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가 가마솥이다. 도로는 이글거리고 식물도 생기를 잃고 축 쳐져있다. 마을의 큰 나무아래 평상에서 삼삼오오 모여 수박을 자르고 장기도 두면서 한낮의 더위를 견디던 풍경은 오간데 없고 지금은 마을에 더위 쉼터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열섬현상 때문에 온도가 치솟기도 하지만 체감온도와 온도 상승요인이 건축물 즉 주택의 구조와 건축자재도 영향도 적다고 할 수 없다. 지금이야 대부분이 공동주택인 아파트에서 생활하지만 몇 십 년 전만해도 주택의 대부분은 한옥이었다. 우리 집은 일자형인 안채에 마당 끝에 사랑채가 있고 안채를 조금 비껴 외양간과 헛간이 있었다. 아버지는 손수 집을 지으셨다. 뒤뜰에서 황토를 퍼 나르고 황토에 볏짚을 썰어놓고 잘 비벼서 갠 후 벽돌 틀로 벽돌을 찍어 마당에 쭉 넣어 놓은 후 벽돌이 잘 마르도록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면서 단단히 말려 벽을 쌓아 올렸다. 목재는 논두렁 언저리에 있는 미루나무를 베어 껍질을 벗긴 후 충분히 말린 다음 대들보와 서까래를 세우고 흙집을 지으셨다. 아버지의 땀과 노력, 매미의 노래와 볏짚이 발효되는 냄새와 흙을 퍼 나르던 우리들의 노고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집이다. 황토벽돌을 쌓고 고운 흙으로 마무리…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매일의 나날이 자연의 경건함으로/ 지속되기를 소망하노라.” -윌리엄 워즈워드 「내 가슴은 뛰노라」 며칠 전 한 초등학교에서 ‘효율적인 책읽기’라는 주제로 학부모들을 위한 특강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정보통신기술혁명이라 부르는 차세대 4차 산업혁명시대에 책읽기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시의성을 고려해 특강 제목을 ‘4차 산업혁명시대의 창의적 책읽기’로 정해놓고 보니 자연스럽게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이 떠오르면서 요한 호이징하의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가 연이어 떠올랐다. 그렇다. 인간을 아무리 다양하게 정의해도 역시 ‘놀이하는 인간’이 진짜 인간이지, 혼잣말을 하며 실마리를 풀어나갔다. 인간은 지적·정서적 존재이다. 흔히 서양은 지성을 중시하고 동양은 감성을 중시한다고 하나, 실은 동서양의 현자들은 모두 지적·정서적 균형을 이상적 자아의 완성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필자는 이 이상적 자아를 창의적 인간이라 부르고 싶다. 니…
우리 사회에 ‘미투(Me Too)’ 운동이 활발히 전개됐지만 장애인들은 여전히 미투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특히 경찰 수사과정에서는 장애인의 인지 수준과 시간의 경과를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가 부족한 실정이다. 결국 검경 및 사법체계가 약자와 국민에게는 무용지물이고 오직 강자들에게만 활용되는 제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경북여성통합상담소에 따르면 교통장애인협회 포항시지회에서 청소와 세탁 등의 일을 하던 여성 장애인 6명은 지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지속적으로 성추행과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 이들 6명은 경북동부해바라기센터와 경북지방경찰청 성폭력수사대에 관련자를 고소한데 이어 최근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강원지역의 한 특수학교 교사가 장애학생을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학부모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등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다. A씨는 2014년부터 자신이 근무하는 특수학교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여학생 3명을 교실과 체육관 등지에서 여러 차례 성폭행했거나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학부모들은 책임자 엄벌, 학교 측의 진심어린 사과를 촉구하는 한편, 교내 CCTV 설치 등 재발방지 대…
그루밍 /김명서 세뇌와 복종은 닮은 꼴인가 잡종 케리 칭얼대는 목줄을 달래다가 지친 듯 나른한 햇살을 베고 졸고 있다 낯선 발자국소리에도 반사적으로 앞발을 들고 꼬리를 살랑거린다 개밥그릇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구토를 한다 토사물에 다량의 허기가 섞여있다 구토는 외롭다는 신호일 것이다 - 시집 ‘야만의 사육제’ 세뇌와 복종으로 통칭되는 저 개들의 일상을 천착해봅니다. 가축이란 미명하에 일정한 거리로 한정되는 저들의 행동반경은 얼마나 답답한 속박인가요. 이 시는 그 답답한 일상을 주변 사물에 투영하여 일체화하고 있습니다. 칭얼대는 것은 목줄이 아니지요. 나른한 것도 햇살이 아니며 우그러진 개밥그릇은 꼭 개밥그릇이겠습니까. 엎질러진 음식물은 개의 토사물로 치환됩니다. 이 모든 것이 그루밍이라는 제목으로 환유되어 개를 치장하는 장식물로 읽힙니다. 참으로 슬픈 장치들이지요. 혹은 길들여진 채 살아야하는 개의 숙명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묶여있는 개를 보면서 하구한 날 무슨 생각을 하며, 무엇을 하며 날을 죽일까 문득문득 궁금해지던, 그런 날 언저리에서 만난 시입니다. 마지막 한 행이 명치를 때립니다, ‘구토는 외롭다는 신호일 것이…
사람들은 누구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 우리나라도 30~40년 전 보릿고개를 넘기며 굶주리며 살던 시대에는 그냥 하루 세 끼 제대로 먹고 살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살았다. 그러나 그간에 열심히 일한 결과 소득 수준이 3만 달러에 가까이 이르게 되자 행복한 삶에 대한 기준이 달라졌다. 삶의 질(質)이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웰빙(Well-Being)이 등장하고 나아가 내츄럴빙(Natural-Being)을 추구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그래서 숲 치유에 대한 요구가 등장케 되었다. 인간은 왜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가? 자연을 떠난 인간은 병들고 시들고 불행하여지게 된다. 왜 그럴까? 인류의 긴긴 역사에서 인간은 숲에서 나서 숲에서 자라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의 DNA 속에는 자연을 그리워하는 그리움이 내재되어 있다. 인간은 자연 속에 숲 속에 들어가면 마음이 편안하여지고 정신적인 안정감과 충족감을 느끼게 된다. 인간의 DNA 속에 깃들어 있는 숲에 대한 그리움 탓이다. 그리하여 소득이 높은 선진국일수록 숲 가꾸기에 열심이고 숲을 치유와 회복의 장(場)으로 활용한다. 독일이나 스위스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숲에서의 안식과 숲에서의 치유 활동이 진작부…
많은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여행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세 가지 관점으로 여행을 하고 있음을 느낄 수가 있다. 첫째는 주로 경치를 보러 다니는 여행자들이다. 그들은 각각의 나라마다 특별하게 아름다운 자연경치를 보러 다닌다. 그리고 그 경치 앞에서 많은 감탄사를 쏟아낸다. 둘째는 경치도 구경하지만 여행과정에서 각각 나라들의 정치, 경제, 사회, 역사, 문화, 교육, 스포츠, 생활풍속,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삶의 현장 등을 전반적으로 보는 것이다. 노벨상을 32%나 차지하는 이스라엘 셋째는 여행객들 중에 둘째의 사람들처럼 관광을 하지만 한 가지를 특별하게 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 한가지란 각각 나라마다 배울 것이 있고 버릴 것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오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이스라엘에서 배우고 싶은 것이 가장 많았다는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국내 인구는 약 500만 명이다. 국토면적은 불과 2만770㎢ 정도에 불과하다. 경상북도 정도의 넓이를 가진 작은 나라이다. 반면에 주변을 둘러싼 아랍국은 22개 나라로 인구는 약 5억이다. 500여 만 명이 5억과 전쟁을 해도 항상 이스라엘이 이긴다. 안보 일등 국가이다. 노벨상도 이스라엘이 약 32%를 차지한다.
1868년 작 <관람석 앞의 경주마>이다. 늦은 오후의 하얀 하늘빛이 눈부시다. 그 아래에 있노라면 그 무엇도 들키지 않고 가릴 수는 없을 것만 같다. 꽉 찬 해는 기울기 마련이고 날도 저물테지만, 견고함을 견지하고 있는 작가의 시선이 워낙 예리하기에 어둠은 쉬이 승낙되지 않을 것만 같다. 화면은 작가에 의해 잘려진 어떤 시점과도 같고 그 안에서 대상들은 하얀 대낮에 벌거벗겨진 존재와도 같다. 언젠가 드가는 작품을 그리는 일이란 강간행위와도 같다 했다 했던가. 그의 작품 속에서 대상들은 육체와 감정을 온전히 지닌 존재라기보다는, 그저 완벽한 구성에 동원된, 거세된 재료들에 불과하다. 그러한 연유로 드가는 차갑고 냉혹한 예술가라는 평을 듣곤 한다. 하지만 나 자신만큼은 드가가 냉혹한 인물이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현실을 예리하게 포착하는 그 정확한 시선 속에서 일종의 위로 같은 감정을 느끼곤 했기에, 오랫동안 드가를 흠모해왔던 연유다. 경마장의 초원도 경마장 주변의 건물도 햇빛을 받아 노란 빛을 띠고 있다. 경마장에는 말을 탄 기수들이 몇몇 모여 있다. 경마장의 풍경은 에드가 드가가 즐겨 그리던 주제였다. 그는 말이 생명력을 담뿍 담고
NO. 07635915 /이난희 새벽안개는 흰 도화지를 닮았다 포클레인 한 대가 지붕을 덮친다 벽돌 공장이 무너진다 오줌을 누던 인부가 쌍욕을 하며 뛰쳐나온다 봤지 붓질은 이렇게 하는 거야 속도감 있게 강렬하게 움푹 파인 공장 웅덩이에 순식간에 완성된 그림 한 점이 새로 걸린다 아무도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난희 시집 ‘얘얘라는 인형’ 폐업률이 높아가고 있다. 그에 따른 실업률 또한 치솟아 가고 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이러한 지속하는 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폐업하는 것은 쉽다. 포클레인 한 대가 지붕을 덮치면 그만이다. 속도감 있게 붓질을 하듯 강렬하게 공장을 무너뜨리면 되는 것이다. 그 앞에서 인부들은 힘이 없다. 심지어 아무것도 모른 채 오줌을 누다 뛰쳐나올 수밖에 없는, 그리하여 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쌍욕 한마디 내던지는 것으로 분노를 표출한다. 이렇듯 움푹 파인 공장 웅덩이에 순식간에 완성된 그림 하나가 새로 걸리듯 요즈음 우리의 생계는 위협받고 있다. 목 좋은 상가조차 관리비도 못 내고 있다는 조간신문기사는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아무 걱정 없는, 모두가 잘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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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58.0%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50%대로 떨어진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소폭의 등락은 있었지만, 추세로 볼 때 70% 중반대를 보이던 지지율이 6·13 지방선거 이후 하락세를 보이는 흐름이다. 청와대는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민심의 추이를 예민하게 관찰하며 제반 정책들이올바르게 추진되고 있는지 점검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지율 하락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민생과 경제에 대한 국민의 지속적인 불안 심리 속에서 일자리나 성장 등 경제정책들이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데 따른 불만 탓이 크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논란에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드루킹 특검 출석 관련 보도 확산, 국민 기대감에 미치지 못한 정부의 한시적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등 세부 정책들의 섬세한 관리 실패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계층적으로는 경제·민생 문제는 중산층이나 서민층의 삶과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 기대를 걸었던 이들 계층이 당장 피부에 와 닿는 혜택이 보이지 않자 인내심을 잃고 지지대열에서 이탈하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중소상공인이나 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