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석면 해체·제거 공사 중인 초등학교 건물에서 돌봄교실, 방과후 학교, 병설유치원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석면 해체·제거 공사 기간에 돌봄교실 등을 운영한 초등학교 2천222곳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462개 초등학교가 공사 중인 교실에서 아이들의 수업을 진행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아찔하다. 주지하다시피 석면은 ‘조용한 살인자’로 불리는 1군 발암물질이다.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들어 온 석면은 10년에서 40년까지 잠복기를 거쳐 악성 폐질환을 일으킨다. 석면의 위험성이 알려지고 학교 시설에 석면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자 정부는 2027년까지 3조 원을 투입, 전국 1만3천여 학교에서 석면을 완전히 해체·제거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석면 오염 우려가 제기되자 가이드라인까지 마련했다.?이를테면 석면 해체·제거작업 집행 및 설계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과 단계별 작업절차, 집기류 반출 강제, 모니터단 운영, 감리인의 책임성 강화 등이다. 그러나 이 가이드라인은 지켜지지 않았다. 마땅히 어린이들을 공사 현장에서 격리해야 하는데도 일부 학교에
조선 말기 시대는 혼란스러웠음을 누구나 알고 있다. 영국인 비숍(Bishop) 여사가 저술한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을 번역한 책은 생생한 내용을 담고 있기에 가슴이 뭉클하다. 비숍은 1894년부터 우리나라를 네 차례 방문하여 11개월에 걸쳐 현지답사와 최상층의 왕실로부터 최하층의 빈민들까지 만나보고 1897년 11월에 이 책을 썼다. 그녀가 본 조선 말의 기록으로 하여 당시 상황을 들여다본다. 조선은 가난한 국가가 아니다. 자원은 고갈되지 않은 채로 미개발되어 있다. 성공적인 농업을 위한 능력도 거의 이용되지 않고 있다. 기후는 최상이며, 강우량도 풍부하고 토질도 생산적이다. 구릉과 계곡에는 철, 구리, 납, 금이 있다. 2800㎞의 해안선을 따라 있는 어장은 밝혀지지 않은 부의 원천일지도 모른다. 가난에 견딜 줄 아는 강인하고 공손한 민족이 살고 있고, 거지같은 극빈 계층도 없다. 그러나 불행히도 조선 국민의 잠재된 에너지가 사용되지 않고 있다. 중산층에게 그들의 에너지를 쏟을 숙련된 직업이 없다. 충분한 이유로 인해 하층 계급들은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굶어죽지 않는 것이 더 절실하다. 모든 것이 낮고 가난하고 비천한 수준에 있다. 조선은 특권계급의 착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의 빚이 500조원을 넘었다. 다중채무자 6명 가운데 1명은 소득기반이 약한 청년·노년층이어서 연체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 여기에 이미 역전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서 내년에는 우리 대출금리가 더 오를 것이 확실하다. 다중채무자 등 저신용자를 중심으로 연체위기가 발생하고 자칫 금융시스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혹시라도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금융감독원이 최근 최운열 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나이스평가정보 다중채무자 분석’ 자료에 따르면 다중채무자의 빚은 9월 말 현재 500조2천900억 원이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말 전체 가계부채(1천514조 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다중채무자의 빚이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은 것도 문제지만, 일반 대출자의 빚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2013년 말과 올해 9월 사이에 일반 채무자의 빚은 46.5% 늘어난 반면 다중채무자의 빚은 55.8% 증가했다. 이 기간 다중채무자의 수는 481만명에서 422만명으로 약간 줄었다. 다중채무자들이 빚을 줄이지 못하고 더 많은 대출을 받는다
‘윤창호법’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이달 18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은 음주운전으로 인명 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지난 9월 부산에서 만취한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어 숨진 휴가 장병 윤창호 씨 이름을 땄다. 이 법이 시행전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부상자 발생 시 운전자에게 500만 원 이상 3천만 이하의 벌금을 부과했었다. 그러나 개정안 시행 이후 1천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로 강화됐다. 또 혈중알코올농도 기준으로 0.05% 이상이었으나 0.03% 이상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법률이 강화됐는데도 시행 첫날부터 음주운전 사고는 줄을 이었다. 시행 첫날인 18일 전국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사람은 323명이나 됐다고 한다. 첫날부터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 시행 첫날 적발 건수가 약 30% 감소했다고는 하나 윤창호 법도 안전 불감증에 오랜 세월 깊이 중독된 국민들에게 먹히지 않았다는 얘기다. 육상 뿐 만 아니다. 해상에서도 음주운행은 이루어지고 있다. 해경에 의하면 2013년 이후 최근 6년간 전국 해상에서 음주 운항을 하다가 해경
주말 동안 내내 가족들과 같이 있다가 월요일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는 그를 바라본다. 30년 넘는 세월을 한결같이 새벽에 일어나 일정한 일과를 진행하는 모습에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묻어 있다. 혈기 왕성한 20대 청년 시절에 만나 공부에 열중하던 30대와 집안과 사회에 최선을 다한 세월을 지나 이제 흰머리가 생기는 60세를 넘겨 퇴직을 앞두고 있다. 아직도 공부 중인 자식들 뒷바라지에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지만 이 또한 과거가 되는 세월이 있겠지 하며 이 순간을 즐기려고 노력한다. 그도 나를 바라보며 같은 생각을 할까. 소녀시절, 6남매를 키우는 엄마를 바라보며 나는 엄마로만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교직을 갖고 공부와 그림에 목메며 지나온 세월 동안 나름대로 딸과 아들을 키우며 최선을 다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하지만 세월의 풍랑 속에서 신이 모든 곳에 계실 수 없기 때문에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뜻을 이해하고 실천 해야만 하는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그 엄마의 엄마는 이제 85세의 노모가 되어 아직도 손주들과 자식들을 품고 있다. 아마도 그 역할은 돌아가실 때까지 계속 될 것 같다. 딸에게 말했다. 엄마도 위대하지만 더 위대한 분은 할머니라고. 그 긴…
조선시대 선조들은 새해에 스승 ·부모·친척·친지 등에게 직접 인사를 하지 못할 경우에 아랫사람을 시켜 문안의 서찰을 보내던 풍습이 있었다. 묵은해를 잘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자는 것이 기본 취지다. 지금처럼 지인들에게 연하장을 보내는 풍속의 원조격이다. 서찰 받을 사람이 부재중이면 표적도 남겼다. 그리고 주인이 부재중인 집에서는 대문 안에 세함(歲銜)상이라는 옻칠한 쟁반에 흰종이로 만든 책과 붓·벼루를 놓아두고 찾아온 사람의 이름을 적도록 했다. 지금으로 치면 방명록인 셈이다. 외국의 경우 새해를 축하하는 연하장의 출발은 15세기 독일에서다. 그리고 사용이 활성화된 것은 19세기 후반 영국과 미국에서였다. 당시 영국과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고받을 때에 신년인사를 함께 하였는데, 이것이 현재 연하장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을 통해서 연하장이 들어오면서 크리스마스 카드와는 달리 주로 신년을 축하하는 내용만이 담기게 되었다고 한다. 대표적인 문구로 근하신년(謹賀新年) 등을 꼽을 수 있다. 요즘은 이런 연하장 구경하기기 매우 어렵다. 다만 인터넷 연하장이 그 역할을 대신 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일본에선 여전히 연하장을 보내는 문화가 광범위하게
아침에 10살 되는 손자와 70세가 된 할머니를 비롯하여 가족이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였다. 손자는 자기 입맛에 맞는 반찬만을 골라 먹기 위해 이쪽 반찬도 들었다가 놓고 저쪽 반찬도 들었다가 놓곤 하였다. 보다 못한 할머니가 한마디 했다. “창세야! 반찬을 들었다 놓았다 하면 보기 안 좋단다. 먹고 싶은 것을 눈여겨 두었다가 한 번에 집어가는 습관이 좋단다. 그리고 너는 한참 자라나는 어린이인데 편식(偏食)을 하는 것도 건강에 좋지 않단다. 골고루 먹도록 하여라.” 순간 손자가 반기를 들었다. “할머니! 먹는 것을 간섭하는 것은 인권유린이에요. 저에게 사과하세요.” 그러자 아침 식사의 분위기는 갑자기 싸늘해졌다. 애국애족으로 뭉쳐있는 이스라엘 물론 수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사람마다 개성이 있고 각자의 생각이 있기에 정답은 없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가정에서까지 ‘인권유린’이란 말이 나온다면 가족의 인정(人情), 가족 간의 사랑은 어디에서 구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국토는 작지만 이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나라중의 하나가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의 가정은 할아버지나 할머니 그리고 부모…
1914년에 피카소가 그린 병든 그의 연인의 모습이다. ‘암체어에 앉아 있는 여인’의 주인공인 에바 구엘은 피카소의 두 번째 여인이자 가장 짧은 기간 동안 그와 사랑을 나누었던 여인으로서, 천성적으로 왜소하고 나약했다. 그녀는 피카소를 만난 지 1년도 채 안 되어 병이 나기 시작했고, 그 후로 몇 달 뒤에는 너무나 몸이 쇠약해져서 거의 회복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커다란 암체어에 앉아있는 여인의 신체는 부분 부분으로 조각나 있어, 곧 그녀에게 들이닥쳐서 그녀를 이처럼 산산조각 내버릴 죽음의 존재가 캔버스에 드리워져 있는 것만 같다. 사실 이 시기 피카소의 다른 작품들의 경우 형체를 아예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자잘하게 조각낸 경우가 많았다. 피카소의 입체주의 실험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암체어에 앉아 있는 여인’에서는 꽤나 또렷한 여러 형체들이 나타난다. 그녀를 커다랗게 감싸고 있는 암체어의 존재도 그렇고, 그녀의 얼굴과 머리카락, 가슴도 모두 충분히 식별이 가능하다. 피카소는 대상의 형태를 쪼개는 실험을 극한까지 몰고 갔다가 다시 형체를 재조합하는 노선을 걷기 시작했는데, 여기에는 얼마…
넌 나처럼 살지 마라 /박노해 아버지, 술 한 잔 걸치신 날이면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어머니, 파스 냄새 물씬한 귀갓길에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악하지도 못한 당신께서 악도 남지 않은 휘청이는 몸으로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울먹이는 밤 내 가슴에 슬픔의 칼이 돋아날 때 나도 이렇게는 살고 싶지 않아요 <중략> 어머니, 아버지 다시 한번 예전처럼 말해주세요 나는 없이 살아도 그렇게 살지 않았다고 나는 대학 안 나와도 그런 짓 하지 않았다고 어떤 경우에도 아닌 건 아니다 가슴 펴고 살아가라고 다시 한번 예전처럼 말해주세요 누가 뭐라 해도 너답게 살아가라고 너를 망치는 것들과 당당하게 싸워가라고 너는 엄마처럼 아빠처럼 부끄럽지 않게 살으라고 다시 한번 하늘처럼 말해주세요 성숙은 경험이나 연습의 정도와 관계없이 발달 규칙에 따라 나타나고 변화되는 것이다. 성숙의 가장 큰 특징은 정해진 순서로 발달단계를 거쳐 간다는 점이다. 따라서 신체의 크기나 능력이 증가하는 성장이나, 경험에 의해 나타나는 행동 변화인 학습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개념이다. 이렇게 본다면, 현재의 우리사회는 고도의 경제적 ‘성장’을 이룬 사회일지는 모르지만 품격 있는 &l
3기 신도시 예정 지역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기존 2기 신도시 주민들마저 불만 표출이 확산되고 있다는 보도다. (본보 26일자 1면) 이같은 우려는 발표 초기부터 있었던 부분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악화, 서울을 집값을 잡는다고 내놓은 정부의 정책이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는 모양세다. 거기에 2기신도시 화성 동탄신도시 주민들은 오는 29일 동탄2신도시 청계중앙공원에서 교통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3기 신도시로 지정된 남양주 왕숙지구 주민들은 입주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으며 별내·다산신도시 주민들도 “3기 신도시 조성에 따른 교통문제, 자족시설 부족, 행정체계 미흡 등의 문제 등 시급한 현안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며 대책마련을 촉구중이다. 하남 교산지구 주민들은 이미 위례신도시 물량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변두리에 위치해 슬럼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과천지역도 교통난 악화에 따른 정부의 개발정책에 대해 불신하며 냉랭한 분위기여서 자칫 차질도 우려된다. 당초 정부는 ‘2차 수도권 주택공급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 개선방안’을 통해 3기 신도시 택지와 함께 판교, 동탄, 김포한강 등 ‘2기 신도시’ 교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