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빗살나무 /김윤숙 참빗처럼 나뭇잎을 파고드는 저 햇살에 한라 능선 차오르는 치렁치렁 그 머릿결 언젠가 마주친 소녀 빛나던 이유 알겠다 어머니 나를 눕혀 서캐를 고르시던 그 손길 설핏 든 잠, 홀로 깨어 서러운 날 땀 냄새 절은 머리칼 참빗살나무 근처다 몇 번을 멈칫대다 끝내 찾지 않은 집 수직의 돌계단 산정 아래 이르러 푸르름 순명으로 받드나 붉게 익는 열매들 햇살이 빗살무늬로 내비칠 때 김윤숙 시인은 ‘참빗살나무’ 작품을 착안하였을 것 같다. 일렁이는 햇살이 한라산의 능선으로 연결되고 다시 반짝이는 소녀의 머릿결로 이어지는 첫수에서 생명력이 느껴진다. ‘어머니 나를 눕혀 서캐를 고르시던’ ‘그 손길’에서는 그리움이 실감난다. 그러다가 ‘홀로 깨어’ 엄마가 없을 때 그 눈물 나는 심정이란, 어린 시절 한 번쯤 겪어보거나 공감할 대목이다. ‘끝내 찾지 않은 집’은 내면의 상처를 앓으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감지된다. 참빗살나무는 어린 순을 나물로 먹기도 하고 약재로 쓰이기도 하며 빨간 열매가 열린다. 이렇게 붉은 열매로 일생을 거두기까지 참빗살나무를 시적…
어느 봄날 자주 연락을 하고 지내는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동창 중에 암에 걸려 수술을 하고 병원에 입원을 하였다며 문병을 가자는 친구의 의견이었다. 야학으로 고등학교를 다닌 우리는 남다른 우정으로 뭉쳐서 지냈으나 세월이 많이 흐르다 보니 그것마저도 퇴색이 되고 연락이 안 되는 친구도 더러 있다. 그런 친구 중에 한 친구가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친구이며 슬픈 이야기다. 피치 못할 예기치 않은 일이 있어서 아침 일찍 서둘러 약속 장소에 가서 기다리는데 전화가가 띵동 하고 울린다. 낯익은 이름의 부고다. 가슴이 철렁한다. 이 친구 병문안 갔을 때 경과가 좋다고 했는데 부고가 날라 오다니 하늘이 노래진다. 열정이 유난히 많았던 10대 후반에 야학을 통해 만난 친구들, 열심히 노력한 결과 모두 잘 성장해서 나름 각자에 분야에서 잘 살아왔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현업에서는 물러나는 것은 물론이고 몸이 병들어 병마와 싸우는 친구들도 더러 있다. 이 친구 역시 나름 잘 나가던 친구로 연봉이 억대가 넘는 친구라 잘 나가던 시절에는 바쁘다는 이유로 잘 어울리지도 않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받은 연락으로 소식을 알게 되니 말 그대로 참담하다. 처남이 하는 사업에 보증을…
최근 대입제도 개편과정에서 ‘결정장애’라는 얘기를 들은 것은 교육부 실정의 단면일 뿐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장관교체 카드를 꺼냈지만 인물을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특히 대학에 관해서는 근본 철학을 바꾸지 않고는 누가 장관이라도 같을 것이다. 유치원부터 대학원, 학원과 평생교육까지 업무가 많기도 하지만, 모든 교육업무를 결정하고 집행하는 것이 문제다. 대학정책만 해도 주먹구구이거나 정치편향적이라 할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대학강사의 처우를 개선하라는 2010년의 강사법(고등교육법 일부조항)은 아직 시행도 못하는 대표적 탁상행정이다. 강사들도 강사법을 반대해 왔다. 이 법 때문에 실제로는 강사들의 일자리만 줄어들었다. 대학 탓이 아니다. 처우개선에 필요한 예산의 부족뿐 아니라, 한 학기만 개설되는 과목도 많은데 매학기 강의를 맡기려 무리하는 대신 그 과목을 없애는 것이다. 비교육적 결과다. 또 학문적 다양성을 위해 교수채용 시 한 대학 출신이 3분의 2를 넘지 못한다는 규정도 있다. 그런데 그 기준이 학부다. 학부는 달라도 같은 대학원을 나오면 학문적 성향이 비슷하고, 같은 학부출신이라도 다른 데서 학위를 하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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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년 일본침탈 최초의 희생물 독도, 1910년 국권을 빼앗긴 경술국치일로부터 통한의 35년 14일. 1910년 8월29일 경술년은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국권을 빼앗긴 날이자 한일병합조약을 체결한 날로 경술국치, 국권피탈이라고도 한다. 일본은 국권침탈을 정당화 하기위해 한일합방이라는 용어를 썼다. 1897년에 세워진 대한제국은 1905년 을사조약(을사늑약) 이후 실질적 통치권을 유린당한 후 1910년 한일병합이라는 치욕스런 일제강점기를 맞았다. 일본이 1907년 6월1일 대한제국 국민들의 생활권을 통제하고 군대를 해산하기 위해 9월3일 총포급 화학류 단속법을 공포하여 한민족에게는 무기를 가질 수 없도록 규제하고 강압하며 한일병합의 수순으로 들어간 것이다. 결국 1910년 8월29일 치욕스러운 식민지로 전락하게 될 때까지 을사오적의 매국행위와 일본의 무력침탈은 더욱 공세를 높였다. 인권과 언어, 나라까지 빼앗긴 선조들은 일제강점기 35년 14일간 통한의 세월을 살아왔다. 일본은 1904년 11월17일 대한제국 침탈의 신호탄으로 고종이 참석도 하지 않은 가운데 무력과 위협을 가하여 을사조약을 체결했다. 이에 고종은 22일 미국정부에 을사조약의 무효를 알린다.…
최근 경기도 시흥 A고교의 모교감의 언어폭력을 참지 못한 교직원 59명(88%)이 교감의 발언을 참다못해 ‘민주적 학교문화 정립을 위한 A고 교사 의견서’라는 연명부를 작성해 도교육청에 중징계를 요구하고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올렸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8월 6일 감사에 착수하여 피해 교사들과 교감을 조사했다. 문제는 지난 7월 해당고교의 소속 지역교육청인 시흥교육지원청에 이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였으나 “소통의 부재로 발생한 일로 보인다”는 안일한 답변을 듣고 사건을 더욱 심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시흥 A고교의 교사들은 “교감이 부임한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성희롱·비속어 등을 들어왔다. 복장 강요는 물론, 여교사로서 성적 수치심을 느낄만한 발언을 들어왔다”며, “학생들 앞에서도 면박을 주곤 해 교사의 권위를 실추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재, 해당고교의 교직원들은 작년 9월부터 10개월 이상 교감의 폭언과 갑질로 절망과 무력감에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통상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가해자와 피해자는 즉각적으로 격리 조치하는 것…
배후 /정영주 거미의 허기가 그물에 걸린 찢어진 벌의 날갯짓에 멈춰 있다 날개가 퍼덕일 동안 허기를 다독이는 저 교활한 배후, 한참 그 독한 정적을 노려보다 내 속에 여러 갈래로 얽힌 잔인한 그물을 읽는다 누구에게나 들키고 싶지 않은 깜깜한 정적이 있다 - 정영주 시인의 시집 ‘바당 봉봉’ 중에서 영문도 모른 채 벌의 날개는 찢어지고 벌은 또 거미의 허기를 달래는 희생물이 되어야 하리라. 그렇다면 거미의 허기는 악인가. 아니다, 거미의 허기는 자신의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자연이 허락해준 최소한의 방어막이다. 허기란 것이 없다면 식물도 동물도 인간도 생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를 존재하게 하는 나의 허기는 무엇일까. 잔인하지만 나의 존재 의미를 위해 내가 남모르게 쳐놓은 그물과 그 배후의 정적은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을까. 나의 그물이 아무리 여러 갈래로 얽히어 있다 해도, 바라건대 그것은 돈이나 명예 그딴 것들이 아니라 사랑이기를, 사람에 대한 사랑이기를, 그것도 가까운 사람에 대한 사랑이기를. /김명철 시인…
정기국회가 오늘부터 100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각종 입법안 처리뿐만 아니라 예산안 심사, 국정감사를 실시하는 정기국회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미중 무역갈등이 확산하고 국내 경제지표도 심상찮은 데다가 북한 비핵화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가 새로운 고비에 직면한 엄중한 상황에서 열리는 올해 정기국회의 중요성은 더 막중하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문재인 정부 집권 2년 차를 맞아 여야 간에 각종 쟁점 법안을 둘러싼 본격적인 입법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470조5천억 원에 달하는 슈퍼 예산을 둘러싼 경제정책의 충돌도 예상된다. 내년에는 주요한 선거가 예정돼 있지 않지만, 정치공방이 가열되면서 자칫 민생이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야당은 존재감을 드러내며 현 정부의 실책을 부각하겠다는 의지를 엿보이고 있고, 여당은 문재인 정부의 입법 과제를 뒷받침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어 곳곳에서 전선이 펼쳐질 공산이 크다. 어느 한 당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20대 국회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국민을 위해 일하라는 명령을 받은 지 오래됐다. 협치는 당위 이전에 이미 숙명인 상황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여소야대 지형 속에 야당을 존중하며 진정한…
지난 8월 29일은 경술국치 108주년을 맞은 날이었다. 8·15 광복절과 3·1절은 모든 국민이 기억하지만 경술국치일은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지나간다. 경술국치일은 일제가 대한제국의 통치권을 빼앗은 날이다. 1910년 이날 한일병합조약이 강제로 체결·공포됐다. 이 후 1945년 일제가 항복 선언을 하기 전까지 우리나라의 주권을 완전히 탈취했다. 그에 앞서 1905년 강제적인 을사늑약을 통해 외교권을 빼앗고, 1907년 한일 신협약을 맺어 군대를 해산시키는 등 국권을 찬탈하기 위한 작업은 차근차근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그리고 강제 병합 후에도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목숨을 걸고 저항했지만 결국 나라를 잃고 말았다. 이때에 매국노 친일파들이 득세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완용이다. 당시 총리대신이었던 이완용은 우리나라 통치권을 일본 천황에게 넘긴다는 내용의 한일합병 조약안 통과에 앞장섰다. 친일파들은 민족과 국가를 배신하고 일제에 충성한 대가로 호의호식했다. 이 무리들은 해방이 되고 나서도 척결되지 않았다. 후손들까지 경제, 문화, 교육, 정·관계 등을 장악하며 대대손손 잘살고 있다. 반민특위가 친일파를 제거하려고 했지만 이승만정권의 방해로 제대로 된 활동을
정부가 공공기관장 선임방식을 ‘공모제’에서 ‘추천제’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한다. 지난달 29일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능력 있는 후보자 중심의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운영을 위해 공공기관장 등 임원 후보자 모집방식을 추천제 중심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낙하산인사로 불리는 정치적 임용 등 ‘무늬만 공모제’인 기존 인사 시스템의 폐해를 개선하고자 하는 취지로 이해하며 공감한다. 그렇지만 추천제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공적마인드, 도덕성, 전문성 등 공공기관장이 갖추어야 할 덕목과 역량을 검증할 수 있는 -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 제반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무늬만 추천제’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번 기회에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공기관장 선발 인사시스템이 공정성과 투명성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되길 바란다. 얼마 전 신문을 읽다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언젠가 찾아주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스스로를 알리는 ‘모수자천(毛遂自薦)’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