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만큼 정당이 난립하고 당명(黨名) 교체가 잦은 나라도 없다. 1947년 미소공동위원회에서 정당 단체 참가 신청을 받은 이후의 정당사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당시 접수한 정당·단체가 460개를 넘었다. 당원과 회원수는 7530여만 명이나 됐다. 우리 인구의 3배에 가까운 숫자다. 그리고 이들 정당의 평균 수명은 2년 6개월이다. 작당(作黨) 수준의 정당사는 1980년대 들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87년 민주화 이후 지금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됐던 정당은 113개, 평균 존속기간은 44개월에 불과하다. 이 중 선거 때 국회의원을 배출한 정당은 40개밖에 안 된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정당도 창당 당시의 당명을 갖고 있는 경우는 없다. 박근혜 정권을 창출했다며 정통 보수여당이라 자처하는 새누리당만 하더라도 그렇다. 뿌리를 살펴보면 지난 1990년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으로 이뤄진 민주자유당이 모태다. 그 뒤 신한국당, 한나라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다시 2012년부터 지금의 당명으로 변경 사용해 오고 있다. 야당의 당명 부침(浮沈)은 더하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만 보더라도 각종 선거 결과의 책임을 놓고…
낯선 편지 /나희덕 오래된 짐꾸러미에서 나온 네 빛바랜 편지를 나는 도무지 해독할 수가 없다 건포도처럼 박힌 낯선 기호들, 사랑이 발명한 두 사람만의 언어를 어둠 속에서도 소리 내어 읽곤 했던 날이 있었다 그러나 어두운 저편에서 네가 부싯돌을 켜대고 있다 해도 나는 이제 그 깜박임을 알아볼 수 없다 마른 포도나무 가지처럼 내게는 더 이상 너의 피가 돌지 않고 온몸이 눈이거나 온몸이 귀가 되어도 읽을 수 없다 오래된 짐꾸러미 속으로 네 편지를 다시 접어 넣는 순간 나는 듣고 말았다 검은 포도알이 굴러떨어지는 소리를 한때 사랑했던 사람이 보내온 편지를 본다. 탱탱하고 달달했던 우리의 언어들은 이제 아무런 감각이 없다. 그러니까 우린 편지를 두고 행간의 깊이 속으로 빠져 들어가 버렸다. 서로가 서로를 허우적대지 않는 시간이 찾아와버린 것이다. 건너에서 네가 별별 신호를 보내와도 나는 환해지지 않고 너도 나를 찾지 못한다는 것. 우린 이제 떠도는 먼지,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 허공을 나는 새의 울음을 내며 우주의 먼 곳까지 날아가 닿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니까 우린 마침표처럼 무덤처럼 검은 포도알 굴러떨어지는 소리를 내며 관계를 증언하는 객체들이 되어버린 것이다.
1월 임시국회가 지난 20일 별다른 소득 없이 막을 내린 가운데 선거연령 만 18세 하향 역시 2월 임시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이에 촛불을 들고 평화의 행진을 펼치고 있는 국민들은 큰 실망감을 내비쳤다. 정치개혁의 변곡점이 될 참정권 확대라는 과제가 성사되지 않은 것에 강한 배신감을 표출했다. 특히 시민 명예혁명의 한 축을 담당하며 날카로운 지적과 사회 풍자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던 청년이 느끼는 좌절감은 그 누구보다 더욱 컸다. 그들은 올해 처음으로 제도권 안에서 내손으로 내가 원하는 대통령을 뽑을 수 있다는 기대로 가득 찼었지만 답을 보여야 할 정치권이 변혁의 희망 대신 깊은 실망감을 선사한 꼴이 됐다. 대체 왜? 국민이 직접 이끌고 있는 민주주의의 성장엔진과 도약을 위한 시작점에서 찬물을 끼얹는 것인가? 이 물음에 해답을 찾기 위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촉발한 촛불 행진이 무엇을 의미했고 거리에 나선 국민들이 던지 메시지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 번 우리 정치권이 주의 깊게 숙고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4달이 넘도록 국민들은 옷깃을 여미는 찬바람 속에서도 차디찬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초지일관 우리 사회의 적폐에 대해 하나씩 이야기하
‘모난 밥상을 볼 때마다 어머니의 두레판이 그립다./ 고향 하늘에 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처럼/ 달이 뜨면 피어나는 달맞이꽃처럼/ 어머니의 두레판은 어머니가 피우시는 사랑의 꽃밭./ 내 꽃밭에 앉는 사람 누군들 귀하지 않겠느냐,/ 식구들 모이는 날이면 어머니가 펼치시던 두레판.’ 정일근 시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 중 일부다. 힘들고 어려운 인생의 고비 때마다 어머니의 포근함이 담긴 풍요로운 밥상을 생각나게 한다고 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시다. 구절구절 묻어나는 감상을 거론치 않아도 한국인에게 밥자리는 특별나다. 해질녘 귀가한 아버지의 온기도 함께 묻어나는 저녁 밥상. 도란거리는 식구들 얘기와 젓가락 부딪히는 소리 사이로 부모는 사람 사는 도리를 가르치고 아이들은 세상 이치를 배운다. 착하게 살아라, 밥 얻어먹는 것보다 밥 사주는 사람이 되어라 등등. 지금도 많은 가정 이러하다. 세월이 변해 오르는 반찬과 일방적 훈계(?)는 달라졌어도 밥이 놓인 식탁에 마주앉으면 가족 간에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고가는 건 변하지 않았다. 하루 동안 있었던 일, 친척 간 소소한 소식, 육아와 살림살이 애로사항, 가족 미래에 대
그녀들의 아크로바트 /이운진 등이 휜 여자가 중년의 여자를 업는다 중년의 여자는 살굿빛 소녀를 어깨에 올리고 어깨에 앉은 살굿빛 소녀는 요람을 안고 흔든다 하얀 구름 한 장의 지붕을 걷어내면 요람 속에서 등이 휘고 있는 여자, 여자들 수없이 쌓인 그녀들을 밟고 눈을 감은 남자가 허공에 문패를 건다 - 이운진 시집 ‘타로카드를 그리는 밤’ 세계의 역사는, 민족의 역사는, 부족의 역사는 그리고 이 모든 역사의 근원인 한 가계의 계보는 어떤 힘으로 진행되고 완성되는가. 여기 곡예처럼, 아름다우면서도 위태롭고 아슬아슬하면서도 질기게 계보를 이어가는 여자들의 내력이 있다. 계보를 잇는다는 것이 그저 자연스럽게 순리를 따를 것 같지만, 구름 한 장 정도의 환상을 걷어내면, 등이 휜 여자가 등이 휠 중년의 여자를 업고 역시 언젠가 등이 휠 소녀가 중년 여자의 어깨에 앉아 또 언젠가 등이 휠 어린 여자의 요람을 흔들어 주는 것. 등이 휜 여자들의 수없이 쌓인 고난을 근저로 한다는 것. 그런데 문패를 달고 계보를 완성하는 이는 이 모든 역경에 눈을 감고 있는 남자다! 우리의 서러운 어머니들, 누이들을 어떻게 쳐다볼 수 있을 것인가. /김명철 시인
20여 년 전 일본 도쿄 가까이에 있는 츠쿠바시에서 일본 과학박람회가 열린 적이 있다. 일본의 활발한 과학과 기술을 세계에 알리고져 하는 의도에서 열린 야심찬 계획의 과학박람회였다. 그런데 박람회장 입구에 일본의 과학기술을 자랑하는 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것이 일본의 과학기술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작품이라는 식으로 박람회장 입구에 설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전시물이 예상을 초월하여 한 그루의 토마토였다. 토마토 한 그루에 무려 1만600개의 토마토가 달린 한그루의 토마토였다. 토마토를 흔히 생각하기를 일년생 작물로 오해한다. 실제로는 토마토는 다년생 작물이다. 그러나 기온과 온도가 맞지 않아 서리가 오고 추위가 오기에 토마토가 시들어 버린다. 그러나 토마토를 온도와 습도를 맞추어 주면 수년간 자라면서 많은 토마토를 맺게 된다. 토마토의 이런 습성을 잘 이용하여 유리하우스에서 길러 일만육백개의 토마토가 주렁주렁 열리게 한 것이다. 일본의 과학계는 이를 일본 과학기술을 자랑하는 대표로 선정하여 전시한 것이다. 그런데 이 토마토를 기른 당사자가 농학박사나 교수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한 농부였다. 전시장에서 신문기자들이 어떻게 이런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느냐고
거미막밑출혈은 머리손상의 경우를 제외하면, 대다수가 뇌동맥자루의 파열로 발생합니다. 뇌동맥자루 거미막밑 출혈은 일차 출혈에서 생존한 경우에도 방치하면 재파열에 의한 치명률이 매우 높아 가능한 신속히 뇌동맥자루에 대한 치료를 요합니다. 뇌동맥자루란 뇌동맥 벽의 일부가 풍선처럼 확장된 것입니다. 동맥자루 벽에 따라, 혹은 크기, 모양에 따라 다양한 동맥자루가 있을 수 있으며, 각각에 따라, 임상 양상과, 치료방법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뇌동맥 자루의 발생기전은 명확히 밝혀져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흡연, 고혈압 등 후천적 요인에 의하여 그 발생 및 파열이 촉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가족 내 발생 성향이 관찰되어 유전적 요인도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뇌동맥 자루는 3:2로 여자에서 호발하며, 특히 속목동맥 동맥자루는 여자에 빈발합니다. 가장 흔히 발견되는 연령은 40~60대이며, 15~24%에서는 다발성으로 발견되고 있습니다. 호발 요인으로는 가족력, 흡연, 고혈압 등이 있습니다. 뇌동맥자루가 있는 사람들 중 매년 1~2%가 뇌동맥자루 파열을 경험합니다. 그러나 그 크기, 위치, 모양 및 기타 위험인자 유무에 따라 피열의 위험도는 다릅니다. 여러…
대한민국은 건국 이래 크고 작은 화재로 수많은 소중한 생명과 자산들을 잃어버렸다. 우리가 조금만 더 살피고, 예방에 관심을 가진다면 분명히 사전에 그 징조를 알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 1920년대 미국의 허버트 W. 하인리히(Herbert W. Heinrich)는 산업재해를 분석해 흥미로운 법칙을 발견해냈다. 한 번의 큰 재해가 발생하기 전까지, 같은 원인으로 인해 29번의 작은 재해가 발생했고, 재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또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 했던 경우가 300번은 있었을 거라는 것이다. 이른바 1:29:300 법칙인데, 이는 어떤 상황에서든 문제되는 현상이나 오류를 초기에 신속히 고쳐나가야 함을 강조한다. 화재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위험한 물건들을 사전에 올바르게 조치하고 초기에 그 징후를 포착해 적절히 대처한다면, 우리 집에서 발생한 작은 불씨는 아무 힘없이 사그라질 것이다. 화재의 신속한 감지와 대처를 위해, 정부에서는 2017년 2월부터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8조 등 관련 법령을 정비하여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은 구획된 실마다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설치하고, 세대별·층별
전국의 교육감들이 ‘우리는 교육대통령을 원한다’고 선언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이들은 차기 대통령 선거에 나설 후보들에게 교육부 폐지와 대학입시제도 개선, 무상보육 확대 등 9가지 교육개혁 과제를 제시했다. 교육감들은 기자회견에서 “오래된 교육 병폐 해소와 교육문화 혁신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누구보다 절박하게 체감하고 있다”며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교육개혁의 핵심 과제를 여야 후보와 정치권, 국민에게 긴급 제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교육대통령’이 제시해야 할 구체적인 과제로 교육부 폐지 등 교육부 개혁, 교육체제 전면 혁신, 학부모 교육 부담 경감, 영유아 교육·보육 재정비, 교육재정의 안정적 확보 등 9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교육개혁이 늘 화두로 등장하는 것은 교육부와 교육정책이 불신을 받아왔다는 증거다. 자율화와 교육자치시대를 맞아 교육부의 잦은 간섭이 효율적인 교육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을 받아온데다 학부모들 역시 정부가 내놓는 교육정책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좌편향 교육감들의 정책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유력 대선 후보들의 교육 관련 선거 공약에도 교육부 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