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의 불 /문설 얼음에 입술 데인 적 있다 얼음에도 불이 숨어 있었다니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불꽃은 북극에도 적도에도 있고 녹지 않는 사막에서 여우가 빙하를 주유한다 여우의 꼬리는 혀를 닮아 얼음의 둘레를 살살 더듬기도 하지만 얼음은 깨물어 먹는 동안의 즐거움 사각의 시원함 대신 사막의 서걱임을 동경한다 처음부터 즐거워지려는 속내는 아니었다 원시는 차갑고도 차가워 혀에서 뿔이 자란다 그것도 한때 불이었다 그 불에 데인 적 있다 모래 같은 믿음은 뒤통수를 송두리째 날려버렸다 말은 말을 낳고 화인(火印)이 깊게 박힌다 폭염이 지상에 오래 머물고 있다 불을 다스리는 건 남겨진 자의 몫이다 사물은 같은 형태로 오래 지상에 머물지 않는다 그동안 내가 깨물어 먹은 건 얼음이 아니라 불이었다 입 안 가득 얼음을 돌리며 간신히 숨을 참는다 시인은 얼음에 입술을 데인 적이 있다고 고백한다. 그런데, 얼음의 그 맹렬한 차가움 속에 불이 숨어 있었다니, 나는 갑자기 찾아온 그 문장의 모순에 잠시 머뭇거렸다. 얼음과 불이란 양립할 수 없는 상극인데, 왜 시인은 얼음을 불에 대칭하는 것일까. 당연하지만, 시는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사유할 수 없는 것을 사유하는 불일치의 일치다
어제 광주지법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관련 재판에 나오지 않은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결국 구인장이 발부됐다. 광주지법은 5·18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 씨를 심판하기 위해 재판은 열었으나 피고인 전 씨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두 차례의 연기신청 끝에 지난해 8월 27일로 잡혔던 첫 공판기일에도 전 씨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이유로 불참을 알려와 재판은 열리지 못했다. 이번에는 출석하지 못하는 이유로 고열과 독감을 들었다. 재판부는 이날은 사전 약속한 대로 재판은 열었으나 피고인 부재로 인정신문 등 절차를 진행하지 못해 다음 재판 날짜를 3월 11일로 정한 뒤 마무리했다. 전 씨가 재판에 불출석한 이유의 사실관계를 좀 더 면밀히 살펴봐야겠지만, 혹시라도 고의로 재판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재판부가 건강상 이유 등의 변명이나 핑계로 재판에 불출석하는 일이 없도록 구인장을 발부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형사 재판은 민사재판 등 다른 재판과는 달리 통상 피고인이 출석해야 재판 진행이 가능하다. 전 씨는 2017년 4월에 펴낸 회고록에서 조비오 신부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이 거짓이라고 주장
지난 4일 오후 화성시 팔탄면의 한 금속가공 공장에서 27세 청년이 자동문 설치 작업을 하다 철판 문틀과 작업대 사이에 몸이 끼어 숨졌다. 이에 유족들은 골든타임을 놓쳐서 목숨을 잃었다며 철저한 경찰수사를 요청했다.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재사고 사망자 수는 연간 1천여 명에 달한다. 노동자 1만 명 당 사고사망자 수는 독일 등 선진국의 2~3배나 된다고 한다. 산업재해란 말이 국민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1988년 서울 영등포의 한 온도계 제조공장에서 일하던 15살 소년 문송면 군이 급성 수은중독으로 사망하면서부터였다. 같은 해 남양주의 합성섬유 공장 원진레이온(1993년 폐업)에서 우리나라 산재 역사상 최대·최악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915명의 이황화탄소 중독자와 23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산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사망자는 하루에 3명꼴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1월에는 포항제철소 냉각탑 충전재 교체작업 중 질소누출사고가 발생해 비정규직노동자 4명이 한꺼번에 사망했다. 3월엔 포스코건설 해운대 LCT 공사현장 55층에서 작업 중
황금 돼지해가 밝았다. 그렇지만 광화문광장은 주말마다 집회 인파로 혼잡스럽다. 밀린 차안에 갇혀 오늘은 또 어떤 집회를 하나 관심 있게 들여다보곤 한다. 차가 밀려 가끔은 짜증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래도 자신들의 요구를 이렇게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사회가 되었다는 부분에서는 대한민국이 좀 더 나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오늘은 대한민국을 좀 더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갖기 좋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에서 세종로를 바라봤을 때 광화문 광장 왼편에 자리하고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상설전시는 제 1전시실부터 제 4전시실까지 4개의 전시영역으로 구분된다. 제 1전시실은 개항기부터 광복까지 다룬 대한민국의 태동에 대한 전시실이다. 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끄는 것은 태극기이다. 고종임금께서 조선의 외교고문으로 지낸 미국인 데니에게 하사한 것으로 알려져 데니 태극기로 이름 붙여진 4괘와 태극문양의 태극기도 눈에 띄지만 그 보다 눈길을 당기는 것은 태극기에 잔뜩 글씨가 새겨진 태극기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태극기는 애지중지 떼가 묻지 않도록 늘 깨끗하게 보관함에 따로 보관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해 태
2005년 미국의 온라인 결제 사이트에서 일하던 20대 2명이 파티에서 찍은 동영상을 공유하기 위한 연구 끝에 창업한 것이 유튜브였다. 이 유튜브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다음해 12월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선풍적 인기를 모아 하루 페이지뷰 1억회, 방문자수는 1천만명에 달했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매달 로그인하는 사용자 수가 19억명,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 이상이 시청하는 그야말로 SNS의 지존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는 ‘없는 게 없다’고 해서 ‘갓튜브(God+Youtube)’라는 별명도 얻었다. 일정 기준을 달성한 유튜브 영상에는 광고가 붙고, 영상 조회 수에 따라 광고 수익이 발생한다. 유명 유튜버들이 억대 수익을 올리는 배경이다. 2년전 미국의 7살짜리 라이언이라는 소년이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유튜브 스타로 화제가 된적이 있다. 그는 유튜브에서 새 장난감 포장을 뜯어 갖고 놀며 느낌을 들려주는 채널 ‘라이언 토이스리뷰’를 운영했는데 라이언의 채널은 한때 구독자 수가 1천747만명에 이르렀고 2017년 6월부터 1년간 2천200만달러(247억원)를 벌어들였다고 해서다. 그는 이
추위가 누그러질 줄 모르고 이어진다. 그래도 어떤 사람들은 지난 여름 더위를 봐서는 겨울이 춥지 않게 지나간다고 하지만 나는 알람이 울리면 이불을 더 끌어당기게 된다. 동지 전부터 이어지는 추위가 소한이 되도록 풀리지 않고 있으니 마트를 가는 일도 미루게 된다. 이렇게 추울 때면 사람도 겨울잠을 자고 싶다는 투정도 하고 겨울이 오기 전에 따뜻한 나라로 가서 봄이 오면 돌아오는 철새처럼 사는 사람이 부럽기도 하다. 예전에는 아무리 추워도 밖에서 아이들 노는 소리가 저물도록 이어졌다. 구슬치기, 자치기, 땅따먹기 고무줄놀이 줄넘기를 하면서 엄마들이 밥 먹으라고 부를 때야 헤어졌다. 아이들 노는 소리가 사라진 길엔 차 소리만 휭하니 바람을 몰고 지나간다. 지금은 핸드폰 영상통화로 멀리 있는 사람과도 수시로 만나게 되지만 예전에는 철 따라 안부 편지를 했다. 그 시절의 편지는 거의 비슷한 틀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하 맹동지절에/ 존체 강령 하시옵고 / 가내 대소제절이 두루 평안하시온지요...’ 어릴 때 할머니나 아버지께 오는 편지는 늘 이렇게 시작 되었다. 눈이 침침하신 할머니의 편지를 읽을 때면 무슨 의미도 모르고 그냥 뗄 곳
얼굴에서 볼이란 광대뼈 아래 알사탕이나 물을 머금었을 때 볼록하게 부풀려 나오는 곳이다. 이곳을 뺨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볼이 포동포동하고 탄력이 있는 사람은 의지가 강하고 행동력이 뛰어나다. 인기와 칭찬에 아주 민감하다. 반대로 살이 없고 빈약한 볼을 가진 사람은 조용하고 여성적이다. 볼살이 튀어나오거나 유난히 쳐져 광대뼈보다 볼이 더 넓으면 심술보 있다고 말한다. 심술보가 있으면 불평불만을 많이 하고 남이 잘못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운기도 그만큼 나빠진다. 볼이 야위어 가죽만 남은 사람은 자기주장이 강하고 성격이 결렬하다. 절벽과 바위가 많은 산에는 두꺼운 흙이 자리 잡을 공간이 부족하다. 식물이 자라거나 동물들이 보금자리를 틀 수가 없어 생명력이 깃들지 못한다. 산이 두껍고 흙이 많은 산은 엄마 품처럼 포근함을 준다. 흙이 많아 산새들도 보금자리를 틀고 생명력이 왕성하여 식물들이 잘 자라난다. 자연 원리를 얼굴에 접목해 보면 어떨까? 볼살이 없고 광대뼈만 울퉁불퉁하다면 험한 바위산과 같은 사람이다. 성격도 날카롭고 자기주장이 강하며 차가워 주위 사람들이 머무르고 싶지 않아 떠나게 된다. 직업상 볼에 살이 없는 사람은 학자, 연구가, 중간 참모…
맥 /최승자 고통은 내 몸에 닿아 극대화되지만 그러나 나를 잠시 비워 두고 낮게 낮게 포복해 가면 가느다란 물줄기처럼 약해져 저 먼 어느 지맥 속에선가 나의 고통인 듯 그의 고통인 듯 고통인 듯 즐거움인 듯, 들리누나 사방팔방으로 물 흐르는 소리. 졸졸 자알 잘, 아득하게 슬픈 기쁜 이쁜 물소리. 되흘러 들어오누나, 내 혈관 속까지. - 최승자 ‘즐거운 일기’ / 문학과지성사·1984 얼마나 많은 경우(境遇)의 고통을 경유(經由)하면, 고통 속에서 이렇듯 느슨한 포즈가 가능할까. “나를 잠시 비워 두고/낮게 낮게 포복”할 수 있는 지극한 긍정이 가능하다니!. 이러한 긍정성은 결여, 상실, 절망을 수 천, 수 만 번 통과하며 체득된 것이리라. 적어도“가느다란 물줄기처럼 약해진” 고통을 듣고 있노라면, 최승자 시인은, 고통을 정직하게 응시하고, 향유하고, 고양된 기쁨을 변용시키라는 니체의 고통관을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녀는 고통의 깊이만큼 예술의 깊이가 가능한 것일까. 들숨 날숨이 충분히 운명적이다. 운명이라 여기고 돌아서거나 물러서지 않는 태도란?. 주체의 의지가 개입하고 있
노동계를 대표하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조합원이 대폭 늘어났다. 한국노총은 처음으로 조합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민주노총 조합원도 90만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노동자를 존중하고 노동을 중시하려는 사회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국민의 대부분이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노동계가 우리 사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노동자 입장 대변과 권익 강화를 위한 조직화는 긍정적이다. 다만 규모가 커진 양대 노총의 사회적 책임 또한 무겁다. 우리 사회는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정규직화, 청년실업, 최저임금, 국민연금개혁, 저출산, 고령화 등 노동계의 협력과 이해 없이는 풀 수 없는 난제가 산적해 있다. 최저임금 문제만 해도 정부는 다음 주 결정구조 개편과 관련해 초안을 발표할 예정인데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구간설정위원회를 전문가들로 구성한 뒤, 구간설정위원회가 먼저 최저임금 인상 구간을 정하면 그 구간 안에서 결정위원회가 최저임금을 정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을 결정하면서 당사자인 노동자보다 전문가 의견을 더 반영
우리나라 바다까지 들어와 물고기들을 싹쓸이 해가는 중국 불법조업 어선들 때문에 피해가 막대하다. 따라서 우리의 영해에 무단으로 들어와 수산물을 싹쓸이 해가는 중국어선들은 해양 주권수호의 차원에서도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본란을 통해 이미 여러 차례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지난해 12월 경북 울릉군의 자료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오징어 어획량은 451t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15년 전만 해도 1년에 1만여t씩 잡혔지만 이후 어획량은 급감해 2016년 787t, 2017년 765t으로 줄더니 2018년엔 울릉도에서 오징어 조업이 시작된 1902년 이후 최악의 어획량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작년 11월 이후 어선들이 아예 바다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오징어 씨가 말라가고 있는 원인은 기후변화와 그동안의 남획 등 여러 원인이 있겠다. 그러나 울릉군 관계자는 중국어선들이 울릉도 연안으로 들어와 오징어를 싹쓸이 해가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동해나 서해, 남해를 막론하고 중국어선들의 불법 조업으로 우리나라가 큰 피해를 보고 있다. 2016년 10월엔 인천 소청도 인근 해상에서 불법 중국어선이 해경 고속단정을 고의로 추돌해 전복시킨 사건까지 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