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지사가 국무회의에 배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역대 도지사들도 한목소리로 국무회의 배석을 요청했지만 허공 속 메아리였다. 이제야 오랜 숙원이 풀어졌다. 비록 경기지역 관련 사안을 논의할 경우에만 참석할 수 있다는 단서지만 그 의미는 자못 크다. 인구 1천350만 명의 경기도가 980만 명의 서울시를 제치고 최대광역단체로 등극했다. 뒤늦었지만 당연한 수순(手順)이다. 이번 청와대 결정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포용의 리더십’이란 말이 나온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취임 후 꾸준히 국무회의 배석대상에 경기도지사를 명시해달라고 국무회의 규정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법적으로 딱 부러지게 명시된 건 아니지만 서울시장은 장관급, 경기도지사는 차관급으로 분류된다. 그간 국무회의에 서울시장만 유일하게 배석할 수 있던 것도 이런 이유일 듯하다. 국무회의는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최고 정책심의기관이다.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등 15~30명이 참석한다. 그간 지자체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자, 11년 전에 국무회의 규정을 개정해 서울시장만 배석해왔다. 대통령인 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참석할 수 있다는 규정은 있었지만 그동
느낌 /여림 이렇게 바람이 심한 날이면 느낄 수 있어 사랑은 저리도 절절이 몸을 흔드는 나무와 같다는 걸 그 나무 작은 둥지에 새끼를 품고 있는 어미새와 같다는 걸 그런 풍경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우리 두 마음이라는 걸. - 여림, ‘안개 속으로 새들이 걸어간다’ 중에서 이러한 사랑의 순정성. 바람 부는 날 흔들리는 나무를 보고, 저것이 ‘사랑’이야. 사랑일꺼야. 느낄 수 있는 감각의 나이는 몇 살쯤일까. ‘작은 둥지에 새끼를 품고 있는 어미 새’의 돌봄에 주목하는 사랑의 층위. 여림은 주로 홀로였을까. 그는 ‘함께’ 견뎌내는 마음을 사랑의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그러나 주체는 “그리운 사람”을 멀리에 두고 농밀한 감정을 견디는 존재이다. 먼 곳에서 조금씩만 미워하자는데(‘손가락들이 봉숭아보다 더 붉어서 아프다’) 여림의 시 세계 속에서 사랑은 결국 고통으로 묶인다. 어떤 질문은 타자를 향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향할 때 더욱 비극적이다. 왜 하필 너일까. 설명할 수 없는 데에서 오는 멈출 수 없는 고통. 마침내 그는 “…
전국 기초자치단체들이 현금복지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나서 주목된다. 그리고 늦은 감은 있지만 더 나은 복지정책 성안에 기여할 수 있다면 환영할만 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염태영 수원시장이 준비위원장을,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이 간사를 맡은 ‘복지대타협특별위원회 구성을 위한 준비위원회’는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산하 기구로 6월 출범할 예정이다. 특위는 중앙-지방정부 간 복지 역할 분담 합의, 지방정부 자체 현금복지 성과 분석과 정책조정 권고안 도출, 중앙정부-광역지자체·기초지자체 공동 국가복지대타협 이행에 관한 대원칙을 2022년 지방선거 전까지 만들 모양이다. 특위는 전국 기초지자체가 시행 중이거나 계획한 현금복지 정책을 조사하여 효과 있는 정책은 전국적으로 시행할 보편복지로 중앙정부에 건의하고 효과 없는 정책은 일몰제로 적용하여 폐기하기로 했다고도 한다. 지방정부의 선심성 현금복지 과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재선, 삼선을 노리는 지자체장을 정점으로 하는 지방정부들은 앞다퉈 현금복지 정책을 도입하고 시행했다. 그러나 현금복지는 소득재분배 효과를 가지는데, 지자체마다 복지 공급의 정도가 천차만별이라면 그것이 과연 정의로운 것이냐는 물음도
지금은 여행하기 참 좋은 계절이다. 날씨도 좋은 데다가 각종 꽃들과 신록이 마음을 들뜨게 한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산으로 들로, 관광지나 유적지로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장애인들은 이런 즐거움을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으로만 느낄 수 밖에 없다. 이동상의 불편과 장애인 편의시설 부족, 게다가 관광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체나 지방정부마저 장애인 여행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게 된다. 우리나라는 장애인들이 여행하기 어려운 국가다. 국가나 지방정부의 기반시설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인식도 높지는 않다.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들은 여행에 불편을 넘어 두려움마저 느낀다. 한국소비자원은 장애인들에게 국내여행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조사결과 장애인의 국내여행 불편 응답 비율은 87.4%나 됐다. 10명 중 9명 정도가 여행을 하고 싶어도 용기를 내기 어려운 것이다. 기반시설은 물론이고 가장 중요한 정보 제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관광약자인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선진국에서는 지금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맞춤형 관광프로그램인 무장애 관광이 새로운 시장으로 각광받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일부 지방정부나
지난 2월 7일 국제축구연맹(FIFA)이 발표한 한국의 랭킹은 38위다. 일본은 이보다 앞선 27위이고 이란은 더 앞선 22위다. 그런데도 한국은 올 초 아랍에미리트연합에서 열린 제17회 아시안컵에서 59년 만에 우승하겠다고 호언 했었다. 그러려면 일본, 이란, 사우디와 개최국까지 이겨야 하는데도 최강의 멤버라는 자랑만 되풀이했다. 그 결과 당시 랭킹 93위였던 카타르에게 8강에서 한방의 중거리 슛에 무너졌다. 축구공은 둥글고 승리의 변수는 항상 있다. 그렇기에 지난해 러시아의 제21회 월드컵 조 예선에서 한국이 독일을 2대0으로 이기지 않았던가. 한국축구 국가대표팀에 갑작스러운 기대보다는 평소 프로축구 K1(클래식), K2(챌린지), 내셔널(실업축구), K3(시민축구단)에 고루 적절한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 축구 하면 한일전만큼 관심 있는 경기도 없다. 한일전은 2017년 12월까지 대표팀 간 전력은 78전 41승 23무 14패로 한국이 절대적이지만 2000년 들어서는 자국의 축구 저변 환경은 일본이 훨씬 낫다고 자타가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K3에 해당하는 일본의 J3 리그 관중은 지난해 6월 기준 기타 규슈가 4천400명, 제일 적은 요코하마가 1…
‘진상민원’이란 행정처분 등에 승복하지 않고 자기 의사만을 관철시키기 위해 장시간 반복적인 주장을 함으로써 행정력을 낭비하게 하는 민원을 말한다. 진상민원은 속어이고 정부의 민원행정 지침은 ‘고질민원’ 또는 ‘특이민원’이라고 칭한다. 진상민원의 특징은 자기의 의견만 옳다고 주장하고 장시간 민원공무원과 대화하려고 고집하며 때로는 고성까지 지르며 해당 공무원 뿐만 아니라 다른 민원인에게까지 피해를 준다는 점이다. 그러나 진상민원이 선과 악의 측면에서 악으로만 간주되는 것에는 재고돼야 할 필요가 있다. 먼저 진상민원 발생원인을 보자.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부문 고질민원 대응매뉴얼’에서는 민원인 입장에서 보는 민원발생 원인으로 민원 초기 단계에서 공무원의 대응 소홀, 민원인과 공무원 간의 의사소통 문제, 처리기관에 따라 동일유사 민원의 처리결과가 다른 점, 공공기관의 선제적인 민원서비스 환경개선 노력 부족을 제시하고 있다. 즉 공무원의 책임 또한 크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논리에 대해 민원인을 돕는 행정사 직업을 수행하면서 보다 절실하게 공감하게 된다. 필자가 지난 1년여 동안 행정사로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느낀 심각한 문제점으로 공무원이 자신의 업무를 잘 모르고 민
공부는 물론 운동, 친구 사귀기에도 별 관심이 없다. 하지 않을 땐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하다. 일단 시작하면 모든 걸 잊고 몰입하게 된다. 인터넷 시대 ‘게임중독’ 얘기다. 물론 이것이 다가 아니다. 격투기에서 엄청난 힘으로 상대방을 눕힐 때 쾌감을 느끼고, 전쟁게임에서 적들을 섬멸하면 세상을 다 얻은 듯한 성취감을 맛본다. 현실 감각은 뒷전이다. 게임의 세계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면 그만이다. 자극적 화면은 지루한 일상을 잊게 하고 해방감마저 안긴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게임을 탐닉하다 보면 급기야는 현실감각이 사라지고 가상세계에서 산다 그래야 더 평화롭고 행복감을 느껴서다. 인터넷 중독은 객관적으로 중독 여부를 가리기가 쉽지 않다. 중독자가 인정하지 않으면 치료도 어렵다고 한다. 가끔 게임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다시 게임기 앞에 앉게 된다. 그런데도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게임을 적당히 즐기면 인지적 수행능력이 좋아진다는 등의 긍정적 연구 결과도 엄존해서다. 또한 게임 산업이 황금알 낳다 보니 게임중독의 병폐를 사회 문제화 하지 않는 경향도 있어 더욱 그렇다. 따라서 게임 중독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는 여론 속에서도 아직 뚜렸한 제제
천석꾼의 토지를 가진 한 고리대금업자가 살았다. 그는 철마다 양식을 빌려주고 높은 이자를 받았다. 그에게 양식을 빌린 한 가난한 농부가 살았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보릿고개만 되면 그를 찾아가 양식을 빌렸다. 그게 자꾸 밀렸다. 열 가마니가 스무 가마니가 되고…. 그러다 보니 그 가난한 농부는 고리대금업자로 부터 풀려날 수가 없었다. 이제 그는 갚을 길이 없었다. 고리대금업자가 생각했다. 저놈은 갚을 수가 없는 놈이다. 이걸 어떻게 받아내나. 마침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 가난한 농부에게는 딸 하나가 있었다. 방년 십 팔세 그야말로 꽃다운 나이였다. 그는 그 예쁜 딸을 첩으로 들여 놓기로 했다. 하루는 그 가난한 농부의 움막을 찾아갔다. 부녀를 집 앞의 자갈 바닥으로 불러냈다. 그리고는 그의 계략을 얘기 했다. “어차피 자넨 돈을 갚을 수가 없어. 안 갚으면 콩밥을 멕일거야. 그게 싫으면 자네 저 딸을 두고 계약을 맺자” “무슨 계략이요?” “내가 이 주머니에 여기 작은 돌 두 개를 넣을 거야. 자네 딸이 이 주머니에 있는 돌 하나를 꺼내서 그게 검은 돌이면 자네는 딸을 나에게 주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 대한 교육부의 ‘일제식 고사’가 교육계의 찬·반 논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교원단체는 ‘글쎄’의 반응을 보이고 있고, 학부모는 우려반 기대반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28일 교육부는 초1부터 고1까지 모든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진단하고 맞춤지도하는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골자는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이 치른 지난해 평가 결과, 중·고교 수학 과목의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10%를 넘는 등 학력저하 추세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현재, 기초학력을 보장하는 법적근거는 없으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50조(수료 및 졸업 등)를 보면 “학교의 장은 학생의 교육과정의 이수정도 등을 평가하여 학생의 각 학년과정의 수료 또는 졸업을 인정한다”로만 되어 있다. 그렇다고 각 시·도교육청이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 대한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초학력 진단보정시스템을 구축하여 활용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초4~중3 학년의 학습부진 학생 및 경계 학생을 위해 국어, 사회, 역사, 수학, 과학, 영어 과목에…
슬픔에 관한 짧은 리뷰 /이채민 피가 그을리고 쪼그라진 심장에 물집이 생겼다 혈관을 뛰어다니던 피들도 조용히 제자리걸음이다 수많은 전쟁에도 끄떡없던 내 안의 교회와 성당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누구의 뼈가 부러졌는지 바람도 나도 많이 흔들거렸다 생의 중심에 고여 있던 너를 비워내는 일이 나무와 돌과 새들이 우는 일과 같다는 것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으므로 슬픔은 기쁨만큼이나 가장 기본적인 체험의 정서이다. 혈액순환이 약해지고, 호흡이 완만해지며, 안색이 창백해지고, 흔히 눈물을 흘린다. 무력감과 함께 허무감이 찾아온다. 어떤 사람은 꽃이 지거나 가을만 되어도 비애를 느끼며 울기도 한다. 슬픔이 심화되면 스스로를 외부 세계와 차단한 채 내부로만 빠져들어 극단적으로는 자살에 이르게까지 한다. 슬픔을 가장 강렬하고 적나라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빈센트 반 고흐의 석판화 ‘슬픔’을 들 수 있다. 잔뜩 웅크린 채 얼굴을 파묻고 비탄에 잠긴 나체의 여인은 슬픔의 실체를 그대로 웅변한다. 아무런 보호막 없이 벗겨진 알몸과 얼굴을 완전히 팔과 무릎에 파묻고 울음 우는 형상은 비애로 가득 찬 인간의 운명과 고통을 처절히 보여준다. 시인은 지금 슬프다.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