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수와 짝수로 나눠서 등교하다가 전체가 다 모인 건 6월 4일 뒤로 4개월 16일 만이었다. 아침 시간의 찬 공기를 뚫고 학교에 온 아이들의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발열체크와 손 소독을 마친 뒤 한명씩 교실에 입장했다. 약간은 어색하고, 약간은 설레는 새학기 특유의 분위기가 10월의 교실 안을 감돌고 있었다. 절간처럼 조용하던 교실이 간만에 활기를 띄고 시끌벅적 했다. 북적거리는 분위기에 편승해 나도 평소처럼 아이들에게 '아침은 먹었느냐', ' 잠은 잘 잤느냐' 같은 말을 건넸다. 10명 이내의 아이들이 일주일에 한번 씩 올 때는 교실이 너무 조용해서 그런지 농담을 걸어도 대답이 시원찮았다. 코로나가 사람의 성격을 바꾼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이들의 재잘거림까지 가져간 모양이었다. 열 명 넘는 사람이 함께 있는 공간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교실이 조용했었다. 등교하자마자 1교시부터 이동 수업이 있었다. 여름 방학 이후로 처음 하는 이동 수업이었다. 지난 몇 달 동안 아이들은 교실에 앉아서 수업을 받다가 집으로 가곤 했다. 교사들이 교실을 옮겨 다녀서 학생들은 이동할 일이 없었다. 짧아진 쉬는 시간과 이모저모로 제약이 많은 수업 내용 때문에 학교에서 몸을
별은 헛것이다. 헛것인 별의 그리움은 아득함에 있다. 보이지만, 다다를 수 없는 아득함이 그리움을 자극한다. 그런 이유로 별을 가슴에 품는 것은 헛짓이다. 다다를 수 없는 헛짓은 다다를 수 없는 헛것의 영역에 그냥 두는 게 좋다. 헛것의 별이 하늘에서 떨어져 땅에 박힐 때, 사람은 죽고 역사는 병들었다. 오일륙이 그랬고 십이십이가 그랬다. 땅에 박힌 별은 군대를 통솔한다. 살상무기로 무장한 별은 흐린 밤에도 지워지지 않고 빛을 발사한다. 권력을 노리는 자들의 계급장에 박혀 반란을 모의하고 역모를 지휘한다. 휴전선에 있어야 할 탱크부대가 수도를 점령하고, 적군을 겨눠야 할 자동소총이 국민의 이마를 정조준 한다. 오일륙 때도 그랬고 오일팔 때도 그랬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받지 않는다. 아니, 처벌할 힘이 사법부에 없다. 처벌할 수도, 처벌할 힘도 없어서, 죽임을 당한 자들의 기록은 왜곡되고 만다. 파묻힌 곳 어디에도 죽임의 흔적은 감춰지고 없다. 반란에 성공한 별들은 어깨에 붙은 계급장을 제 손으로 뜯어내고 청와대를 향해 진군한다. 삼공화국이 그렇게 열렸고 오공화국 또한 그랬다. 별이 땅을 지배하던 시대는 끝났다. 마감한 역사는 요원하지만, 역사의 주역들에 대
수도권의 아파트값 폭등으로 얼마 전까지 홍역을 앓아왔다. 현재 아파트 매매에 대한 폭등은 점차 안정화(?)되어가는 추세이나 이에 대한 부작용이라고 할까? 전세가격이 서울기준 68주째 끝없이 상승하고 있다. 집주인이 실거주한다고 전화 올까 봐 세입자가 전전긍긍하거나, 전셋집을 찾기 위해 공인중개사에 성공보수도 제안하는 등 웃지 못할 진풍경 사태가 벌어지고 있어 지난 국토교통부 국감에서 김현미 장관은 전세시장 혼란에 대해 아파트 가격 폭등 이후 또다시 전세대란에 대해 송구하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서민들의 입장에서 이제는 집 한 채 마련하는 것은 고사하고, 살 권리마저 빈부의 격차로 벼랑 끝에 내몰리게 된 상황인 것이다. 우리가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어두운 그림자 일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는 의심의 여지 없이 자본주의 시스템에 살고 있다. 현재의 금융자본주의 시대는 시장의 기능이 정부의 통제력보다 강하다 보니 이 시스템에서는 당연히 시장의 역할인 수요,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고, 부를 쟁취하는 것도 기회는 공평하게 가지되 쟁취하는 방법과 능력에 따라 차등적으로 부를 쟁취하는 이른 바 차별이 필수이다. 어느 누구도 현재의 이 자본주의 시스
중국이 25일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왔다는 중국의 6.25 한국전쟁 표현) 70주년을 맞아 애국주의를 내세우며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군은 1950년 한국전 발발후 그 해 10월19일 북한의 요청으로 압록강을 건넌다. 그리고 엿새 뒤인 25일 한국군을 상대로 첫 승리를 거두는데, 이날을 ‘항미원조’ 기념일로 정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며칠전 중국인민혁명군사박물관에서 열린 ‘항미원조 작전 70주년 전시’를 참관하면서 “(한국전쟁에서) 중국 인민지원군이 승리를 거둠으로써 세계 평화 및 인류의 진보에 커다란 공헌을 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진핑 주석이 중국식 항미원조의 메시지를 나라안팎에 극대화하려는 의지로 보여진다. 올해 중국에서 상영되는 애국주의 영화와 드라마가 지난해보다 두 배나 많은 6편에 이른다고 한다. 얼마 전 중국 관영 매체와 누리꾼들은 우리 방탄소년단(BTS)의 원론적인 6.25 전쟁 발언을 놓고 국제사회와는 거리가 있는 ‘항미원조’의 잣대를 들이대, 지구촌 사회로부터 “위험한 민족주의”라는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큰 소리가 나는 항미항조와는 달리 같은 날인 1950년10월25일(
정확히 100년 전인 1920년, 10월 21일부터 중국 화룡현 백운평에서 대한독립군은 일본군과 대격전을 시작했다. 이 전투에서 대한독립군은 일본군 아즈마지대의 병력 수백 명을 섬멸하고 소총 240정을 노획했다. 완루구 전투와 천보산 전투에서도 연전연승했다. 어랑촌에서는 기병 1개 연대와 보병 1개 대대가 연합한 일본군 1천5백여 명과 격돌, 대승을 거두었다. 고동하곡 전투에서는 심야에 적 2개소대를 습격해서 섬멸했다. 100년 전에 거둔 이 승전이 바로 항일무장투쟁사를 빛낸 청산리전투다. 청산리 전투의 출발점은 그해 6월 7일 벌어진 봉오동 전투였다. 봉오동 전투는 우리 독립군이 일본 정규군과의 전투에서 거둔 최초의 승전이었다. 불의의 참패를 당한 일본군이 우리 독립군을 섬멸하기 위해 최정예부대를 투입했고, 북만주의 항일무장투쟁세력들은 연합해서 일본군에 항전했다. 결과는 동아시아를 놀라게 한 우리 독립군의 대승이었다. 홍범도는 항일무장투쟁사에서 첫 승리로 기록되는 봉오동 전투를 이끈 지도자였다. 김좌진의 부대와 연합해서 청산리 전투를 승전으로 이끈 것도 홍범도였다. 하지만 항일무장투쟁사에서 최초의 승전과 최대의 승전을 모두 이끌었던 홍범도를 제대로 아는 사
코로나바이러스(COVID)라는 미물(微物)이 참 많은 것을 바뀌게 했다. 사회 전반을 중지시킨 현재의 우려스러움과 또다시 닥칠 미래의 불안감이 상존하고 있다. 우리는 코로나19를 그리고 이에 따른 경제불황을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더더욱 큰 걱정은 기후변화이다. 기후변화는 앞으로 코로나19 같은 질병을 계속 발생시킬 것이라는 학자들의 예측이 미래를 불안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발생했던 신종 인프루엔자A(H1N1), 메르스(MERS),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그리고 코로나19의 추이를 본다면 미래 학자들의 예측이 헛보이지는 않는다. 요즈음 미래예측(future forecasting)이라는 단어의 생소함보다는 중요성으로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상황인 것 같다. 지금은 포스트코로나(post corona)를 예측하고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전반뿐만 아니라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축제 또한 변화를 거스를 수 없는 한 분야이다. 2019년도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2020년도는 코로나19로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축제는 개최할 수 없었다. 올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40여 개의 문화관광축제가 대부분 취소 또는 대안적
가황 나훈아의 공연을 보니 모니터에 접속한 많은 방청객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한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랜선관객으로 들어왔다. 공연내내 춤을 추는 외국의 가족 모임도 있다. 제주도에서도 여사님들이 들어와서 환호했다. 멋지게 디자인한 앰블램을 자신이 보고 흔들었다. 다음번 다른 랜선공연을 준비하는 PD가 고려했으면 한다. 화면에는 거꾸로 나온다. 이를 지적하는 직업병에 대한 이해를 청한다. 코미디프로그램에서는 랜선이 양방향으로 움직인다. 랜선관객의 화면에 X가 여러개 보이면 개그맨은 퇴장당한다. 검은 옷을 입은 건장한 체구의 경비원이 끌어낸다. 분위기를 다운시킨 잘못을 징벌하는 것이다. 짧은 코미디 공연시간에 풀타임으로 나오고 싶을 것인데 초반에 끌려나가면 아쉬움이 크겠다. 최근에 행정안전부 지방자치인재개발원과 연결하여 지정강사로서 "적극행정 면책"에 대한 강의를 했다. 처음에는 전북 완주시소재 행정안전부 소속의 지방자치인재개발원에서 대면강의로 준비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두 번 연기되었고 랜선강의로 변경되었다. 인터넷이나 노트북에 익숙하지 않아서 긴장이 컸다. 라이브 방송 30분 전부터 긴장하고 기다렸다. 화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했고
코로나로 인해 이래저래 심사가 복잡하고 세상도 어지럽다. 그러나 마냥 코로나만 탓하고 주저앉아 있을 수만 없다. 코로나가 주는 환경에서 또 삶을 위해 도전해야 한다. ‘코로나 시대의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많은 탄소를 품어내는 공장이 문을 닫는 아픔 때문인지 모르지만 역설적으로 하늘은 조금은 높고 밤 하늘은 더 밝아 보인다. 코로나가 인류에게 사람 사이에서 부대끼며 지내왔으니 혼자있는 시간도 가져보라고 강하게 권하고 있다. 올초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9년 국민독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성인들의 연간 평균 종이책·전자책(교과서·학습참고서·수험서·잡지·만화 제외) 독서량은 7.5권으로 2017년(9.4권)보다 1.9권 줄었다. 중국 우한발 코로나 사태가 우리나라를 강타한 2020년의 독서량은 어떨지 궁금하다. 입시철이 다가왔다. 초.중.고 자녀를 둔 부모들은 늘 그랬지만 코로나 때문에 더 좌불안석이다. 학원을 포함해 정상적인 교육을 받기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집에 있는 아이들은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기 십상이다. 집안 환경이 괜찮은 경우는 그래도 좀 낫다. 코로나가 학생들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언론
노벨상은 태생에서부터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다. ‘죽음의 장사꾼’으로 불린, 다이너마이트로 돈을 번 알프레드 노벨의 이름을 딴 상이어서만이 아니다. 이 상이 제정된 이래 수상자의 적합성 여부가 자주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다섯 부문 가운데 과학 분야, 그러니까 물리학, 화학, 생리학 또는 의학은 그나마 덜하다. 하지만 평화 분야는 과학만큼 객관적이지 않다. 유럽이 독점해온 노벨평화상이 유럽 바깥에서 찾은 최초의 수상자가 미국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라는 것 아닌가? 우리 역사에서는 을사늑약에 앞서 가쓰라-테프트 밀약을 성사시킨 배후에 그가 있으니, 분노 게이지가 상승하는 건 당연지사다. 문학 분야 역시 그렇다. 문학이야말로 주관성이 지극히 뚜렷한 활동인 까닭이다. 하여 최초로 순전히 자의에 의해 노벨상을 거부한 인물이 문학 분야에서 나왔다는 건 어찌 보면 우연이 아니겠다. 거액의 상금을 가볍게 무시한 이 괴짜(?)는 프랑스 철학자이자 작가 장 폴 사르트르. 1964년에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그는 ‘노벨상 수상자가 지나치게 서구 편향적’이라는 것과 스스로 ‘제도권에 의해 규정되기를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을 거절했
10월들어 국군날이면서 한반도에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가 트럼프 대통령 코로나19 확진으로 한국 방문은 취소하고 일본은 예정대로 방문하며, 중국의 외교부장 왕이 방한 일정을 연기하는 등 동아시아의 외교안보 상황이 전개됨을 볼 수 있다. 이는 2019년 6월 1일 미국 국방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2019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Indo-Pacific Strategy Report)”를 공개로 본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하여 배경, 목표, 방법, 수단 방향을 확인하고 한국의 선택을 고려해 본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배경은 중국의 부상 및 일대일로가 미국의 對중국 정책 변화에 미친 영향을 주었으며,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과 트럼프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연속성 있게 변화되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전략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과 규칙에 기반한 질서 구축을 목표로 하는 미국의 대 아시아정책으로 경제개발, 거버넌스, 안보를 3대 축으로 하고 있다. 군사안보적인 면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의 목표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구축, 유지하는 비전으로 미국에 있어 최우선 전구로 간주되는 국가안보전략이며 미국의 국익을 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