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면 사고다. 과연 사고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언제 벗을 수 있겠는가 참담하다. 29명이 목숨을 잃은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를 보면서 국민들은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낚싯배 사고로 13명이 숨진 지가 불과 얼마 전이다. 불이 난 건물은 목욕탕과 헬스클럽, 식당 등이 몰려있는 다중이용시설이라 피해가 컸다. 건물공사에서부터 화재대비 사고대처과정 등 어느것 하나 제대로된 구석이 없는 것 같다. 생존한 사람들의 말을 빌면 조금만 더 안전 관리에 주의를 기울였더라도 얼마든지 인명 피해를 줄일 수도 있었다고 한다. 지진 때 취약성을 드러낸 피로티 건물구조에서부터 화재에 약한 드라이비트 공법 등은 사고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였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갑자기 연기가 앞을 가려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애초부터 사우나의 출입문 시설이나 비상구가 탈출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내에 스프링클러의 작동도 평소 고장이 잦았다고 한다. 조사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형식적인 소방시설이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도 있다. 20여 명이 한꺼번에 변을 당한 여성 사우나의 경우를 보면 더욱 그렇다. 유사시 안전을 조금이라도 염두에 뒀다면 피해자가 한층 줄었
지방자치가 부활하고 지방의회가 복원된 지 27년이 됐다. 지방의회가 ‘지방자치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방정부의 재정과 정책, 사업, 기타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 사항 심의하고 의결하며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 등이 민의를 어기고 옳지 않은 사업을 강행한다면 이를 통제할 수도 있다. 지방정부의 수장에 맞먹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27년이 지난 지금에도 지방의회 의원 능력과 자질 논란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지방의원들의 막말, 음주운전, 성추행, 폭행, 이권개입, 채용비리, 외유성 출장 등 비리는 끊임없이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는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일탈행위를 접하면서 과연 이들에게 중대한 권한을 맡겨도 괜찮은가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게다가 자신의 소신 대신 소속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끌려 다니고 있다. 반대하면 다음 선거 때 공천에 탈락되기 십상이다. 지역에 물난리가 났을 때 유럽 외유를 했던 충북지역의 어떤 도의원이 국민들을 쥐 종류인 레밍에 비유해 비난을 받고 있다. 지방의원들이야말로 그의 발언처럼 ‘지도자에게 우르르 몰려가는’ 존재들이라고 할 수 있
쇳대박물관 입구에는 ‘최가 철물점’이라는 작은 안내판이 자리하고 있다. ‘최가 철물점’이라는 이름에서 친근하면서도 고집스런 장인의 냄새를 엿볼 수 있다. 지난번에 이어 빗장 여행을 이어가보자. 빗장은 4층에도 전시되어 있지만 3층 기획전시실에서 더 많은 빗장의 종류를 만날 수 있다. 빗장에는 반드시 기다란 막대를 걸 수 있는 둔테가 필요한데 이 둔테는 한 쌍으로 만들어 부착하였다. 그래서 빗장의 전시물들은 모두 한 쌍씩 셋트로 전시되어 있다. 거북등모양이 각양각색이다. 나무 결을 그대로 살린 것이 있는가 하면, 실제 거북등딱지처럼 모양을 한 땀 한 땀 새겨넣은 것도 만날 수 있다. 둔테의 모양은 물고기 모습도 만날 수 있다. 물고기는 눈꺼풀이 없어 늘 눈을 뜨고 있다. 그래서 늘 눈뜨고 집안을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이 물고기 빗장에는 담겨 있다. 3층 기획전시실을 벗어나 다시 4층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4층의 빗장 코너에는 아프리카의 빗장도 전시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빗장은 거북과 물고기 같은 모양이어서 귀엽고 앙증맞은 반면 아프리카 빗장에서는 약간의 비장함이 느껴진다. 빗장코너를 지나 한 칸씩 자리하고 있는 18개의 독특한 자물쇠를 마주한다. 고려시대의 자물
“날씨는 참 좋았제, 구름도 한 점 없는 그런 날 훨훨 날아갔데이. 허리 구부리고 양팔 휘적휘적 저으며 그래 바지런케 살더이. 무슨 힘으로 저래 높은 하늘로 미련도 없이 훨훨 날아갔을꼬. 매정도 하제, 갈 때는 어째 그래 덧없이 가노. 봄날에 나비처럼 우리 형님 박분화씨 그래 날아갔부렜데이.” 남도 구슬픈 배따라기 한 자락 풀어내듯, 하늘 환하게 열리고 구름 비껴선 얼마 전 그날 얘기를 엄마는 수도 없이 하고 또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한 번 더 떠올리고 기억하고 싶으신 거다. 갓 스물에 시집 와 지척에 살림 꾸리고 고락을 함께 해 온 사이. 남편 먼저 보내고도 서로 다독이며 의지 해 온 오십년지기 단짝. 팔순이 넘도록 아침저녁으로 안부 전하던 그 손윗동서룰 먼저 보낸 헛헛한 마움. 무엇으로도 그 빈 곳 채울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기에 묵묵히 그 얘기 듣고 또 들어드린다. 봄꽃 진 자리에 여름 꽃 꽃대 올리듯 삶 속의 죽음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 인식하면서도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현실 앞에서는 숱한 사람들이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마지막 죽음을 준비하던 가장이 꺼져가는 한 가닥 희망을 붙잡
모든 예술가들의 궁극적인 목적이란 결국 예술의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찍는 일일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의 작품이 예술의 역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명작으로 남길 바랄 것이다. 클로드 로랭(Claude Lorrain, 1600~1682)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잔잔하고 아득한 풍경 위로 한 시기의 위대한 역사가 막을 내리는 듯한 영감을 받는다. 1662년경에 제작된 <아폴론에게 제물을 바치는 풍경>에서는 황금빛 햇살과 수증기를 가득 품은 대기가 너른 초원 위에 드리워져 있다. 고대의 신전은 햇살을 받아 노랗게 반짝거리고 있고 주변의 나무들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신전 앞에 서있는 사람들은 분주해 보이지만 크기가 너무나 작아 이 거대한 풍경을 잠시 스쳐 지나가는 존재로만 여겨진다. 나무는 신전보다 더 크고 웅장하며 자신의 아래로 묵직한 그림자를 내리고 있다. 클로드 로랭은 프랑스 출신의 화가로, 이탈리아의 풍경에 매료된 이후로는 평생 이탈리아를 배회하며 살았다고 한다. 고대 로마의 위대한 건축물들 그리고 지역별로 시시각각 변하는 다양한 기후와 자연 풍경은 그를 무한한 영감으로 이끌었다. 오늘날의 우리가 클로드 로랭의 작품을 바라보면 그다지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정호승 나는 희망이 없는 희망을 거절한다 희망에는 희망이 없다 희망은 기쁨보다 분노에 가깝다 나는 절망을 통하여 희망을 가졌을 뿐 희망을 통하여 희망을 가져본 적이 없다 나는 절망이 없는 희망을 거절한다 희망은 절망이 있기 때문에 희망이다 희망만 있는 희망은 희망이 없다 희망은 희망의 손을 먼저 잡는 것보다 절망의 손을 먼저 잡는 것이 중요하다 희망에는 절망이 있다 나는 희망의 절망을 먼저 원한다 희망의 절망이 절망이 될 때보다 희망의 절망이 희망이 될 때 당신을 사랑한다 - 정호승 시집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중에서 ‘희망이 없는 희망’을 거절한다니, 이 모순의 형용을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희망은 앞날에 대한 기대이며 누구나 희망을 갖고 살아간다. 정신적 물질적으로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인간에게 반짝이는 희망은 현재 시제 안에서는 실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언제나 결핍의 상태로 현재에 속한다. 언제나 미래 시제에서 살고 있는 희망은 ‘현재 시제’와는 거리가 있다. 그 거리가 멀든 가깝든 희망은 ‘현재’와 거리를 두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의 취약한 보안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해킹 공격에 뚫려 고객 자산을 도난당한 가상화폐거래소 ‘유빗’이 파산 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가상화폐 해킹이 발생한 것은 네 번째다. 야피존이 지난 4월 전자지갑을 해킹 당해 55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도둑맞았고, 6월에는 국내 대표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회원 3만6천여 명 정보 유출)이, 9월에는 코인이즈(21억 원 상당 가상화폐 도난)가 해킹을 당했다. 야피존에서 이름만 바뀐 유빗은 해킹 피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던 와중에 다시 해킹을 당했다. 국내에 가상화폐 열풍이 불면서 하루 조(兆) 단위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지만 사실 거래소의 보안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 10곳을 보안 점검했는데 모두 낙제점으로 나왔다. 하지만 조치는 개선 권고에 그쳤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해킹에 취약한 것은, 겉으로는 개인 간 거래 같아도 실제로는 거래소 컴퓨터 안에 가상화폐를 보관해 놓고 판매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상화폐 해킹이 북한 소행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가정보원은 올해 들어 국내에서 발생한 일련의 가상
본보는 그동안 여러 차례 사설을 통해 정부에 100만 이상 대도시 특례와 지방자치 분권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기초지자체 중 인구 100만 명 이상 대도시는 경기도 수원시와 고양시, 용인시 그리고 경남 창원시다. 이 중 수원시 인구는 125만여 명으로 광역시인 울산시 118만6천여 명보다 많은 전국 최대 규모의 기초자치단체다. 그런데도 행정체제는 기초자치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광역급 도시엔 광역급 행정시스템이 필요한데도 중앙정부는 획일적 기준으로 지방정부의 조직·인원·예산 등을 통제했다. 무늬만 지방자치인 셈이다. ‘덩치 큰 어른에게 어린아이의 옷을 입히고 어린아이만큼만 음식을 먹으라고 강요’했다는 비유는 적절하다. 그러니 부작용이 생긴다. 우선 대 시민 행정서비스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 시민들의 삶을 질 향상을 위한 도시기반시설도 제대로 갖출 수 없고 도시의 미래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공공연한 차별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방제 수준의 강력한 지방분권을 약속했는데도 행안부는 지금까지 소극적인 행태를 보인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100만명 이상 기초지자체들은 헌법에 지방분권형 국가를 명시하고, 지방재정 안정성 강화, 재정 자율성 확보, 자치입법권 보장,
드라마 ‘도깨비’ 속의 명대사인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는 2017년 유행어가 되었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의 시선이다. 또 다른 2017년 한 해의 유행어 중에 하나는 ‘꽃길만 걸어라’는 것이 있다. 무거운 짐 지고 가고 있는 가시밭길인 인생에 있어 희망의 메시지만 보라는 것일 것이다. 모든 사물이라는 것은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관심을 갖는 것만 보이게 마련이다. 그리고 자신이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으면 다른 것이 별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인간은 원래 자신에게 유리한 것, 자신에게 닥친 것만 보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정작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기피하고 보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상대방에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을 정작 자신은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 한다. 그러나 조금만 시선을 달리하면 세상은 정말이지 살만한 곳이다. 결국 살아가는 것은 스스로가 어떻게 하는냐에 달렸다고 생각을 한다. 요새 꿈속에 어릴 때 살던 사당동 산동네가 나타난다. 사당2동 산 15번지인 이곳은 남성시장
앞으로 닷새 후면 아기예수가 탄생한 성탄일이고 열흘 후면 새해 2018년이 시작된다. 예수가 나사렛이라는 가난한 시골구석, 그것도 마구간에서 태어나신 것과 불과 33세에 십자가상에서 사망하신 것은 그 분의 거칠고 힘든 인생여정을 말해 준다. 성경에 기록된 내용을 글자 그대로 믿지 않을지라도 이 내용이 어떤 근거도 없이 기록되지는 않았을 터이므로 성경을 통해 대략 그의 인생을 추측해 볼 수는 있다. 예수가 정말 우리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돌아가신 것일까, 또 사흘 만에 부활하셨을까? 그러나 일반 시민들에게는 이러한 교리적 신앙고백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당시 예수가 로마에 항거한 젊은 유대 독립투사였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유대인들의 영웅이 될 수 있겠지만 주님이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추측컨대 예수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강한 어떤 영적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었던 사람이었음이 분명하다. 성경에 기록된 그의 어록을 보면 그런 느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1980년대 국내에서 한참 연구되었던 해방신학과 흑인신학, 민중신학은 기독교 이 천년 역사 동안 교리로 포장된 예수의 옷을 벗기고 그가 무엇을 했던 분인지에 관해 본격적으로 연구한 것이다. 결론은 예수는 가