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을 복개해 도로로 만드는 공사가 일제강점기인 1937년에 시작됐지만 미완으로 끝난 채 광복을 맞이했다. 1958년 6월에 재개됐고, 도성 안의 구간이 1960년 4월에 끝나면서 원행을묘 백리길의 행차가 건넜던 광통교도 묻혔다. 40여 년 후인 2003년 7월에 이명박 서울시장의 주도로 청계천의 복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2005년 10월에 완료하면서 광통교가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많은 교통량을 감당할 수 없어 서쪽 150m 지점으로 옮겨 복원했다. 복원된 광통교의 길이가 지금의 청계천 폭보다 짧다. 청계천이 옛날보다 넓게 복원됐기 때문이다. 광통교의 밑으로는 청계천의 맑은 물이 사시사철 일정하게 흐르는데, 그 양이 생각보다 많다. 한강의 물을 24시간 일정하게 퍼 올려 흘려보내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옛날 청계천의 평상시 물은 지금보다 적었다. 자연 상태의 물을 그대로 유지하려 고집했다면 도심 속 휴식의 공간으로서는 좀 아쉬웠을 것 같다. 지금의 청계천 모습이 좋다. 광통교의 기둥 아래쪽에는 庚辰地平(경진지평), 癸巳更濬(계사갱준), 己巳大濬(기사대준) 세 개의 큰 글씨가 새겨져 있다. “경진년(1760)에 청계천의 바닥을 평평하게
‘세월이 흐르는 물과 같다(歲月如流水)’고 하더니, 소설가 김용성 선생을 저 먼 나라로 떠나 보낸 지 벌써 14년이 지났다. 중앙대학교 병원에 누워 급작스럽게 필자를 호출하시기에 그동 안 좋지 않았던 허리 수술 때문이겠거니 했는데, 이미 손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었다. 병상의 선생은 필자의 손을 붙잡고 세 가지 부탁을 했다. 하나는 젊은 날의 역작 ‘한국현대문 학사탐방’을 재출간하는 일, 다른 하나는 그동안 쓴 에세이를 책으로 묶는 일, 그리고 마지막 으로 다른 비평가나 연구자들이 쓴 김용성론을 책으로 출간하는 일이었다. 다른 논의가 필요 없었다. 즉시 서두르겠다고 대답했다. 정말 급하게 서둘렀다. 그래도 6개월이 족히 걸렸다. 마지막 교정을 마칠 즈음에 연락을 받았다. 떠나셨다는 비보였다. 혼자 앉아서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오래 울었다. 누구보다도 필자를 깊이 이해하고 사랑해준 선배였다. 내게 남긴 유언이 있었다. 세 권의 책을 진행하여 ‘한국현대문학사탐방’ 복원판과 에세이집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 및 작가연구 총서 ‘김용성론’을 간행하고, 그 이듬해 문학의집서울에서 추모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행사를 마치면서 다시 또 서럽게 울었
경기도의 현 학교폭력 대응 시스템이 ‘교육적 개입’보다는 ‘법적 절차 이행’과 ‘응보적 처벌’ 등에 치중되면서 본연의 교육적 기능이 상실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기도와 경기의회가 개최한 ‘도내 학교폭력 실태와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최근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그 수법이 다양화되고 있는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학교가 고작 학폭 사후 대처에 허둥대기만 하는 현실은 하루빨리 혁신돼야 한다. 지난 19일 파주시 다누림 노인복지관 대강당에서 열린 ‘2025 경기도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최근 5년 간 학교폭력의 형태가 사이버폭력·성폭력 등으로 다양해지고 폭력 피해·가해 응답률도 증가하면서 현행 대응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토론회에서 이근영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은 “학교는 사법기관이 아닌 교육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있다”며 “교사들은 (학교폭력 대응에 있어) 교육적 전문가가 아닌 법적 절차 관리자로 전락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연구위원은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학생의 성장을 돕는 회복적 정의 관점을 도입하고 갈등 초기 개입을 의무화하는 ‘교육적 기능 회복’, 교육 전문가 참여
남양주시 왕숙신도시 조성 현장에서 철거가 진행된 부지에 대규모 외국인 근로자 숙소가 들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신도시 개발로 원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떠난 자리에 외국인 인력이 집단 거주하는 가설시설이 조성되면서, 건축 적법성과 행정 관리 책임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22일 주민 제보에 따르면 남양주시 진건읍 신월리 549 일대 왕숙신도시 철거 예정지 한복판에 약 1000평 규모의 가설건축물 단지가 조성돼 있으며, 전체 점유 면적은 약 2000평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시설에는 미얀마 국적 근로자를 포함한 외국인 노동자 100여 명이 숙식하며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는 조립식 패널 형태의 건물들이 밀집해 들어섰고, 내부에는 취사 시설과 생활 집기까지 갖춰져 있어 단순한 현장 대기 공간이 아닌 사실상 장기 주거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문제는 이러한 시설 운영이 건축법령 취지에 부합하는지 여부다. 가설건축물은 공사용 등 일시적 목적에 한해 제한적으로 설치할 수 있으며, 지속적인 주거용 사용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존치 기간이 만료되면 철거해야 한다. 주민들은 “현장은 단기 임시시설을 넘어
21세기 예술과 사회를 아우르는 새로운 인식 체계로 주목받는 ‘Emergentism(조건미학)’이 이상근 작가에 의해 제안됐다. 이 사상은 단순히 예술적 실험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에 걸쳐 인간의 사고방식을 변화시킬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Emergentism의 핵심은 예술 작품이 작가의 의도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조건들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된다는 점이다. 경기신문은 ‘Emergentism(조건미학)’을 제안한 이상근 작가를 만나 조건미학의 사회적 의미와 확장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Emergentism(조건미학)’이라는 개념으로 주목받고 계십니다. 간단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Emergentism의 핵심은 예술이 작가의 의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조건들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제 작품 ‘조건의 문’은 전기나 모터 없이, 관객이 문을 여는 단순한 행위만으로 골프공과 줄이 상호작용하며 예측 불가능한 사건을 만들어냅니다. 작가인 제가 미리 설계한 것은 단지 ‘조건’뿐이고, 결과는 세계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겁니다. ◇단순히 예술적 실험을 넘어 사회적 의미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화성특례시가 주민자치회 행사에 참여한 주민에게 수건이나 부채, 컵 등 일상용 물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다가 제동이 걸렸다. 지난 19일 시의회 심의를 앞둔 해당 조례안이 갑작스럽게 안건에서 빠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가 내세운 조례 개정의 명분은 ‘주민 참여 촉진’과 ‘주민자치회 운영의 투명성 제고’였다. 주민총회나 각종 주민참여 행사에 예산 범위 내 홍보물품을 제공해 참여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겉으로 보면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한 무난한 시도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조례안이 공개되자마자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핵심 쟁점은 공직선거법과의 충돌 가능성이다. 공직선거법 제112조는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자체가 선거구민에게 금품이나 물품을 제공하는 기부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특히 수건·부채·컵처럼 일상생활에 사용 가능한 물품은 기부행위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는 것이 선거법 해석의 일반적인 흐름이다. 주민자치회 행사가 특정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행사 참여자에게 물품을 제공하는 행위가 결과적으로 ‘선거구민에 대한 이익 제공’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2011년 미국 최대 쇼핑 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에 뉴욕타임스 광고에 실은 문구다. 더 많이 팔기 위해 경쟁하는 시기에 오히려 소비를 멈추라고 제안한 이 메시지는 전 세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파타고니아가 던진 질문은 단순했다. 지금 이 소비는 정말 필요한가, 그리고 어떤 가치를 지지하는 선택인가에 대한 물음이었다. 이 광고는 과잉 소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넘어 소비의 기준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가격이나 유행이 아닌 환경과 지역, 사람의 가치를 함께 고려하는 선택 역시 충분히 공감과 지지를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제 이러한 가치소비를 시민의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공간이 남양주에 들어선다. 남양주시는 사회적기업과 장애인·여성기업 등 사회가치 공급자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한자리에서 소개하는 홍보판매장 ‘가치#’ 조성을 통해 시민의 소비가 곧 지역의 가치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는 주광덕 시장의 공약사항인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온·오프라인 홍보 확대, 온라인 쇼핑몰 입점을 위한 컨설팅 지원, 오프라인 나눔장터 행사 정례화
아동양육시설 등을 떠나 이른 나이에 홀로서기에 나서는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해 화성특례시가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시민단체와 손을 잡고 ‘법률 울타리’를 세우기로 했다. 시는 22일 시청 중앙회의실에서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와 ‘자립준비청년의 성공적인 사회 정착을 돕기 위한 법률 지원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주거 계약이나 근로 현장, 금융 거래 등 일상의 문턱에서 법적 지식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을 보호하기 위해 추진됐다. 자립준비청년은 아동양육시설이나 가정위탁 보호를 받다 만 18세(본인 희망 시 24세)가 되어 보호가 종료되는 이들로, 기댈 곳 없는 사회 초년생으로서 각종 법적 분쟁에 노출되기 쉽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협약에 따라 시는 법률 도움이 필요한 청년을 발굴해 칸나희망서포터즈에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맡는다. 칸나희망서포터즈는 연계된 청년들에게 전문 변호사 상담 등 실질적인 법률 서비스를 직접 제공할 계획이다. 정명근 화성특례시장은 “이번 협약이 자립준비청년들이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안착하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되길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이들의 고립을 막고 안정적인 자립을 도울 수 있도록 촘촘한 행정 지원을 이어가
화성도시공사(HU공사)는 연말을 맞아 임직원과 지역 아동이 함께 참여하는 사회공헌활동 '사랑의 케이크, 함께하는 연말' 행사를 개최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HU공사 임직원과 지역 아동이 1대 1로 조를 이뤄 직접 케이크를 제작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케이크를 만들며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협력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완성된 케이크에는 서로를 향한 응원과 감사의 메시지를 담아 나눔의 의미를 더했다. HU공사 측은 이번 활동이 단순한 물품 기부를 넘어 임직원과 지역 아동이 제작 과정을 함께하며 세대 간 교감을 나누고 따뜻한 추억을 쌓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HU공사 관계자는 "임직원과 아이들이 나란히 앉아 웃고 이야기하며 케이크를 만드는 모습에서 진정한 나눔의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호흡하며 사람 중심의 사회공헌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최순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