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5일 정신질환자의 강력 범죄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내 놓은 종합대책은 만시지탄이지만 평가할만하다.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돌봐주던 친누나 살해, 아파트 위층 할머니 흉기 살해사건 등 조현병 환자의 충격적인 범죄가 잇따르면서 드러난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의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내용이어서 더욱 그렇다. 다만 주변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는 범죄 조짐을 보일 경우에 중증 정신질환자 본인이 거부하더라도 국가가 책임지고 치료를 받도록 강제하는 법적 조치가 빠진 것에는 아쉽다는 반응이 많다. 정부 대책에는 현재 인천·서울·부산 등 5개 광역시도에서 운영하는 ‘정신건강 응급 대응팀’을 내년 중에 전국 17개 시도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정신질환 관련이 의심되는 사건·사고 현장에 경찰·구급대와 함께 출동해 정신질환 사건 여부를 가려 재빨리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것이 대응팀의 주 임무다. 경찰이나 구급대로부터 자·타해 위험성이 높은 정신 응급환자를 인계받아 즉시 치료하거나 더 적합한 병원으로 옮기는 역할 등을 하는 ‘정신응급 의료기관’도 지정된다. 중증 정신질환자의 강력 범죄 우려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전국 시군구에 설치
언제부턴가 정치인과 관료들은 하나된 목소리로 ‘문화예술의 대중화’를 기치로 내걸며 예술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또한 이를 정책적 담론과정을 거쳐 추진하거나 혹은 추진 중에 있기도 하다. 그러나 도시별로 문화예술회관과 미술관, 공연장들이 경쟁하듯 생기지만 정작 담아야할 콘텐츠는 열악하기 그지없는 실정이다. 대중과 예술인이 함께하고 공유하는 신명나는 예술 판이 벌어져야할 대형공연장과 미술전시장은 이미 이벤트사가 기획하는 대중공연과 체험마당 등의 전유물이 된지 오래다. 그러나 눈을 세상 밖으로 돌려보면, 영국의 테이트모던과 프랑스의 루브르, 러시아의 에르메타쥬 미술관, 미국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문화예술 산업을 규모에 맞게 소프트파워를 장착하고 세계인들을 향해 러브콜을 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비싼 비용을 치르며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세잔, 고흐, 몬드리안과 칸딘스키를 보기위해 그 앞에서 끝없는 대기행렬에 기꺼이 합류하고 참여하고 있다. 관에서는 대중문화가 예술의 보편적 가치인양 예술가들을 경제적 논리에 안주하도록 유도하고 있고, 그런 태도는 문화의 고급화를 예술이라는 무늬만 흉내 내서 이를 포장하기에…
우리가 살며 맞닥뜨리는 스스로의 결정이나 타인이 내릴 판단에 대한 짐작은 생각대로보다 다른 결과로 나타나 놀라거나 의외였던 적이 있다. 한 사람의 인간성을 하나의 단어로 단정 짓는 일은 섣부르다. 나의 인간성은 순정의 상태는 아니다. 태어나며 가진 본성에 더하여 배우고 체득한 교육이나 수많은 단련의 과정을 거쳐 자신만의 신념을 만들기도 하고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는 가치관으로 완성하기도 한다. 타인의 결정이나 행동양식을 미루어 짐작하는 일은 어렵다. 사소하게는 그 사람의 취향을 짐작하여 선물하는 작은일 조차 타인의 취향에 결례가 될 수도 있다. 성선설 혹은 성악설 어느 쪽을 믿는가 하는 거창한 질문을 받고 까닭을 말해야하는 지점에서 태어나며 처음으로 표현하는 감정에 울음이 있음을 근거로 악(惡)을 말했다. 미소가 선한 것임을 전제로 했을 때 울음은 반대의 개념을 가진다. 자신의 첫 의사소통으로 내는 소리가 우리에게 들리는 울음인 것이다. 그것이 충분한 근거는 아니겠지만 감히 성악설에 한 표를 조심스레 얹을 수 있는 시작이 된다는 생각이다. 주변에 착한 이가 많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기를 바라는 것이 얼마나 힘드는 일인지 모르고 나도 착한 사람이라는 소리를…
비 오는 저녁. 누군가 와서 도시에 어둠을 풀어놓는다. 날이 궂으면 더 일찍 서둘러 소리도 없이 구석구석 시나브로 스며든다. 골목의 담 밑으로, 가로수 발등으로, 건물의 틈새 귀퉁이 깨진 화분에도. 이제 땅거미가 거리로 출근을 하면 사람들은 일터에서 퇴근을 한다. 밥과 술과 커피를 파는 업소들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다.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난감한 얼굴 뒤로 상점의 불빛이 환하다. 거리는 빗소리보다 더 가쁜 발걸음 소리가 보도블록을 밟는다. 어딘가로 향하는 빠른 걸음들. 상점으로 식당으로 정거장으로. 저녁의 풍경 밖으로 우산들이 바쁘게 흩어진다. 언젠가 벨기에의 작은 도시에서 맞았던 저녁이 생각난다. 안트워프였던가. 크리스마스를 얼마 지나지 않은 계절이었는데 저녁 여섯시가 되자 거리의 불빛들이 꺼지기 시작했다. 약속이나 한 듯 상점들은 문을 닫았다. 낮엔 관광객으로 활기를 띠던 마을이 저녁이면 모두들 집으로 가고 텅 비었다. 유럽의 다른 마을들도 대체로 비슷했다. 해가 지면 집에서 식구들과 얼굴을 맞대고 식사를 하는 것이 그 곳 사람들의 휴식이었다. 작은 동네라도 밤이면 더욱 시끌벅적하고 화려하게 변하는 한국의 저녁과 대조적이었다. 퍼즐을 맞추듯 아파트도 하
설렘은 마음의 움직임이다. 나뭇잎도 푸르러 윤기가 나는 5월초에 농업분야에 마음을 움직이고 큰 꿈을 갖게 하는 묵직한 이색 협약식이 수원에서 열렸다. 한국 농업의 대들보가 될 농업계고등학교 학생을 지원하기위해 교육부·농림축산식품부·농협이 맞손을 잡았다. 미래를 책임질 농업인을 육성하는 농고가 달라져야 한다. 교육부·농식품부·농협이 ‘농산업분야 우수인재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유다. 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남창현 경기농협본부장, 염규종 수원농협 조합장 등이 참석했다. 미래사회는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농업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다. 업무협약에 따라 두 정부부처와 농협은 농고 학생에 대한 교육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농식품부가 지정한 첨단기술 공동실습장 11곳과 현장실습교육장 123곳, 농협미래농업지원센터 등을 개방해 학생들의 현장실습장으로 활용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농산업 일자리 발굴에도 힘을 모은다. 농업분야에 농고 졸업생 채용을 확대하고 취업박람회를 열어 농업분야 구인·구직 정보를 적극 알릴 방침이다. 이를 위해 ‘1학교1농
숟가락 /김정원 끼니때마다 혓바닥으로 닦는 거울, 내 얼굴을 비추네 거꾸로 비친 그 얼굴이 내게 묻네 주변에 굶주린 사람은 없느냐? 오늘하루 밥값은 했느냐? 끼니때마다 이웃을 둘러보고 나를 돌아보게 하는 명경(明經)이 엄혹한 교리 문답이네 - 2인시집 ‘땅에 계신 하나님’ 종교와 문학의 유사성은 그 출발점이 말해준다. 비극으로 출발한다는 것이다. 가난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기독교의 출발이었고 아픔으로 출발하는 것이 문학의 출발이라고 한다면 시인의 숟가락은 가난한 이의 아픔을 들여다보는 엄혹한 명경(明鏡)으로 형상화 되었다. 시인이 노래하는 가난과 굶주림은 단순히 육체적인 헐벗음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헐벗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먼저 깨닫을 사람(기독교는 이것을 ‘은혜받은 이’라고 한다)이 무엇을 행해야 하는 지 삶의 새 길을 제시해 주는 지혜의 거울이 된다. 공교롭게 육신을 살찌우기 위해 쓰는 숟가락이라는 도구를 통해 시인은 먹을 때 마다 마실 때 마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되새기길 노래하는 것이다./김윤환 시인…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은혜’란 노래에는 그 은혜가 하늘같다면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진다고 했다. ‘참 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라고 칭송했다. 강소천선생의 가사에 권길상 선생이 곡을 붙였다. ‘스승의 그림자조차도 밟지 않는다’ ‘군·사·부 일체’라는 말도 전해진다. 스승의 권위와 사제 간의 엄격함이 들어 있는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엔 스승의 권위가 바닥에 떨어지고 스승과 제자 사이의 끈끈한 관계도 퇴색돼 가고 있다. 아무리 그렇다고는 하지만 스승의 날엔 많은 사람들이 스승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곤 한다. 중장년에 이르러서도 옛 스승을 찾아뵙거나 전화라도 드리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스승의 날이 부담스럽다는 학생들이나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본보(5월13일자 18면)는 ‘부담스러운 스승의 날, 교육의 날로 변경 청원 논란’ 제하의 기사에서 스승의 날을 앞두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스승의 날을 ‘교육의 날’로 바꿀 것을 청원합니다’라는 글이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2일 “종이 카네이션은 되지만 생화는 안 되고 이마저도 학생 대표가 주는 것만 된다는 지침도
사교육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교육부와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29만1천원으로, 전년보다 7.0% 많아졌다. 6년 연속 증가한 것으로, 증가율은 2007년 조사 시작 이후 최고치이다. 사교육 참여율도 72.8%로 전년보다 1.7%포인트 상승했다. 이렇게 사교육비가 늘어난 것은 대학입시제도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방안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대입제도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이 사교육비 증가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눈에 띄는 것은 소득 구간별로 최하위인 ‘200만원 미만’ 가계의 사교육 참여율이 47.3%로, 전년 대비 3.3%포인트 늘어나 증가 폭이 가장 컸다는 점이다. 저소득층은 지난해 사상 최악 수준의 저소득에 시달렸다. 그런데도 사교육비를 많이 지출한 것은 여러 군데 일을 하면서 근로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아이를 학원에 맡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고소득 가구와 저소득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 차이가 5.1배나 된다는 것이다.부모의 소득에 따라 자녀의 기회는 절대 균등하지 않다. 양과 질에 있어서 이러한 사교육의 격차는 입시에 영향을 주고, 취업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김영랑 시인의 시처럼 40년된 낡은 건물을 수리해 행궁재를 마련하면서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것은 마당에 나의 모란을 심고 싶다는 열망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혼자서 모란에 기원을 담아 그리기 시작할 때 오월 한철 잠깐만 피는 모란을 찾아 서울로, 전남 강진으로 다녔다. 도시 한가운데서 마음의 휴식을 주던 성북동 길상사의 모란은 다양한 모습으로 군락을 이루고 있어서 시험 보고 있던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아름다운 모습을 눈에, 마음에 담았다. 한번은 영랑의 생가 옆에 있는 전남 강진의 세계 모란공원까지 갔는데 바로 며칠전에 다떨어져서 서운한 마음을 가지고 돌아온 적도 있었다. 며칠전에는 운현궁에서 수없이 많은 모란을 발견하곤 한참을 머물렀다. 모란을 그려 7년만에 ‘화양연화’라는 제목으로 행궁재에서 개인전을 발표했을 때 제일 기뻐했던 사람은 친정어머니다. 친정집 작은 화단에 넝쿨 장미 아래 있던 그 큰꽃이 모란이었슴을 상기시켜 주었다. 아, 그때는 왜 몰랐을까.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고, 젊기 때문에 자신의 열정에…
오늘날 공무원의 복지부동(伏地不動)과 무사안일(無事安逸)의 풍조를 영어로 표현한 신조어가 ‘님트현상(NIMT syndrome)’이라고 한다. 안성시는 최근 우석제 시장의 선거법 위반에 따른 2심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안성시 공직사회는 현재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이 복합적으로 섞인 님트현상이 만연해 있는 분위기다. 우 시장은 지난 1월 18일 1심 공판에서 벌금 200만 원, 즉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40억 원이라는 거액의 채무 신고를 빠뜨린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역사회 일부에서는 우 시장에 대해 “지난 6.13 지방선거는 어느 선거 때보다 공무원의 자격으로 ‘청렴성’이 강조되었다”며 “자수성가한 축산인, 재선에 성공한 축협 조합장이라는 점을 강조한 채 정작 자신의 채무 사실은 철저히 숨긴 채 선거를 치룬 꼴”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우 시장의 영향 탓인지 시의 일부 공무원들은 현재 시민들의 알 권리에 대해 무시하거나, 묵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