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한다’는 뜻을 가진 ‘소통(疏通)’. 최근 우석제 안성시장의 ‘소통행보’가 공직사회는 물론이고, 시민들에게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취임 초기 우 시장에 대한 평가는 행정경험이 없다는 점 때문에 우려를 나타내는 부류와 함께 축협 조합장의 오랜 경험에 대한 기대치와 정치 초단의 열정이었다. 그러나 요즘 우 시장에 대해 시민들은 ‘소통의 달인’이란 표현을 종종 쓰는 듯하다. 그만큼 소통의 중요성을 우 시장이 잘 알고 있다는 것으로 들리는 말이기도 하다. 이런 이야기들은 우 시장이 업무시간이 지나면 수행비서도 동행하지 않은 채 관용차가 아닌 본인 차량을 직접 운전하면서 ‘민심(民心) 읽기’에 공을 들여오고 있는 결과로 비춰진다. 공직사회에서도 우 시장에 대한 평가는 ‘들어주는 대응’과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민원 해결’ 등 소통과 관련된 말들이 많다. 일부 공직자들은 “우 시장의 민원 해결의 기본은 들어주는 것이며,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민원인을 설득…
돼지를 뜻하는 한자만도 20가지가 넘는다. 상형문자인 시(豕)는 제사용 돼지이며 한자 부수로도 쓰인다. 집 가(家)도 豕에서 유래했다. 옛날에는 돼지를 집에서 길렀기 때문이다. 가축으로서 돼지는 돈(豚)인데, 복어가 하돈(河豚), 돌고래는 해돈(海豚)인 게 흥미롭다. 저(猪)는 주로 암퇘지나 멧돼지, 해(亥)는 12간지의 돼지다. 2019 기해년(己亥年)은 60년 만에 오는 황금돼지 해다. 그냥 돼지도 좋은데 황금돼지니 얼마나 더 좋을까. 그러나 사실 황금돼지는 없다. 12간지상 돼지해는 을해, 정해, 기해, 신해, 계해의 5가지로 모두 60년 만에 한번 돌아오며 색으로 나타내면 綠(을), 赤(정), 黃(기), 白(신), 黑(계)이니 굳이 따지자면 기해를 황색과 연관 지어 만들어낸 호사가들의 작명(作名)인 셈이다. 돼지는 좋은 이미지의 덕담이 많다. 먹성이 좋고 새끼를 많이 낳아 식복(食福)과 다산(多産)의 상징으로 치부되곤 한다. 심지어는 종묘에서 제사를 지낼 때도 돼지고기가 빠지지 않았는데 돼지는 양식이라고 생각해서다. 어쨌거나, 돼지해에 태어나면 복이 많다는 속설 때문이었을까. 우리나라에서 주민등록상 1971년생(돼지띠) 인구가 94만4179명으로 가장
절에 다니는 어르신 중에 어느 분이 현금 자산을 꽤 보유하고 있다며 자랑을 한다. 속되게 말해 돈 자랑 질이다. 재산을 형성한 과정과 더불어 본인이 얼마나 자산가인지 침을 튀기며 이야기하지만, 정작 자신이 먹는 것과 입는 것은 거칠뿐만 아니라 절에서도 뭘 못 가져가서 안달복걸 이다. 더구나 절 물건은 삼보정재이고, 대중이 공평하게 나누어 공양해야 하는되도, 뭘 훔쳐 가듯, 못가져가 공양간에만 집착하는 것을 보면, “좋으시겠네요. 돈 많으셔서”하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왜 저렇게 사시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분이다. 불사에도 인색하고, 몇푼 보시하고는, 생색내기에 여간 꼴불견이 아닐 수 없다. 그 분의 말년이 애처롭다. 시중에 회자되는 말 중에 “쓰고 가는 돈이 내 돈”이라는 말이 있는데, 플라스틱머니의 출현으로 실제 돈이 내 손을 거치지 않고 봉급이 통장에 들어왔다 나가는 요즘 세상에 더욱 실감나는 이야기다. 통장에 잔고가 몇 백억 원이 있는 자산가와 잔고가 몇 천만원쯤이 있는 중산층이 일상생활을 영위 하기 위해서 쓰는 생활비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겠는가? 통장잔고는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겠지만, 삶의 질 문제로 따지자면 만족감과 행복감은 오히려 후자의
기해년 새해 아침에는 우리 모두가 희망을 노래하면 좋겠다. 희망은 우리들의 삶을 즐거운 길로 이끈다. 희망의 가치는 무한하다. 새해 새 아침은 해와 달과 날이 새로 시작하는 삼시(三始), 삼조(三朝), 삼원(三元)의 날이다. 새 눈, 새 마음으로 우린 끝없이 열린 지평선을 보아야 한다. 인생 앞에 무한히 열려 있는 삶의 지평선, 우리 민족이 한계 없이 뻗어나가는 대한민국의 지평선을 보는 기해년이 되길 소망한다. 더욱이 새해는 황금돼지 띠의 해가 아닌가. 돼지는 신화에서 신통력을 지닌 동물이고 새끼를 많이 낳는 번영의 상징이다. 또한 재산과 복(福)의 근원으로 여겨져 왔다. 대양(大洋)을 본 사람들은 촐랑이는 작은 강물을 본 사람들과는 마음가짐부터가 다르다. 우리 모두 큰 뜻을 품자. 새해에는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가 분수령을 맞을 듯하다. 개성 판문역에서 남북이 끊어진 철길을 잇는 첫 이정표를 세웠다. 착공식이 아닌 훗날을 기약하는 상징적인 이벤트지만 의미는 깊다. 분단으로 대립하는 시대는 우리 세대에서 마무리돼야 한다. 담대한 의지가 필요하다. 새해에는 정부와 국민이 나라 안팎의 경제파고를 헤치고 나가야 한다. 경기 침체와 악화는 예상되고, 미·중간
축복 /정숙자 제가 만일 화가라면 해바라기 그리겠어요 그 높은 줄거리 아래 어린 나팔꽃도 그리겠어요 이윽고 두 줄기 한 몸이 되어 누구도 떼어 놓지 못하게 될 때 제가 만일 화가라면 신의 축복을 전하겠어요 화폭 가득 금가루 같은 수많은 꽃송이를 그리겠어요 희로애락의 날들을 뒤로하고 어느덧 또 한 해가 가고 새해가 밝았다. 힘든 시간 속에서도 다가오는 날들에 대한 희망 때문일까. ‘축복’이라는 말에 눈길이 간다. 해바라기와 나팔꽃 줄기가 ‘한 몸이 되어’ 끝내 어느 ‘누구도 떼어 놓지 못’할 얼굴은 누구일까. 죽음도 끝내 갈라놓을 수 없는 간절한 누구이거나 더 나아가서는 분단된 조국을 떠올리게도 한다.시인이 그토록 눈물겨운 한 몸에 ‘신의 축복’을 전달해 주었으니. 황금 돼지해인 2019년 새해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부로 이별하지 않는 세상, ‘금가루 같은 꽃송이’ 들이 환하게 피어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밝은 시인…
올 한해 소셜 미디어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유행어들은 무엇이 있었을까. 선두를 달린 최고의 인기어는 아마 ‘소확행’이 아니었나 싶다. ‘소확행’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준말이다. 지난해 한 번뿐인 인생 최대한 즐겁게 살자는 의미의 ‘욜로(YOLO)’가 인기를 끌었다면, 올해는 상대적으로 여유와 소박함으로 일상에서 작지만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떠오른 것. 지난 1년간 ‘갑분싸’도 소확행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갑자기 분위기 싸늘해짐’의 준말로, 시초는 몇 해 전 인터넷 방송에서 유래했지만 올해 방송 및 여러 매체에서 사용되고 갑분O(명사 대체) 등으로 변환되며 널리 쓰였다. 이를 테면 갑분아(갑자기 분위기 아이스에이지), 갑분축(갑자기 분위기 축구), 갑분치(갑자기 분위기 치킨) 등이다. 처음에는 10대들만의 공통어였으나 지금은 40대도 쓰는 국민단어가 됐다. 내년부터는 유행어가 아니라 일상어에도 등극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미투’ 아웃사이더(Outsider)와는 반대로 인사이더(Insider), 즉 타인과 매우 잘 어울리는 사람을 뜻하는 ‘인싸’ 평창동계올림픽 컬링팀의 구호 ‘영미’, 알지 않아도 되는 과한 정보를 전하는 사람이
선명하게 들리다 서서히 사라지는 소리. 바로 옆 테이블에서 나누는 두 사람의 대화, 며칠 뒤 떠나게 될 해외여행 이야기를 하는가 했지만 점점 멀어져가는 맥락.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출입문의 잔잔한 삐걱거림. 조금 더 멀리서 또는 가까이서 들리는 몇 번의 웃음소리. 전화 통화를 하거나, 간혹 투박하게 스쳐가는 발자국소리. 그 소리들 사이로 흩어지는 커피 향까지. 모처럼 편안했다. 카페에 앉아 듣는 그 잔잔한 소리의 색깔은 분명 편안한 파스텔 톤이었다. 강열한 한 가지 색깔로 자극한다기보다는 잔잔한 물 주름처럼 편안하게 번지는 다양한 느낌의 소리. 흔히 긍정적인 소음으로 알려진 백색소음은 비교적 넓은 음폭으로 백색광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면 7가지 무지개 빛깔로 나눠지듯, 다양한 음높이의 소리가 합해져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생활주변의 비오는 소리, 폭포수 소리, 파도치는 소리, 시냇물 소리, 나뭇가지가 바람에 스치는 소리 등이 그런 소리들이라는데. 나에게는 카페에서 듣게 되는 소음이 바로 그런 백색소음이 아닐까 싶다. 한 사무실에서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채 백색소음을 평상시 주변소음에 비해 약 10데시벨(dB) 높게 들려주고 일주일을 지내 본 결과 근무 중 잡담…
지난 11월 8일 전북 고창 모 초등학교에서 수업중이던 여교사를 학부모가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담임교사가 폭행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학생들은 충격으로 인해 심리치료를 받기도 했다. 현재 학부모는 폭행 혐의로 입건된 상태이다. 또 지난 8월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이 훈계하던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등학교 2학년인 A군은 교내 복도에서 교사에게 유리병을 던지고, 복도 진열장 유리를 깨는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자괴감을 느끼는 교사들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병원 치료를 받는 교사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교권침해의 유형은 폭언, 욕설, 폭행, 협박, 모욕, 수업 방해, 성희롱, 불법 촬영 등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교권침해현황’ 자료에서 2018년 8월까지 교권침해 건수는 1390건으로 나타났으며,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는 전체의 90.4%(1257건)로 가장 많았고 학부모(관리자) 등에 의한 교권침해는 9.6%(133건)으로 조사됐다. 상해·폭행 95건, 성적굴욕감·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 93건, SNS 등을 이용한 불법정보유통…
도蝶道 /이선균 막 우화한 물결나비 우편함 속으로 날아와 숨을 할딱인다. 파문을 일으키며 날아든 시집 날개를 펼치면 내 이름이 박혀 있지. 나는 겹눈을 굴려 나비의 내상(內傷)을 읽는다. 눈부신 상처에서 꽃 냄새를 맡는다. 상처의 모서리를 접고 또 접는다. 날개에 베어 피를 흘린다. 나는 우화를 꿈꾸는 유충. 등이 가려운 건 나비를 만난 효과. 나는 마른 풀잎 뒤에 숨어 지내지. 탈각이 두려운 거지. 들킬까 봐. 읽힐까 봐. 지칠까 봐. 막 우화한 나비가 날개를 달았군요. 내게도 날개 돋으려는지 등이 가렵군요. 한 마리 나비의 미세한 날갯짓이 내게 태풍과도 같은 효과를 일으킨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저 나비의 물결무늬 속 내상이 만만찮음을 봅니다. 어찌 아니겠습니까. 애벌레에서 용화를 거쳐 번데기가 되고 다시 우화하기 까지, 나비는 숱한 고뇌와 자기성찰, 우여곡절의 아픔과 좌절을 뛰어넘어야 훨훨 지상의 꽃들을 탐할 수 있으니까요. 접도蝶道, 저 나비의 길, 그것이 시인의 길임을 우편함 속으로 날아든 시집의 작은 파문으로 직감합니다. 언제쯤 우화할 수 있을까, 나비의 길을 꿈꾸지만 막상 두려운 건 세상속입니다. 시인들에겐 그것이 아이러니지요. 아프고 힘들고 지
올해 끝까지 국민대표인 국회의원들의 언행이 국민을 실망하게 하고 우울하게 만든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장애인 비하 느낌을 주는 발언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8일 당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 축사에서 “신체장애인보다 더 한심한 사람들은 …”이라고 했다가 말을 고치는가 하면 “정치권에는 저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들이 많이 있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이 대표가 장애인 차별 의식을 가졌거나, 이날 발언이 장애인 비하 의도에서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말은 장애인에게 마음의 상처를 줄 수 있다. 그를 관록과 경륜의 정치인으로 평가하고 존경하는 지지자들에게도 실망을 줄 수 있다. 이 대표는 이달 초 찡 딩 중 베트남 경제부총리 일행과 한·베트남 교류협력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한국 사람들이 베트남 여성들과 결혼을 많이 하는데 다른 나라보다 베트남 여성을 더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해 비판받았다. 이 대표는 선의에서 이런 말을 했겠지만, 출신 국가가 어디냐를 떠나 여성을 선호의 대상으로 보는 듯한 표현은 적절하지 못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 대표의 인권 감수성이 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법하다. 이와 함께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