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세 번째 포옹을 했다. 지난해 말까지 금방이라도 전쟁이 날 것 같던 남북관계는, 우리 정부의 계속된 노력의 결과가 김 위원장의 신년사와 평창동계올림픽으로 나타나며, 평화모드로 돌아섰다. 1989년 독일 베를린장벽이 무너졌던 것처럼 한반도 평화는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4월 27일 판문점 선언에서 우리는 70년간 끊어진 듯 이어져 온 한반도 전쟁이 마침내 끝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냉전체제가 막을 내린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와 번영의 시대가 오길 기대하고 있다. 9·19 평양공동선언문에는 군사, 경제, 관광 등 여러 분야의 구체적인 교류 내용이 담겼다. 판문점선언에서 시작한 평화는, 평양에서 두 걸음 더 다가왔다. 중앙에서 평화를 열고 번영을 약속하면, 지방정부는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일한다. 우리는 아침마다 타는 버스에서, 저녁에 장을 보기 위해 들르는 시장에서, 아이들의 손을 잡고 걷는 공원에서 중앙정부보다 가깝게 지방정부를 만난다. 그리고 시민은 그 안에서 매일매일을 산다. 필자는 오랫동안 자치분권이 우리 삶을 달라지게 한다고 말해왔다. 중앙정부는 외교와 국방에서 큰…
유난히 무더웠던 111년만의 폭염이었지만 점차 기온이 내려가면서 인근 공원에서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얼핏 보면 사랑하는 반려견과 산책을 하는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반려견을 입마개와 목줄을 하지 않고 휴식이나 산책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반려견에게 물린 경험이 있거나 유사한 경험으로 반려견에게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 일명 ‘도그포비아’를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상황이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 유명 연예인의 반려견 개물림 사고로 인해, 유명 한정식 음식점 대표가 패혈증에 걸려 사망하여 이슈가 된 적이 있었고, 또한 어린아이가 개에 얼굴 등을 심하게 물려 전치 3주를 입어서 견주에게 6천4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온 사례도 있었으며, 최근 출동한 소방관이 개에 물렸다는 뉴스 등 개물림 사고 소식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개에게 물려 병원으로 이송된 피해자는 2015년 1천841명, 2016년 2천111명, 2017년 2천405명으로 매해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처럼 개물림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공…
연화장에서 /이현지 아주 잠깐이었어 꽃으로 기억되기 까지 예고도 없이 사라졌어 붉었던 그 자리 동트기 전 떨어져버린 풋감 같은 생 날개 치듯 털고 난 후에야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계절을 잇는 비릿한 바람 한 겹 한 겹 거느리고 제 몸을 휘돌아 나간 연꽃 진자리 세상을 살다보면 준비되지 않은 이별, 원치 않는 이별, 어쩔 수 없는 이별 등 수없이 많은 이별을 접하며 살게 된다. 불가에서도 ‘愛別難苦’라 하여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괴로움을 큰 고통 중의 하나로 여겼다. 이별 중에서도 죽음으로 빚어지는 이별이야 말로 가장 큰 아픔이고 고통이지만 그 죽음마저 속수무책,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또한 순리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삶의 모습이다.현대의학의 발전으로 기대수명이 획기적으로 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산다는 것은 죽음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어느 날 “예고도 없이 사라졌어/붉었던 그 자리” 삶이란 동트기 전에 떨어진 풋감 같은 ‘것’이라고 화자는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이렇게 담담히 적고 있다.그리고 꽃으로, 누구로 기억되는 것은 &ldq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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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부채가 올해부터 늘어난다는 전망이 나왔다. 정부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공공기관 중장기 채무관리계획에 따르면 39개 주요 공공기관 부채가 올해 480조8천억 원으로 5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들 공공기관 부채는 올해부터 매년 늘어나 2022년에는 540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부채는 올해 128조1천억 원에서 2022년 150조4천억 원으로, 한국전력은 55조4천억 원에서 75조3천억 원으로 각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공공기관 부채는 결국 국민의 부담이라는 점에서 우려된다.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의 사업확대와 투자증가로 부채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공공사업을 늘리다 보니 채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라는 듯한 반응이다. 물론, 정부의 이런 입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의 핵심적 목표는 이윤을 내는 데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서민과 저소득층의 복지를 증진하는 것이 공공기관의 중요한 목표가 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상황에 따라서는 돈을 빌려 투자할 수도 있다. 문제는 공공기관 부채도 결국 정부 부채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공공기관 부채가 지나치게 불어나
오죽 절박하면 부모형제, 아내와 자식들이 있는 고국을 떠나 낮선 우리나라에까지 들어와 피땀 흘려 험한 일을 하고 있을까. 많은 이주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차별과 착취를 당하고 있다. 임금체불이나 산업재해, 심지어는 성추행이나 폭행피해를 입어도 단속 당할 까봐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다. 노동현장에서 사망해도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외국인 노동자들의 사연들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외국인노동자들이 한국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시기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저달러·저유가·저금리 호황으로 3D업종 등 중소규모 제조업이 인력난을 겪게 되면서부터다. 1992년 한-중 공식 수교 후에는 중국 동포 노동자들이 물밀듯 들어왔다. 이들은 중소 제조업, 농축산업 등 내국인이 기피하는 분야에 일하면서 우리 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다. 그래서 지난 3월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취임 후 첫 고용허가제 송출국 대사 간담회에서 “노동이 존중받고 사람이 우선인 사회를 만드는 데 있어 외국인 노동자도 예외가 아니다”라면서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가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하고 정당한 대우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들의 권익…
지난해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 교통사고가 68건 발생했으며 이 중 81%가 보행중에 발생했다. 행안부 통계에 따르면 68명 중 8명의 어린이가 사망했으며 60명이 부상당했다. 특히 어린이 교통사고의 81%(55건)가 보행 중 일어난 것으로 방과 후 하교 시간대인 오후 4~6시에 사고의 34%(23건)가 몰려있었다. 이처럼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은 초등학교, 유치원 등의 정문을 중심으로 반경 300m 혹은 필요에 따라 500m 이내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학생들의 안전한 통학로 확보와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이다. 현재 스쿨존에서는 주정차 금지와 운행속도를 30km 이내로 제한하고 있으며, 스쿨존 내에서 도로교통법 제5조(신호지시위반), 제17조 제 3항(속도위반) 등의 위반행위는 일반도로에서 보다 범칙금과 벌점이 2배 가중된다. 그러나 이러한 법규에도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주변을 살피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 앞으로만 뛰어가려고 한다. 자칫 스쿨존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갑자기 도로로 나오는 어린이를 발견하지 못하여 사고가 발생한다. 이러한 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경찰은 스쿨존 캠페인을 열어 어린
최근 사이버 성폭력으로 어려움을 겪는 유명인들의 기사나 경찰서를 찾아와 눈물지으며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안타까움에 최대한 도움을 주고자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만은 않다. 얼마 전 경찰서를 찾은 A씨의 경우 인터넷에 자신의 동영상이 떠돈다는 말을 지인으로부터 듣고 급히 검색해 보았더니 본인의 사생활이 담긴 영상이 성인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해왔고, 다행이 신속한 추적수사로 영상 유포자를 검거하고 음란사이트 폐쇄와 영상 삭제 등 조치와 함께 피해자 지원센터와 연계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런 사이버 성폭력 범죄는 남녀노소, 시간과 장소 구분 없이 발생하고 있고, 특히 피해자 중 대다수가 여성이다 보니 이들의 불안심리 팽배와 피해 후유증 지속 등이 사회 문제화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우리 경찰에서는 ‘사이버 성폭력 특별수사단’을 구성, 불법 촬영물과 각종 음란물 유포 등 사이버 범죄를 집중 단속 중이며, 다중이용 화장실 등에 대한 불법 카메라 설치 여부 점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의 협업을 통한 불법 촬영물 차단·삭제 및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한 지원 활동…
봉수대(烽燧臺)는 근대 이전에 사용하던 군사통신제도로 낮에는 연기, 밤에는 횃불로 신호를 전달하였다. 운용방법은 현장의 정세에 따라 1횃불은 평상시, 2횃불은 적이 나타남, 3횃불은 적이 국경 가까이 옴, 4횃불은 적이 쳐들어옴, 5횃불은 적과 싸움 일어남 등으로 구분되었다. 조선 시대 봉수로(烽燧路)는 5개로 한양 북쪽에 3개, 남쪽에 2개가 있었다. 전국에 설치된 봉수대는 600여 개로 모두 다음 봉수대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종착점은 한양 남산이었다. 병조는 매일 남산 봉수대의 정보를 종합하여 승정원에 전달하고 또 승정원은 임금에게 알리게 된다. 즉, 남산 봉수대는 봉수의 종착지로 왕이 있는 곳을 상징한다. 그런데 이처럼 종착지 봉수가 남산 이외에 하나가 더 있는데 바로 수원화성의 ‘봉돈’이다. 바로 수원화성 봉돈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모든 봉수대에는 5개의 화두(火竇)가 있는데 다음 봉수대에서 횃불의 개수를 인지할 수 있게 배치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길어 화두 5개는 동서로 설치되어야 다음 봉수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수원의 봉돈은 동서 방향 배치가 아닌 남북으로 설치되어 정보를
물리학에서는 ‘관성의 법칙’이라는 이론이 있다. 관성의 법칙은 외부에서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모든 물체는 자기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현상을 일컫는다. 사회과학에서는 ‘경로의존성’이라는 이론이 있다. 인간이 만든 법률이나 문화, 기술 등은 한번 형성이 되면 외부로부터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내용이나 형태가 그대로 존속한다는 이론이다. 두 이론 모두 ‘타성’과 ‘정체’를 상징하는 이론이기도 하다. 위 이론에서 보듯 인간은 변화를 두려워하고 불편해 하는 존재이다. 변화해서 얻는 이익보다 변화하지 않고 현상을 유지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많으면 변화하지 않는게 인간의 속성이다. 특히 공무원의 경우 시장과 시대의 흐름에 따라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기업과 달리, 시장과 무관하거나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유인이 적다. 변화하지 않아도 또는 변화해도 본인에게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는데, 사명감과 당위만을 가지고 본인과 조직을 위해 ‘혁신’하려고 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 지 의문이다. 규제혁신과 정부혁신을 위해서는 ‘혁신&rs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