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유수연 애인은 여당을 찍고 왔고 나는 야당을 찍었다 서로의 이해는 아귀가 맞지 않았으므로 나는 왼손으로 문을 열고 너는 오른손으로 문을 닫는다 손을 잡으면 옮겨오는 불편을 참으며 나는 등을 돌리고 자고 너는 벽을 보며 자기를 원했다 악몽을 꾸다 침대에서 깨어나면 나는 생각한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애인을 바라보며 우리의 꿈이 다르다는 것을 나는 수많은 악몽 중 하나였지만 금방 잊혀졌다 벽마다 액자가 걸렸던 흔적들이 피부병처럼 번진다 벽마다 뽑지 않은 굽은 못들이 벽을 견디고 있다 더는 넘길 게 없는 달력을 바라보며 너는 평화, 말하고 나는 자유, 말한다 우리의 입에는 답이 없다 우리는 안과 밖 벽을 넘어 다를 게 없었다 나는 너를 견디고 너는 나를 견딘다 어둠과 한낮 속에서 침대에 누워있었다 티브이를 끄지 않았으므로 뉴스가 나오고 있다 분명 우리는 사랑하는 애인 사이인데 서로 아귀가 맞지 않는다. 나는 왼손잡이고 그녀는 오른손잡이이다. 그런 연유로 나는 좌파이고 그녀는 우파라고 명명해야 할지 모른다. 나는 등을 돌리고 자고 그녀는 벽을 보고 잔다. 그러므로 우리는 꿈은 다르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우리는 명색이 서로를 사랑하는 애인이다. 벽이 못
국민적 여망인 선거제도 개혁이 정치권의 고질적인 당리당략적 접근 때문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선거제 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제1·2당의 총선공약이기도 하다. 그만큼 소선거구제가 핵심인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사표(死票)’가 지나치게 많고 ‘지역 독식’이라는 민의 왜곡 현상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현행 선거제는 거대 양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이 때문에 여의도 정치가 양당제 구도를 벗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정치권은 비례성과 대표성 강화를 선거제 개혁의 핵심으로 보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주목했으나 원내 1·2당의 기득권 집착 때문에 도입은 번번이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가 최근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보인 행보는 아쉽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현행 제도에서 비례성이 약화하는 것을 보정하는 방안으로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다는 것이지 100% 비례대표를 몰아준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의 이런 입장은 비례대표제 강화를 주장했던 야당 시절 모습과 사뭇 다르다. 제1야당이자 원내 2당인 자유한국당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바라지 않는다는 의심을 받는다. 연동형
농민들이 벼 수확을 모두 마치고 햅쌀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데도 쌀값이 오르고 있다. 지난달 80㎏짜리 쌀 한 가마니 도매가격은 19만원을 넘어섰다. 소비자가격은 최고 24만원까지 올랐다. 이에 쌀 위주 식생활을 하는 서민들의 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5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한가마니의 산지 쌀값은 19만3천684원이었다. 1년 전엔 15만3천124원이었으니 무려 4만 원 이상 오른 것이다. 한 달여 전에 비하면 1만5천 원 정도 상승했다. 이를 소비자가 구매할 땐 더 높은 가격이 책정된다. 현재 20만4천원~24만원 사이에 거래된다. 보통 햅쌀이 시중에 풀리는 가을철이 지나면 쌀값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걸까? 대규모 농가들이 추수한 쌀을 내놓지 않고 비축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쌀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여름 폭염으로 인해 작황이 좋지 않아 올해 쌀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9만7천t 감소한 영향도 있겠다. 그보다는 쌀 목표가격이 올해 결정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쌀 목표가격은 농민에게 지급하는 직불금을 산정하는 잣대로써 정부가 5년마다 쌀 목표 가격을 정하는데 올해가 그 해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아주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해서 주말 늦은 시간에 박물관을 찾았다. 바로 ‘세조’ 특별전이다. 80년 전에 그려졌던 세조임금의 어진 초본을 중심으로 세조의 생애와 업적을 조명하는 전시다. 세조 임금께서 승하하신 지 약 550여 년 만에 등장한 세조 임금의 초상화, 즉 어진 초본이다. 오늘은 수양대군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세조임금을 만나러 여행을 떠나보자. 세조 특별전은 국립고궁박물관 지하층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관으로 들어서면 왼쪽으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한 면 가득 차 있는 ‘세조 임금’의 어진이다. 세조 어진 초본의 크기는 가로 131.8cm, 세로 186.5cm이다. 초본이라 색이 입혀지지 않고 흰 종이에 먹 선으로만 그려졌다. 초본의 장점을 살려 벽면 가득 채워진 어진 초본에 사람들이 색을 입힐 수 있도록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붉은색을 입히기도 하고, 검은색을 입히기도, 때론 진녹색을 입히기도 한다. 어떤 색을 입히느냐에 따라 세조임금의 이미지가 조금씩 변화되기도 하고, 전혀 예상치 못한 이미지가 등장하기도 한다. 세조 임금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조카 단종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비정한 임금이라는 생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지사 건물 지하 통신구에서 불이 나 대규모 유·무선 통신장애가 발생했다. 불은 10시간이 지나서야 완전히 꺼졌으나, 통신장애 복구율은 25일 오전 현재 50%를 조금 넘기는 데 그쳤다. 임시 우회망을 설치해 통신을 재개하는 가복구에는 1∼2일, 완전복구에는 일주일이 걸린다고 한다. 이번 화재로 서울 중구·용산구·서대문구·마포구 일대와 경기도 고양시 일부 지역에서 KT 유·무선 전화, 초고속인터넷, IPTV 서비스가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아 대혼란이 일어났다. 초연결 시대에 대규모 통신장애가 발생하면 일상생활이 엉망이 되고 비즈니스가 무너진다.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아 물건을 살 수도 없고, 인터넷이 단절돼 TV를 볼 수도 없다. 티켓 예약도 불가능하고 친구나 가족과 통화할 수도 없다. 유·무선 통신으로 연결된 세상과 단절될 수밖에 없다. ‘먹통 세상’이 되면서 커피점, 편의점, 식당 등 상점의 영업 차질이나 일반 KT 고객들의 피해는 막심했다. 신속한 통신장애 복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훼손된 통신회선 완전복구에 시간이 걸린다면 임시 우회망을 최대한 빨리 깔아 가동해야 한다. 소방당국과 협조해 화인을 명확히 규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10월 취업자는 2천709만 명이었다. 1년 전과 비교해보면 고작 6만4천명만 늘어난 것이다. 취업자 수는 4개월 연속 10만 명 이하에 머물러 있다. 고용율은 인구 대비 취업자 수를 뜻하는데 이것도 9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취업자 수는 2천708만3천명으로 1년 전보다 5천명 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이는 2010년 1월 이후 8년 6개월 만에 가장 저조한 수치다. 취업자 둔화는 고용률 하락을 뜻한다. 10월 고용률은 61.2%로 전년 동월대비 0.2%포인트(p) 하락했다. 실업자는 97만3천명으로 1년 전보다 7만9천명 증가했다. 전체 실업률은 3.5%다. 이 가운데 15~29세 청년 실업률은 우리나라 평균 실업률을 훨씬 뛰어넘는 8.4%였다. 이보다 앞선 지난 5월엔 청년실업률이 10.5%까지 올라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청년 실업률이 높은 것은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취약 계층인 청년층의 상황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장·노년 일자리도 그렇지만 나라의 미래인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해 정부가 더 노력해야 한다. 청년들이 받는 경제고통지수가 계속 악화된다면 문재인 정부의 지지기반도
기업들의 신입사원 교육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는데, 지식은 전달할 수 있어도 타고난 열정을 키워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축소경제에서 기업환경이 나빠지고 또 모방추격형(fast follower) 경영에서 창조혁신형(fast mover) 경영으로 전환하여야 할 시점에서 기업들은 모든 직원에게 각자의 위치에서 창의성과 열정을 발휘하기를 기대하게 되었다. 그런데 성인이 된 이후에 교육을 통해서 느끼는 외적 동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래서 기업들은 애초부터 원래 내적인 동기를 많이 가진 사원들을 뽑는 방식으로 입사제도를 바꾸었고, 기업들의 이런 방식은 대학입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기업과 대학의 면접관들은 짧은 대화나 지원자들의 눈빛에서 바로 내적인 열정을 발견한다. 의외로 사람들은 타인의 열정을 매우 쉽게 간파한다. 미국 다트머스대학의 총장을 지낸 ‘김용(현 세계은행 총재)’은 당시 입학사정관으로 참석했다. 그리고 그가 학생들의 면접을 보던 얘기를 인터뷰에 남겼다. 그는 분명히 백지연 씨가 쓴 책 ‘무엇이 되기 위해 살지 마라’에서 말했다. “그런 건 우리 눈에 아주 잘 보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들은 저마다 무언가와 씨름을 하고 있다. 성장 중심 교육은 양적인 성장을 가져왔지만, 성숙한 개인으로 나아가는 데는 부족했다. 예전에는 한 아이가 태어나면 온 마을이 함께 키웠다. 가까이 조부모가 양육을 도왔고 수많은 육아전문가가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알려주었다. 또 다자녀를 키우다 보니 형이 아우를 돌보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요즘 부모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그래서 결혼을 기피하거나, 자녀를 낳지 않아 저출산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자녀를 키우는 일은 큰 냉장고를 엄마 혼자 메고 계단 위를 오르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다. 그렇기에 서로 친구가 되어 협력하여 성숙한 개인, 지속가능한 성숙한 미래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미래교육의 두 축은 창의성과 인성교육이다. 우리교육은 너무 경직되어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워주지 못하고 있다. 언어를 통해서도, 너무 기다려 주지 못하는 성급함과 잘하고 못하는 것에 너무 민감해 쉽게 주눅 들게 하는 어른들의 ‘잘못 병’으로 더욱 그렇다. 우리 사회는 다양성에서도 너무 인색하다. 또 동일한 잣대가 아닌 이중 잣대도 문제이다. 좀 더 공정한 교육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주말
5년밖에 살 수 없다고 한다면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든 하고 싶은 5가지를 지금 당장 시도하라! 인간의 선택에서 실수를 하는 이유의 대부분은 인생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이라는 환상 때문에 긴장감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다음에, 다음에, 다음에 하다가 시기를 놓치기 쉽다. 그러나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고 인식하게 되면 좋아하지 않는 일에 마냥 시간을 허비하고 있을 수는 없다. 먼저 가슴에게 물어보라. “나는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고 싶은가?”, “무엇을 위해 그 일을 하려고 하는가?”,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찾도록 도와줄 것이다. 지구가 46억 전에 탄생되었다고 한다. 우리의 인생은 고작 100여 년이다. 지구의 역사와 비교하면 우리 인생은 유구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한순간만 빛나는 불꽃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한순간의 불꽃을 적어도 아름답고 환하게 하고 싶을 것이다. 별것 아닌 일에 시간을 허비하는 일도 없을 뿐 아니라 인생을 최고로 즐기지 않은 게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나의 최대의
튐에 대하여 /박덕규 내 경쾌한 공의 운동, 실은 도약을 위해 근육을 모으는 때, 바로 그 순간, 이미 돌아올 것을 예감함, 태어나면서 죽음을 본 끔찍함. 끔찍함! 시집 『아름다운 사냥』은 1984년에 초판 되었으므로, 시 「튐에 대하여」의 시적 정서는 한국 현대사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주체는 질곡의 현대사 속에서 공의 ‘운동성’처럼 생의 한계와 절망 사이를 오갈 뿐, 삶의 체험과 휴식을 허락받지 못하는 존재이다. 시인의 목소리는 공포의 진실 앞에서 격앙되어 날카롭다. 경쾌함·끔찍함의 대비가 그렇고 태어남과 죽음의 대비가 그렇다. 내 안의 신이 너를 만나는 ‘삶’이 없다는 것, 이것은 너와 내가 행복할 순간 즉, 사랑의 역사를 구성할 수 없는 기회의 부재함(끔찍함!)을 고발하는 시선(觀)이다. 나는 ‘태어나면서·죽음을 본’ 자이다. 사면(四面)에 눈이 있고 귀가 달린 시대에, 주체는 불안의 순간마다 탄력성으로 존재를 증명한다. 하지만 매 순간 생과 죽음을 반복하는 운명에 갇힌 존재이다. 나는 극렬한 운동성을 통하여 나를 사로잡는데, 나의 사로잡힘이 생의 생성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