국당원대회준비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은 당내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또대명’(또 대표는 이재명)을 넘어 이제는 ‘당대명’(당연히 대표는 이재명)으로 고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 압승..
드라마 '전원일기'는 1980년 10월 21일에 시작하여 2002년 12월 29일까지, 22년이 넘게 방송된 국내 최장수 주간 드라마이다. 나이 든 세대에게 드라마 '전원일기'는 너무도 친숙하다. 젊었던 시절 자신의 시대를 향한 향수를 담고 있는 고향 같은 드라마이기도 하다. 김포 양촌리라는 농촌 마을을 드라마의 공간으로 삼고, 산업화와 도시화가 빠르게 이루어지던 시대 배경을 맥락으로 거느리며, 농촌의 일상사를 다룬 드라마이다. 그 일상사에서 묻어나는 마을 사람들의 인정을 인간적 시선으로 다가가,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드라마이다. 그런데, 드라마 '전원일기'가 방송을 중단해야 할 위기는 진작에 찾아왔었다. 20년 넘게 그저 빤하기만 한 농촌 마을, 그것도 몇 가구의 이야기로만 계속 드라마를 이어가기로는 궁색한 구석이 많았다. 말하자면 소재 고갈에 직면한..
누구나 잊을 수 없는 첫경험의 순간들이 있다. 한의사를 업으로 택한 숙명인지 나는 어려워보이는 병들이 좋아지는걸 목격할 때 온몸의 전율이 흐른다. 특히 꼬꼬마한의사시절에 잘 안낫는 질환의 환자들이 놀라웁게 호전되는 광경을 목격한 순간들의 경이감들은 그 이후의 수많은 치료경험이 쌓여도 퇴색되지 않고 생생하다. 한 파킨슨 병 환자의 경우도 그렇다. 한방병원의 내과전문의과정 2년차 레지턴트였던 때 입원병동에 파킨슨 병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는 한 환자분이 중풍으로 입원하였다. 70대중반의 뇌경색환자였다. 침대에서 절대안정을 취해야 하는 급성기가 지나가고 회복과 재활훈련이 시작되자 종종걸음, 느린동작, 지팡이를 잡는 손의 떨림 뻣뻣한 일상동작까지 파킨슨 병의 증상이 또렷이 보였다. 그녀는 변비가 심했다. 중풍자체로도 오는 증상이지만..
우리나라에 장마가 시작됐다. 최근 기상청이 공개한 지난해 ‘2023년 이상기후 보고서’는 오랜 가뭄 뒤에 폭우가 쏟아지거나 극심한 기온 변동 등 기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심각한 것은 기후위기가 가속화하고 있어 이런 현상은 더 심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에는 ‘양극화된 기후’로 인해 남부지방에 기상관측 이후 가장 길었던 가뭄이 계속됐고 해소되자마자 660mm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장마철 역대 1위 강수량이었다. 이로 인해 53명의 인명 피해와 8071억 원에 달하는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극한 기후현상으로 인명과 재산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장마철이 되면 주거 취약계층이 사는 지역이나 반지하 주택에서는 재해 사고와 반복되는 상습 침수 우려 때문에 불안에 시달려야 한다. 특히 반지하 주택은 집중호우, 화재 등에 취약할 뿐만..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다는 게 싸움 구경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피해자가 아닐 때 이야기다. 지난 13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쿠팡 간 싸움이 본격화되었다. 공정위와 쿠팡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화’를 지켜보자니 여간 껄끄럽지 않다. 그도 그럴 게 국내 유통업계 1위 사업자로 올라선 쿠팡은 이미 3천만 명 이상의 국내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지 않은가. 공정위와 쿠팡의 오랜 다툼의 역사는 다시 한번, 역대급의 과징금과 함께 불이 붙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에 잠정 14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유통업체에 부과한 역대 과징금 중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공정위는 쿠팡이 자사 상품을 상단에 고정 노출하고, 임직원을 동원하여 구매 후기를 작성하도록 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해왔다고 보았다. 쿠팡에 입점한 일반 사업자와의 공정한 경쟁과 소비자 후생을 저해했다는 것이다. 제재 결정을 발표하는 44쪽에 걸친 보도자료는 공정위가 고려한 근거들, 즉 쿠팡의 내부 자료와 소비자들의 구매 후기, 입점 사업자의 문의와 쿠팡의 답변 등을 정리하여 보여준다. 일례로, 쿠팡은 그간 임직원으로 구성된 ‘체험단’을 동원하여 자사 상품에 우호적인 구매 후기를 남겨왔다. 이는 다른 입점 사업자에게는 금지된다고 안내해 온 행위다. 이를 두고 공정위는 체험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아마존과 비교하며, “아마존조차도 일반 소비자가 아닌 임직원으로 하여금 구매 후기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지는 않”다고 언급한다. 공정위의 제재에 쿠팡은 즉각 입장을 발표하였다. 제재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듯 하나 기실 공정위에 화가 단단히 난 듯하다. 이번 제재 탓에 로켓배송 서비스의 유지와 약속했던 전 국민 100% 무료 배송을 위한 투자 모두 어려워졌다는 게 쿠팡의 입장이다. 소비자에게 제공되어오던 서비스마저 철회할 수 있다는 쿠팡의 발언에서 소비자와 영세 사업자는 느닷없이 볼모로 붙잡힌 신세다. 그들이 자랑스럽게 이야기해 온 국내 3천만 소비자의 처지에서 생각해보자. 그간 눈 뜨고 코 베여 왔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이 싸움, 영 재미가 없다.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앞으로 이 서비스 계속 써도 괜찮은 건가. 이번 논쟁이 정말 ‘싸움’에 그치지 않으려면, 그 건설적 대화의 중심에는 당연히 소비자와 영세 사업자들이 자리하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 제재의 결과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속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결과와 무관하게 쿠팡 그리고 여타 플랫폼 사업자가 진실로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자사 알고리즘이라고 몰래 유리하게 바꾸고 이용하다가 소비자도, 입점사도 잃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소비자가 궁금한 건 과징금이 과다한지, 쿠팡이 유달리 미움받고 있는지가 아니다. 그래서 쿠팡 알고리즘을 믿어도 되는가? 쿠팡은 여기에 답해야 한다.
한동안 뜸하다 싶던 경기도 대형 화재 참사가 또 터졌다. 경기 화성시의 한 리튬전지 제조공장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나 25일 오후 현재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잊을만할 때 또 발생한 후진국형 대형 화재 참사에 억장이 무너진다. 아직 원인 규명이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동안 공을 들여왔던 산업안전 시스템에 구멍이 난 것만은 분명하다. 경기도 산업안전 행정의 허점까지 세밀히 찾아내어 확실하게 보완해야만 한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화재는 24일 오전 10시 31분경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산업단지에 있는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11채 중 3동 2층에서 폭발음과 함께 발생했다. 소방 관계자는 배터리 셀 하나의 폭발에서 시작돼 퍼졌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했다. 공장에는 3만 5000 개에 이르는 리튬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