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내에 물이 주니 천렵을 하여보세/ 해 길고 잔풍(殘風)하니 오늘 놀이 잘 되겠다/ 벽계수 백사장을 굽이굽이 찾아가니/수단화(水丹花) 늦은 꽃은 봄빛이 남았구나/ 촉고[數儉]를 둘러치고/ 은린옥척(銀鱗玉尺) 후려내어/ 반석(磐石)에 노구 걸고 /솟구쳐 끓여내니/ 팔진미(八珍味) 오후청(五候鯖)을 이 맛과 바꿀소냐.” 농가월령가 4월령에 ‘천렵’을 운치 있게 노래한 내용이다. 이처럼 천렵은 계곡이나 물가에서 얻은 물고기를 그 자리에서 끓여서 술과 함께 먹으며 지인끼리 모임을 갖는 우리의 세시 풍속 중 하나다. 물놀이의 성격을 지녀 주로 여름에 더위를 피하고자 행해졌다. 삼복 중에 냇물이나 강가에서 헤엄도 치고 그물을 던져 고기도 잡고, 그 잡은 고기를 솥에 넣고 매운탕을 끓여 먹으며 하루를 즐기는 것이다.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여름 피서법인 셈이다. 그리고 ‘즉석요리’의 맛을 포함해 계곡과 강이 어우러진 풍경의 운치가 있어 이를 예찬한 시도 여러 수 전해져온다. 조선 중기 문신 최명길(崔鳴吉)의 시도 그 중 하나다. “그물이 맑은 못에서 나오니/ 저물 무렵 물가에서 나오는 웃음소리/ 날릴 때 큰 구멍 뚫고 올라오니/ 바야흐로 버들가지가 푸르른 계절이다/ 눈…
우리나라 노인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 어려움’이고, 이어 ‘건강문제’, ‘외로움’ 순으로 조사되었다. 젊을 때부터 연금·보험·투자자산 등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노후 대비를 충실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겠으나, 많은 노인들이 자녀들의 교육·결혼 등으로 얼마 되지 않은 자산을 다 소모해 제대로 된 노후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은퇴자의 50%이상이 제대로 된 노후준비를 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렇게 준비되지 않은 노인들의 생계와 행복을 위한 책임은 1차적으로 그 자녀에게 있다고 본다. 성장할 때까지 온 혜택을 받은 자녀가 효로써 부모를 자주 찾아보고 경제적 혜택의 일부를 되돌려야 할 것이다. 자녀 봉양을 받을 수 없는 노인들에게는 최소한의 생활과 의료혜택을 위한 프로그램이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구비 돼야 하겠다. 이에 더하여 노인들이 젊은 세대와 어울려 지낼 수 있도록 하는 사회 공동체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필자는 5월초 1주일간 프랑스 ‘루르드’를 행사참가와 봉사활동을 위해 다녀왔다. 미국, 유럽, 아시아…
“당황스럽고 기가 막혔고. 어떻게 하라는 거지, 갖은 생각이 다 들었어요. 유가족을 불러놓고 이건 아니지 않나 생각했어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그럴 용기가 없었는지...” 이것은 KBS가 보도한, 제2연평해전 전사자의 아내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숨진 서정우 하사의 어머니가 한 말이다. 지난 6월 4일 청와대는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 240여 명을 오찬에 초청했다. 오찬 테이블 위에는 ‘여러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팸플릿이 놓여 있었는데, 이 팸플릿에는 오찬 메뉴와 함께 사진 5장이 게재돼 있었다. 그런데 이중 2장의 사진은 김정은의 모습이 들어간 사진이었다. 이것이 문제였다. 자신의 남편을, 혹은 자신의 자식을 죽인 북한의 최고 권력자의 사진이 들어간 팸플릿을 본 유가족들의 심정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런 걸 단순한 해프닝 혹은 에피소드로 취급할 수 있을까? 그건 절대 아니라고 본다. 국가를 위해 북한에 의해 희생된 유가족들 앞에, 그 원흉의 사진을 내놓는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 청와대는 이런 반응을 내놓았다고…
무너지는 집 /김참 집이 무너진다. 출입금지 표지판이 있는 골목. 그 골목 초입에 있던 떡갈나무. 어디로 갔을까. 참새들이 곡선을 그리던 공중의 길. 붉은 가위표 새겨진 이층집 지붕에 녹색 잠옷 입은 염소들이 누워 있다. 내일이면 없어질지도 모르는 오래된 집들. 그리고 녹색 잠옷 입은 염소들. 회색 시멘트 블록의 담과 붉은 벽돌로 쌓은 벽.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던 자리가 텅 비었다. 녹색 원피스 입은 여자가 건너편 커피점에 앉아 무너지는 집을 본다. 지붕에서 뛰어내리는 녹색 잠옷차림 염소들을 본다. 염소들이 골목 입구에 잠옷을 벗어두고 줄을 맞춰 횡단보도를 건넌다. 오래된 집들이 있던 골목을 떠난다. - 김참, ‘무너지는 집’ 전문 시인은 “출입금지 표지판이 있는 골목”을 걷는다. 그가 걷는 ‘골목’의 집들은 “내일이면 없어질지도 모”를 정도로 오래됐기 때문에 이미 ‘폐허’의 한 가운데라 해도 이상하지 않다. 길은 막혀 막다른 골목이고 군데군데 페이지가 찢긴 낡은 책과 같다. 그런데 골목의 귀퉁이에서 그는 “붉은 가위표 새겨진 이층집…
경기도가 골목상권을 지원하기 위해 ‘골목상권 조직화 지원’, ‘희망상권 프로젝트’, ‘노후상가거리 활성화’ 등 3가지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업에 올해부터 2022년까지 4년 간 총 412억을 투자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경제공동체’ 조직화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골목상권은 지역경제의 핵심 주체이기 때문이다. 이번 지원 사업은 단순히 주차장을 만들고 치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도의 설명에 따르면 지역 골목상권이 당면한 문제를 공동체 스스로 진단하고 해결하는 역량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도 관계자는 “구도심 붕괴문제나 과당경쟁, 젠트리피케이션(상권 내몰림 현상) 등 개인이 아닌 지역사회 구성원이 함께 고민해야할 문제들을 상인 공동체를 통해 체계적으로 풀어 가는데 목적을 뒀다”고 밝혔다. 눈에 띄는 내용은 골목상권 상인은 물론 지역경제인, 지역주민, 대학, 도-시군 등이 모두 참여하는 민관협력 협의체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또 전담 매니저를 투입해 소상공인들을 경제공동체로 조직한 뒤 상권분석·컨설팅, 경영교육, 현장체험 등을 실시해 개별 점포의 한계를극복하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인데 어떤 성과를 낼지 궁금하다. 아울러 노후 상가거리를 활성화시키는
역사는 기록이다. 또 기록은 역사가 된다. 예로부터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말고는 다른 이의 손을 타지 않게 한 이유다. 그래서 조선실록 편찬의 토대인 ‘사초(史草)’는 왕이라도 볼 수 없었다. 그런 원칙이 있어 사관들의 직필(直筆)이 가능했다. 국정과 시정, 관원들의 잘잘못이 고스란히 담긴 사초가 있어 실록은 완성됐고 후대에 남겨진다. 그러나 이로인한 사화(士禍)도 있었으니 ‘옥의 티’겠다. 현대도 다르지 않다. 다양한 손들이 각각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 여전히 권력의 중심에서 일어나는 일은 국가가 기록·보존한다. 대통령기록관이 대표적이다. 대통령기록물은 15년(사생활 기록물은 30년) 비공개지만 관할 고등법원장이 영장을 발부하면 열람 및 사본제작, 자료제출이 가능하다. 검찰이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한 것은 모두 네번이다.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직후 대통령기록물 유출 논란 때 ▲2013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 때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 의혹 수사 때 ▲201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댓글 개입 논란 때 등이다. 결과는 비극이다. 타인에 의한 기록이 불러온 한계라는 생각이다. 반면,
수원화성의 둘레는 5.7㎞(4천600보)로 한양도성의 약 1/3, 면적은 약 1/10이 된다. 수원화성은 한양도성보다 규모는 작지만, 지방 읍성과 비교하면 큰 편에 속한다. 보통 읍성의 경우 둘레는 1㎞ 내외로 지금도 잘 남아있는 낙안읍성은 1.4㎞, 해미읍성은 1.8㎞이니 수원화성이 얼마나 큰 읍성인지 알 수 있다. 정약용이 수원화성을 처음 계획할 때는 3천600보(4.3㎞)였으나 공사 도중 정조에 의해 1천보가 늘면서 거대 읍성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성문(城門)의 개수는 성곽의 크기와 관계있다. 수원화성은 규모가 커서 성문이 많이 필요하지만, 지형적으로 보면 남북은 평지로 트여 있고 동서는 산으로 막혀 있는 평산성(平山城) 형태이다. 그러므로 대문은 남·북성에만 설치하고 동·서성에는 비상시에 사용하는 암문(暗門)만 있어도 충분했다. 그러나 수원화성의 격을 도성과 맞게 하려고 사대문을 만들고 여기에 암문 5개를 설치한다. 대문은 성곽의 위계를 표현하기 위해 높은 육축과 누각을 세우고 암문에는 보통 적군의 눈에 띄지 않게 이런 시설을 만들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수원은 하천이 도시를 관통하므로 물이 들어오는 곳과 나가는 곳에…
밤을 건너온 잠의 눈꺼풀이 무겁다. 간밤, 문장을 인수분해 하던 신경은 뒤꿈치를 들고 꿈의 언저리를 헤맸다. 몸은 나른하고 정신의 초점은 흐리다. 카페인의 힘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에스프레소는 너무 쓰고 아메리카노는 너무 싱겁다. 피곤한 뇌가 당분이 필요하다고 달콤한 것들의 목록을 제시한다. 아포가토를 주문한다. ‘빠지다’라는 뜻을 가진 이탈리아 디저트. 에스프레소에 아이스크림이 빠지거나 아이스크림에 에스프레소가 희석되거나. 예를 들자면, 그에게 그녀가 녹아들거나 그녀의 삶에 그가 끼어들거나. 빠진다는 말도 어쩌면 미친다는 말. 빠지는 일은 미치는 일이고 몰두하는 일이고 자신을 불사르는 일. 그래서 사랑에 빠지고 일에 몰두하고 예술에 미치는 것이지. 커피에 잠긴 아이스크림. 유리잔에 담긴 갈색과 크림색의 자태가 말초신경을 건드린다. 원두의 깊고 풍부한 향이 기어이 미각을 깨우고 만다. 하분하분하게 스며드는 이 맛을 어떻게 표현할까. 혀가 누리는 쾌감. 달콤하면서도 쓰고, 차가우면서도 부드럽게 이와 잇몸과 편도를 골고루 애무하며 절정으로 치닫는다. 미각의 클라이맥스. 여기엔 아무 생각도 끼어들 수 없다. 어떤 사유도 어떤 걱정도 존재하지…
몸 전체 뼈 206개의 약 4분의 1이 모여 있는 곳이 사람의 발이다. 두 발에는 52개의 뼈가 있다. 거기에 38개의 근육, 214개의 인대가 있다. 손과 버금간다. 뿐 만 아니다. 모세혈관과 자율신경이 집중돼 있다. 그 만큼 신체 균형을 잡고 움직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발이 이처럼 놀라운 기능을 갖게 된 것을 진화의 결과다. 직립 보행이후 오랜 기간 생명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걷고 뛰다보니 효율적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진화가 멈췄다고 한다. 이유는 신발의 등장 때문이라는 것이 학자들 주장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하이힐의 등장 이후 더욱 그렇다며 오히려 발이 퇴화하는 결과를 가져 왔다고도 한다. 여성의 하이힐은 원래 16세기 페르시아 기병의 승마용 신발에서 유래했다. 유럽에 전파된 이후 이상하게 변했다. 일상에서 별 쓸모없는 굽 높은 신발을 신는 것 자체가 부와 신분의 상징으로 변해서다. 그 중심엔 프랑스 루이 14세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작은 키를 보완하기 위해 10㎝ 빨간 굽이 달린 신발을 즐겨 신었고 권력의 상징으로 여겼다. 귀족들이 따라한 것은 물론이고. 20세기 들어서는 여성 구두의 대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인간에게 있어서 삶과 죽음이란 무엇일까? 의학적으로 죽음은 심장기능의 정지를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죽음이란 ‘소생할 수 없는 삶의 영원한 종말’이라고 정의한다. `또한 죽음의 사전적 의미는 생명체의 삶이 끝나는 것 즉 생(生)의 종말을 가리킨다. 죽음에 대해 의학적으로 심정지설(심장정지설, 심폐정지설)과 뇌사설의 두 가지 견해가 있다고 하는데, 심정지설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장기 중 하나인 심장의 활동이 정지되는 것을 죽음으로 보는 것이며, 뇌사설은 전뇌의 기능이 불가역적으로 소실된 상태, 즉 뇌 전체의 기능이 완전히 상실된 경우를 죽음으로 본다고 한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보면, 태아→<출생>→사람(人)→<사망>→사체(死體)의 과정을 거친다. 인간은 출생해 육신을 자기 자신으로 여기며 애착하고 돌보다 죽음에 이르는 순간이 오더라도 누구나 육신에 대한 애착은 쉽게 버릴 수 없다고 한다. 육신에 대한 집착은 죽음에 이르러서도 사라지지 않고 다음 생에 태어나는 요소로 작용하기에 붓다께서는 육신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가르치신다. 육신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수행으로는 부정관(不淨觀)이 있다. 수행자는 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