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한낮에 길을 걷는다. 해를 마주하고 풀밭 길을 걸으니 앞산 가을구름 한가롭고 햇살은 다사하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콧노래로 불러본다. 사랑하는 딸이 입시를 앞두고 학원에서 공부 할 때다. 나는 퇴근해 딸을 응원할 겸 미술공부를 하겠다고 스케치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해 가을 10월이었다. 학원 밖 팔달로 네거리 악기점에서는 축음기에 연결된 대형 스피커를 가게 문 밖으로 내놓고서 욕심껏 틀어대고 있었다. 감정이 무뎌질 나이지만 껴안고 사는 슬픔이 만만치 않아서인지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에서, ‘나를 울려요’라는 가사가 가슴에 각인되면서 눈물 대신 꿈을 위한 슬픈 에너지가 가슴에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주는 역 감정 같은 것을 느꼈다. 베토벤은 찬물을 머리에 부어가면서 머리를 일깨워 ‘걸작의 숲’을 완성하고 ‘고난을 통해서 환희로’의 교향곡(운명)을 작곡했다고 한다. 쓸데없이 슬프다고 입버릇처럼 뇌까릴 일이 아니다.…
‘콜포비아’라는 말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 흔히 사용된다. 콜포비아는 타인과 전화하는 것에 대해 긴장, 불안, 두려움을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달 초 Z세대 765명을 대상으로 ‘소통 방식’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0.8%가 콜포비아 증상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같은 주제로 조사했던 2022년에 30.0%였던 수치를 감안하면 매우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응답자의 5명 중 2명은 콜포비아를 겪고 있다는 뜻이다. 콜포비아의 흔한 증상으로는 ‘전화 받기 전 높은 긴장감·불안(68.3%)’, ‘전화가 오면 시간을 끌거나 받지 않음(54.2%)’, ‘전화 통화시 할 말이나 했던 말을 크게 걱정(48.7%)’, ‘통화 시 심장이 빠르게 뛰는 등의 신체 증상(23.4%)’ 등이 있었다. 또한, 가장 선호하는 소통 방식으로 ‘문자·메시지 앱 등 텍스트’가 73.9%였으며, 전화통화는 11.4%로 나타났다. 이렇듯 점점 대면이나 전화로 하는 직접적인 소통보다 문자메시지, SNS 등을 활용한 소통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사람 간의 소통은 감정이 잘 전달되어야 원활할 수 있는데, 문자메시지는 그런 면에서 다소 한계가 있다.
ChatGPT에게 ‘해와 달의 고향’을 질문하면 다음과 같은 답이 나온다. “‘해와 달의 고향’이라는 표현은 주로 시적이거나 서사적인 맥락에서 사용되며, 여러 문화와 신화에서 다양한 해석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신화에서는 해와 달이 형제자매로 묘사되기도 하고, 각각의 신성이 있는 존재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 답변에서 ‘해와 달을 형제자매로 묘사’ 했다는 것은 전래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언급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자녀에게 줄 떡을 구해 산을 넘어오던 아낙에게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며 기망하다가 결국 잡아먹는 호랑이. 그 호랑이가 아낙의 옷을 입고 그 자녀인 오누이까지 잡아먹으려 하고, 호랑이를 피해 나무 위에 올라간 오누이가 우물에 비쳐 호랑이는 나무를 타고 올라가고, 오누이는 하늘에 빌어 동아줄을 타고 올라가 해와 달이 되고, 쫓아가던 호랑이는 동아줄이 끊어져 수수밭에 떨어져 죽었다는 전래동화. 이 신화 같은 전래동화의 배경이 됐던 마을은 어디일까? 가평군에 그 마을을 자임한 마을이 생겼다. 청평면 상천(上泉)4리 감천(甘泉)마을이다. 상천의 옛 지명은 감정(甘井), 즉 달콤한 우물이다. 우리나라 지명에 호랑이 ‘호(虎)
인천광역시 문학산성(文鶴山城) 보존·복원의 필요성이 있지만 예산이 부족해 4년째 답보 상태에 있다고 경기신문(17일자 인천판 1면, ‘문학산성 보존·복원… 예산 부족에 4년째 ‘답보’)이 보도했다. 인천시가 문학산성 보존·복원을 계획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예산 문턱에 가로막혀 보존·복원 시업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지난 2020년 시가 진행한 문학산성 종합정비계획 수립 용역 결과에 따르면 이 사업에 필요한 예산은 150억 원이다. 인천시가 이 예산을 마련하지 못해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문학산성은 높이 213m의 문학산 정상부분을 둘러쌓은 테뫼식성으로 백제시대의 석축산성이다. 추정 성벽 전체 길이(637.7m) 중 현재 남은 구간은 240.4m다. 이 중 65%는 미추홀구 문학동, 학익동에, 35%는 연수구 연수동에 있다. 이 성은 ‘미추홀 고성’, ‘남산성’이란 이름으로도 불렸다. ‘동사강목’과 ‘여지도서’에는 문학산에 백제 미추왕의 도읍지로 돌로 만든 산성의 터가 있고, 성안에 비류정이라는 우물이 있다는 기록이 있다. 1997년 문학산성에 대한 지표조사에서 백제의 성일 가능성이 높다는 고고학적 연구 성과가 나와 학계에서는 백제…
경기도 미니태양광 설치 지원사업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태양광 발전 사업은 가깝게는 국민의 가정경제에 보탬이 되는 것이지만, 크게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화석연료를 줄이기 위한 세계적인 클린에너지 캠페인과 직결된다. 그동안 태양광 사업에 앞장서 온 경기도는 내년부터 공동주택 옥상 등 공용부 태양광 시설 지원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큰 성공으로 아직 국제 평균에 못 미치고 있는 우리나라의 클린에너지 사업을 선도해나가기를 기대한다. 경기도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1가구 1발전소’ 미니태양광 사업을 통해 모두 6천941가구에 3천409㎾ 용량의 미니태양광 설비 설치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아파트나 다가구주택 발코니·지붕 등의 유휴 공간을 활용해서 축구장 5개 면적의 태양광 발전소를 지은 셈이다. 경기도는 2030년까지 10만 가구에 주택 태양광 설치를 목표로 ‘전력 자립 10만 가구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1가구 1발전소’ 미니태양광 사업은 도비 40%, 시·군비 40~50%의 보조금 지원과 일부 자부담을 통해 내 집을 발전소로 만드는 사업이다. 870W 발전 용량의 미니태양광을 설치할 경우 설치비 180만원 중 36만원만 자부담하면 된다. 시간당
로라 베이츠의 ‘인셀 테러’(위즈덤하우스, 2023)에서 소개된 미국 인셀들의 혐오표현의 사례들은 충격적이다. 일례로, '백인 샤리아'라는 표현이 대안 우파 웹사이트를 거의 장악하고 있는데, 백인 남성이 여성을 노예로 만드는 이슬람 원리주의식 주장을 자기식대로 차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42면). '백인 샤리아'는 그나마 “온건한" 편이고 더욱 "과격한" 표현들이 많다. 독서를 마치면,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혐오표현을 형사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한가하게 들린다. 그런데 ‘인셀 테러’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매력자본’(민음사, 2013)의 저자 캐서린 하킴 박사조차도 "선정적이고 매우 여성혐오적인 주장"의 주범으로 단언한다. 하킴 박사의 논증 중 상당수가 오류이거나 편향에 기초했을 수 있고(반박되는 것이 사회과학의 숙명이다), 결론 중 상당수가 여성혐오적일 수도 있다. 학술적 권위와 형식을 갖춘 혐오표현의 해악이 더 심각하다는 문제의식에도 공감이 간다. 그럼에도 바로 이 때문에 ‘여성혐오'나 ‘혐오’가 곧바로 범죄의 구성요건요소가 되기에 부적당하다. '백인 샤리아'에도 적용되고 하킴 박사의 학술적 오류에도 적용되는 광범위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혐오표현
우리 글로 된 소설이 노벨문학상을 받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혹자는 월드컵 우승만큼의 쾌거라 한다. 정말 축하할 일이고 대한민국 만세다. 지난 주 스웨덴으로부터 들려온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은 온 국민을 기쁘게 했다. 온통 부정적인 지표와 소식들만이 쏟아지고 있어 침체할 대로 침체한 대한민국의 역동성을 다시금 부활케 하는 소식이었다. 그런데 노벨상 수상의 대표 작품이 [소년이 온다]란다. 몇 년 전에 읽은 책을 다시 서가에서 뽑아 읽어 보았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작품이었다. 한 소년의 처참한 죽음을 통해서 드러나는 1980년의 잔혹한 진실 그리고 남은 자들의 처절한 트라우마까지 숨을 참으며 읽기 힘든 대목이 한두 줄이 아니었다.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을 이보다 더 잔인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스웨덴 한림원이 발표한 한강 작가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선보였다”는 고상한 해설은 차치하고라도 그의 작품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시적 표현이자 너무나 솔직한 독백이다. 이제 밝혀지는데 주인공 소년인 동호는 실
K-컬처밸리’는 108만 고양시민의 숙원사업으로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부지 32만6400㎡에 들어설 예정이다. 예산도 2020년 6월 기준 1조8000억원이나 투입되는 경기북부 최대 개발사업이다. 이곳엔 K-팝 전문 아레나와 스튜디오, 테마파크, 상업·숙박·관광시설이 조성된다. 한류 콘텐츠 중심의 융·복합 테마파크로 2016년 1월 18일 문화체육관광부가 건립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당시 2017년 완공을 목표로 한류 콘텐츠의 랜드마크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문체부는 첨단기술과 한류 콘텐츠를 융합해 한류 영화·드라마의 촬영 장면을 직접 보고 스튜디오에서 4DX로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파크’와 1500석 규모의 문화공연 공간인 ‘상설공연장’ 등으로 구성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K-컬처밸리 사업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결국 지난 6월 28일 경기도는 ㈜CJ라이브시티에 사업 추진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K-컬처밸리 사업 기본협약을 해제하고 공영개발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CJ라이브시티 측은 사업 무산의 책임을 CJ라이브시티에만 돌리고 있다며 매우 부당한 조치라고 반발했다. CJ라이브시티가 지난 8년간 사업에 투입한 비용만 7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최초 아시아계 여성이며 최연소 수상자에 한국인이라는 의미를 더해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관심이 뜨겁다. 책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고 곧 백만부를 넘길거라 전망한다. 나는 한강 작가 관련 기사를 열심히 찾았다. 어떻게 작가가 되었을까. 그의 작품세계는 무엇일까. 한강 작가는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이십대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휩쓸었던 작가에게 더 이상 받을 상이 있을가 싶다. 전문가들은 한강 작가 작품을 역사적 트라우마를 강렬한 시적 산문으로 그려냈다고 평가했다. ‘역사적 트라우마’라는 말이 귀에 쏙 들어왔다. 사전적 의미에 트라우마는 심리 쇼크, 정신적 충격, 마음에 남긴 상처이다. ‘역사적 트라우마’는 지나간 시간에 생겨난 심리 쇼크가 오늘을 괴롭히는 마음의 상처이다. 트라우마를 쓰려는 작가는 먼저 트라우마에 대한 공감이 있어야 한다.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되어 그 자리에 서야 한다. 봉인된 상처를 건드리기에 작가의 성품이 동반되지 않으면 우울과 슬픔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타인에 아픔이 자기 아픔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공감했다고 하더라도 글이 성숙하지 않으
두 번 다시 이런 꼴 안보게 될 줄 알았다. 2016년, 국민들이 선출한 대통령은 실질적인 국가수반이 아니었다. 국정은 최순실이라는 아무런 자격도 없고는 비선실세가 좌지우지했다. 최씨는 매일 청와대비서관으로부터 대통령보고자료를 받아보고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방향을 전달했다. “최씨가 대통령한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시키는 구조다. 대통령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없다. 최 씨한테 다 물어보고 승인이 나야 가능한 거라고 보면 된다(이성한)”라는 증언에 국민들은 “정치에 무관심한 댓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자의 지배를 받는 것”이란 말을 절감하고 광화문으로 쏟아져나왔다. 촛불혁명의 시작이었다. 역사는 반복된다. 박근혜전대통령에게 최순실이라는 아킬레스건이 있었다면 현 윤석열대통령에게는 김건희여사 라인과 그 핵심으로 명태균이 있었다. 혹자는 정치브로커의 말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하지만 그가 공천개입부터 지금까지 했다고 주장하는 말을 보면 제2의 국정농단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다. 이런 명씨와 영부인이 나눴다는 카톡 내용을 보면 참담할 지경이다. 영부인은 누가봐도 대통령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사람에 대해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를 용서해주세오. 무식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