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늬엇늬엇 넘어갈 무렵의 교동시장 좁은 골목, 진득한 땀 냄새가 풀풀 날리는 인간터널을 지나 코너를 돌아가면 사람들 바글바글 모여앉아 먹거리 한 상씩 받아 안고 있는 아지매 분식집이 보인다. “납짝 만두 1인분, 오징어 야채전 1장, 양념 오뎅 1인분이요.” 마주 앉자마자 수다를 화수분으로 뿜어내는 풋풋한 젊은이들의 공간. 지붕이 빨갛다고 빨간 집으로 통했던 아지매 분식집에서 내다보는 교동시장의 골목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입술이 두툼한 순대아줌마는 연신 순대를 썰어대며 한 손으로 소금을 퍼내고, 배불뚝이 아줌마는 턱밑 비지땀을 앞치마로 바쁘게 훔쳐대며 지글지글 몸부림치는 오징어·야채전 뒤집기에 여념이 없다. 야한 속옷가게 젊은 남자 종업원의 호객행위에 놀라 양 볼이 빨개진 미니스커트 어린 아가씨는 얼음 미숫가루 한 사발로 열을 식히고, 골목 난전 낚시의자에 쪼그려 앉은 모시저고리 할머니는 양념 오뎅집 오뎅 국물이 튈까봐 자꾸 가자미눈으로 가게 쪽을 흘겨본다. 그런데 휑하다. 오늘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골목이 이렇게 넓은 줄은 미처 몰랐다. 딱 25년만인가 보다. 그 왁자하던 도깨비 시장, 요란했던 골목이 모두 사
결국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찾지 못했다. 이를 보는 국민들의 피로감이 이만저만 아니다. 사정은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북방한계선(NLL) 등의 문제에 묻혀 한달 가까이, 거기에 사라진 사초(史草) 찾기에 일주일을 정쟁으로 지새웠으나 밝혀진 것 없이 오히려 의혹만 증폭됐기 때문이다. 국정원이 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한 것은 지난달 24일이다. 그 후 한달 가까이 정국이 온통 북방한계선(NLL) 등의 문제에 묻혀 허우적댔다. 공개한 회의록이 원본인가 아닌가의 진위 여부와 제기된 조작 관련 등 훼손·왜곡 의혹에 대해 여·야가 끝 모를 공방을 펼쳤다. 그러다 일주일전 회의록 실종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알려졌다. 정치권은 또다시 격돌했다. 여야는 전문가를 대동, 국가기록원을 방문해 1주일 동안 자료 검색도 했다. 검색한 제목과 본문만도 30여만건이나 된다. 그러나 원본은 없었다. 여·야 서로 자신들의 주장이 맞을 것이라는 예상을 여지없이 뒤엎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국민들의 피로감 극대화 국민들은 지난해 말에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여야가 대선에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갯벌의 시/권혜창 달과 지구가 점점 가까워지는 때 있지 조수간만의 차 때문이란 싱거운 변명이 있는 모양이지만 썰물 진 바다에 가 봐 마음의 속살이 다 보이잖아 미처 숨기지 못한 어린 게들을 갯벌 속으로 황급히 끌어 당겨 봐도, 이미 늦은 일 감출 수 없는 그런 마음이 있다는 거지 갯벌 위를 걷다 보면 더 잘 알게 되잖아 발자국마다 놓아주지 않으려는 힘 별들의 인력이 얼마나 간곡한지 알게 되지 삶이 시에게, 시가 삶에게 한껏 팔을 뻗는 시간들도 그러하지 거품을 뿜으며 옆으로 걷는 게가 온 몸으로 적어놓은 갯벌 위 문장들도 그러하지 - 계간 <시와시> 2010년 여름호 감출 수 없는 마음, 그걸 시인은 “마음의 속살”이라고 부른다. 어린 게들에서 갯벌의 마음의 속살을 읽어내고, 발자국을 놓아주지 않으려는 힘에서 별들의 간곡한 인력을 읽어내는 게 시안(詩眼)이겠다. “삶이 시에게, 시가 삶에게 / 한껏 팔을 뻗는 시간”에 자연에서 비의를, 갯벌에서 문장을 읽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여름, 나무의 마음과 바람의 속살 등을 만지작거리며 노닐고 싶다. /박설희 시인
여자 배구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1964년 동경올림픽 때였다. 일본은 여기서 세계최강 소련을 꺾고 금메달을 땄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조직력과 강력한 수비를 펼친 선수들에게는 ‘동양의 마녀’라는 별명도 붙었다. 그리고 10년 동안 세계정상에 군림했다. 한국여자배구는 1975년 몬트리올 프레올림픽에서 이런 일본을 꺾고 우승, 세계 배구계를 놀라게 하며 일본을 충격에 빠뜨렸다. 여세를 몰아 다음해에 열린 몬트리올 올림픽에선 당당히 동메달을 획득했다. 여자 배구팀이 딴 동메달은 올림픽 출전 사상 첫 단체 구기 종목 메달이다. 당시 메달획득의 의미는 배구뿐만 아니라 한국 스포츠사에 새로운 장을 열게 했다. ‘날으는 작은 새(Flying Little Bird).’ 동메달의 주역 조혜정 선수의 애칭이다. 165cm의 단신이지만 60cm에 달하는 서전트 점프력으로 당시 동양의 마녀들과 자신보다 10cm 이상 큰 외국선수들을 상대로 종횡무진 코트를 누빈 조혜정을 보고 외국기자가 감탄에 젖어 붙여준 이름이다. 50대 후반의 주부가 된 조혜정은 지금도 배구계의 전설, 살아있는 역사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올림픽이 끝난 후 우리나라는 대대적 배구 붐이 일어났다. 초중고
공주사대부고 2학년 학생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일부다. “저는 현장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지금 저의 페이스북에는 친구들의 좌절, 애도, 분노, 그리움의 글들이 쏟아지고 저의 눈앞을 흐릿하게 가리고 있습니다. 허울만 바꾸고, 자신의 권위만 지키기 위해 친구들을 진정으로 생각하지 않는 어른들의 무책임한 행동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습니다. 기자들, 사실을 왜곡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사실 그대로 보도해주십시오. 더 이상 보낸 친구들을 더 아프게 하는 그런 짓 좀 그만해 주십시오. 또 이 사건에 관련 있는 모든 어른들, 진심으로 친구들을 생각하며, 책임이 있는 행동을 보여주십시오. 그것이 친구들을 조금이라도 편안히 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입니다. 이 사건을 우리의 진심어린 마음을 돈벌이로 생각하지 마십시오.” 연일 TV 뉴스와 라디오, SNS, 페이스북 등을 통해 공주사대부고 학생들의 해병대 캠프 사고를 보도하여 보고 듣고 있다. 예견된 인재사고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고 안전수칙을 지켰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어른들의 안전불감증에 자녀를 둔 엄마로서, 시민들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으로서 아이
7월 21일의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는 예상대로 아베 총리가 주도하는 자민당이 압승했다. 이로 인해 향후 금융시장에서는 대대적인 금융완화를 통한 엔저기조를 고수하고자 하는 이른바 ‘아베노믹스’가 계속해서 순풍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 금융시장에서는 일본의 엔저와 고주가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큰 반면에, 소비세 증세를 축으로 하는 일본 재정정책의 행방과 신흥국 및 유럽의 신용불안 재연 등 해외정세에 대한 우려 역시 고조되고 있다. 따라서 아베총리가 금번 참의원 선거 압승을 통해 그의 정책 운영에 매우 유리한 정치적 환경을 조성하였다 하더라도 금융시장의 향후 일본 경기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에 따른 지금의 ‘리스크 온(risk-on)’ 양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자민당이 금번 선거에서 압승함으로써 일본은 장기정권에 의한 정치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중의원 해산이 없는 한, 국정 차원의 선거는 2016년까지 예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적 안정의 회복은 일본의 ‘소버린 신용력’을 받쳐주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아베정권은 금번…
울릉도/채명화 바다는 동쪽으로 열려 있었다 파랗게 짙푸른 조용함으로 맞아 준 바다 조그만 점 하나가 이리도 커다랗게 안겨 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마음 보이는 모든 것은 아름다움 경이로움 그리고 먹먹함뿐이다 내가 더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더냐 말하고 싶은 것이 더 있었더냐 작아지고 작아지는 나는 없어지고 스러지고 세상에 섞여 울부짖는 것이 부끄러움이다 사치스러움이다 욕망의 잔해이다 침묵 속에 부여잡는 내 가슴이 이리도 쓸데없는 것뿐임을 푸른 물 위에 쏟아내고 다시 찾는 그날에는 가벼운 깃털이 되리라 물새처럼 작은 몸으로 또한 노래하리라 그렇게 섬 하나 내 가슴에서 지우고 손짓하는 안개도 없이 조용히 떠나온 발길 울릉도는 512년(신라 지증왕 13) 신라의 이사부가 독립국인 우산국을 점령한 뒤 우릉도(羽陵島)·무릉도(武陵島) 등으로 불리다가 1915년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고 경상북도에 편입되었다. 울릉도에는 예부터 도둑·공해·뱀이 없고, 향나무·바람·미인·물·돌이 많다 하여 3무(無) 5다(多)의 섬으로 통했다. 이러한 섬에서 시인은 무엇을 본 것일까? 망망대해 위에 떠있는
‘책 읽는 민족은 번영하고, 책 읽는 국민은 발전한다’(안병욱), ‘독서와 정신의 관계는 운동과 육체의 관계와 마찬가지다’(리처드 스틸 경), ‘독서만큼 값이 싸면서도 오랫동안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없다’(몽테뉴), ‘방에 서적이 없는 것은 몸에 영혼이 없는 것과 같다’(키케로)….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의 수많은 현자와 식자들이 책에 관한 수많은 명언들을 남겼다. 그 명언 하나하나가 모두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소중히 여길만하다. 그 가운데서도 철학자이자 수필가인 안병욱 선생의 말은 두고두고 새겨둘 만한 명언이다. 아마도 책읽기를 권장하지 않는 국가는 없을 것이다. 과거 분서갱유라는 고금에 없는 일을 저질렀던 중국 진나라를 제외하곤…. 유네스코는 1995년부터 매년 4월23일을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세계 책의 날)’로 정했다. 이와 함께 독서 출판을 장려하고 저작권 제도를 통해 지적 소유권을 보호하는 국제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세계 책의 날(4월23일)’을 기념해 2001년부터 국제출판문화협회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위원회를 열어 ‘세계 책의 수도’를 선정하고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 인천시가 유네스코 지정 ‘2015 세계 책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속도를 내고 있다. 6차 협상이 끝나고 중반전에 돌입한 상태다. 정부는 “이번 협상을 통해 우리 농산물의 민감성이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했고, 협상의 성과는 1단계에서 2단계로 넘어갈 때 구체적으로 나타날 것”이라 했다. 또한 8월 말이나 9월 초쯤 중국에서 7차 협상을 열고 개방품목 비율을 정하는 1단계 협상을 끝낸 뒤 구체적인 개방품목을 정하는 2단계 협상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1단계 협상이 끝나면 2단계 협상은 빠르게 진행된다. 1단계 협상은 초민감·민감·품목의 비율을 정하는 과정으로 1단계 협상 결과가 나오면 개방 수준을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중 6차 회담의 내용은 중국측의 의도를 파악 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였다. 특히 금차 중국 측의 요구 내용 중 ‘지역화’는 우리농업에 있어서 직격탄이 될 수 있어 농업계가 우려하고 있다. 농업분야 협상은 ‘지역화’ 개념 도입 여부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지역화의 문제점을 짚어보자. 세계무역기구(WTO)의 동식물 위생 및 검역조치(SPS) 협약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