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군의회가 지난해 7박10일 일정으로 미국과 캐나다로 이른바 ‘국외공무연수’를 하면서 버스 안에서 현지 여행 가이드를 폭행하고 여성 접대부를 요구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방의회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더욱 차가워졌다. ‘4년 임기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지역을 대표하는 책임있는 공직자로서 지역과 나라 망신을 제대로 시켰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지방의회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지방의회 의원들이 처신을 제대로 못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일은 무수히 많다. 2017년엔 엄청난 폭우로 피해를 입었음에도 충북도의회 일부 의원들이 해외 연수를 했다. 이때 당시 김학철 도의원이 국민을 쥐의 일종인 레밍에 비유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지방의원 국외연수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국민들의 공감을 얻었다. ‘서울시 자치구 한 주무관’이라고 밝힌 공무원은 한 일간지에 기고한 글에서 “지방의원들의 외유성 국외 연수엔 철저한 심사가 있어야 한다. 법령 보완을 통해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비난이 거세지면서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에서 관광 일정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비난이 잠잠해지면 지방의회가 관광성 국외 연수를 재개할 것이라고
1987년 6월 9일 한 젊은이가 최루탄에 머리를 맞고 백주대낮에 피투성이가 된다. 이날 연세대에서 열린 ‘6·10대회 출정을 위한 연세인 결의대회’후 가두 시위 도중 일어난 비극이다. 7월 5일 만 스무살의 나이로 그는 ‘불귀의 객(不歸之客)’이 된다. 고(故) 이한열 열사 이야기다. 당시 대학동기인 이종창에 의해 부축당한 채 피를 흘리는 사진이 뉴욕 타임스 등에 실리면서 전두환 군부독재의 폭압과 잔인함이 세상에 알려진다. 이보다 앞서 1월에 발생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함께 국민의 분노를 일으켜 6월 항쟁의 신호탄이 된다. 장례식은 7월 9일 ‘민주국민장’으로 치러진다. 젊은 영혼은 160여만 추모객의 오열 속에 연세대학교~신촌로터리~서울시청을 거쳐 빛고을 광주 5·18묘역에 묻힌다. ‘서럽다 뉘 말 하는가 흐르는 강물을/꿈이라 뉘 말 하는가 되살아오는 세월을/가슴에 맺힌 한들이 일어나 하늘을 보네/빛나는 그 눈속에 순결한 눈물 흐르네/가네 가네 서러운 넋들이 가네/가네 가네 한많은 세월이 가네/마른잎 다시 살아나 푸르른 하늘을 보네/마른잎 다시 살아나 이 강산은 푸르러.’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이한열 추모곡이다. 그해 여름 이후 젊은이들의 입
지금 열리고 있는 제58회 베니스비엔나레 제목이다. 총감독 헤이워드갤러리 디렉터 랄프 루고프(Ralph Rugoff)가 제안한 사유성 단어이다. 올해는 이제 더 이상 국가별 분쟁이나 국가적 역사나 문화, 국제정세에 관한 어려운 문제를 다뤄왔던 비엔나레라는 대규모 전시에서 나타나는 주제의 피로감을 거절 한다. 동시대 미술이라는 글로벌 시스템에서 90개국이 참가하는 비엔나레는 탈지역주의, 탈중심주의을 표방하며 서로 연결하고, 서로 저항하는 시너지 효과를 내며 매번 새로운 관점에서 미술을 보게 한다. 수원미술의 향방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 하며, 2017년 행궁재 주관으로 수원-유럽 아트프로젝트 진행하여 제57회 베니스비엔나레와 5년마다 독일에서 열리는 카셀도쿠멘타를 다녀왔다. 예술가는 꿈을 꾸는 사람이고, 꿈을 주는 사람이라 했던가. 서울의 변방처럼 보여지고, 취급되는 수원미술에 대한 오랜 문제점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찾고, 이는 어쩜 변방 미술처럼 취급 되어온 섬유예술이라는 전공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에 대한 해결을 위한 여정이기도 했다. 비엔나레에서 노익장의 깊이를 알록달록한 색의 거대한 실뭉치들을 설치해 최고의 포토존이 된 섬유예술가 쉴라 힉스(Sheila…
대통령 당선이전 ‘부동산의 귀재’로 불리던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강연에는 항상 돈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이 항상 몰렸다. 그가 손대는 땅이나 건물이 황금으로 변한다 해서 노하우를 듣기 위해서였다. 덕분에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5년전 1회 강연료가 150만 달러(약 15억9천만 원)를 웃돌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억만장자 워런 버핏에 비하면 이 또한 약하다. 1회 강연에 수십억 원씩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서다. 비슷한 시기 ‘버핏과의 점심’ 가격이 346만 달러(약 36억8천만 원)였다. 강연료가 비싸기로는 재계뿐만이 아니다. 정계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역임 등 전직에 따라 값도 천문학적으로 바뀐다. 강연료 최고 기록은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25년 전에 세운 100만 달러(약 10억6천만 원)다. 이밖에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힐러리 부부는 45분 강연에 50만 달러(약 5억3천만 원)를 받아 분당 1천200만 원의 기록을 세운적도 있어 ‘강연 갑부’로 통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대부분 100만~300만 원이고 특급이 500만 원 선이다. 물론 최고경영자나 재테크 관련 모임에선 1천만 원 이상으로 치솟기도 한다. 그래도 몸
늦은 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동차가 달리고 있다. 바쁘게 각자의 생을 달리고 있는 사람들의 삶처럼 말이다. 때로는 기웃거리기도 하고, 불쑥 들어서는 다른 차에 당황하기도 하고, 자칫 잘못해 사고로 이어지기도 하겠기에 무척이나 조바심을 내며 달리고 있을 그들의 속내를 밖에서는 알 수가 없다. 다만 그도 나와 같겠거니 해서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며 달리고 있을 뿐이다.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앞 차의 불빛을 좇다보면 어느새 도착하게 될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서 말이다. “수고하셨습니다. 드디어 이번 학기 강의도 끝이네요” 수업을 끝내고 걸어 나오는 복도에서 누군가가 남긴 그 ‘끝’이라는 말이 돌아오는 내내 가슴에 남아 울렁거렸다. 시작과 끝은 반의어로 분명 ‘끝’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있을 텐데. 젊은 날의 나에게 시작은 거창하게 자주도 했지만 그 끝의 마무리를 온전히 잘 일구어냈는지 궁금했는지도 모른다. 곱씹어 생각해보아도 어쩌면 나는 아직 한 번도 제대로 된 끝을 맛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그랬다. 중학교 때 사소한 일로 다투고 화해를 제대로 못하고 헤어진 친구가
링컨은 정치활동을 통해 항상 여론의 흐름에 민감했다. 여론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면서 대통령의 자리를 향해 끊임없이 전진하는 사람이었다. 혼돈의 시기 한 가운데서도 링컨은 여론의 향방에 항상 깊은 주의를 기울였다. 그의 여론을 향한 뛰어난 감수성은 정치활동 속에서 몸에 밴 것인데, 전시에는 더욱 뛰어난 위력을 발휘했다. 그는 여론의 노예는 결코 아니었으나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 그의 한 쪽 눈은 항상 여론에 고정돼 있었다.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그가 공식적으로 침묵을 지킨 것도 남부의 여론과 대다수 공화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하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었다. 링컨은 특히 한 가지 점에서 놀라운 수완을 발휘했다. 그는 전쟁이 발발할 상황을 대비해 정부에 대한 지지여론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빈틈없는 과정을 밟아 나갔다. 다른 정치인들이 흉내 낼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링컨의 업적은 연방의 민심에 청진기를 들이대고 이를 정확히 파악해, 완벽한 시기(timing)에 국가적 목표의 정의를 재해석해 내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한 치의 착오도 없는 시기에 대한 판단력과 관련해 정치인들은 링컨의 위대함을 칭송해 마지않았다. 링컨은 국가정책은 여론에 부응해야 하고, 여론과 동떨어진…
안부 /주선화 당신, 맞지 않는 마음을 입고 있나요? 구겨져 버린 심장을 날 선 칼같이 세우고 싶은가요? 산사자나무 갈기를 상상해보세요 푸른 호랑가시나무는 어때요 한 마음이 다음 마음에게로 옮겨가는 일에도 예의는 있어야죠 정중한 로즈마리, 아니면 페파민트 눈물로 배웅해드리면 어떨까요? 어떤 향기여야 내 마음마저 사로잡힐까요? 오늘은 어떤 바람이 불어올까요?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일이 제일 어렵다는 걸 당신, 잘 사시나요?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 어려운 이 질문에 시인은 명쾌하게 답을 던진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면 된다’고. 하지만 이런 가장 평범한 삶이 제일 어렵다는 걸 우리는 잘 안다. 잘 먹기 위해서는 안정된 생활이 보장돼야 하는데 안정된 생활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또 얼마나 힘든 시간들을 견뎌야 하나. 잘 싸기 위해서는 건강해야 하는데 한두 군데 병을 갖고 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나. 잘 자려면 마음이 편해야 하는데 걱정거리가 생기면 하룻밤에도 만리장성을 쌓았다가 부수는 고민이 쉽게 해결된다면 세상 삼라만상에 무슨 근심이 있을까. 가장 쉬운 일이 가장 어렵고, 가장 쉬운 일을 잘…
‘수원시 3.1운동·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염태영 시장과 추진위원 등 33명이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중국 상하이·자싱·항저우시(上海·嘉興·杭州市) 항일유적지를 방문했다. 방문단은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 만국공묘, 루신(魯迅)공원 매헌 윤봉길 기념관, 자싱 김구 선생 피난처, 항저우 임시정부 청사 등을 돌아보며 위대한 독립지사들의 업적을 기렸다. 조국독립을 위해 노력하다가 이국땅에서 목숨이 다한 애국지사들, 순국선열들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언제 체포될지 모르는 위기상황이 계속되고 하루 한 끼조차 먹기 힘든 열악한 환경에서도 끝까지 독립투쟁을 이어간 애국지사들의 자취를 보면서 고개를 숙였고 눈물을 흘렸다. 박은식·신규식·노백린·안태국·김인전 등 임시정부 요인 5인이 묻혔던 만국공묘와 윤봉길의사가 일본 전승 기념식에서 폭탄을 투척한 루쉰공원(옛 이름 홍커우공원)에 있는 매헌 윤봉길 기념관에 헌화했다. 25세 윤 의사는 1932년 4월 29일 이곳에서 폭탄을 투척, 일제 상하이 파견군 대장 시라카와, 상하이 일본거류민단장 가와바타를 즉사시켰고 제3함대 사령관 노무라, 제9사단장 우에다 등에게 중상을 입혔다.…
미세먼지와 폭염 등 환경재난피해를 줄이기 위한 수원시 영통구청의 노력이 돋보인다. 특히 지역 기업체와 MOU를 체결하는 등 지속가능한 환경용수를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인 모습은 다른 구청에 모범이라는 평가다. 영통구청은 제24회 환경의 날인 지난 5일 삼성전자㈜ 삼성글로벌EHS센터와 ‘환경용수공급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영통구청과 삼성전자가 고농도 미세먼지, 폭염 등 환경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친환경적 대체수자원인 중수도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환경용수 공급시설 설치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를통해 기후변화에 안전한 지역공동체를 조성한다는 큰 그림이다. 이를위해 삼성전자는 영통구 및 수원시 산하기관 등이 중수도 공급시설을 항상 사용할 수 있도록 사업장 내에 하루평균 1천680㎥규모의 중수도 공급시설을 확충하고 이 시설을 영통구가 시공하는 공급배관에 연결하기로 했다. 지자체와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체가 환경재난이라는 공동의 적을 막기위한 ’첫 삽’을 떳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협약의 배경에는 정부와 국회의 법개정이 있다. 폭염과 고농도 미세먼지에 대비하기 위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과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토지의 용도를 변경해 개발하던지 또는 규제나 대형 공공기관의 이전 같은 정부의 정책은 주민들의 삶과 자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대규모의 도시 및 주택지 개발이 이뤄졌고, 미군부대 이전, 공공기관의 비수도권 이전 등이 추진돼 주민들의 삶에 심각한 변화를 초래해 왔다. 이 같은 정책은 자연 상태로 유지됐던 미개발지를 개발하기도 했으며, 기존 개발지의 토지 용도를 전환해 개발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책의 추진과정에서 지역적으로 귀중한 문화유산이나 역사적 공간, 건물이 변형되기도 했고 사라져 버리곤 했다. 선사시대나 고대의 유물 및 유적지는 물론 근대이후의 역사적 공간, 경제성장을 이룩하는데 기여했던 기업들의 터전, 관청이나 공공기관의 건물, 그리고 그 부지가 바로 문화유산이 되고 지역주민들의 생활을 형상화한 주민들의 자산이다. 그 지역을 상징했던 자연환경이나 문화유산은 그 지역에 토착해 살아왔던 주민들과 일체성이 있어 지역의 정체성과 주민들의 지역 자부심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정책 추진과정에서 그 지역에서 살아 왔던 주민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개발이나 주민자산의 변형 정책이 추진돼 주민들의 의사가 깊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