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8일, 수도권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역대급’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하늘에 구멍이 났나 싶을 정도로 무섭게 내린 폭우였다. 하루 최대 강수량과 시간당 강수량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날이었다. 서울 동작구엔 시간당 강수량이 140밀리미터를 넘겼다. 1907년 기록을 시작한 이래 시간당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이 비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라는 주택에 거주하던 발달장애인 일가족 3명이 집 안에 고립돼 목숨을 잃었다. 동작구에서도 반지하방 거주민이 같은 사고로 숨졌다. 유례없는 폭우가 가장 먼저 할퀴고 지나간 곳이 반지하였다. 기후 재난은 모두에게 불행을 안기지만, 불평등한 사회구조에서 취약한 조건에 놓인 이들에겐 비극적 참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기후 위기에 대해 언론은 어떤 보도를 주로 하고 있을까? 민주언론시민연합이 9월 13일부터 19일까지 1주일 동안 신문과 방송을 모니터한 결과를 참고했다. 기후 위기 관련 기사의 상당은 특정 기업의 대응을 소개하고 계획을 밝히는 내용이었다. 국내 최초 혹은 최대를 언급하거나 강조하면서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강조한 홍보에 가까운 내용이었다. 기업이 신재생에너지로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잘 따른다면 그 자체
기원 전 2세기에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인 진(秦)의 시황제(始皇帝)는 나라가 세세손손 영속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진은 불과 15년 만에 멸망했다. 황제는 학문을 탄압하고 이에 저항하는 학자들을 불태워 죽이기까지 하는 분서갱유(焚書坑儒)의 만행을 저지른 탓이 크다. 폭압 통치는 진을 어느새 탐관오리로 가득 찬 부패왕조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충신들의 진언을 막은 철권정치의 한계를 보여준 셈인데, 나라를 망친 자는 다름 아닌 환관 한 사람이었다. 순행 중 급사한 시황제의 죽음에 따른 왕위승계 과정에 주도권을 장악한 환관 조고(趙高)는 권력 찬탈을 위해 유언서의 조작도 서슴없이 벌인다. 시황제는 ‘큰아들 부소에게 장례를 주관하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지만 조고는 황제가 믿고 맡긴 옥새를 틀어쥐고 승상 등과 짜고 태자를 바꿔치기한다. 시황제는 평소 모든 신하들이 자신 앞에서 복종하는 모습을 보고 조고도 끝까지 자신에게 충성할 것으로 굳게 믿었으나 배신을 당한 것이다. 시황제의 막내 아들 호해를 허수아비 황제로 내세운 조고는 급기야 반란의 음모를 꾸민다. 어느 날 호해에게 선물로 사슴을 바치면서 말이라고 말하고 신하들에게도 묻는다. 곧이곧대로 말이 아니라 사슴이라
지난 25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도발을 놓고 머리를 맞대고 대응책을 논의해도 시원찮을 여야 정치권이 서로 상대 당에 책임을 돌리는 ‘네 탓’ 공방을 벌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권이 벌이는 안보 이슈의 ‘정쟁 도구화’는 국민에 대한 추악한 배신이다. ‘국가안보’, ‘국민 안전’마저도 정쟁의 먹잇감으로 삼는 이 천박한 정치풍토는 즉각 혁파돼야 한다.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번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비행거리 600여㎞, 고도 60여㎞, 속도 약 마하5로 탐지됐다. 군은 북한판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KN-23)에 무게를 두고 이 미사일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순항미사일 발사 후 한 달여 만이자 지난 8일 전술핵 선제사용을 공식화한 핵무력정책 법제화 발표 이후 첫 탄도미사일 발사다. 미국 국무부는 입장을 묻는 한국 언론사의 질의에 “북한 주변 국가 및 국제사회에 위협이 된다”면서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들어…
이전 경기도 교육감의 정책이던 혁신학교가 사라지고 있다. 올해 1학기에 경기도에서 혁신학교 재지정을 요청한 180개 학교 중 179개 학교가 재지정에서 탈락했다. 혁신학교 재지정에 성공한 1개 학교는 일반적으로 알던 의미의 혁신학교는 아닌 것 같으니 지정에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혁신학교는 기간이 남은 학교들이 차례로 재지정에서 탈락하면 역사로 사라질 일몰제에 들어갔다. 혁신학교는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혁신학교를 추진했다가 학부모들의 역풍을 맞고 포기한 학교가 한두 개가 아니다. 기사화된 것만 여러 학교가 있으니 그렇지 않은 학교는 더 많을 것이다. 혁신학교는 아이들을 놀게 하는 학교라는 오명이 붙었고, 혁신학교에 다니면 학력이 떨어진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돌았다. 교육청 연구에 따르면 혁신학교에 다녔을 때 학력이 오히려 평균보다 높다는 결과가 존재하는데도 말이다. 아이러니한 건 혁신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중 몇몇은 자신이 어린 시절 다녔던 특목고의 수업과 혁신학교의 수업이 매우 흡사하다고 했다. 강의식 수업보다 토론과 활동 위주의 수업이 많고, 교육과정 외의 다양한 걸 배울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고 했다. 아이를 특목고 자사고에 보
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밖에 없다. 노동과 걸식과 도둑질이다. 그런데 만약 노동자의 몫이 적다면 그것은 거지와 도둑의 몫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헨리 조지) 사람이 선의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 특별히 깊은 사상은 필요하지 않다. 나는 전 세계의 일을 알 수도 없고 거기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이해하고 그것을 설명할 능력도 없지만, 단 한 가지, 자기 자신을 향해 내 행위의 기본 원칙이 모든 사람에게 보편타당한 법칙이 될 수 있는지 물어본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내 행위의 기본 원칙은 옳지 않은 것이며, 그것은 그로 인해 나나 다른 사람들에게 해악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타당한 근본 법칙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다. (칸트) 신은 자신이 자신을 닮은 모습으로 창조한 인간들한테서 칭송이나 숭배를 바라지 않고, 인간들이 신이 준 이성을 토대로 그 행위에서 자신을 닮기를 바란다. 무화과도 때가 오면 영글고, 개와 벌도 자기들이 해야 할 일은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인간이 자신의 사명을 다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러나 이 위대하고 거룩한 진리는 네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갈 뿐, 나날의 삶의…
빌리 서머스는 킬러다. 지금까지 16건인지 17건인지, 비교적 오랜 기간 이 ‘업계’에서 이름을 날려 온 저격수이다. 그는 원 샷 원 킬로 사람을 죽이는 킬러로 빌런(악당)만을 죽인다는 자부심을 지니고 있는 자이다.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을 끼고 다니며 토마스 하디의 작품을 좋아한다. 제임스 M. 케인(『포스트 맨은 두 번 벨을 울린다』)과 데이비드 포스터 같은 작가 얘기도 심심치 않게 머릿속에서 뱅뱅 거리며 살아가는 특이한 인물이다. 그는 닉이라는, 메릴랜드와 펜실베이니아, 그러니까 미 동부 지역을 장악한 마피아 보스에게서 조엘 앨런이라는 인물을 ‘처치해’ 달라는 ‘주문’을 받는다. 빌리는 200만 달러라는 큰돈을 바하마에 예치하는 것을 조건으로 인생의 마지막 작업에 착수한다. 착수하되 이건 좀 시나리오가 필요한 일이라 그는 당분간, 조엘 앨런이란 인물이 곧 출두할 법원 주변에 똬리를 틀고 보통사람으로 스며들어 살아가야 하며 다운타운에도 사무실을 유지하는 척해야 한다. 직업은 출판사 에이전트에게 원고 마감에 쫓기는 무명작가 노릇으로 정한다. 재미있는 것은 그에게 이번 일을 맡기면서 조직 보스 닉과 그의 하수인 중 한 명인 조지 러소라는 인물은 빌리에게
깊어져서 가을이다. 새벽 닭 울음조차 어스름 너머에서 깊다. 깊음도 흐를 수 있을까. 나는 창문을 열고 한동안 바라만 본다. 방 안에 고인 어둠이 창틀을 타고 넘어가 새벽 속으로 흩어진다. 새벽은 푸름 속에서 더디게 흐른다. 산과 들과 마을에서 흘러온 밤의 색깔들이 푸름 속으로 스며든다. 그런 까닭으로 푸른 것들은 깊다. 밤과 어둠을 삼킨 푸름은 깊다. 바다가 그렇고, 새벽이 그렇고, 피멍 든 가슴 또한 그러하다. 푸름의 깊이는 어떤 눈금으로도 가늠할 수 없다. 하물며 가을이 익어가는 새벽의 푸름 아니던가. 나는 실눈을 뜨고 어둠과 푸름의 경계에서 발돋움 하고 선 여인을 떠올린다. 움푹 파인 그녀의 볼우물에도 새벽은 고이고 있을까. 땅끝, 해남(海南)에서 만난 봄은 목이 말랐다. 갈증 난 논과 밭과 들이 마른하늘을 향해 손가락질을 퍼부었다. 원망 섞인 삿대질에도 하늘은 좀체 비를 뿌리지 않았다. 나는 갈라진 논바닥과 타들어가는 밭고랑을 그대로 뮤지컬 대본에 옮겼다. 해남에서 만난 가뭄은 뮤지컬의 배경이 되는 마을에서도 시뻘겋게 타올랐다. 그녀에게서 처음 연락이 오던 날도 비는 오지 않았다. 보자는 연락에 그러자고 답했다. 약속장소는 해남과 완도가 마주보고 서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에 이르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서 그리로 가는 사람이 많지만, 생명에 이르는 문은 좁고 또 그 길이 험해서 그리로 찾아드는 사람이 적다.” (예수) 여러 가지 나쁜 일, 즉 우리에게 불행을 가져다주는 여러 가지 나쁜 일을 하기는 매우 쉽다. 우리에게 선이자 행복인 일을 하려면 크게 수고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부다) 지혜에 이르는 길은 결코 백합꽃이 피어 있는 잔디밭을 지나가서는 안 된다. 그것은 항상 초목이 자라지 않는 낭떠러지를 기어 올라가야 한다. (존 러스킨) 진리의 탐구에는 항상 동요와 불안이 뒤따른다. 그렇더라도 진리는 탐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진리를 발견하고 그것을 사랑하지 않으면 너는 멸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진리 쪽에서 먼저 나타나면 된다고 너는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다. 진리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네가 그것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을 뿐이다. 진리를 찾아라, 진리가 그것을 원하고 있다. (파스칼) 끊임없이 선량한 삶에 마음을 쏟는 사람만이 그것을 실현할 수 있다. 통증은 일을 할 때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일을 하지 않을 때는 비명이 나올 정도로 심하게 느껴진다. 이처럼 자신의 내면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