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벅이는 횡단보도 /양소은 앞으로 나가거나 되돌아갈 수 없는 횡단보도 한가운데 노인이 덤불처럼 걸려있다 사선 안으로 조여드는 속도 악어와 사자 사이 탈출구가 없는 밀림의 경계에 갇힌 뜨거운 포효의 바람이 인다 멈추지 못하는 바퀴 깨진 유리조각이 사방으로 튀고 추월로 쌓아 올린 빌딩 숲 붉은 눈으로 끔벅이는 신호등 밑 과속의 잔해가 수북하다 막 그려진 노인의 그림자가 스르르르 일어서며 정글에서 걸어 나온다 - 양소은 시집 ‘노랑부리물떼새가 지구 밖으로 난다’ 우리는 나이가 먹어갈수록 느려진다. 행동도 말도 인지능력도 떨어진다. 마음은 젊은이 못지않지만, 몸은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는다. 이 세상 살아오는 동안 이곳저곳이 마모되고 고장나고 녹슬어버린 까닭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의 속도는 어떠한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빨라지고 모든 것은 하루가 다르게 새롭게 태어난다. 내가 미처 습득하기도 전에 변하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그리하여 우리가 살아가기 편해진 만큼 무척이나 복잡하기도 하다. 그러한 속도 속에 갇혀 오도 가도 못 하는 처지가 되어버리는 것이 노인들이다. 이 시 속, 노인 또한 그러한 정글에 갇혀 결국 빠져나오지 못하고 말았다. 점점…
‘Kiddy Car Airlift’. 일명, ‘유모차 공수작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1950년 한국전쟁, 중공군이 개입하면서 서울은 재차 위협을 받게 되었다. 상부의 퇴각명령이 내려졌고, 12월부터 연합군은 후퇴를 시작한다. 하지만 전쟁의 폐허속인 서울엔 여전히 1천여 명의 고아들이 남아 있었다. 이때, 러셀로이드블레이즈델 중령과 딘헤스 미 공군 대령은 전쟁고아 1천여 명을 제주도로 안전하게 수송하여 이들의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 이 사건이 바로 ‘유모차 공수작전’이고 주인공은 ‘전쟁고아의 아버지’라고 불리게 된 딘헤스 장군이다. 경기남부보훈지청에서는 6·25전쟁 기념일과 7·27 유엔군참전의 날을 맞이하여 참전국 대표 학생들과 ‘어서와, 보훈은 처음이지?’라는 영상을 제작했다. 한국, 프랑스, 미국, 터키 학생이 출연하여 나누는 버라이어티 토크쇼인 이 영상은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부터 오산 유엔군초전기념관, 용인 터키군참전기념비, 수원프랑스군참전기념비를 돌아다니며 촬영되었다. 1편은 보훈기념일, 2편은 전쟁영웅, 3편은 현…
한반도에서 전쟁도 평화도 아닌 기형적인 정전체제가 유지된 지 오늘로서 벌써 65년이 됐다. 법적으로 6·25전쟁이 끝나지 않은 비정상적 체제는 하루속히 종식돼야 한다. 이는 진정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출발이기도 하다. 다행히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남북 정상은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혹은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싱가포르에서 6월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도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며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약속했다. 낙관하긴 이르지만 정전체제의 조기 종식에 남북은 물론 주변국 모두공감하고 있다고 본다. 전쟁이 남긴 상흔이 여전히 깊기에 앞으로의 길이 짧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역사적 대전환점에 서 있다. 비핵화와 안전보장이 핵심인 북미 간 협상의 출발점 또는 초기 단계에서 전쟁을 끝내자는 정치적 선언을 해보자는 우리 정부의 종전선언 구상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종전선언은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할 수 있는 효과적인 신뢰구축 방안도
우리나라 남성들의 술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대화 중의 하나가 군대 얘기다. 고참에게 얻어터지던 얘기, 군대 축구얘기, 얼음 깨고 물에 들어가 얼차려 받던 일…. 현역으로 병역을 마친 남자 세 명이 모여 군대 체험담을 말하기 시작하면 1박2일도 모자랄 것이다. 대부분은 고생했거나, 괴롭힘을 당했던 얘기들이다. 우리나라 남성들에게 군대는 유쾌하지 않은 추억이다. 분명히 제대했는데 또 입대하는 꿈을 50넘어서까지 꾼다는 사람도 있다. 여자들이 싫어하는 것이 군대 얘기와 낚시 얘기기도 하다. 아버지, 오빠, 남편이나 남자친구 등 주변사람으로부터 오죽 많이 들었으면 이런 반응이 나올까.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병역기피자는 반역자 취급을 받는다. 지난 2일자 본보 ‘양심적 병역거부 특혜로 비춰지면 안 될 것’ 제하의 사설에서도 언급했다. 20대 황금보다 귀한 청춘기를 군대에서 보내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힘없고 돈 없는 사람, 요즘말로 ‘흙수저’들만 군대에 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병역 기피자에 대한 시선이 고울 리 없다. 그동안 여호아의 증인이란 종교인들에 대한 시선도 그랬다.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군대에 가지 않겠다는 이들을
작금의 시대를 표현하는 여러 키워드가 있지만, 그중의 하나는 감성의 시대일 것이다. 감성의 시대는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관광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익히 알려진 유명 여행지가 아닌, 우리가 일상적으로 거니는 거리, 골목, 시장으로 이어지는 구도심에 문화예술, 역사가 적절히 배합된 지역밀착형 도시 재생 마을 여행이 대표적 사례다. 요즈음 도시 재생 마을에 큰 변화가 있다. 관광객이 마을을 방문하는데 지역 주민은 떠나는, 소위 말하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이 성행하고 있다. 주원인은 과잉관광(over tourism)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관광정책도 변화를 보인다. 단순 관광객 수 확대보다는 질을 높이자는 것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본다면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이에 따른 지역에서의 소비를 촉진해 지역경제를 선순환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관광객의 소비에 따른 경제적 부가가치를 보다 증대시킨다는 것이다. 사회문화적 관점에서는 다수 관광객의 집중이 아닌 분산 또는 소수의 관광객이 지역을 방문하여 주민과의 접촉이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관광의 질을 확대하기 위한 많은 대안이 제시되…
현관입구 앞에 아파트 놀이터가 있다. 수업이 끝나는 시각부터 저녁시간이 될 때까지 볕 좋은 날엔 으레 초등학생과 유치원 어린이들이 몇몇의 보호자의 보호아래 즐겁게 뛰어노는 곳이다. 깔깔대며 뛰어노는 모습에 웃음짓게 하는 선한 공기로 반짝이는 장소이다. 그 곳은 어린이를 위한 신성의 기운이 우리의 아이들을 보호하는 곳이라 나름 생각한다. 지치도록 신나게 놀다 저녁 먹으라는 엄마의 부름에 팽개쳐진 분홍자전거를 지켜주기도 하고, 위험하게 노는 아이들 걱정도 주제 없이 더러 하며, 누군가의 이불이 햇볕바라기를 하러 냉큼 놀이터 울타리에 걸리기라도 할라치면 오지랖 넓게 이불은 개인공간에 수줍게 걸어 주십사 탄원하기도 하는 극성 놀이터 지킴이라 내심 생각하던 바다. 어느 날인가 들어오던 길에 현관에 이르렀을 쯤 얼핏 놀이터 정자가 눈에 들어왔다. 뭔가가 거슬린 장면이었다. 대놓고 보자니 민망하여 못 본 척 그냥 집으로 들어갈까 하다가 맘속의 의협이 꿈틀하고 솟구쳐 팽팽한 긴장을 무장하고 그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얼굴의 남녀가 부둥켜안고 있다가 빤히 올려다보았다. 그들에게 어른이랍시고 여기는 그런 곳(?)이 아니라는 상식의 도덕과 놀이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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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만큼 이나 부글부글 끓는 것이 요즘 자영업자 심경(心境)이다. 올해처럼 힘든 시절이 없어서 그렇다. 특히 자영업자 둘 중 하나라는 직장인 출신은 더하다. 직장을 잃은 뒤 가족 생계를 꾸리기 위해 자영업에 뛰어들었지만 계획과 전혀 다르게 판이 흘러가서다. 자영업자는 지난해 8월 기준 569만명에 이른다. 156만명은 직원을 두고, 413만명은 나홀로 자영업을 한다. 가족일을 돕는 사람은 116만명이다. 상황은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더욱 나빠져 가고 있다. 상처도 크다. 그리고 직원을 둔 사람만 상처받은 것이 아니다. 본인의 고단한 몸을 추스르기 위해 ‘알바’를 써보겠다는 작은 꿈마저 깨진 나홀로 자영업자의 심경은 상대적 박탈감 그 자체다. 정부는 일자리 안정기금 문턱을 낮추면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4대보험 가입이 전제조건임을 감안하면 그림에 떡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서도 작년 새로 창업한 자영업자는 115만 명. 83만 명이 폐업했다. 수치상으로 보면 한 해 동안 32만 명의 자영업자가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가슴 아프다. ‘베이비 부머’(1955∼1963년생)가 은퇴하면서 자영업자도 고령화하고 있으나 현실과의 싸움이 더욱 처절해지
폭염이 이어진다. 어차피 여름은 더운 철이니 참고 지나가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땀이 눈으로 들어가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덥다는 말이 새어 나온다. 사람이야 정 더우면 세수라도 하겠지만 털 가진 짐승들은 요즘 같은 더위가 더 힘들 것 같다. 털 가진 짐승 얘기를 하자면 먼저 개나 소를 떠올린다. 모두 사람 곁에서 살면서 많은 도움을 주는 동물들이어서 더 정이 간다. 충성심 또한 대단했다. 목숨 바쳐 주인을 구하는 개나 끝까지 새끼 낳고 일을 하면서 나중에 팔려가는 소는 귀중한 재산이기도 했다. 그러나 닭은 가축이면서 조금 가볍게 여겼다. 흔히 머리 나쁜 사람을 새대가리 또는 닭대가리라고 놀리기도 하지만 닭이 그렇게 머리 나쁜 동물이라는 생각을 순간에 불식시키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마 이맘때보다 조금 빨랐던 때로 기억한다. 매일 같이 알을 낳던 닭이 알을 낳지 않기 시작했다. 닭은 한 번 알을 낳기 시작하면 배 안에 갖고 있는 알은 낳고 한동안 쉬게 되어 있는데 그 영리한 암탉이 알을 숨기기 시작한 것이다. 닭이라고 해서 무조건 알을 낳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자기가 낳은 알이 없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닭은 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비밀 장소에 알을…
23일 오후 ‘2018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에 참가했던 북한탁구대표선수단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베이징을 거쳐 북한으로 되돌아갔다. 지난 15일 입국했던 북한선수단은 주정철 선수단장(북한탁구협회 서기장)을 비롯해 남녀선수 각 8명 등 모두 25명으로 이루어졌다. 이 대회는 국제탁구연맹(ITTF) 투어 대회로서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대전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는 역대 최대 규모로서 남북한을 비롯해 세계 28개국 238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올해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에 처음으로 참가한 북한선수단은 단일팀 경기를 포함해 금메달 2개와 동메달 2개를 따냈다. 북한의 함유성 선수가 U-21 남자단식에서 우승해 금메달을 땄고, 차효심과 김남해 선수의 여자복식조가 동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남북단일팀을 구성했던 박신혁 선수(북)와 이상수 선수(남)의 남자복식조가 동메달을 차지했고, 차효심 선수(북)와 장우진 선수(남)의 혼합복식조는 우승으로 금메달을 땄다. 특히 이번 국제대회에서 남북탁구단일팀이 금메달을 딴 건 ‘1991년 지바세계선수권대회’의 여자단체전 우승 이후 27년만의 성과였다. 이런 성과에 더해 이번 코리아오픈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