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그 의식이 가장 높은 곳에 있을 때 고독하다. 그 고독은 때로는 이상하고 낯설며 괴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생각이 부족한 사람은 여러 가지 기분전환을 시도하며, 괴로운 고독의 의식에서 도피하고자 의식의 높은 곳에서 바닥을 향해 내려가고 만다. 이에 반해 생각이 깊은 사람들은 기도를 통해 그 높은 곳에 계속 머물러 있다. 개체는 유한하다. 그러므로 신은 결코 개체일 수가 없다. 그런데 기도는 신에 대한 호소이다. 개체가 아닌 것에 어떻게 호소한단 말인가? 천문학자들은 정말로 움직이는 것은 보이는 별자리가 아니라, 자신들이 천문대와 망원경을 설치한 지구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역시 지구의 움직임이 아니라 별자리의 움직임을 기록한다. 그렇게 할수 밖에 없는 것이다. 기도도 바로 그것과 같다. 신은 개체가 아니다. 그러나 나는 개체이기 때문에, 자신과 신의 관계를 신이 개체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개체와의 관계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개체를 인격체로 이해하는게 더 옳을 것 같다. 옮긴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 우리의 시대가 오늘날 사로잡혀 있는 이기주의와 회의와 부정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요구되고 있는 것, 그것은 우리
분단 이후 최초로 3·1절 행사를 남북 민간단체에서 공동으로 개최하였다. 2003년 3월 1일 북측대표단 105명이 방한하여 워커힐 제이드가든에서 역사적인 3.1민족대회가 열렸었다. 이때 있었던 재미있고 의미있는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한다. 6·15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간 회담, 공동행사 등이 자주 열렸다. 이때 남북간 만남의 장에는 항상 통일부와 국정원, 북에서는 통전부와 국가안전보위부 요원들이 행사의 지원을 위해 참석하였다. 남북교류협력법과 국가보안법이 함께 적용되는 남북관계의 법질서의 단면을 보여주는 현실이다. 국방백서에 ‘주적’을 넣는다. 만다.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첫날의 3·1민족대회 행사도 의미 있었고, 이튿날 일요일에는 북한종교인들이 우리의 종교시설에서 남북이 함께 종교의식을 치렀다. 불교는 봉은사, 천주교는 명동성당, 천도교는 수은회관, 기독교는 소망교회에서 각각 행사를 맡아서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보안요원과 북측 보장성원(행사지원인원을 북에서는 보장성원이라 부른다)간에 사소한 일로 다툼이 있었다. 사람 사는 일이라, 더욱이 60년 가까이 헤어져 살았던 적대관계의 체제를 보위하는 요원들간에 다툼이 발생함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송곳니로 물어뜯었다. 아니, 송곳니를 깊숙이 박고 나머지 이빨로 물어뜯었다는 게 적확한 표현이다. 물어뜯는 이빨의 무작스러움은 악다문 턱뼈와 흔들어대는 모가지 근육을 통해 그대로 전달되었다. 으르렁거릴 때마다 까뒤집어진 잇몸 사이로 침이 번들거렸다. 번들거리는 침에서 개 사료 냄새가 났다. 비릿한 동물성 사료 냄새에 비위가 뒤틀렸다. 도사견과 세퍼드의 잡종쯤일까. 대가리를 흔들며 물어뜯을 때마다 덩치 큰 개의 살집이 덩달아 출렁거렸다. 개는 두 개의 눈을 송곳니처럼 내 얼굴에 박고 놓아주지 않았다. 타깃이 된 나의 얼굴이 개의 눈동자에 고스란히 비쳤다. 겁에 질린 얼굴이었다. 땅끝 마을에는 드문 눈이다. 삼년 만에 내리는 함박눈이라고 했다. 첫눈치고는 소복하여서 해남 천지가 함박꽃이다. 눈꽃을 만끽하려 나섰다가 개를 만났다. 딸기농사를 하는 농장 앞이었는데, 논 가운데 하우스 몇 동을 지어놓고 있었다. 개는 열린 문틈으로 곧장 걸어 나왔다. 목줄을 하지 않은 개였다.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지만 주인은 웃으며 내게 말했다. “우리 사랑이는 사람 안 물어요.” 나는 어깨에 메고 있던 백팩을 내밀며 방어자세를 취했다. 개 주인이 다시 웃으며 말했다. “안 문
대장동 사기 사건의 종범인 전 성남도시공사 기획본부장 유동규 씨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진상 씨가 대한민국을 먹자고 말했다" 고 밝힌 바 있다. 정 씨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측근이자 정치적 동지다. 그런 그가 대한민국을 먹자고 비속어로 표현한 속내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체포되면서 한국의 민주주의 운운한 것과 정면 배치된다는 점이다. 민주주의는 점령이나 통치, 권력을 통한 부패를 뜻하지 않는다. 무심코 뱉은 말 한마디에 사안의 본질이 들어 있기도 하기 때문에 정 씨의 말을 지나칠 수 없다. 그 야심에 대입해보면 대장동 키맨 김만배 씨가 천화동인 1호에 1억 465만 원을 출자해 이름 그대로 만 배의 수익(1208억 원)을 올린 것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김 씨의 소유든 "이재명 측 소유라고 들었다"는 공범 남욱 변호사의 전언이 진실이든 터무니없는 야심이 한국 현대사회에 칼을 꽃은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장동이라는 칼날을 뽑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대장동을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하면 민주당이나 국민의힘당도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대장동 사기 사건은 그만큼 한국 사회에 있어 돌이킬 수 없는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헌법 제27조 제4항).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함을 원칙으로 한다(형사소송법 제198조 제1항). 형사재판은 검사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경기장에서 진행된다. 재판은 강제력이 담보된 검찰의 수사력을 바탕으로 철저하게 수집된 증거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피고인이 증거를 제출하기도 하지만 수사권도 없이 수집한 증거는 한없이 초라해지고는 한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탄핵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하기도 하지만 명확한 불법을 저질러 수집된 증거가 아닌 이상 대부분 증거로 채택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검사는 고도의 법률 지식을 가진 데다 수사와 공소유지를 업으로 삼은 이들이다. 반면 피고인은 재판을 자주 경험해 봤자 평생 10번을 넘기는 이는 드물다. 대부분 피고인은 그 재판이 인생 첫 번째 재판이고는 한다. 지식, 경험 그리고 숙련도에서 피고인은 검사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마저도 검찰총장 시절 “법률적으로 숙련된 검사를 상대방으로 만나서 여러분들이 몇 년을 재판을 받아서 결국 대법원에 가서 무죄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여러분의 인생이 절단이 납니다. … 법적으로 엄청나게, 특히 형
진정한 행복은 언제나 우리 안에 있다. 그것은 물체의 그림자처럼 선한 생활에 항상 따르기 마련이다. 신은 우리를 더욱 선하게, 더욱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우리의 눈앞에 또는 우리 가까이에 갖다 두었다. (세네카) 자신의 생명을 정신적 자기완성 속에 두는 사람은 불만을 느끼는 일이 없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언제나 자신의 지배 아래 있기 때문이다. (파스칼) 진정한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활동은, 언제나 쾌락의 획득을, 고뇌의 회피를, 피할 수 없는 죽음으로의 도피를 향하고 있다. 그러나 쾌락에 대한 욕망은 타인과의 투쟁에 박차를 가하고, 고뇌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며 죽음을 끌어당긴다. 그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보지 않기 위해 그들이 알고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더욱더 많은 쾌락을 좇는 것이다. 그러나 쾌락에는 한계가 있어, 그 한계를 넘으면 쾌락도 고뇌로 바뀌고 더욱더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공포로 바뀌어버린다. 진정한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뇌의 근본적인 원인은, 그들은 남으로부터 힘으로 빼앗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쾌락으로 생각하는 데 있다. 남으로부터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힘으로 빼앗는 것은, 사람들에게 참된 행복을 주는 유
비운의 의병장이었다. 1567년 태어나서 1596년에 옥사했다. 스물아홉. 빛고을 광주 충장로는 충장공 김덕령의 거리다. 이 특별한 젊은이의 죽음은 400년이 훌쩍 넘은 오늘에도 너무나 아깝다. 화난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돌아가 그 더러운 정치에 들쥐 잡는 들불을 놓고 싶다. 전주이씨들 보다 자부심이 강한 광산김씨다. 율곡과 함께 서인의 원류 유학자 성혼(成渾)의 제자로서 또래들에게 뒤지지 않는 학식을 갖췄다. 열너댓 살 소년이 이미 전국 제일의 씨름꾼으로 이름을 얻었다. 궁술과 기마 등 무사로서의 역량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문무를 겸비한 국보였다. 어린 나이에 벌써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았다. 그것도 세 번씩이나. 괴력의 소유자였다. 자당께서 호랑이를 품에 안는 태몽으로 얻은 아들이었다. 태생적으로 특별한 운명이었다. 중국에 이른바 '4대 기서'(삼국지 수호지 서유기 금병매)가 있다. 내게는 수호지가 1번이다. 나는 '위대한 왕초' 송강(宋江)의 혈맹 공동체인 충의 두령 108명을 모두 좋아한다. 존경한다. 내가 그 시대 山東의 청년이었다면, 해방구 '양산박'(梁山泊)에 들어가서 무송, 노지심, 임충, 흑선풍 등과 우애하며 살았을 거다. '역발산
모든 것에 저항할 수 있지만 선량함에 대해서는 저항할 수 없다. (루소) 선행에 목적이 있다면 그것은 이미 선이 아니다. 대가를 예상하고 이루어진 경우에도 역시 선이 아니다. 선은 인과율을 초월한 것이 아니면 안 된다. 횃불과 불꽃이 아무리 강력해도 태양 앞에서는 빛을 잃어버리듯이, 우리의 지능도(설사 천재라 하더라도) 또 아름다움도, 마음으로부터의 선량함 앞에서는 빛을 잃어버린다. (쇼펜하우어) 한없는 부드러움은 진정으로 위대한 사람들의 천성이자 재산이다 (존 러스킨) 연약한 식물이 단단한 흙을 뚫고 바위가 갈라진 틈을 지나 자생한다. 선량함도 그와 같다 어떠한 쐐기도, 어떠한 망치도, 어떠한 무기도 선량하고 성실한 사람은 이기지 못한다. (소로) 인간이 있는 곳에는 그에게 선을 행할 기회도 있다. (세네카) 우리가 어떤 사람을, 우리의 마음에 든다거나 우리에게 선을 행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 속에서 모든 사람들 속에 깃들어 있는 신의 영혼을 보기 때문에 사랑할 때, 비로소 우리는 신의 사랑, 진정한 사랑으로 사랑하는 것이다. 원수 사랑이 가능해지는 이유이다. 위대가 무엇이 위대겠습니까? 강대국의 뒤를 따라가며 그 후진을 무릅쓰는 이른바 후진국의식을…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 10‧29 이태원 참사 49일 시민추모제가 지난 16일 이태원역 거리에서 열렸다. 무대 위 대형 스크린에는 희생자들의 생전 사진과 유족들이 전하는 메시지가 스쳤다. 진행자는 희생자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호명했다. 그리고 이름 하나마다 “기억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추모는 대상이 되는 사건이나 사람에 대해 기억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일이다. 잊지 않는다는 것은 과거의 불행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이면서 슬픔을 넘어 현재를 살아갈 힘을 찾아내게 한다. 애도의 한 방법이기도 한 추모는 희생자를 잃은 상실과 슬픔, 그리고 아픔을 유가족과 지인들 그리고 그들을 위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표현하게 한다. 이런 시간의 누적이 서로를 지지하는 힘을 이룬다. 희생자에 대한 개인의 기억이 미디어를 통하면 사회적 기록이 된다. 이렇게 모인 추모 기록은 사회적 기억을 구성한다. 희생자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기억이 되고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말아야겠다는 이유가 될 것이다. ‘미안해, 기억할게’라는 제목으로 한겨레가 연재하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야기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야기하고 있다. 엄마 아빠에게 ‘나한테 해줄 수 있는 것
내년에 있을 국민의힘 전당대회 룰이 결정됐다. 지금까지의 국민의힘 당헌 당규는, 당원 투표 7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로 당 대표를 선출하도록 규정돼 있었다. 그런데 이번 전당대회 룰 변경으로, 100% 당원 투표로만 당 대표를 선출하게 됐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당원 투표 90%에 여론조사 10%의 비율로 바꾸자고 했다가, 결국 당원 투표만으로 당 대표를 선출하게 된 것이다. 당원 투표로만 당 대표를 선출하자고 주장한 측의 논리는 이렇다. 첫째, 당원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당원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 둘째, 현재 당원 수가 80만 명까지 늘었기 때문에, 과거 20만 당원 시대보다는 당원 투표만 반영하더라도 훨씬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 셋째, 여론조사의 비율을 늘릴수록 역선택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등이 당원 투표만으로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논리적 근거다. 당원도 4배 가까이 증가했고, 당내 민주주의를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논리도 설득력은 있다. 그런데 역선택 가능성 때문에 당원 투표만으로 당 대표를 선출하자는 논리에는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여론조사에 역선택이 혼재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부인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