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전면(正面) /권대웅 어느 순간 와락 진저리쳐질 때가 있다 허리를 굽히고 마당을 쓰는데 머리 위로 쓰윽 이상한 바람이 지나간 것 같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아무 일 없듯이 가을 하늘 너무 푸르고 맑을 때 힘이 없는데 정면으로 맞장떠야 할 어느 한순간이 올 때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뙤약볕 시골길 흰 적막이 가득 들어 있을 때 맑은 정신으로 눈이 떠진 새벽 오로지 홀로 나와 맞닥뜨릴 마지막 시간이 떠오를 때 홀연 엄습하는 생의 낯섦을 견디며 불안한 영혼들이 숙연해지고 고요해져 간다 -시집 『나는 누가 살다 간 여름일까』(문학동네, 2017) 어렸을 적, 늘 같은 시간이면 마당에 찾아오곤 하는 새 한 마리를 보고 할머니는 ‘죽은 영혼이 새가 되어 찾아오는 것이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들은 뒤로는 자주 등 뒤가 서늘해지고 머리카락이 쭈뼛해질 때가 많았다. 세상이라는 섬에 나 홀로 서 있는 것 같은 절망까지. 그러나 한 번도 맞장 떠볼 용기를 갖지 못했다. 오히려 뒷걸음치며 살았던 것 같다. 이 시의 화자는 ‘홀연 엄습하는 생의 낯섦’까지도 도망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 얻게 된, 삶을 관통한 고요한 철학적 사유를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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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를 선충이라 부른다. 인간에게 해가 없다는 뜻이다. 중국 진나라 시인 육운은 이런 매미를 ‘다섯 가지 덕을 갖췄다’며 곤충 중의 군자라 불렸다. 그가 칭송한 오덕(五德)이란 “머리 부분에 선비의 갓끈이 늘어져 있으니 문(文)이 있고, 이슬을 먹고 사니 맑음(淸)이 있다. 또 농부가 가꾼 곡식을 먹지 않으니 염치(廉)이 있고, 집이 없으니 검소(儉) 하고, 올 때 오고 겨울 전에 갈 줄 아니 신(信)이 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엔 매미날개를 응용해 왕과 세자의 관(冠)을 만들기도 했다. 정무를 볼 때 입는 곤룡포에 맞춰 쓰던 익선관(翼善冠)이 그것이다. 왕의 관에 매미모양의 날개를 단 것은 나라를 다스릴 때 매미의 오덕(五德)을 늘 염두에 두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곤충을 보면서도 백성의 귀감이 될 지침을 생각해 낸 선현들의 지혜가 돋보인다. 그러나 매미의 덕을 노래했던 것은 분명 옛날인가 보다. 독한 울음소리가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사고 있어서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매미들로 넘쳐나 더욱 그렇다. 매미 울음소리는 90dB을 넘는다. 도로변 자동차 주행소음 67.9㏈보다 큰 것은 물론 주거지역 야간 소음규제 기준인 45㏈
현재 벌어지고 있는 ‘최저임금 불복종’은 영세업자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절규이자, 을(乙)들의 분노이다. 국민들은 최저임금을 놓고 을과 을이 왜 싸워야 하는지 억울해 하고 있다. 정부가 대통령 공약 지키려고 을과 을의 싸움을 방관하고 있는데,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가장 큰 피해와 고통을 당하는 이들이 저임금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경제취약계층이다. 저임금 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을 많이 주자는데 반대할 국민은 없다. 그러나 영세업자의 지불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린다고 만사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그 이후 나타나는 고용악화, 물가상승, 투자부진, 저소득층의 소득감소 등 우리경제의 경고음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도 고용노동부는 내년 최저임금을 8천350원으로, 사업 종류 구분 없이 모든 사업장에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고시를 지난 3일 관보에 게재함으로써 내년도 최저임금 10.9% 인상이 확정되었다. 불과 2년 만에 27.3%나 급격히 올랐다. 내용면에서도 난데없이 소득분배 개선분 4.9%, 협상배려분 1.2% 등을 제시했을 뿐 노동생산성, 물가상승율, 지불능력 등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 없다.
매일 기록을 경신하는 불볕더위가 무섭다. 열대야 이야기도 이제는 너무나 낯이 익어 우리나라도 열대지역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신문기사에도 한프리카니 홍프리카니 하면서 지역 이름에 아프리카에 프리카를 따다 붙여 더위를 실감 나게 하는 센스도 보이기는 하나 옛말에 귀신은 속여도 절기는 못 속인다는 말이 있다. 이 더위 또한 입추가 지나고 나면 슬며시 고개 숙이는 것을 아침저녁으로 느끼게 되리라. 복더위에는 어느 일을 하던지 힘겹고 작업 능률도 오르지 않으리라. 실내에서 하는 일은 그런대로 타격이 적겠지만 들에 나가서 하는 농사일이나 건설 현장은 그야말로 뙤약볕에서 해야 하기에 그 어려움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까지 받아가며 하는 김매기나 모종 하기도 이 정도면 미루거나 포기가 답 일듯 싶다. 전업농은 아니지만 제법 많은 농사를 짓는 우리 집도 올해는 농사가 엉망이다. 고추농사를 비롯해서 봄에 심은 작물들이 더위에 대부분 망가졌고 들깨 모종을 하려 씨앗을 뿌렸으나 잘 나오던 모종이 모두 녹아 버렸다. 이런 와중에 바로 집 옆에서 제법 큰 건축 공사가 봄부터 진행중인데 요즘 공사장 소음으로 인해서 스
내가 나를 베다 /이권 오늘 아침 A4 용지를 만지다 손가락을 베었다 하얀 종이 속에 숨겨져 있던 칼날을 미처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누구의 지령이었는지 순간의 역습이었다 쓰라려 오던 손가락 방울지어 떨어지던 피 지난밤 떨어진 홍매화 꽃잎처럼 붉었다 오랜만에 내 몸에 붉은 꽃이 다녀간 날이다 - 이권 시인의 시집 ‘꽃꿈을 꾸다’ 중에서 정작 나를 아프게 하고 피를 흘리게 하는 원인은 ‘나’일지도 모른다. 나를 구성하고 있는 얇고 가벼운 속성들, 말투며 손짓 발짓이며 웃음소리이거나 혹은 실없는 농담 같은 것들, 하다못해 손톱 뜯는 버릇 같은 것들이,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여, 그 아픔이 나에게 되돌아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는 내가 믿어왔던 나의 속내, 흠결 없이 순수한 빛으로 나를 ‘나’이게 만들어주고 있다고 믿어왔던 내 속내가 나를 쓰라리게 하고 피 흘리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 속에 숨어있던 나의 칼날이 내가 흘린 핏방울의 원인이었음을 알게 된다면 그것을 붉은 꽃이라 불러도 좋겠다. /김명철 시인…
애초부터 방법이 잘못됐다. 대한민국의 교육정책은 대학입시제도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중요한 정책이지만 이 문제를 공론에 부치고 여론조사 형식을 빌린 것이 무리수였다. 대학입시개편 공론화위원회의 의견 가운데 그 어떤 것도 뚜렷한 지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첨예하게 맞선 것은 수능전형(정시) 확대와 수능 상대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1안과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를 주장하는 2안이다. 그중 1안이 52.5%, 2안이 48.1%의 지지를 얻어 오차범위 내로서 의미가 없었다. 그만큼 일반 시민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 백 명에 이르는 시민참여단의 의견이 한쪽으로 쏠리지 못하고 맞섰다는 것은 그만큼 두 개의 안이 장단점이 있었다는 얘기다. 1안의 경우 현재 20%대인 수능전형 비율을 45% 이상으로 확대하되 수능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내용이다. 수능의 변별력이 커져 공부한 만큼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지만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고 암기 위주의 교육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2안은 수능 공부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고 고교에서 다양성 교육이 이루어지는 등 학교 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되는 반면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져 내신과 학생부 관리
연평도는 1960년대까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조기잡이 어장이었으나 지금은 꽃게잡이 어장이 형성돼 있다. 이곳 꽃게는 씨알이 굵고 맛이 좋아 인기가 높다. 연평도는 평화로운 어촌이었다. 그런데 지난 2010년 11월 북한군이 이곳에 포격을 가했다. 이에 국군 해병대는 곧바로 대응사격을 가했고 곧이어 전군으로 진돗개 하나를 확대 발령했다. 일촉즉발의 전쟁위기 상황이었다. 이 포격으로 우리 해병대원 2명이 전사했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민간인도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각종 시설과 가옥이 파괴됐다. 휴전 이후 북한군의 직접 공격으로 민간인이 사망한 최초의 사건이었다. 특히 천안함 사건 이후 8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어서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그리고 연평도 포격 7주년인 2017년 11월 연평 안보수련원을 준공했다. 옛 연평중·고등학교 자리에 건립된 연평안보수련원은 총 사업비 44억4천만 원이 투입돼 연평면 1천527㎡에 지상 2층 규모로 건립됐으며, 1층에는 강의실과 관리실, 휴게실 등이 마련됐고 2층에는 숙박시설이 있다. 운동장에는 약 1천500㎡의 풋살장이 조성돼 야외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으며 총 5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 옹진
지난 6·13 지방선거 때 구민들로부터 많은 성원과 지지를 받고 당선되었고 또한 제8대 계양구의회 의장이라는 직책을 수행하게 된 점에 대해 책임감이 남다르다. 겸손한 마음으로 구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낮은 자세로 구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의회를 만들어 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신뢰받는 계양구의회를 만드는 첫걸음은 청렴이다. 지방선거 때마다 불법선거운동, 공천비리,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끝이지 않는 언론보도로 많은 구민들이 구의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3선 의원으로서 굉장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지만, 구민들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제6대 계양구의회 시 해외연수비 자진반납, 해외연수보고서 허위공문서 작성 등 적지 않은 내홍이 있었다. 계양구의회는 이러한 일련의 일들을 겪으면서 자구책으로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의정비 동결과 업무추진비 공개 규칙 제정을 통해 투명하고 청렴한 의회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다. 인구 20만 이상 40만 미만의 28개 기초의회를 대상으로 한 국민권익윈원회의 2016년도 지방의회 청렴도 측정 결과, 세부적으로 직무관련평가 7.24점 1등급(2위), 지역주민평가 5.79점 3등급(10위)으로 기초의회 종…
‘6개월 동안 사귀던 연인이 다른 남자와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여자친구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때린 혐의로 경찰에 입건’, ‘3년간 만난 여자친구가 이별을 통보하자 바닥에 넘어트리고 여자친구의 집 현관문 손잡이와 도어락을 파손한 혐의’, ‘청주에 있는 한 교회 베란다에서 2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 범인은 여성과 동거중인 남성이었고 “헤어지자”는 말에 격분해 목을 졸라 살해’ 등 이 사례들은 모두 우리주위에서 심심찮게 일어나는 데이트폭력이라는 범죄입니다. 옛날에는 살인, 강도, 방화와 같은 강력범죄가 있었다면, 시대가 변하면서 이제는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몰카범죄 등 범죄의 패러다임이 변했습니다. 데이트폭력이란, 미혼의 연인 사이에서 한쪽이 가하는 폭력이나 위협을 말합니다. 폭력적인 행위를 암시하면서 정신적인 압박을 가하여 권력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나 언어폭력 등 비 물리적인 행위도 포함됩니다. 위 사례들과 같이 ‘집착’은 데이트폭력의 전조증상입니다. 실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데이트폭력 피해는 2015년 7천692명에서 2016년 8천367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