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다층적인 정상외교에 나서고 있다. 행사에서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 최종 협정문 서명식을 통해 아세안 10개국과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 지대가 출범한 것은 중대한 변화다. 하지만 RCEP를 중국의 주도권 확대로 보는 시각이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철저한 실용외교를 바탕으로 미국 바이든 정부가 회복시킬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참여도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한국과 아세안 10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15개국이 참가하는 RCEP는 참가국의 무역 규모, 인구, GDP가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30%에 달하는 최대 규모의 FTA다. 세계 각국이 관심을 기울이는 모든 무역협정이 그렇듯이 각 부문에서 경제영토를 넓힐 계기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무역의존도가 60%를 넘기고 있는 우리 경제구조에서 유럽연합(EU)을 능가하는 경제블록 가입은 일단 좋은 기회다. 한·아세안 FTA에 이어 RCEP 출범으로 인해 핵심 품목뿐 아니라 섬유·기계부품 등 중소기업 품목과 의료위생용품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유망 품목의 수출에도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원산
공자는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過猶不及)"고 말했다. 논어 선진편에 나온다. 상다리가 휘지도 않겠지만 진수성찬을 차리고도 드실 것이 없다고 나름 겸양지심으로 말하면서 내심 손님들의 칭찬을 기다린다. 결국 손님들은 상다리가 휘었다고 격찬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반드시 칭찬해야 하는 예의가 있다. 젊은 벤처사업가 2명이 납품계약을 체결하기 전날에 영국 사장님의 초대를 받았다. 스테이크가 나오자마자 사모님께 "A1소스"를 주문하였다. 아내가 남편을 주방으로 불러서 심각한 대화를 한 후에 남편이 식탁으로 돌아왔고 정중한 표정으로 영국 사장님은 이번 계약건은 취소하자 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면서도 무거웠다. 전통을 중시하는 영국에서는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사모님이 내놓은 스테이크 소스에 대한 칭찬을 하는 것이 아주 기본적인 에티켓이다. "사모님!, 이 소스의 맛과 향은 세계 최고봉이군요. 레시피를 알려주시면 아내에게 전해주고 싶습니다." 이 정도의 멘트를 하는 것이 에테켓이다. 하지만 젊은 사업가는 영국인들이 전통적으로 불편해 하는 미국, 그 미국에서 만든 美製(미제)A1소스를 달라했다. 에티켓에서 많이 벗어난 일이고 계약을 파기할 정도의 실수였던 것이다
연평도 포격도발이 일어난 지 10년째가 되었다. 2010년 11월 23일 14:34분. 북한군이 연평도로 170여발의 포탄을 퍼부어 수많은 가옥이 잿더미로 변하고 해병 2명이 전사, 16명 부상하고 민간인 2명이 사망하였다. 피난민이 대규모로 발생하면서 온 국민이 잊고 살았던 전쟁 공포가 현실로 다가왔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민들은 한반도가 휴전 상태의 분단국가이며 북한의 무력 도발로 무고한 희생자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피부로 느낀 것이다. 정전협정이후 잊고 살았던 전쟁 공포가 남긴 상처이다. 연평도 해병대 장병들은 적들의 포탄을 뚫고 14:47에 대응 사격을 실시하여 북한 무도의 해안포 진지와 개머리 방사포 진지 부근에 탄착군이 형성되었고 북한군에게도 많은 피해를 준 것으로 분석되었다. 미국의 대북 군사전문가 조지프 버뮤데즈씨는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K9이 재 전개하여 재 장전하고 사격제원을 획득하여 13분 만에 대 포병사격을 했다는 것은 높은 수준의 개인훈련과 프로정신, 그리고 탁월한 현장 지휘관의 리더십을 보여 준 것(demonstrates a high level of individual training and professionalis
회색 도시를 알록달록 수놓았던 단풍이 어느새 지고 있다. 나무는 이제 마지막 잎새마저 훌훌 떨군 채 앙상한 맨몸으로 겨울을 맞이할 것이다. 그래서 봄 ‘꽃놀이’와 달리 가을 ‘단풍놀이’는 잔인하게 느껴진다. ‘놀이’보다는 ‘애도’가 어울릴 것 같다. “당신이 갑자기 죽은 후/그동안 전혀 의견 일치가 되지 않던 친구들이/당신의 사람됨에 대해 동의한다/… 당신은 공정하고 친절했으며, 운 좋은 삶을 살았다고/…//다행히 당신은 죽었다, 그렇지 않았다면/공포에 사로잡힐 것이다…”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 시인 루이스 글릭의 <애도>(류시화 옮김)라는 시다. 죽음이라는 현상 혹은 사건에 대해 이토록 정곡을 찌르는 시적 표현도 드물겠다. 살아 있을 때는 ‘좋은 사람이다, 나쁜 사람이다’ 평가가 갈리더니만 죽으니까 한결같이 ‘좋은 사람’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의 죽음이 갑작스러울수록 평가는 더욱 후하고 슬픔은 더욱 큰 법이다. 이것은 “연기”가 아니다. 사람들이 “흘리는 눈물은 진실하다.” 죽음 앞에서 인간은 누구나 옷깃을 여미는 법이니까. 오죽하면 그리스도교에서 ‘원죄’라는 말을 고안했을 정도로 태생이 이기적인 인간은 타인을 절대로 곱게 봐주지 않는다.
죽어야 피는 꽃이 있다. 수직으로 아찔한 벼랑 끝에 처절하게 부서지는 꽃이 있다. 부서지고 죽어야 피는 그 꽃은 일터에 핀다. 밤낮으로 택배 상자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 굴착기에 무너진 흙더미가 머리 위로 쏟아질 때, 십층 높이에서 일하던 인부가 발을 헛디딜 때, 피처럼 붉은 땀이 죽음꽃으로 피어난다. 추락하는 꽃들에게는 날개가 없다. 스스로 몸을 불살라 세상을 밝힌 이들이 있다. 틱꽝득과 전태일이 그렇다. 베트남 승려 틱꽝득은 1963년 소신(燒身)하였고, 평화시장 재단사 전태일은 1970년 분신(焚身)했다. 승려 틱꽝득의 죽음은 부패한 응오딘지엠(Ngô Ðình Diệm) 정권을 몰락시키는 도화선이 되었고, 청년 전태일의 죽음은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향한 발화점이 되었다. 그것이 역사에 기록된 두 사람의 죽음이다. 하지만 우리가 기리고 계승해야 할 것은 기록된 죽음 너머에 있다. 그들은 스스로 목숨을 불태워 더 많은 이들의 희망을 살리려고 했다. 그러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던졌다. 헐벗고 굶주리고 추위에 떠는 사람들의 옷과 밥과 집을 위해 제 한 몸을 불살랐다. 자신의 목숨을 그들의 희망과 바꿨다. 우리가 기리고 계승해야 할 정신이 바로 그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택배기사 과로사방지대책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거세다. 문제의 본질인 ‘택배비 인상’ 해법을 회피하고 있어서 ‘격화소양(隔靴搔癢)’이라거나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마저 일고 있다. 즉 택배기사 장시간 근무의 구조적 핵심요인 해소는 어물쩍 뒤로 미뤄둔 대책에 대한 비난 목소리가 높다. 소비자들은 상황을 이해하고 협조할 용의가 있는데, 정부·정치권이 악역(惡役)을 너무 기피하는 게 아니냐는 힐난마저 나온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표한 ‘택배기사 과로 방지 대책’은 근본 해결책이라기엔 어림없다. 뜨거워진 사회문제에 관한 관심을 증명하려는 면피 수준이라는 비판이 인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택배 수수료 인상’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는데 해법을 유보한 채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평가인 것이다. 정부 대책이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은 아니다. 택배기사들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주 5일제 근무, 하루 최대 작업시간 설정, 밤 10시 이후 배송제한 등으로 근로시간과 시간대를 줄이기로 했다. 택배사와 대리점의 택배기사에 대한 갑을(甲乙) 관계 문제 해소, 홈쇼핑업체 등 대형 화주에게 지급되는 리베이트 관행(이른바 백
더닝크루거 효과란 능력 있는 사람은 자신을 과소 평가하고 능력이 없는 사람은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 또는 인지편향(認知偏向)의 오류로써 자신의 결정에 의해 잘못된 결과가 나타나더라도 자신의 잘못을 알아 낼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오류를 알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과거 영국에서 아프리카 나이저강(Niger R.)의 수원(水源, source water)을 찾는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 레드야드라는 사람을 탐험대장으로 임명했다. 나이저강은 아프리카 대륙 서부를 흐르는 강으로써 기니의 시에라리온 국경에 가까운 기니 지방에서 발원해 아프리카 서부지역을 크게 굽어 나이지리아로 들어갔다가 기니만으로 흘러나가는 길이 4,180km. 유역면적 189만 600㎢의 큰 강이었다. 그런데 이 거대한 탐험의 책임자인 레드야드는 쿡 선장 탐험대의 일원으로 아프리카 남단을 잠시 경유한 것이 전부일 뿐 새로운 도전을 기획하거나 실행 할 능력이 애초부터 없는 사람이었다. 결국 탐험대를 이끌고 이집트의 카이로에 간신히 도착한 레드야드는 담낭 관련 질환에 걸렸고, 황산을 마시는 자가치료(自家治療)를 하다가 1789년 1월에 죽었다. 그런 레드야드에게도 특출한 재주가 하나 있었는데,…
방송작가란 직업을 택한 것은 ‘수 틀릴 때 확 때려치울 수 있고 돈 떨어지면 바로 일자리를 얻는데 용이해서’ 였다. 물론 인정받는 위치에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만 그건 어느 직업이나 마찬가지일테고. 일을 쉬면 바로 저가 비행기표 검색에 들어갔다. 단 사흘이라도 가족, 직장의 일원이 아닌 자연인으로 떠돌다 돌아오면 터질 듯 에너지가 충전되었다.그 힘으로 글쟁이의 지옥을 견디었다. 그런데 코로나. 앞이 안 보이는, 사방이 벽인 작금의 세상, 행사도 만남도 취소, 취소, 취소다. 집구석에 있는 날이 많아지면서 조울증 환자처럼 감정기복이 심해졌다. 안다. 응급치료법은 햇빛과 산책. 혼자 나와 갈 데가 특별히 있을까. 대부분 좀 걷다 카페를 찾아 들어간다. 문제는 나의 까탈스러움이다. 음악 강의를 하는 사람이라 젊은층을 타깃으로 트는 대중가요, 팝송같은 유행가가 꽝꽝 울리는 곳에는 5분도 못 앉아 있는다. 또 볼펜 하나를 사도 컬러, 디자인을 보는 패셔니스트 성향이 있어(재수 없어 할까봐 감추고 산다) 상업적이고 감각 없는 공간도 불편하다. 한구석에 자기계발서나 여성잡지류가 꽂힌 책장을 발견하면 또 엉덩이가 들썩인다. 결정적인 것은 커피맛. 김밥집은 김밥이, 설렁탕집은
김대중 전 대통령(애칭 DJ)이 1997년 선거에서 대권 4수의 벼랑 끝에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세 번째 도전인 1992년 선거에 실패하고 정계은퇴를 선언할때만 해도 ‘김대중 대통령’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DJ(당선 당시 73세)는 올해 미국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3수, 77세)처럼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런데 5년 먼저 DJ를 제치고 대권에 오른 김영삼 전 대통령(YS)은 그 이전에도 그랬지만 최고 권좌에 오른 뒤에도 DJ를 끊임없이 견제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일이 꼬여갔다.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서해 훼리호 침몰 등 잇따른 대형 참사, JP(김종필 총재)와 결별 후 지방선거 참패(1995년), 급기야 대선을 앞둔 1997년말 환란(IMF구제금융 신청)까지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 과정을 지켜본 정치권이나 언론에서는 DJ대통령의 1등 공신은 YS라는 말이 나왔다. 요즘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켜보면 ‘양김’(YS.DJ)이 생각난다. 올 초 추미애 장관이 취임한 이후 한해가 저물어가는 이 시간에도 두 사람의 힘겨루기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러는 사이 윤석열 총장은 차기 대선 지지도에서 야권 1위는 물론 여야 정치권…
1950년 6월 10일 창립된 경기도체육회는 전국체육대회와 전국동계체육대회 종합우승 17연패, 전국생활체육대축전 19년 연속 최다종목우승 등 대한민국 체육사에 길이 남을 대업을 달성했다. 스스로 대한민국 체육의 미래를 열어가는 ‘대한민국 스포츠 넘버 1’이라고 자부해왔다. 지난 1월 민선1기 체육회장 시대를 맞으며 경기도체육회는 도내 체육인들로부터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10개월이 지난 지금 경기도체육회는 방만한 예산 운영, 편법 예산 사용, 부적절한 공유재산 관리 등 온갖 비리와 편법의 온상으로 전락됐다. 현재 진행중인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행정사무감사 중 최대 이슈는 경기도체육회에 대한 감사였다. 지난 11일 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진행된 경기도체육회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드러난 도체육회의 문제는 한두개가 아니었다. 항목에도 없는 대외협력비를 무분별하게 사용했고 경기도 공유재산인 경기도체육회관을 제3자에게 전대하면서 사용료를 위법·부당하게 징수한 것은 물론 관리비로만 사용해야하는 사용료를 위법·부당하게 사용했다. 또 2018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감사에서 16~17건의 지적사항이 반복적으로 나왔지만 반복된 감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