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대학 총동창회 회의를 진행할 때 의견교환과 토론이 펼쳐졌다. 회의 전반을 경청하고 있던 교수의 표정이 언짢은 듯 보였다. 이어 축사로 한마디 해달라는 진행자의 말에 무선마이크를 전달하자 뭔가 언짢은 듯 “왜 말을 짧게 하라 마라 하느냐. 당신이 내 상사야”며 지켜보는 이들을 무시한 채 격양된 언성으로 회의장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어 버렸다. 한 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지 못한다. ‘열 받은 김에’ 마구 엉켜버린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바람에 낭패를 보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부의 자극이나 말과 행동에 즉각 반응을 보일 때가 많다. 툭 건들면 톡 터지는 꽃망울처럼 자신의 속내를 불쑥 드러낸다. 호랑이는 눈앞의 먹잇감이 나타났을 때 무턱대고 덤벼들지 않는다. 입맛을 돋우는 후각의 자극에도 불구하고 언제 어떻게 먹잇감을 낚아챌지 숨고르기를 한 뒤에 반응한다. 사람도 자극과 반응 사이의 중간 단계가 있다. 나치 독일의 박해를 받아 죽음의 수용소 생활에서 살아남았던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어떤 공간이 존재한다. 그 공간에 자신의 반응을 선택하는 우리의 힘이 존재한다. 우리의 반응에는 성장과 자유가 있다”고 했다. 그가 죽
학생부 종합전형(이하 학종)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을 두고 갈등이 깊다. 지방 군소 도시 고교는 학종이 유리하다고 한다. 서울 강남 지역 고교와 자사고, 특목고 등이 수능을 독점하기 때문에 학종을 선호한다. 반면 학종은 ‘금수저 전형’이라고 주장하는 집단도 있다. 부모의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에 의해 좌우되는 입시라고 규정한다. 그나마 수능이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있다고 한다. 사회 현상에 대한 개인 간에 생각이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대입 제도에 대한 생각도 다를 수 있다. 다른 생각은 머리를 맞대고 해결하면 사회 발전의 동력이 된다. 하지만 위의 사례는 동일한 대상을 두고 자기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따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 당국은 수시와 정시의 입시 정책 자료를 얻기 위해 설문 조사를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다. 전형 방법에 대한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조사된 통계 수치는 현상을 왜곡한다. 수능 시험이 공정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공정이라는 잣대만 염두에 둔다. 이런 식이면 과거에 대학별고사 등 모든 입시 제도도 공정했다. 그런데도 대입 제도가 자주 바뀐 것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교육적 정의를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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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철학자들이 인간내면에 ‘악마’와 이를 다스리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가 함께 있다고 말한다. 악마는 먹잇감 사냥 같은 포식적 폭력이나 우세 경쟁, 복수심, 가학성, 이데올로기를 뜻한다. ‘천사’는 남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감성, 결과를 예상하고 절제하는 자기 통제, 인도주의적 도덕 감각, 성찰적 사고의 이성을 말한다. 파스칼은 “인간은 천사와 악마 사이에서 부유한다”고도 했다. 인간은 신과 악마, 천사와 짐승의 중간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도 이야기 한다. 모든 사람의 내면엔 절반은 천사, 절반은 악마가 있어서 라는 것이 이유다. 대부분의 독초가 그렇듯 악마의 덫도 어둡고 칙칙한 환경을 좋아한다. 아주 달콤해 보이고, 교묘해서 웬만해서는 눈치챌 수 없다. 인간의 탈을 쓴 악마도 마찬가지다. 달콤한 말을 건네는가 하면 부드러운 미소로 손을 내민다. 간계와 술수도 능수능란하다. 그의 손을 잡기만 하면 모든 고민과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만 같다. 악마는 사람을 속이는 데 천재적인 재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종교의 유무를 떠나 진정한 천사의 의미는 선함을 대변한다. 또 남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감성, 결과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 토너먼트는 브리티시오픈이다. 미국에서는 1895년에 최초의 U.S.오픈이 개최되면서 브리티시 오픈보다 35년 뒤졌으나 U.S.오픈 이후 미국인들은 영국에서 맹활약했다. 1921년 잭 하치슨이 미국인으로 최초 우승을 하고, 1924년부터1933년까지 10년 연속 미국인에 의해 제패되고 골프의 왕좌는 사실상 영국에서 미국으로 옮겨졌다. 골프는 19세기 후반 미 대륙까지 전파되어 1873년 캐나다에서 북미 최초로 ‘로열몬트리올골프클럽’이 창설됐고 1887년 미국 최초의 클럽과 코스를 자랑하는 ‘푹스버골프클럽’이 발족된다. 1901년 미국으로 이주한 영국의 골프들에 의해 최초의 프로골프협회인 U.S.PGA가 결성되었다. 1958년 세계골프연맹(WAGC)이 미국 뉴욕에 창설된다. 한국에 골프가 처음 소개된 것은1900년경 함경남도 원산항의 세관에 고용된 영국인들이 유목산 중턱에 6홀의 골프장을 만들면서 부터다. 그 후 1921년 효창공원에 9홀의 골프 코스를 만든 후 폐장된 후, 1924년 청량리에 다시 18홀의 골프 코스가 완공되면서 이를 계기로 한국 골프 사상 처음으로 ‘경성 골프구락
세로로 길게 나 있는 창밖으로 묘한 어둠이 깔려 있다. 막다른 골목처럼 굳게 닫힌 벽처럼 답답하게 느껴지다가도,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깊은 적막감과 황량함이 밀려오는 것 같기도 하다. 1914년 작 ‘콜리우르의 프랑스 식 창문’은 앙리 마티스가 전 인생에 걸쳐 완성한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 매우 눈에 띄는 작품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데, 색채의 향연을 즐겨오던 그의 성향과 매우 대비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현란한 원색으로 가득한 여느 작품들과 달리 ‘콜리우르의 프랑스 식 창문’에서는 칠흑 같은 어둠과 칙칙한 몇 가지 색들이 쓰였을 뿐이다. 이 작품에는 제1차 세계대전을 목도하고 있는 작가의 답답한 심정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조국을 위해 입대를 자원했다가 나이 때문에 거절당한 후 그는 동료들이 떠난 도시에 외롭게 남아 있었다. 입대를 하지 않은데다가 외국인과 두터운 친분을 지니고 있었던 마티스를 향해 평단의 반응은 점점 더 날카로워져만 갔다. 전시의 상황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 자체를 고깝게 여기는 시선도 있었다. 평론가들의 혹평 외에도 그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또 하나의 고민이 있었는데, 그동안 일구
심해어 /박용진 물방울 속에 물방울이 있었다 내가 태어나고 네가 태어났다 가만히 몸을 말고 있던 가만히 착하게 사랑하고 있던 내 딸이며 누이이며 아내이며 내 투명한 고향 비도 내리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고 결도 없는 물방울 속에 오로지 우리 둘만 있어 네 손끝에서 피어나던 꽃 내 손끝에서 터져 나가던 꽃 배 속에 알이 가득 차 있었다 - 박용진 시인의 시집 ‘미궁’ 중에서 이 맑고 투명한 시가 왜 슬픔을 자아내는 것일까. 물방울처럼 이렇게 가만히 몸을 말고 있는 시가 왜 아프게 다가오는 것일까. 가만히 착한 사랑만을 노래한 이 시에서 왜 눈물방울이 연상되는 것일까. 역설적으로, 태초와는 달리 지금은 억수로 비가 내리고 바람만 몰아쳐 불어서 일까. 지금은 거칠고 사나운 결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어서 일까. 네 손끝과 내 손끝에서 피어나던 꽃의 시절은 어디로 갔나./김명철 시인…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회견은 올해 국정의 최우선이 ‘경제정책 성과 체감’임을 분명히 드러낸 자리였다. 회견문 대부분을 경제 분야에 할애한것이 이를 뒷받침 한다. 그러기 위해 먼저 성장을 지속시키기 위한 ‘혁신’을 가장 앞세우며 ‘포용 국가’ 건설 플랜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정치개혁과 한반도 평화 이슈 등은 원론적 수준에서 회견문 후반부에 간략하게 배치했다. 문 대통령은 신년회견에서 수출 6천억불, 국민소득 3만불 시대 진입 등 외형적 경제 성장에도, 삶이 고단한 국민들이 많고 고용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음을 토로했다. 취임 후 가장 힘들고 아쉬웠던 점도 “고용지표 부진”이라고 답했다. 고용지표가 나쁜 이유에 대해 제조업 부진, 산업구조·소비행태의 변화 등을 언급하면서도 “최저임금 인상 효과도 일부 있었으리라 생각한다”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경제정책 기조는 불변이라고 했지만,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보완하겠다”고 밝힌 대목을 주목한다. 국정 목표는 변함없지만, 여기에 도달하는 방법은 변화를 꾀하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초와는 달라진 경제 진단과 엄중한 상황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논쟁 대상인 소득주도성장도 정책 기조의 개념으로서 한번 언급했을 뿐 세부 정책은…
최근 반려인과 비반려인 사이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목줄을 채우지 않은 반려견으로 인한 피해와 시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70단독 송경호 부장판사는 반려견 견주 A씨가 다른 견주 B씨와 손해보험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총 5천3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사건은 지난 2015년 9월 경기도의 한 저수지 인근 통행로에서 발생했다. 목줄을 채우지 않은 반려견을 데리고 걷던 A씨에게 달려들던 B씨의 반려견을 피하려다가 2m 깊이의 배수로로 떨어져 큰 부상을 당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B씨의 반려견이 A씨의 반려견에 자극받아 달려 나갔을 것으로 보이는 점은 인정되지만, 이런 사정만으로 B씨의 과실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반려견으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3월과 5월에는 경북 상주시와 강원도 원주시에서는 74세 노인과 66세 노인이 개에게 물려 숨졌다. 2015년 경남 진주시에서도 80대 노인이, 충북 청주시에서 2세 어린이가 집에서 기르던 개에게 물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경북 상주시에서도 주민 3명이 맹견에 물려 중경상을 입기
오사카 츠루하시역에서 이카이노 코리아타운으로 걷다보면 일본의 청춘남녀들의 행렬을 만나게 된다. 거의 대부분이 여성들이다. 가는 중간 중간에 있는 ‘한류상점’에 들어가 보면 지금 한국에서 가장 유행 중인 한국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들을 듣고 있는 그녀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중년보다도 저학년 학생들이 많이 찾는 모습은 특히 이채롭다. 일본 최대의 코리아타운인 도쿄의 신오쿠보와는 조금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한일 월드컵이 끝나고 배용준, 최지우의 ‘겨울연가’ 열풍이 중년여성 중심으로 붐을 이룰 때에 신오쿠보는, 한류 열풍에 빠진 일본인들로 이곳을 찾아 대성황을 이루었다. 한류의 기점으로 삼는 것은 2003년 ‘한류 붐’ 그리고 ‘욘사마’ 배용준이 일본 나리타국제공항에 입국했을 때 3천500여명 이상의 중년 여성 팬들이 몰려 일본 전역에 충격을 준 그 때를 ‘한류’의 절정으로 본다. 이곳 오사카 코리아타운도 일본에서의 일부 혐한 분위기 때문에 한류열풍의 쇠퇴기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곳에서 한국의 떡볶이, 핫도그, 한국 팥빙수 집 앞에 줄을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