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나를 본다? /박홍점 귀와 눈을 새로 사줄게? 씻어놓은 흰 개미알들을 엎지르듯 쏟아 부은 말들을 모두 주워 담을게 제발 잊어줄래? 내가 너를 화장실 안에서 때린 거 보행기 안의 너를 샌드백처럼 후려친 거 우는 너를 건축 공사장 소음 속으로 밀어 넣은 거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저절로 간절했던 기도를 까마득히 잊었으면 좋겠어 머리칼과 눈썹을 새로 달아 줄게 뇌수를 새로 부어줄게 아가야, 뜨겁게 하루를 달구었던 태양이 물에 몸을 담그는 시간 나는 네 머리맡에서 걸리버 여행기 톰소여의 모험같은 이야기의 첫 장을 이제 막 펼쳤어 이라와 누우렴, 아가야 붉은 얼룩의 기억을 지우고 또 지울게 일정한 슬픔 없이 어린 시절이 떠오를 수 있을까. 그러나 만일, 내가 너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주었다면, 어떻게 용서를 구해야 할까. “내가 너를 화장실 안에서 때린 거”/보행기 안의 너를 샌드백처럼 후려친 거/우는 너를 건축 공사장 소음 속으로 밀어 넣은 거”. 날카로운 기억들을 중심으로 얼만큼 더 멀어져야… 너와 나는 망각(妄却)의 강을 건널 수 있을까. 우리의 결별이 가을을 스쳐가는구나. 낙과(落果)의 시간이 한
가계 빚이 사상 처음으로 1천500조 원을 넘었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가계신용은 1천514조 원으로 6월 말보다 22조 원 늘었다. 증가율은 작년 같은 시기 대비 6.7%로 2014년 4분기(6.5%) 이후 가장 낮았다. 2016년 4분기(11.5%)에 정점을 찍은 뒤 7분기 연속 둔화한 것이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대출과 신용카드 미결제 잔액(판매신용) 등을 합친 것으로 가계 빚 전체를 뜻한다.가계소득 증가율이 둔화한 것은 바람직하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대출 억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편 것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소득 증가율보다는 여전히 높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월평균 명목 가계소득은 1년 전보다 4.2% 늘어나는 데 머물렀다.가계부채는 한국경제의 주요 아킬레스건 중 하나다. 가계부채가 늘어나면 가정의 소비 여력이 떨어지고, 이는 산업생산에 부정적 영향을 주면서 저성장을 초래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특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미국과의 정책금리 격차를 어느 정도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가계 부담은 더욱 커진다.…
지난 9월 기준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은 8.8%이며 청년 실업자는 37만8천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상 실업 상태를 포함하는 청년 체감 실업률은 23%나 된다. 이에 노동계와 국민들 사이에서 외국인노동자를 제한하고, 특히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외국인노동자는 올해 6월 말기준 102만명에 달한다. 그런데 여기엔 불법 체류자가 누락돼 있다. 법무부는 불체자를 32만 명으로 추계하고 있다. 그러니까 134만명 정도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외국인 근로자가 증가하면서 노동시장을 점유율도 커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내 노동자와의 경합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노동계의 반발이 노골화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과천 정부청사 정문 앞에서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가 ‘건설현장 외국인 불법고용 척결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불법고용척결’이란 글씨가 새겨진 얼음을 쇠망치로 내려쳐 부수는 퍼포먼스를 펼치면서 건설업종의 외국인 불법취업자 단속을 강화하라고 외쳤다. 이날 집회에서 육길수 노조 사무처장은 “다문화센터, 이주노동자센터를 혈세로 지원하면서 국내 건설노동자는 외면한다,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불법 체류자의 천국’이라고…
11월 15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일선 학교 교사들은 수능 감독관으로 차출이 되는데 구인란으로 전국의 중·고등학교들이 몸살을 앓았다. 차출된 교사들은 하루 전인 14일에도 해당 시험장에 출장으로 방문하여 장시간 전달연수를 들어야 하며, 정작 본인들의 수업도 다른 교사에게 교환수업이나 보강처리하고 출장에 임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1박 2일 동안 차출이 되는 것으로 해당학교는 수많은 차출교사로 인해서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되지 않아 휴업을 하거나 단축수업 등 비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졌다. 최근, 빈발하는 수험생 민원과 선택 과목 수 증대 등으로 해마다 신체적, 정신적 부담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수능 관리 시스템은 과거에 고착되어 감독관 기피 풍조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전국의 중등교사 5천32명을 대상(중학교 38.7%, 고등학교 60.1%, 교육청 등 기타 나머지)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교사들 사이에서 수능 감독관 차출을 기피하는 풍토가 생겨나게 된 이유는 ‘과도한 심리적 부담 및 체력적 부담’(복수 응답 항목에서 각각 71.8%와 71.5%)인 것으로 나타…
메릴스트립(도나역)이 엄마로 분하고 아만다 사이프리드(소피역)가 딸이 되어 아바의 아름다운 노래와 함께하는 ‘맘마미아’를 보았다. 우리에게도 찬란했던 시절이 있었음을 떠올리게도 했고 아바의 경쾌하고도 추억 가득한 노래도 들을 수 있었던 영화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아름다운 기대를 갖고 멋진 추억을 만들고 싶었던 주인공 도나는 서툰 사랑의 결과로 소피를 가지게 되고 섬에서 혼자서 아이를 낳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낳은 딸 소피가 엄마의 소원이던 호텔을 개장하면서 파티를 열어 사람들을 초대하고 그 가운데 소피도 그녀의 엄마처럼 기대하던 생명의 소식을 알게되고 벅찬 기쁨을 함께 나누게 된다. 밝고 건강한 화면과 활기찬 분위기가 에너지로 느껴지면서 나의 첫 태임의 순간이 떠올랐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인 것 같았다. 나는 뭘까 무엇을 하려 이세상에 왔을까가 사춘기 시절 궁금했었다. 본능만 해결하며 사는 것이 전부가 될 순 없겠지 분명 존재하는 가치가 있을 것이었다. 필요치 않는 존재로서 이 세상에 오진 않았으리라. 뚜렷한 해답 없이 시간에 익숙해지며 스스로도 답 찾기에 게을러졌다. 고민을 자연스레 거두며 불편하지 않게 세상을 받아들이면서 사랑을 하고…
자수성가(自手成家)와 입신양명(立身揚名)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일까? 자수성가는 물려받은 재산이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어엿하게 한 살림을 이룩하는 일이며, 입신양명은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높이 되는, 다시 말해 사회적으로 기반을 닦고 출세하여 이름을 세상에 드날린다는 말이다. 둘 중 더 성공적 의미는 입신양명이지만 한사람 일생의 가치 면에서는 타고난 두뇌나 자질보다는 자신의 힘만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노력형 인간의 자수성가일 것이다. 자수성가란 꼭 재정적 부자가 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또한 노력하는 모든 사람이 다 자수성가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부모가 물려준 물질적인 유산은 없어도 강인한 정신력, 강건한 체력, 근검 절약정신이 있고 역경을 이겨낸 경험을 들려준 이야기나 인내심을 길러주고, 신용을 잘 지키도록 가르쳐준 간접적인 부모교육의 효과가 필요하기도 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본인 스스로 삶에서 느끼고, 다짐하고, 행동하며 살아가는 삶의 자세가 더 필요하다 하겠다. 성공은 노력과 운이 따라야 하지만, 노력하고 있는 사람에게만 운은 따르는 법이다. 198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나이지리아 소잉카에게 수상계기를 물었더니 대
오랜 객지생활 후 필자가 모국에 합류한 지 어언 15년, 즉 4번째 한국정부를 겪고 있다. 2004년에는 여러 기관과 단체들의 이름에 ‘열린’이라는 글자가 흔했고, 심지어 새로운 계모임을 만들어도 ‘열린’이 들어가야 하나보다 할 정도로 당시 대한민국은 온통 ‘열린 사회’였다. 그러다가 몇 해가 지나자 세상은 ‘녹색시대’로 변했다. 기존의 ‘열린’ 자의 단체들은 그 이름들을 ‘녹색’ 자로 개명했고 ‘녹색’이 들어간 신생단체명들로 가득했다. 5년이 지나자 그 많던 ‘녹색’은 한순간 사라졌다. 심지어 국회에서 예산을 잘 받아왔던 기관과 단체들은 예산요구서에 ‘녹색’ 자가 들어있다고 줄줄이 원천 삭감될 정도였다. 또 임기를 다하지 못한 ‘창조시대’ 또한 겪었다. 물론 지금은 그 누구도 ‘창조’자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5년간 막대한 세금을 국내외에서 ‘열린’, ‘녹색’, ‘창…
줄장미 /이화은 입술이 새빨간 여자는 다 첩인 줄 알았다 손톱이 긴 여자는 다 첩인 줄 알았다 뾰족 구두를 신은 여자는 다 첩인 줄 알았다 녹슨 시간의 철조망을 아슬아슬 건너고 있는 아버지의 무수한 여자들 저런, 저런! 저 요망한 것들. 입술을 새빨갛게 칠하고 손톱을 길게 기르고 뾰족구두를 신고 사내를 유혹하다니. 오뉴월 담장에 흐드러진 줄장미는 화려하다 못해 요염하다. 우아하거나 화사한 꽃들과는 차원이 달리 강렬해서 줄장미의 빨강은 섬뜩하다, 때로 천박하다. 쪽진 머리와 무명적삼, 화장기 없는 수수한 모습의 여염집 아낙을 어머니로 둔 그 시대 우리들에겐 저 화냥기가 가당키나 한가? 저런 여자는 모두 첩일 수밖에 없다. 아버지들은 왜 주책없이 그런 여자들 치마폭에 빠져 놀아났을까. 화자에게는 무수했던 아버지의 여자들 때문에 생긴 트라우마가 부지불식간 내재해 있다가 녹슨 시간의 철조망을 건너와 불쑥 되살아났으리라. 초여름이면 전국 방방곡곡에 저 도발적인 첩들이 줄줄이 매달려 추파를 던지리. /이정원시인…
내년 2월부터는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되면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차량에 대해서도 강제로 2부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공공부문에서는 2030년까지 ‘경유차 제로화’를 달성하기로 했다. 저공해 경유차에 주차료·혼잡통행료 감면을 해주는 ‘클린디젤’ 정책은 폐기했다. 정부가 나름대로 고심 끝에 방안을 내놨지만,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의미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중국에서 몰려오는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이 없다. 중국 지방정부와 협력사업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소비자들의 경유차 사용을 줄이기 위한 에너지 가격 조정 방안이 이번 대책에서 빠진 것도 문제다. 경유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야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 정부 부처 간의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책에 들어가지 못한 듯하다. 민간차량 2부제도 간헐적으로 시행될 수 밖에 없기에 미세먼지 고농도를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하기 힘들다. 보다 근원적이면서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 중국은 2014년 리커창 총리가 공해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적지 않은 효과를 봤다.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금지하고, 제철소를 줄였으며, 차량 통행을 통제했고
지금까지 나온 보도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정말 소름이 끼친다. 지난 13일 오후, 인천 연수구의 아파트 15층 옥상에서 같은 중학교 동급생들에게 폭행당하고 ‘추락사’한 14살짜리 중학생 이야기다. 국과수는 숨진 학생 시신을 부검한 결과 “추락사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1차 구두소견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과연 폭행을 피하다가 스스로 뛰어내린 것인가? 아니면 폭행 과정에서 이미 사망한 학생을 자살로 위장하기 위해 떨어뜨린 것인가? 어떤 경위로 숨지게 됐는지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다. 경찰은 현재까지 학생이 구타를 당하다가 폭행을 피해 옥상에서 뛰어 내렸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파트 경비원의 증언에 따르면 추락 사망한 학생의 시신은 발견 당시 얼음장처럼 굉장히 차가웠다고 한다. 이 말은 이미 사망한 상태에서 옥상 아래로 던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즉 가해 학생들이 피해자를 폭행·사망케 한 후 추락사로 위장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렇게 되면 가해 학생들은 ‘상해치사’가 아닌 ‘살인죄’가 된다. 따라서 가해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사망자의 어머니는 러시아 국적인 이른바 다문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