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어 /송승언 그가 오늘 먹은 것이 내일 그의 얼굴이 되고 그가 오늘 걸어 다닌 골목이 내일 그의 요추가 되고 그가 오늘 뱉은 단어가 내일 그의 영혼이 되는 일 매일 아침 일어나 폐자원 센터로 간다 - ‘문학선’ 2017년 가을호 우리가 하는 행위란 얼마나 중요한가. 특히 아무런 생각 없이 내뱉는 말이나 마음 깊이 생각하여서 하는 말이나 그 어떠한 것이든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 물론 모든 것이 받아들이는 이에 따라 효용성이 결정되기는 하지만, 때로 누군가 내게 던진 말 한마디가 나의 양식이 되기도 하고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도 한다. 그리하여 오늘 먹은 그 말이 말을 내뱉은 그의 얼굴이 되는 것과 동시에 나의 얼굴을 형성하고 나를 지탱해주는 허리뼈가 되며 심지어 영혼까지 파고드는 것이다. 시인은 매일 아침 일어나 폐자원 센터로 간다. 즉 버릴 것은 버리고 소화할 것은 소화하는 작업을 통해 하루를 좀 더 소중하게 시작하는 것이다. 이러한 어제를 되돌아본 우리의 되새김, 그것은 너와 나의 관계를 좀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는 일이다. 한 마디 한 마디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여러 가지 사건 사고로 두려운 세상을 정화해…
25년만에 찾아온 가마솥 찜통더위에 온 국민이 시달리고 있다. 체온을 훨씬 넘어 40도에 육박하는 곳도 있다. 폭염을 견디다 못해 대형마트에 사람들이 몰리고 심지어 백화점과 은행까지 북적거린다. 가정에서는 주택용 전기요금에 적용하는 누진제 때문에 에어컨 틀기가 겁이 난다. 하루종일 에어컨을 가동해야 할 폭염인데도 전기요금 폭탄이 두려워 몇 시간씩만 틀 수밖에 없다. 누진제는 전기 사용량에 따라 전기요금 단가를 높이는 제도로, 고유가 상황에서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1974년 12월 3단계 누진제를 처음 실시됐다. 주택용 누진제는 2004년 이후 다시 6단계, 11.7배의 누진 구조로 시행됐다. 전기요금에 관한 들끓는 여론을 반영한 정부는 2016년 12월 주택용 누진제를 6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하는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즉, 100㎾h 단위로 세분돼 있던 6단계 누진구간을 필수사용 구간인 0∼200㎾h(1단계), 평균사용 구간인 201∼400㎾h(2단계), 다소비 구간인 401㎾h 이상 등 3단계로 줄였다. 구간별 요율은 1단계 ㎾h당 93.3원, 2단계 187.9원, 3단계 280.6원을 적용해 요금 단가 차이를 11.7배에서 3배로 축소하기는 했다
요 며칠 새 경복궁 갈 일이 많아졌다. 경복궁 끝자락에 위치한 건청궁을 드나들면서 문득 고종황제와 명성황후가 잠들어 있는 곳이 궁금해진다. 오늘은 고종황제와 명성황후, 그리고 그 가족이 함께 잠들어 있는 홍유릉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금곡릉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홍유릉은 고종과 순종, 두 황제의 능이다. 홍릉과 유릉은 왕릉이 아닌 황제릉에 해당한다. 따라서 다른 왕릉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구조가 다르다. 고종황제는 합일합방 후 1919년 6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고종황제의 능을 현재 위치로 결정하게 되자, 터가 좋지 않다고 천장설이 끊이지 않았던 명성황후의 홍릉도 이곳으로 옮겨와 합장릉을 만들었다. 원래 홍릉은 명성황후의 능호이다. 한일합방이 되면서 조선을 이왕가로 격하시켜 버린 일본은 고종의 능호를 따로 만드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고종이 능호를 쓴다는 것은 대한제국 황제의 신분을 인정하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성황후와 합장하고 홍릉이라는 능호를 쓰게 되었다. 많은 사건을 겪어내고 끝내 나라가 망하는 것까지 봐야 했던 고종, 고종황제가 능호를 갖는 방법은 이미 정해진 황후의 능호를 함께 쓰는 방법 밖에는 다른 수가 없었던 것이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는 OECD 평균의 2배 수준(OECD 5.6명, 우리나라 9.1명)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승차 중 사망자는 평균에 근접(OECD 2.0명, 우리나라 2.4명)하지만 보행 중 사망자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OECD 1.1명, 우리나라 3.5명)이다. 그렇다면 보행 중 사망자 사고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안전속도 ‘5030’ 정책이다. 도심부 제한속도는 50㎞/h, 생활도로는 30㎞/h로 제한하여 자동차의 주행속도를 낮추는 것이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제한속도를 50㎞/h로 낮추면 사망자가 44.6% 감소한다고 하고, 60㎞/h로 주행 시에는 보행자 사고 10명 중 9명이 사망하는 반면, 30㎞로 통행 시에는 보행자 사고 10명 중 1명만이 사망한다고 한다. 덴마크에서는 제한속도를 60㎞/h에서 50㎞/h로 낮추자 사망사고가 24% 감소했다고 하며, 스페인의 경우 도심의 통행제한속도는 50㎞/h로, 보행자가 많거나 좁은 도로는 20㎞/h 이하로 지정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연구와 사례에서 제한속도를 낮추면 보행자 사고가 크게 감소하는 것을 입증하고 있…
지난 5~6월간 전국에서 연이어 발생한 고층아파트 물건 투척사건으로 인해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져 있다. 실제로 2015년 10월쯤 발생한 일명 ‘용인 캣맘 사건’과 같이 초등학생이 실험으로 던진 벽돌에 의해 50대 여성이 맞아 사망한 사례가 있고, 지난 5월 평택시의 한 아파트에서 길을 지나던 여성이 1.5㎏ 아령에 맞아 어깨와 갈비뼈가 부러져 중상을 입는가 하면, 7월 의정부에서는 머그컵이 주차장으로 떨어져 차량이 파손됐다. 이에 남양주경찰서에서는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를 방지하고자 물건 투척 예방 안내문을 제작해 아파트 관리사무소 게시, 단지 내 방송으로 주민들의 관심도를 높이고 있다. 또 버스정류장이나 편의점 등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에 홍보물 부착, 협력단체와 지자체와의 유기적 간담회를 통해 지속적인 예방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아파트와 같이 다수가 생활하는 공간에서 한순간의 실수나 우발적인 행위로 인해 사망사고와 같은 인명피해나 분쟁이 발생할 수 있기에 국민들의 배려와 경각심이 절실하다. 또한 올해 발생한 5건의 고층아파트 물건 투척·낙하로 인한 사고 중 2건이 어린이들의 호기심·부주의로 물건을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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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는 시칠리아 말로 ‘자랑, 호언’ 또는 ‘아름다움’을 뜻한다. 8세기부터 시칠리아를 지배했던 사라센 말이 어원이다. 마피아의 유래는 19세기 부재 지주들의 사병조직설이 유력하다. 시칠리아 마피아들은 19~20세기 미국으로 건너가서 뉴욕 시카고 등지에서 범죄조직을 결성했다. 얼굴 흉터로 ‘스카페이스(scar-face)’라는 별명을 얻었던 알 카포네도 그중 하나다. 마피아는 1920년대 시행된 금주법을 계기로 미 전역으로 세를 확산시켰다. 1950년대에는 24개 조직이 활동했고 10년후엔 15만명의 조직원을 거느릴 정도로 세력을 키우며 위세를 떨쳤다. 최근엔 크게 위축됐다. 지속적인 소탕작전과 투명해진 사회 시스템으로 검은 돈을 챙길 기회가 줄어든 까닭이다. 하지만 상당수는 마약판매 매춘 등 전통적 갱 업종에서 손을 뗀 대신 제도권에서 ‘사업’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이탈리아 마피아는 아직도 건재하다. 시칠리아의 노사 코스트라와 나폴리의 카모라 등 4대 조직이 있다. 이들의 상당수는 교회 출석과 기부 활동 등으로 지역 사회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마피아가 주도하는 범죄 산업 규모가 국내총생산의 11%에 이른다고 한다
날이 갈수록 기간제 교사의 처우와 권리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더구나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 10명 중 7명이 정교사가 기피하는 업무를 떠맡는 등 정교사와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보여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교육단체인 전교조가 지난 4월26일부터 5월8일까지 기간제 교사들의 권리에 관한 실태 파악하기 위해 전국의 유·초·중·고 기간제 교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학교 내에서 정교사와 다르게 차별을 경험한 기간제 교사가 74.8%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당한 경험의 유형으로는 기피 업무담당 요구가 75.9%로 가장 많았고, 각종 위원회 피선출·선출권 박탈(59.3%), 방학·연휴 등을 전후한 쪼개기 계약(37%), 정교사와 달리 방학 중 근무기간 차별(23.0%), 계약기간 만료 전 계약 해지(17.4%) 등이 뒤를 이었다. 또 기간제 교사들은 처우 개선에 있어 가장 시급한 사안으로 고용안정(58.4%)을 꼽았다. 이어 성과급이나 호봉승급·정근 수당, 복지포인트 등 보수 차별 해소(39.5%)가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고, 쪼개기 계약 금지(32.6%), 직무연수,…
연일 찜통더위다. 더러는 시원한 곳을 찾아 때 이른 휴가를 떠나고 젊은이들은 바다에서 해수욕하며 더위를 즐기고 어르신들은 삼삼오오 나무 그늘을 찾아 더위를 견디기도 한다. 마을입구에는 당산나무가 있곤 했다. 당산나무는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마을에 큰 행사가 있을 때는 당산나무에 제를 올리기도 했다. 내 고향 청주에도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 있었다. 전해내려 오는 말에 의하면 나무가 울면 마을에 재앙이 생겼다고 한다. 수백 년 수령의 그 나무는 몇 년에 한번 정도 울었는데 그때마다 마을 사람이 이유 없이 죽거나 뜻하지 않은 재앙이 생겼다고 한다. 지금은 개발에 밀려 나무도 없어지고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몇 아름은 족히 될 만한 거대한 나무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길손들의 쉼터가 되곤 했다. 나무 밑 평상모여 앉아 서로의 안부를 묻고 마을의 대소사를 논하기도 했으며 여름한철 피서지가 되곤 했다. 그 거대한 나무도 새가 날아들면 새의 무게만큼 흔들렸고 서로의 잎을 바스락대며 푸른빛을 더해가곤 했다. 어느 해는 잎이 듬성듬성했고 한해 그러고 나면 다음해는 무성하고 짙푸른 색으로 풍성한 그늘을 만들었다. 어른들은 나무가 해거리를 하는 것…
재료들 /최문자 어머니를 꽉 쥐면 주르르 눈물이 쏟아진다 주원료가 눈물이다 사랑을 꽉 쥐어짜면 쓰라리다 주원료가 꺼끌꺼끌한 이별이다 매일매일 적의를 품고 달려드는 삶을 쥐어짜면 비린내가 난다 주원료가 눈이 어두운 물고기다 CT로 가슴을 찍어보면 구멍 뚫린 흰 구름 벌판 주원료가 허공이다 구멍 난 가슴을 무심히 들여다보니 거기에는 ‘어머니’가 있고‘사랑’이 있고‘비린내 나는 삶’이 있다. 이것들이 시인의 삶을 견인하는 재료들이다. 그런데 이것들은 하나같이 ‘슬픔’이고 ‘아픔’이고 ‘비린내’가 난다. 삶의 바깥에는 분명 내일이 있고 흐림 뒤에 맑음도 있는데 시인의 삶에 들어 있는 아픈 진실 ‘CT로 가슴을 찍어보면/구멍 뚫린 흰 구름 벌판’의 예리한 시선이 타자의 마음에 들어와 칼금을 긋는다. 이 대목에서 나는 아니라고 손사래 치는 이 누가 있을까? 아픔을 아프다고 말하지 않고 슬픔을 슬프다고 말하지 않으며 안으로 삭히는 무심함에서 시인다운 고매함과 고요한 경지를 느낄 수 있다. 어떤 치장도 꾸밈도 없이 일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