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건망증 얘기를 할때 자주 인용되는 유머가 있다. 아인슈타인이 기차 여행 중이었다. 차장이 검표하러 왔는데 표를 찾을 수 없었다. 주머니와 가방까지 다 뒤졌지만 허사였다. 차장이 “모두가 아는 분이니 안 보여줘도 된다”고 했는데도 의자 밑을 더듬으며 허둥댔다. 재차 걱정말라고 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 표를 찾아야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 거 아니오.” 친구와 만나기로 한 약속을 잊어버렸다. 왜 안나오느냐고 전화가 왔을 때 “아 참,맞아.미안해!”하면 건망증이다.“나 치매인가 봐” 하고 말하는 사람도 대개는 치매가 아니다. 일시적인 기억장애나 자주 사물을 깜박 잊는 건망증(amnesia)의 자조적 표현일 경우가 많다. ‘업은 아기 3년 찾는다’는 한국 속담처럼 우산이나 자동차 열쇠를 손에 든 채 찾아다니는 일시적 건망증, 순간 밖에 지나지 않은 일을 까맣게 잊는 전진성 건망증, 외상이나 머리에 전기충격을 받았을 때 생기는 역행건망증, 어떤 것만 계속 잊는 부분건망증도 있다. 그 원인은 대개 정신적이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에 나오는 ‘실착행위’ 중 싫은 사람이 준 만년필을 계속 잃어버리는 증상과 상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 자주 잊어버리
우리는 어둠보다는 상대적으로 밝음을 좋아한다. 어둠의 느낌은 우중충하고 나쁜 것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밝음이 더욱 밝음의 모습을 가지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어둠의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 각자의 역할과 기능이 있기 때문이며 그 기능과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때 그 의미와 모습들은 더욱 빛난다. 자연의 햇빛이 주는 밝음 속에서 활기차게 에너지를 방출하고 어둠이 주는 휴식을 통해 축적과 성장을 이룬다. 자연으로부터 부여 받은 각각의 역할에 대한 최적의 균형, 합리적인 조화가 최적·최상의 조건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즉, 밝음과 어둠이 균형을 이루며 조화롭게 융합되고 하나가 되었을 때 지속적인 생존과 성장은 달성될 것이다. 이러한 상태를 중용(中庸)의 상태라고 말하면 무리일까? 중용(中庸)을 사전적으로 해석하면 “지나치게 모자라지 아니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아니한 떳떳하며 변함이 없는 상태나 정도”라고 표현하고 있다. 넘침도 부족함도 없는 균형 잡힌 융합의 의미, 편을 가르는 일도 없고 어느 쪽으로 치우침도 없으며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지 않는 조화로운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민법상 규정된 부모의 ‘체벌’ 권한 삭제를 추진한다. 부모가 훈육 목적으로도 자녀를 체벌하지 못하도록 민법 915조에 규정된 부모 등 친권자의 ‘징계권’ 범위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례 건수는 아동학대 예방사업이 시작된 2001년부터 최근까지 매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2천105건에서 2017년 2만2천367건으로 10배 이상이나 늘었다. 더욱 놀라운 통계는 학대 장소는 가정이 전체의 80%이며 학대한 사람은 부모나 대리양육자가 거의 대부분이다. 아동학대를 막으려는 사회적 노력에도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현상에서 볼 수 있듯 이제는 국가와 공동체가 아동학대 방지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때다. 비록 부모라 하더라도 명백한 아동학대의 경우 아동복지법이나 아동학대처벌법 등 현행법으로 처벌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민법의 친권자 징계권 조항 때문에 다툼의 여지가 있어…
무늬 /최기순 왕물결나방 칙칙한 날개에 화려한 물결무늬 누대에 걸쳐 유전된 몸의 파장 점열무늬 모든 무늬들이 기억하는 상흔 날카로운 무엇에 살을 베여 피 흘린 - 최기순 시집 ‘음표들의 집’ 나에게 새겨져 있는 무늬를 생각해본다. 왕물결나방의 날개에 있는 물결무늬처럼 나의 몸과 마음에도 무늬가 있을 것이다. 누가 내 마음에 새겨진 무늬를 본다면 그것을 화려한 물결무늬라고 부를까, 투박한 점열무늬라고 부를까, 아니면 무엇인가에 베여 피 흘린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험상궂은 상흔 자체로서의 무늬라고 부를까. 상흔과 상흔으로 이어지고 그어진 나의 무늬들이지만, 현재의 지인들과 후대의 아름다운 유전을 위하여, 잘 다독여지고 마무리되어 그저 꼴사납지는 않기를, 눈살 찌푸리게 하지는 않기를./김명철 시인…
정부는 지난 2월 14일 ‘자치경찰제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경찰청에서는 올해 8월 공모계획을 확정하고 9월중 공모를 거쳐 10월에 시범시행 2개 시도를 선정할 계획이다. 자치경찰제는 경찰권의 민주적 분권과 주민밀착 치안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하는 것으로 자치경찰은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지역경비 등 주민밀착형 민생치안활동을 담당한다. 정부 안에 따르면 시·도에는 자치경찰본부를, 시·군·구에는 자치경찰대를 신설, 국가경찰 사무와 인력 중 일부를 자치경찰로 이관한다는 것이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후 자치경찰제는 지방정부들의 숙원과제였으나 중앙권력의 반대로 입법화가 어려웠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이 ‘광역단위 자치경찰제’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다시 전면으로 나왔고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를 중심으로 학계·시민사회 등의 의견을 수렴한 ‘경찰법 전부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앞에서 밝힌 것처럼 지역특성에 맞는 주민밀착형 치안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이를테면 관광·산업 등 지역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치안서비스가 제공되며, 지역주민들의 의사를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시도지사 소속의 자치경찰제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으로 시작된 여야의 냉각기가 좀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 그 탓에 국회는 일손을 놓은 채 5월도 다 보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인영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선 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함께 국회 정상화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됐던 게 사실이다. 나 원내대표가 ‘밥 잘 사주는 누나’가 되겠다고 하고 이 원내대표는 ‘경청’을 강조했다. 여기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까지 가세하여 세 명이 호프 타임을 가진 것이 신뢰의 단초를 마련할 것으로도 예상됐다. 그러나 서로 이견이 작지 않음을 새삼 확인했고 최근엔 한미정상 간 통화 내용을 주미대사관 소속 외교관이 한국당 의원에게 유출한 사건을 두고 대립이 격화되어 우려된다. 이럴 때일수록 거대 양당을 포함한 정치권에 요구되는 것은 국민과 민생을 중심에 두고 현안을 다루는 관점과 능력일 것이다. 최근 나타나는 여러 징후를 보면 더욱 그렇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4%로 낮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이 일화에는 아직 학교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한글을 읽을 수 있는 아이와 그 아이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방문교사가 등장한다. “다음 그림에서 모자를 쓴 사람은 누구인가요?” 그 물음 아래 책을 읽는 사람, 모자를 쓴 사람, 낚시질을 하는 사람 그림이 나란히 제시돼 있다. 문제를 읽은 아이가 손가락으로 모자를 쓴 사람을 짚어주면 된다. “이 사람이에요!” 그런데 그 아이는 일단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반문했다. “내가 어떻게 모자 쓴 사람 이름을 알겠어요?” 이번엔 방문교사가 난감했다. 그 대답의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옳은 답이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그건 학교에 들어가면 응당 모자 쓴 사람을 고르는 것(출제 의도대로 골라주는 것)이 정규교육이 요구하는 보편적 능력(요즘 식으로 하면 ‘기초역량’쯤?)이기 때문이다. 방문교사가 난감해한 것은 이런 경우 우리의 학교교육이 엉뚱한 혹은 의외의 답을 예상하거나 기꺼이 수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교육은 우선 아이의 반문(反問)을 장려하거나 응답자에 따라 각기 다른 답을 염두에 두는 번잡한 교육을 하고 싶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많은 문들을 열고 닫는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방문을 열고 화장실 문을 열고 현관문을 열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방문을 열고 가족들과 하루가 시작되고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서 세상과의 소통이 시작된다. 몸살 기운이 있어 병원에 갔다. 회전문에 들어서면서 잠시 긴장이 된다. 둥근 원 안으로 들어섰는데 회전하던 문이 멈추면서 순간 당황했고 뒤에 있던 사람이 문을 밀자 회전문은 돌기 시작했다. 아마 혼자였다면 어찌할 줄 몰라 했을 것이다. 별 것도 아닌데 익숙하지 않은 것은 두려움을 갖게 된다. 우리는 많은 문을 접하고 산다. 어릴 때는 마당 넓은 집의 사립문을 열었고 청소년기에는 자물쇠를 채우는 문을 사용했으며 지금은 번호나 지문인식 혹은 카드를 대면 열리는 디지털 도어 록을 많이 사용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문도 다양한 형태로 발전을 거듭하며 편리함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공동주택의 생활이 급격히 늘면서 공동현관 문도 거주자의 도움이 없이는 출입이 곤란하다. 잡상인이나 입주민의 안전한 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기도 하지만 우리네 삶이 그만큼 팍팍해졌음이기도 하다. 우리 자랄 때는 아침에 일어나면 대문 먼저 열어젖히고 마당과 골목을 쓸면서…
경기도지사가 국무회의에 배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역대 도지사들도 한목소리로 국무회의 배석을 요청했지만 허공 속 메아리였다. 이제야 오랜 숙원이 풀어졌다. 비록 경기지역 관련 사안을 논의할 경우에만 참석할 수 있다는 단서지만 그 의미는 자못 크다. 인구 1천350만 명의 경기도가 980만 명의 서울시를 제치고 최대광역단체로 등극했다. 뒤늦었지만 당연한 수순(手順)이다. 이번 청와대 결정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포용의 리더십’이란 말이 나온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취임 후 꾸준히 국무회의 배석대상에 경기도지사를 명시해달라고 국무회의 규정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법적으로 딱 부러지게 명시된 건 아니지만 서울시장은 장관급, 경기도지사는 차관급으로 분류된다. 그간 국무회의에 서울시장만 유일하게 배석할 수 있던 것도 이런 이유일 듯하다. 국무회의는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최고 정책심의기관이다.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등 15~30명이 참석한다. 그간 지자체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자, 11년 전에 국무회의 규정을 개정해 서울시장만 배석해왔다. 대통령인 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참석할 수 있다는 규정은 있었지만 그동
느낌 /여림 이렇게 바람이 심한 날이면 느낄 수 있어 사랑은 저리도 절절이 몸을 흔드는 나무와 같다는 걸 그 나무 작은 둥지에 새끼를 품고 있는 어미새와 같다는 걸 그런 풍경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우리 두 마음이라는 걸. - 여림, ‘안개 속으로 새들이 걸어간다’ 중에서 이러한 사랑의 순정성. 바람 부는 날 흔들리는 나무를 보고, 저것이 ‘사랑’이야. 사랑일꺼야. 느낄 수 있는 감각의 나이는 몇 살쯤일까. ‘작은 둥지에 새끼를 품고 있는 어미 새’의 돌봄에 주목하는 사랑의 층위. 여림은 주로 홀로였을까. 그는 ‘함께’ 견뎌내는 마음을 사랑의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그러나 주체는 “그리운 사람”을 멀리에 두고 농밀한 감정을 견디는 존재이다. 먼 곳에서 조금씩만 미워하자는데(‘손가락들이 봉숭아보다 더 붉어서 아프다’) 여림의 시 세계 속에서 사랑은 결국 고통으로 묶인다. 어떤 질문은 타자를 향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향할 때 더욱 비극적이다. 왜 하필 너일까. 설명할 수 없는 데에서 오는 멈출 수 없는 고통. 마침내 그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